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221)
221
2035.9.2.일요일
노스이스트 잉글랜드 타인 위어 주 뉴캐슬어폰타인 세인트 제임스 파크St James’ Park
프리미어 리그 5라운드 뉴캐슬 vs 리버풀
[뉴캐슬 4-3-3]GK — 요문드
LB — 제임스 파울
CB — 존 맥커시
CB — 스미스 폴
RB — 호세 알바
DM — 바움 요한 (c)
LCM — 로크 우디
RCM — 무삼 파샤
LWF — 니콜라스 호스만
RWF — 조나단 실바
CF — 홍민준
“엣? 뭐야! 호세… 호세가 없어?”
홈에서 열리는 리버풀과의 경기를 관람… 아니, 취재하러 온 크로니클 라이브의 기자 사라 맥긴은 전광판에 뜬 스타팅 라인업을 보며 요상한 소리를 내뱉었다.
“조나단이 선발? 호세를 대신하기엔 많이 부족할텐데….”
조나단 실바는 구단이 신경써서 키우는 유망주 중 하나다.
구단의 장기 프로젝트의 일부로 낙점된만큼 재능은 확실하나 어린 선수답게 장점과 단점이 너무 극명하여 그간 백업에 머물던 선수.
골냄새 하나는 기가막히게 맡는 탁월한 육감과 그로인한 득점력은 일품이지만 전술적 움직임이나 수비 가담, 연계 플레이에 워낙 약해 선발로 쓰기 힘든 선수가 조나단이었다.
“게다가 뭐야! 홍이 중앙 공격수라고? 이거 맞아?”
조나단도 조나단인데 홍민준마저 요상한 포지션에 이름을 올렸다.
빠르게 선발 라인업 기사를 올려야함에도 맥이 풀린 사라 맥긴은 손가락을 움직일 수 없었다.
‘감독 새끼… 실험한다더니 이런 대형 사고를 치네.’
일찌감치 세인트제임스파크를 가득 채우고 열렬히 응원가를 부르던 툰 아미 역시 이 당황스러운 라인업에 맥이 빠진 모양.
경기장을 가득 채우던 응원 열기가 순식간에 훅 꺾이는 것이 느껴졌다.
‘아냐. 난 우리 왕자님 믿어! 성주님 믿어!’
흔들리던 마음을 다잡은 대깨홍 사라 맥긴은 순식간에 기사를 써 올렸다.
『4경기 7골 득점 선두 홍민준, 리버풀을 상대로 골폭격을 위해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
* * *
라커룸 분위기는 무척 좋았다.
시즌이 시작한지 이제 겨우 한달, 고작 4경기를 치뤘을 뿐이지만 그간 뉴캐슬은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연승을 거둬왔으니 분위기가 나쁠리없겠지.
게다가 20대 초중반의 어린 선수들이 주축이다보니 경기 결과 하나하나로 기세가 휙휙 바뀌기도 한다.
좋게 말하면 한 번 기세를 타면 무섭게 타오르는거고, 나쁘게 말하면 기복이 심하다는거지만… 뭐, 일단 지금은 긍정적이니까 상관없겠지.
마지막까지 감독님의 전술 설명을 듣다 신호에 맞춰 입장 통로로 향했다.
“민준. 내가 더 말할 필요 없겠지?”
나이키에서 협찬받은 전용 축구화의 끈을 꽉 묶은 후 나서는 내 등을 두드리는 감독님에게 자신만만하게 웃어주었다.
“물론이죠. 전반전은 메시처럼. 잘 압니다.”
메시, 메시….
이번에 내가 맡은 역할은 펩 과르디올라 시절 펄스 나인으로 활약하던 시절의 메시와 같다.
잔뜩 어그로를 끌어 상대 수비를 유인하여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으로 침투하는 동료들에게 키패스를 공급하고, 압박이 느슨해지면 직접 드리블 돌파를 통해 결정적 찬스를 만드는… 득점과 플레이 메이킹 모두를 책임지는 역할.
어지간한 선수라면 엄두도 못 낼 임무다.
하나라도 제대로 하기 힘든 임무를 다발로 맡았으니, 메시처럼 천재적인 재능이 없다면 비웃음만 받을 그런 막중한 역할이다.
“뭘 꼬라보냐, 애송이.”
시선이 마주친 리버풀의 두 센터백 중 하나, 스콧 아담이 리버풀 특유의 거친 억양(Scouse, 스카우스)로 위협한다.
음… 익히 악명은 들었지만 참 알아듣기 어렵네.
원어민 수준까진 아니어도 영어로 프리토킹이 가능한 나조차 제대로 알아듣기 힘든 괴이한 억양에 인상을 찡그리니 스콧 아담이 불쑥 얼굴을 들이민다.
“이 새끼가 내 앞에서 얼굴을 찡그려? 오늘 다리 부러질 준비해라 애송이.”
위협임은 분명한데 뜻이 애매하다.
그러니까…
“아 씨발 발음 존나 구리네. 뭐 이 좆만아.”
“What?”
몰라 씨발.
나도 한국어쓸래.
이번 시즌 흰색의 원정 유니폼을 채택한 리버풀은 자칭 ‘붉은 제국’이란 별명이 무색한 모습이다.
그러나 선수 개개인에게서 느껴지는 기세는 대단했는데… 확실히 맴버 전원이 월드 클래스라는 리버풀다운 압박감.
지금까지 상대했던 팀 중 이 정도의 압박감을 준 건 바이에른 뮌헨 정도.
전력이 완전치 못한 리버풀의 기세가 이 정도라면 완전체일 경우엔 어떨까.
‘한 번 돌파해보고 싶다. 얼마나 통하는지, 얼마나 반응하는지 궁금하네.’
꿈틀거리며 요동치는 본능적인 경쟁심을 억누른다.
아직 발톱을 드러낼때가 아니야. 조금만 참자.
하지만 발톱이 없더라도 맹수는 맹수.
사자에겐 발톱을 대신할 수많은 무기가 있으니—
두 센터백 사이에서 살짝살짝 위치를 바꾸며 반응을 살핀다.
‘스콧 아담의 간격이 넓어. 저쪽이 파이터 역할인가.’
4백 체제에서 센터백은 2명이 맡는다.
그리고 보통의 경우 한 명이 파이터 역할을 맡으면 다른 한 명이 커버를 맡기 마련.
1차적으로 적극적인 압박을 가해오는 파이터형 스콧 아담과 그뒤에서 커버와 조율에 힘쓰는 커맨드형 루치아노 살베 사이를 오가며 간격을 확인한다.
‘이쯤… 아니, 이쯤인가.’
발톱을 대신할 무기란 바로 본능적으로 상대의 반응을 읽어내는 능력.
이건 상태창을 얻기전부터 가지고 있던 나만의 무기다.
드리들 돌파를 할 때 상대가 어떻게 반응할지,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깨닫는’ 본능적인 감각.
그리고 히든 스탯 천재성과 지능을 올린 뒤 더욱 발전한 능력은 지금처럼 상대의 간격을 파악하는데도 유용했다.
지금까진 이걸 드리블 돌파할때만 써왔는데, 펄스 나인으로 훈련하다 깨달은 또다른 활용법.
이걸 이 둘이 반응하는 결정적인 순간, 간격을 겹치게 움직이면—
“홍!”
재밌는 상황이 발생하겠지.
일진일퇴를 반복하던 중원에서 공을 잡은 루크가 나를 향한 긴 라이너 패스를 보내온다.
팀에서 가장 롱패스 능력이 좋은 녀석답게 먼거리에서도 정확하게 날 향하는 공.
롱패스답지 않게 비교적 낮게 깔려온 패스를 잡기 위해 곧장 튀어나간다.
패스가 오기전부터 끊임없이 생각해두었던 장소. 두 센터백의 간격이 겹치는 스폿으로.
리버풀의 두 센터백이 동시에 서로를 돌아보며 움찔한다.
“젠장! 아담 붙어!!”
그제야 아무도 움직이지 않은걸 확인했는지 뒤늦게 뛰쳐나오는 스콧 아담.
그러나… 늦었어.
툭, 솜털뭉치에 맞은것처럼 부드럽게 발밑에 안착하는 공.
공격수가 아무런 방해없이 공을 잡게 하면 안 되지.
확실히 리버풀의 센터백답게 반응이 좋다. 공을 받는걸 막을 수 없다는걸 깨닫자마자 순식간에 슛팅 경로를 틀어막으며 다가오고 있으니까.
이대로 몸을 돌리면 스콧 아담의 압박과 마주할테지.
녀석과의 승부는 꽤 재밌을 것 같지만, 아쉽게도 이번엔 일대일 승부보다 경계심 올리는게 목적이라서 말이야.
“뭐— 슛팅이다!”
과연 월드 클래스 센터백다운 반응.
헐레벌떡 달려드는 스콧 아담은 미처 눈치채지 못했지만 뒤에서 차분히 관찰하고 있던 루치아노 살베는 내 몸이 반쯤 돌아가는 순간 날카로운 고함을 내질렀다.
그러나 이번에도 늦었어.
첫 트래핑으로 살짝 간격을 두고 측면에 놓아두었던 공을, 그대로 몸을 돌리며 터닝슛으로 연결한다.
터닝슛이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85의 슛팅 스탯은 유려한 자세, 강력한 발목힘, 정확한 타겟점을 만들어주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슛팅치고는 날카로운 슛팅이 골문을 향하고,
퍽!
정확도에 신경쓰느라 골문 구석이라기엔 중앙으로 치우진 위치였던 덕분에 반박자 늦게 반응한 리버풀의 골키퍼 맥컬리가 간신히 선방을 해낸다.
홈구장을 울리던 함성이 일제히 탄식이 되어 흐르고, 이내 잘했다는 듯 열렬한 박수 소리가 이어진다.
잘했다, 아쉬웠다는 동료들의 칭찬인지 위로인지 모를 반응을 들으며 아군 진영으로 돌아가는 등뒤로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슬쩍 돌아보니 리버풀의 두 센터백이 뜨거운 눈빛을 보내오고 있는게 아닌가.
음. 이렇게 열렬히 좋아해주니 내가 다 기쁘네.
그래서 윙크 한 번 날려줬다.
* * *
캐스터의 질문에 해설의 입이 바쁘게 움직인다.
[이야~ 이거, 아마 간격의 경계를 교묘하게 타고 들어갔나 봅니다. 저도 선수 생활하면서 상상만 해봤지, 이걸 실제 경기에서 이용하는 선수가 있네요.] [경계요?] [그 왜, 선수마다 반응하는 범위가 있지 않겠습니까? 전술이든 성향이든 이건 선수마다 다른 법이거든요. 특히 센터백 같은 경우는 보통 존을 나눠서 이쪽은 누가 먼저 압박하고, 저쪽은 누가 어떻게 움직인다 이런게 약속이 되있어요. 근데 홍민준 선수는 그 경계를 파고들어서 리버풀의 두 센터백이 일순 반응하지 못하게 만들었네요. 보세요. 홍민준 선수가 움직이자 리버풀의 두 센터백이 순간적으로 서로를 돌아보죠?]전직 국가대표 출신 해설의 설명에 리액션 좋은 캐스터가 감탄을 터뜨렸다.
[우와~ 그게 가능한가요? 듣기만 해도 쉽지 않은게 느껴지는데, 정말 대단하네요 홍민준 선수.] [이게 저도 상상만 해봤지 실제 경기에서 쓰긴 어려워요. 이런 건 타고나야 가능한거죠. 홍민준 선수가 심리전의 대가로 정평이 나있잖습니까? 아마 그러한 재능의 일종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군요. 게다가 터닝슛도 무척 좋았죠?] [물론이죠. 저게 보긴 별거 아닌것 같아도 저렇게 몸을 틀면서 슛팅을 때리면 제대로 힘이 안 들어가거든요. 근데 슛팅 위력이 꽤 되죠? 거기에 정확도도 그렇고. 기술적으로 정점에 이른 선수다, 그렇게 보시면 되겠습니다.] [어? 홍민준 선수 카메라를 보고 윙크를 해주는데요?] [허허. 참 잘생겨쓰요 우리 홍민준 선수. 보고있는 여성 시청자분들이 아주 좋아하겠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