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220)
220
펄스 나인False 9이란 가짜 공격수를 뜻한다.
지금이야 많이 퇴색됐지만 본래 축구계에서 9번이란 중앙 공격수 혹은 최전방 공격수라 불리는 골잡이를 뜻하는 백넘버로, 여기에 가짜란 뜻이 붙어서 만들어진 단어가 바로 펄스 나인.
가짜 공격수란 이름대로 이 역할을 맡은 선수는 공격수이되 공격수가 아닌 플레이를 요구받는다.
수비수와 직접적인 경합을 벌이기보단 수시로 미드필드 지역까지 내려가며 그들을 유인하여 공간을 창출하고, 미드필더 지역의 숫자 싸움에 우위를 점하여 연계를 돕는다.
역할이란 측면에서 정통적인 공격수와 펄스 나인의 차이는 공격 상황에서 두드러진다.
정통적인 공격수는 공격 상황에서 팀의 최전방에 위치하여 공격의 방점에 주력한다.
반면 펄스 나인 역할의 공격수는 수시로 미드필더 지역까지 내려와 빌드업에 참가하고 상대 센터백을 유인하여 공간을 창출하는데 집중한다.
즉, 볼을 상대 패널티 박스까지 전진시키는 최종 패너트레이션 과정에서 정통적인 공격수가 빌드업의 최종 기착지로서 패스를 받아 슛팅으로 마무리하거나 순간적인 라인 브레이킹을 시도하거나 상대 센터백과 경합하여 공간을 만든다면 펄스 나인은 아래로 내려와 빌드업 과정에 참여하고 센터백을 유인하여 동료가 침투할 공간을 만든다.
공격수의 위치에서 미드필더의 움직임을 보이는, 이른바 ‘공격수의 미드필더화’야 말로 펄스 나인을 잘 나타내는 말.
그러나 현대 축구로 오면서 전통적인 공격수와 펄스 나인의 역할 구분은 희미해졌다.
과거 정통적인 공격수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강한 피지컬과 득점력이었지만 현대의 공격수는 보다 다재다능함을 요구받는다.
기존의 덕목인 피지컬과 득점력은 당연하고 여기에 연계, 오프 더 볼, 왕성한 활동량과 수비 가담까지.
사실상 공격수와 미드필더로서 모든 능력을 갖춘, 소위 육각형 능력치라 부르는 완벽한 선수가 이상적인 공격수가 된 것.
더 이상 피지컬과 득점력만을 무기로 삼은 전통적인 공격수는 1류가 될 수 없다.
공격수의 능력에 미드필더의 능력까지 합쳐야 현대 축구가 지향하는 공격수이니, 이는 펄스 나인과도 상통하는바 그 역할 구분이 희미해졌다.
이제 더 이상 공격수들은 패널티 박스에만 박혀있지 않는다.
어떤 유형의 공격수던 빌드업 단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활발한 전방 압박과 수비 가담은 기본이 된지 오래.
그렇기에 펄스 나인 역시 다양한 변주를 통해 현대 축구에 적응했다.
“생각, 생각하면서 움직여! 상대는 인형이 아니야! 단순히 아래로 내려온다고 순순히 유인당할 것 같아? 상대의 판단력을 흔드는게 중요해. 혼란을 줘야한다고.”
대폭 늘어난 전술 훈련 시간, 로렌 보트만 감독의 외침이 쩌렁쩌렁 울린다.
짜증스러운 기색 가득한 얼굴로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는 홍민준의 모습에 여기저기서 감탄성이 터져나왔다.
“와 씨… 계속 느끼는건데 홍은 진짜 잘생겼어.”
“수비수를 혼란시키려면 이런 훈련보다 그냥 미남계를 쓰는게 빠르겠는데.”
수근거리던 선수들은 이내 감독의 성난 눈길을 마주해야 했다.
“집중! 다시 위치 잡고, 이번엔 빌드업 과정을 연습한다.”
휘슬과 함께 다시 시작된 전술 훈련.
“아니야! 아무때나 내려오는게 아니야! 그래서야 단순한 펄스 나인일 뿐이잖나!”
“지금은 내려와야지! 측면 공격수가 침투하면 공간을 만들어줘야 할 거 아냐! 내려와서 미드필드 지역 숫자 싸움에 우위를 만들어!”
“버텨! 적극적으로 경합해! 민준, 너는 결코 피지컬이 부족한 선수가 아냐! 단순한 펄스 나인 역할을 맡기려고 널 거기 세운 줄 알아? 좀 더 능력을 보여봐!!”
“드리블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뚫고 들어가!”
“패스를 활용해야지! 좋은 기회가 보이는데 왜 직접 돌파만 시도하는거야!”
끊임없이 이어지는 감독의 지적과 신경질적으로 잔디를 걷어차는 홍민준의 모습에 분위기가 급격히 냉각됐다.
선수들이 눈치를 보던 중 전술 훈련의 두 축 감독과 홍민준이 그라운드 구석으로 향했다.
“싸, 싸우는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선수단의 조마조마한 마음과는 달리 감독과 홍민준은 전술판을 앞에 두고 심각한 표정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뿐이었다.
전술 훈련의 두 축이 사라지자 그제야 여기저기서 한숨이 새어나온다.
“흐아아~ 분위기 죽인다 진짜. 감독님이 원래 이런 스타일이 아닌데.”
“이러다 싸우는거 아닐까? 감독님 이렇게 화내는 건 처음봐.”
“으엑… 나였으면 아마 못 버티고 집에 갔을걸. 벌써 몇 시간째야. 계속 지적받으면 축구가 재미없어질거야. 생긴거랑 다르게 홍도 독하네.”
“걱정할거 없어, 꼬맹이들.”
선수들의 시선이 바움 요한에게 쏠렸다.
뉴캐슬의 주장이자 주전 필드 플레이어 중 유일한 30대 베테랑은 손짓발짓까지 동원해서 열심히 설명중인 감독과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홍민준을 보며 말했다.
“저건 싸우는게 아냐. 합을 맞추는거지.”
“에이~ 주장 저게 합을 맞추는거라구요? 감독님이 저렇게 화내는데?”
“홍도 막 짜증냈잖아. 나 홍이 화내는거 처음봤다니까.”
바움 요한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제 겨우 20대 초중반의 어린 선수들답게 경험이 부족하다. 그것도 10대 중후반부터 뉴캐슬, 그것도 지금의 감독과 성장해온 선수들이라 더더욱.
“감독은 화내는게 아니야. 자신의 이상을 필드 위에 구현해 줄 선수에게 너무 집중하고 있을 뿐이지. 그렇군. 홍이 감독의 페르소나였군. 꼬맹이들 중 하나가 될 줄 알았는데… 역시 타고난 천재는 뛰어넘을 수 없는건가.”
“네? 주장 뭐라구요?”
“아니야. 그냥 걱정하지 말라고. 감독이나 홍이나 발전하기 위해 노력할 뿐, 싸우는게 아니니까.”
그제야 안도하는 선수들 너머, 바움 요한의 시선이 감독과 홍민준을 향했다.
끊임없이 무언갈 설명하는 감독과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간간히 질문을 던지는 홍민준의 모습.
‘감독의 페르소나라… 부럽군.’
씁쓰레한 감정도 잠시. 바움 요한은 마음을 다잡았다.
천재적인 재능이 없다면 노력으로 쫓아갈 뿐. 그것이 비록 영원히 좁혀지지 않을… 아니, 계속 벌어질 차이라해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할 것이다.
그것이 바움 요한이 지금껏 프로에서 버텨온 힘이었으니까.
“다시 위치로! 이번엔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때 움직임이다. 다들 움직여!”
* * *
EPL이 개막하고 한달.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았지만 4라운드까지 치룬 지금, 이미 대략적인 윤곽은 보이고 있었다.
“순위표가 참 흥미롭군요. 1위에 아주 낯선 팀이 올라있어요.”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이안 라이트Ian Wright의 말에 저메인 지너스Jermaine Jenas가 크게 박수를 친다.
“바로 뉴캐슬이죠! 2위가 맨시티, 3위가 리버풀이라니 아주 낯선 모습인데요.”
“그러고보니 저메인은 뉴캐슬에서 뛰지 않았나요?”
“맞아요. 2002년부터 2005년까지 뉴캐슬에서 뛰었죠. 세인트제임스파크의 멋진 모습과 환상적인 툰 아미의 응원이 떠오르네요.”
한때 미녀 진행자로 이름을 날렸던 로라 우즈Laura Woods의 질문에 저메인 지너스가 유쾌하게 웃었다.
“오, 나는 기억하지. 뉴캐슬에서의 저메인은 굉장했다고. PFA 선정 올해의 유망주상을 수상했잖나. 맞지?”
잠시 주제를 벗어났던 이야기는 다시 리그 순위표를 향했다.
“지난 시즌 뉴캐슬이 4위에 오르며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지만 올 시즌 이렇게 강력할거라 예상한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거에요. 그렇죠?”
“노우~ 노우~”
로라의 질문에 손가락을 내젓는 이안 라이트.
“난 예상했지. 지난 시즌에도 기세를 탄 뉴캐슬은 전반기 어마어마했다고. 그런데 올해 누가 왔지?”
“홍민준이죠.”
“그래! 아시아 프린스, 동양의 보석, 독일의 정복자가 무려 1억 유로로 합류했다고! 그는 천재야! 정말이라고, 로라.”
“잘 알죠. 홍이 얼마나 뛰어난 선수인지.”
“하긴. 로라도 홍의 팬클럽이지?”
짧은 잡담이 오간 뒤, 화면이 바뀐다.
“독일의 왕은 EPL도 정복할 생각인가봐. 봐, 4경기에 벌써 7골로 득점 단독 선두야.”
“뉴캐슬이 아주 좋은 선수를 영입했군요. 근데 한 가지 이해되지 않는게 있어요.”
저메인이 손짓하자 4개로 분할된 화면으로 뉴캐슬의 지난 1~4라운드 장면이 재생된다.
“뉴캐슬의 젊은 감독 로렌 보트만은 아직 홍의 활용법을 고민하는 모양이에요. 봐요. 처음 2경기 홍은 좌측 공격수로 출전해서 전형적인 인사이드 포워드의 움직임을 가져갔죠. 측면에서 안으로 들어오며 슛팅! 그리고 골!”
화면에 홍민준의 화려한 드리블 돌파에 이은 시원시원한 골장면이 재생되자 세 사람은 일제히 박수를 보냈다.
“언제나 느끼지만 참 대단한 드리블러야. 홍이 정말 뛰어난 건 그때그때 드리블 스탠스를 바꾼다는거지. 봐, 여기선 마치 메시처럼 드리블을 친다고. 하지만 이 장면에선? 네이마르가 따로 없지! 여기에선 잭 그릴리쉬가 떠오르는군.”
“진정해요 이안. 제 말은 아직 안 끝났다구요.”
“오, 이런. 미안하군. 난 신경쓰지말고 계속해.”
“자, 그럼 다음 경기를 볼까요? 리그 3라운드 사우샘프턴과의 경기에요. 여기서도 좌측 측면 공격수로 출장했지만 우측과 활발하게 스위칭 플레이를 펼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그리고 4라운드에선 이전과 달리 중앙에 머무르며 위아래로 크게 움직여요.”
이어 화면에 히트맵이 뜨자 그 차이점은 더욱 두드러졌다.
“로렌 보트만 감독은 계속해서 홍의 최적의 위치를 찾고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 인터뷰가 참 의미심장하더군요.”
전환된 화면으로 로렌 보트만 감독의 인터뷰 장면이 재생된다.
—이번 리버풀전, 우리는 홍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을겁니다. 아주 재밌고, 흥미로울거에요. 제가 장담하죠.
—홍은 보다 중앙에서, 보다 높은 위치에서 플레이 할 겁니다. 그는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어요. 리버풀의 압박을 뚫어내고, 놀라운 활약을 보여줄 능력 말이에요.
“보세요. 로렌 보트만 감독은 홍의 또다른 활용법을 제시했어요. 과연 그가 말한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몰라도 리버풀을 상대로 홍의 활용 실험을 하겠다니… 전 꽤 기대가 되는데요.”
“음… 개인적으로 걱정이 앞서는군요.”
이안이 신중하게 말을 골랐다.
“홍은 분명 데뷔전에서부터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어요. 하지만 이는 홍의 분석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지난 시즌과 올 시즌 홍의 신체 능력은 엄청나게 달라졌으니까요. 하지만 리버풀전은 달라요. 이제 모든 EPL 구단이 홍의 분석을 끝냈을거에요. 게다가 지금까지 홍은 중하위권 팀을 상대했죠. 그의 실력을 의심하는건 아니지만 리버풀은 최고 레벨의 팀이라구요.”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고, 걱정과 기대가 교차했다.
“이런. 이래서야 이번 뉴캐슬과 리버풀전을 꼭 시청할 수 밖에 없겠는데요.”
“하하, 맞아요. 궁금해서라도 꼭 봐야겠어요.”
“그렇군요. 결국 홍민준의 활약이 반짝일지 아닐지, 로렌 보트만 감독의 실험은 성공일지 실패일지는 경기를 봐야 알 수 있겠네요.”
이안 라이트가 묘한 표정으로 말했다.
“결국 Show and Prove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