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218)
218
사라 맥긴은 개막전 취재를 위해 오랜만에 뉴캐슬의 홈구장 세인트제임스파크에 방문했다.
“오랜만이구나 사라.”
“잭 삼촌! 잘 지냈어요?”
“그럼. 나야 언제나 잘 지내지.”
언론인에게 배정된 좌석에 앉아 주섬주섬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 세팅하고 있는 사라를 본 경기장 관리인 잭 맥긴이 다가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뉴캐슬 지역지 크로니클 라이브의 기자인 사라 맥긴은 홈경기가 있을때마다 취재차 경기장을 방문하곤 했다.
그것이 어느덧 3년째.
이 정도면 경기장 관리인과 안면을 틀 충분한 시간이었다.
“시즌이 끝나니 네가 안 온다고 애들이 어찌나 난리를 피우던지. 허허.”
잭의 너스레에 사라가 흥 코웃음을 친다.
“안 속아 삼촌.”
친근하게 담소를 나누는 노인과 미녀는 단순히 안면만 있는 관계로 보이지 않았다.
둘은 뻔질나게 드나드는 기자와 경기장 관리인이란 공적 신분 외에도 삼촌과 조카라는 사적인 관계 또한 있었으니까.
“이번엔 진짠데. 사라 네가 좀 예쁘냐.”
“됐거든요. 그나저나 분위기는 어때요? 이번 시즌 좀 기대할만하나?”
“어허~ 구단 내부 정보는 비밀이야.”
“아앙~ 삼촌~ 조금만. 응? 조금마안~”
사라의 애교에 잭은 허허웃으며 이런저런 썰을 풀기 시작했다.
선수단의 분위기나 훈련 태도 등 소소하지만 구단 관계자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정보들.
사라는 재빨리 노트북을 켜고 핵심 키워드 위주로 타다다닥 타자를 친다.
“분위기가 엄청 좋은가보네?”
“그럼! 이번에 챔피언스 리그도 나가는데 분위기가 좋을 수 밖에! 얼마만의 챔스냐 이게.”
“너무 늦어! 우리는 더 일찍 챔스에 진출해야 했는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미인계에 홀랑 넘어가 구단 정보를 줄줄 흘린다고 여겨도 이상하지 않을 광경이었지만 이 역시 구단의 허락이 있기에 가능한 일로 같은 연고지를 공유하는 축구단과 지역 언론은 악어와 악어새 같다.
바로 공생 관계.
축구단은 우호적인 홍보와 마케팅을 위해서, 지역 언론은 주 독자층인 지역민들의 관심을 끌 소재를 위해서.
그렇기에 뉴캐슬의 구장 관리인 잭 맥긴은 뉴캐슬 지역지 크로니클 라이브의 기자 사라 맥긴에게 적당한 정보를 제공하고, 사라는 그 정보를 적당히 다듬어 내보내곤 했다.
“휴가 기간 우리 꼬마들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궁금하다. 그놈의 퓨처 프로젝튼지 지랄인지 2부에서 버둥거릴때도 유망주만 긁어모아 속이 터졌는데… 그래도 어떻게 잘 터졌네요.”
“허허. 스카우터들이 고생했지. 덕분에 이렇게 젊고 유망한 선수들이 가득하지 않더냐. 참 기쁜 일이야.”
두 사람은 뉴캐슬의 최근 성과에 흐뭇해하면서도 아직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단 관리인이 잭이야 직장에 대한 애정이라해도 목에 핏대를 세우고 뉴캐슬의 선전을 떠드는 사라의 반응은 평범한 담당 기자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맥긴 가문은 뉴캐슬의 연고지 뉴캐슬어폰타인 토박이로 집안 대대로 극렬 툰 아미였으니까!
“에휴 진짜. 사우디 펀드가 인수할때만해도 우리도 첼시나 맨시티처럼 되나 싶었는데.”
“그래도 시련을 딛고 다시 재기하고 있잖니. 희망이 보이지 않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희망이 보여. 그게 중요한거지.”
연륜이 묻어나는 삼촌의 말에 사라는 입술만 삐죽였다.
“그래서 그 희망이라는 1억 유로 짜리는 어때 삼촌?”
“홍민준 말이냐?”
“응. 그 동양인. 분데스리가 득점왕에 월드컵 득점왕이라지만… 고작 22살의 아시아 선수에 1억 유로나 쓰다니. 구단이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니까.”
투덜거리는 사라에게 무언가 말해주려던 잭은 이내 입을 다물었다.
“흐음. 외부에서 그렇게 보이나 보구나.”
“반반이지 뭐. 오랜만의 대형 이적에 대한 기대도 있고, 재능은 확실한 선수니까. 그래도 1억 유로는 너무 비싸! 게다가 너무 어리고. 우리 선수단은 이미 어리다구! 챔스처럼 큰 무대에서 선수단을 잡아줄 베테랑이 필요했는데!”
한참을 투덜거리는 사라를 지켜보며 묘한 미소만 머금고 있던 잭이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멀어졌다.
“난 슬슬 가봐야겠구나. 근데말이지, 난 그 동양인 선수가 무척 마음에 들던걸. 혹시 모르지. 아시아에서 온 그 젊은 선수가 우리의 새로운 희망이 될지.”
“에이~ 그건 너무갔다 삼촌. 어쨌든 1억 유로나 주고 사왔으니까 잘 하면 좋겠네. 개막전에 나오겠지? 분명 그럴거야. 개막전을 보고 냉정하게 평가해주겠어.”
그리고 몇 시간 후.
사라는 몽롱한 눈빛으로 상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슨 일이냐 사라.
“아빠…….”
—퇴근전까진 편집장님이라 불러라.
“우리… 대박났어.”
—뭐? 사라, 어디 아프냐?
“대박이라고!!”
—여보세요? 사라? 사라! 얘가 왜 이래?
레스터 시티와의 개막전에서 헤트트릭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홍민준은 적응 따윈 필요없다는 듯 연일 엄청난 활약을 선보였다.
2라운드 미들즈브러와의 경기에서 1골, 3라운드 사우샘프턴과의 경기에서 2골, 4라운드 풀럼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4경기 7골 1도움, 무려 경기당 2개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단번에 압도적인 득점 1위에 오른 것.
전문가들이 걱정하던 적응 따윈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른 리그, 언어, 분위기, 스타일도 압도적인 실력 앞에선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으니까.
『연일 맹활약! 홍민준 시즌 7호골 기록!! 팀은 4연승을 거두며 리그 1위에 올라』
『선수단의 중심으로 우뚝 선 홍민준』
『현지 언론의 찬사! 세계 최고의 재능을 입증하다!』
심지어 EPL에서 가장 어린 뉴캐슬 선수단을 순식간에 휘어잡아 선수단의 중심으로 거듭났다.
현지 언론은 물론 한국과 독일, 심지어 동유럽을 비롯해 중남미까지 홍민준의 활약에 들썩였다.
절반은 분데스리가를 정복하고 EPL마저 정복해가는 동양인 선수에 대한 관심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그냥 홍민준을 좋아하는 여성팬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막론한 화제성에 뉴캐슬 서포터즈는 비로소 깨달았다.
—1억 유로 비싸다는 새끼 누구냐
—우리 구단이 언제부터 이렇게 글로벌하게 인기가 많았지?
—세상에… 이거 현실이지? 꿈 아니지? 믿을 수가 없어…
—홍민준오고 우리 할아버지 맨날 운다 드디어 뉴캐슬에 구원자가 왔다고
—아시안 영입한다고 비난했던 과거의 나를 저주해 홍은 신이야! 뉴캐슬의 신!!
—분데스리가에서도 왕이라 불렸다는데 그는 진짜 왕이 될 자격이 있어
—아시아 정복자가 뉴캐슬에 상륙했다아아아!!!
그리고 그 중에는 사라 맥긴도 있었다.
『분데스리가의 어린 선수가 1억 유로? — 크로니클 라이브, 사라 맥긴』
『개막전이 기대되는 이유 — 크로니클 라이브, 사라 맥긴』
『데뷔전 헤트트릭! 분데스리가에서 온 정복자! — 크로니클 라이브, 사라 맥긴』
『2연속 골! 1억 유로의 몸값을 증명하다! — 크로니클 라이브, 사라 맥긴』
『압도적! 환상적! 3경기 연속 골을 기록한 뉴캐슬의 새로운 영웅! — 크로니클 라이브, 사라 맥긴』
『Castellan!! 성의 주인Lord of castle을 경배하라! — 크로니클 라이브, 사라 맥긴』
뉴캐슬 지역지 크로니클 라이브의 기자이자 뉴캐슬 전담 기자. 그리고 그보다 탁월한 미모로 유명세를 얻은 사라 맥긴의 기사가 화제가 됐다.
의심에서 확신, 그리고 경배로 이어지는 사라 맥긴의 반응은 하나의 밈meme이 되어 SNS를 타고 빠르게 확산되었다.
—ㅋㅋㅋㅋ 반응 존웃이네
ㄴ아ㅋㅋ 홍민준느님을 못 믿냐고ㅋㅋ
—말좆호로양봉섹스좆민좆출발
ㄴ우상향만 존나 하다 천장 뚫고 우주밖으로 나갈듯ㅋㅋ
—캬~ 좆민준을 의심하던 존예백마가 후회하는 클리셰 존나 좋습니다
ㄴ이제 피폐 집착만 더해지면 완벽할듯
그리고 홍민준의 활약에 따라 다양한 ‘별명’을 짓던 팬들은 사라 맥긴의 기사에서 나온 표현을 쓰기 시작했는데,
—성주님 짤방 공유
—오오 뉴캐슬의 성주시여
—Castellan!Castellan!Castellan!
바로 성주라는 뜻의 ‘Castellan’ 혹은 ‘Lord’라는 단어가 새로운 별명으로 굳혀지기 시작한 것.
—진짜 성주님 영입안했으면 어쩔뻔ㅋㅋ
—다음 경기 리버풀전인데 괜찮겠지? 좀 걱정되는데…
ㄴ걱정을왜하냐 성주님이 있는데! 외쳐 Castellan!
ㄴ오오 성주시여! 제발 1골만 넣어주소서!
ㄴ홍이라면 3골은 넣을걸?
ㄴ홍? 홍?? 홍이 니 친구냐 어딜 감히! 성주님 꼭 붙여라
생긴지 얼마 안 된 ‘홍민준 팬클럽 영국지부 뉴캐슬 지사’의 팬클럽 글을 확인하며 일일이 댓글을 작성하던 사라 맥긴은 흠칫 놀랐다.
‘어, 어라? 그러고보니 다음 경기는 리버풀이네?’
맨시티와 함께 프리미어 리그 2강을 형성하고 있는 리버풀.
4연승으로 홍민준을 비롯한 선수단이 신바람타고 경기력을 상승시키는 이때, 하필 리그 내 최강자 중 하나인 리버풀을 만나다니.
사라 맥긴은 덜컥 겁이 났다.
이러다 지는거 아냐?
‘지면 팀의 상승세가 꺾이고… 기세가 중요한 어린 선수단의 기세가 꺾이고… 그럼 지난 시즌 후반기처럼 확 무너지고… 안 돼!!’
지난 시즌의 악몽이 떠오른다.
어린 선수들답게 기세를 탄 뉴캐슬은 승승장구하며 잠깐이나마 1위까지 올랐지만 한 번의 패배 이후 곤두박질치지 않았나.
초조함에 입술을 깨물던 사라는 이내 핫, 정신을 차렸다.
‘맞다. 오늘까지 기사 올려야 하는데.’
팬클럽 관리한다고 신경도 안 쓰고 있었네!
재빨리 인터넷창을 내려 바탕화면으로 나오니—
‘성주님… 그래 성주님이 해주실거야…! 성주님!’
바탕화면 가득 성스러운 얼굴이 펼쳐져 있었다.
사라 맥긴은 모니터 앞에 양 손을 꼭 쥐고 앉아 기도했다. 제발 리버풀전 대승을 이뤄달라고.
* * *
“앉게.”
감독님의 부름에 감독실에 들어온 나는 불현듯 간질거리는 귓구멍에 인상을 쓰고 말았다.
“…혹시 불편한거라도?”
“아뇨. 괜찮습니다. 그보다 하실 말씀이 있다고.”
“크흠. 자네 혹시 중앙에서 뛰어보지 않겠나?”
“중앙? 2선 가운데, 공격형 미드필더요?”
“아니.”
입술을 우물거리던 감독님의 손가락이 전술판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가 있는 부분을 찍는다.
“여기—”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 맞잖아.
“보다 좀 더 위.”
올라가는 손가락을 따라가니 그곳엔—
“공격수요?”
중앙 공격수 자리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