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222)
222
상대 센터백과 직접 경합을 벌이는 클래식한 공격수와는 달리 펄스 나인의 핵심은 연계와 유인이다.
수시로 미드필더 지역까지 내려가 중원의 숫자 싸움에 도움을 주고, 연계를 원활히하며 그로 인해 상대 센터백을 유인해서 아군이 침투할 수 있는 공간을 창출하는 것이 플레이의 핵심.
상대하는 센터백 입장에서는 자신이 마크해야 할 상대가 번번히 저 아래로 도망가니, 이걸 따라가야 할지 자리를 지켜야할지 헷갈리게 된다.
상대를 마크하기 위해 따라가면 빈 공간이 생겨 적의 침투에 취약해지고, 그렇다고 자리를 지키자니 아군이 미드필더 지역에서 숫적 열세에 처해 점유율이 떨어져 계속 공세에 시달리는데다 마크맨없이 자유로운 공격수가 프리로 놓이게 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펄스 나인이 제 역할을 할 경우.
어중간한 선수가 이 역할을 맡을 경우 죽도 밥도 안 된다.
위협적인 선수가 움직여야 따라갈지, 자리를 지킬지 딜레마에 빠지지 별것도 아닌 녀석이 망둥이처럼 이리저리 날뛰어봐야 비웃음만 당하는 법.
즉, 상대 센터백으로 하여금 가만히 놔두면 안 되겠다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들어야 딜레마에 빠뜨리든 유인을 하든 할 수 있는거다.
그런 의미에서 방금의 내 터닝슛은 비록 골로 연결되진 않았어도 충분한 역할을 해냈다.
바로 리버풀의 센터백 듀오가 화들짝 놀랄 정도로 경각심을 가지게 만들었으니까.
“젠장! 또! 아담, 따라가!!”
수비 리딩을 맡은 루치아노 살베의 외침에 스콧 아담이 가뜩이나 험악한 인상을 구기며 달려든다. 그러나 아래로 내려와 공을 받아준 나는 원터치로 다시 리턴 패스를 건네고 유유히 자리를 이탈하니, 녀석은 괜히 애꿎은 잔디만 걷어차며 자리로 돌아가야 했다.
‘좋아. 슬슬 시작할까.’
첫 슛팅으로 포문을 열었지만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리버풀은 강렬한 전방 압박이 전통인 팀.
그 전통을 도입한 전설적인 명감독 위르겐 클롭이 도르트문트 시절 보여주었던 밑도 끝도 없는 무한 압박인 게겐프레싱보다야 강도가 훨씬 낮다지만 그럼에도 EPL에서 가장 전방 압박이 강한 팀 중 하나가 리버풀이다.
그리고 이에 맞선 뉴캐슬 역시 활동량으론 어디에도 뒤쳐지지 않는 팀이고.
스타팅 라인업의 평균 연령이 EPL에서 가장 낮은 젊은 팀답게 뉴캐슬은 많은 활동량을 기반으로 적극적인 압박에 나서는 팀이다.
리버풀의 게겐프레싱 기반의 압박과는 결이 다르지만, 어쨌든 두 팀 모두 강력한 운동량을 바탕으로 하는 팀들답게 경기 템포가 어마어마하게 빨랐다.
순식간에 중원에서 후방, 후방에서 측면,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는 공.
그리고 동네 축구마냥 공을 따라 우르르 움직이는 선수들.
동네 축구와 다른 점이라면 무질서가 아닌 전술적 움직임에 따른다는 것 뿐.
하지만 역시 정면으로 맞붙기엔 리버풀의 전력이 막강했다.
우리 팀이 기세를 탄데다 리버풀이 풀전력이 아니었음에도 시간이 흐를수록 우세를 잡아가는건 상대팀.
그리고 내가 본격적으로 중원 싸움에 가담한 건 이때부터였다.
“이쪽! 패스해!”
한 번의 터닝슛 이후 최전방에 위치하다 간간히 중원 싸움에 가담하던 내가 아예 미드필더라도 된 듯 중원에 합류하니 순식간에 점유율이 치솟는다.
우리나 리버풀이나 기본적으로 중원에 3명의 미드필더를 둔 구성은 같다.
여기에 인버티드 윙백으로 구성된 양 쪽 측면 수비수가 중원 싸움에 가담하니 이것만해도 양 측 합해 10명.
간간히 가담하는 측면 공격수까지 포함하면 과포화 상태인 중원에 나 하나 추가된다고 얼마나 달라질까 싶어도, 말도 안 되는 볼키핑 능력과 탈압박 능력을 지닌 선수 한 명은 단순한 숫자 1명 이상의 위력을 발휘하기 마련이다.
“Bullshit!! 뭐 저런 새끼가 다 있어!!”
공을 받자마자 달려든 리버풀 선수를 등지고 요리조리 공을 굴려대자 또다른 녀석이 접근했지만, 2:1 상황에서도 여유롭게 볼을 지키다 다시금 패스를 건네는 내 모습에 여기저기서 욕설이 터져나온다.
“Fucking 아담!! 저 새끼 계속 내려오잖아!! 제대로 마크 안 해!?”
“나보고 어쩌란거야!”
“어쩌긴 씨발, 내려와서 마크하든 다리를 부러뜨리든 하라고!”
“씨발!”
공이 라인 밖으로 나간 스로인 상황.
잠시 경기가 멈추자 리버풀의 미드필더들이 아담을 향해 무어라 쏘아붙인다.
경기가 재개되니 험상궂은 얼굴을 씨벌겋게 물들인 스콧 아담이 콧김을 뿜으며 달려들어온다.
‘됐다.’
안 그래도 강력한 전방 압박으로 라인이 높은 상황.
가뜩이나 양 측면 수비수도 중원 싸움에 가담하는 와중에 스콧 아담마저 날 마크하기 위해 내려오니 텅 빈 뒷공간에 남은 건 루치아노 살베뿐.
그간 어정쩡한 포지셔닝과 불안정한 연계로 팀의 구멍 역할을 하고 있던 조나단 실바에게 손짓을 보냈다.
마침 적절하게 발밑에 연결된 공을 그대로 원터치로 보내며 외친다.
저 녀석이 이번 경기 선발로 나온 유일한 이유.
“Go!!!”
골냄새를 맡는 탁월한 감각,
바로 침투해들어가는 영리한 움직임 때문.
중원에서 곧바로 보낸 내 패스가 순식간에 그라운드를 꿰뚫고 패널티 박스로 향한다.
다급히 몸을 뒤트는 루치아노 살베의 발끝을 아슬아슬하게 지나쳐 내 외침이 터지기 전부터 스프린트를 시작한 조나단 실바의 앞으로.
* * *
『뉴캐슬, 리버풀에 1:0으로 앞서며 전반전 종료!』
사라 맥긴은 재빨리 타이핑을 마치고 기사를 올렸다.
경기 초반 홍민준의 터닝슛에 열광하던 것도 잠시. 중원에서 이루어지던 치열한 접전이 리버풀의 우세로 굳어감에 따라 굳어가던 얼굴은 홍민준이 아래로 내려와 활력을 불어넣으며 다시 방긋 펴졌다.
“확실히 일반적인 공격수 역할은 아니야. 저렇게 빈번히 중원 싸움에 합류하는걸 보면… 펄스 나인인가?”
사라의 예상대로 홍민준은 끊임없이 중원에 개입하며 특유의 키핑력과 탈압박을 바탕으로 순식간에 전세를 뒤집었다.
뛰어난 선수 단 한 명이 얼마나 경기에 영향을 주는지 여실히 드러난 장면에 사라는 정신없이 경기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터진 첫 골.
“꺄아아악!! 조나단, 저 얼빵한 녀석이 골을 넣었어!!”
홍민준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님을 깨달은 리버풀의 센터백 듀오가 다시금 자리를 지키자, 역시나 중원에서 날뛰던 홍민준이 이번엔 달라붙는 선수 하나를 제끼곤 그대로 중거리슛을 때렸다.
골대를 맞고 아슬아슬하게 벗어나는 공.
이후 리버풀은 라인을 내리고 버티기에 들어가며 전반전이 종료됐다.
후반전을 기다리며 사라 맥긴은 정신없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방금 전엔 기사 작성을 위한 타이핑이었다면 이번엔 현장 직관에서 느낀 감동을 팬클럽에 올리기 위한 타이핑이라는게 다를 뿐.
“후후. 실시간으로 봐서 너무 기쁘다고? 바보들. 이런건 직관해야 생생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고. 성주님이 땀 흘리는 모습도. 흐으…”
축축함이 느껴지는 팬티에 사라는 매끈한 각선미가 돋보이는 다리를 이리저리 꼬았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생리현상이야. 그 얼굴, 그 플레이를 보면서 젖지 않을 여자가 어딨겠어.
애써 합리화를 마친 사라의 시선이 다시금 그라운드로 향했다.
[IN — 호세 가야OUT — 조나단 실바]
‘응? 그래도 조나단이 골 넣었는데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네?’
교체되어 들어온 호리호리한 스페인 청년이 그라운드 위에서 이리저리 몸을 틀며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호세 가야.
유소년 육성 중심의 뉴캐슬에서도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뉴캐슬 최고의 유망주.
22살이란 어린 나이에도 벌써 40경기 넘게 출장할 정도로 뉴캐슬에 있어 대체할 수 없는 플레이 메이커.
그리고 사라 맥긴의 최애.
…였다.
홍민준 등장전까지.
이제는 최고의 유망주, 최고의 선수, 대체할 수 없는 에이스, 심지어 사라 맥긴의 최애 자리까지 홀라당 홍민준에게 빼앗기고 말았지만 그럼에도 호세 가야는 뉴캐슬에 없어선 안 될 인재.
‘중앙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는데 호세까지 투입했으니 아예 압도하겠다는건가?’
막 시작된 후반전.
이번에도 홍민준의 활약을 기대하는 사라의 눈에 이상한 장면이 들어왔다.
‘응? 홍은 펄스 나인 역할 아니었나…?’
빌드업에 적극 참여하던 전반전과는 달리 보다 높은 위치에서 머무르던 홍민준을 향한 패스가 이어졌다.
* * *
‘호나우두처럼.’
후반전에 나서기 전 감독님의 주문을 떠올린다.
전반전은 메시처럼. 그리고 후반전은 호나우두처럼.
전반전의 난 메시처럼 플레이하기 위해 노력했다. 고작 며칠의 훈련으로 메시와 같아지기엔 무리였고, 실제로 난 메시가 아닌 ‘홍민준’스러운 펄스 나인을 선보였다.
하지만 호나우두라면… 훨씬 비슷하게 따라할 수 있지.
호나우두.
브라질의 전설적인 스트라이커.
183cm의 단단한 체격을 지닌 선수가 카카만큼 빠르게 달리고, 호나우지뉴처럼 테크니컬하며, 마라도나같이 저돌적인 드리블을 하는데다 반 바스텐처럼 정확한 슈팅까지 날린다던 바로 그 선수.
마치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스트라이커’의 완벽한 모습을 보여준, 유일한 단점이라곤 제공권 뿐이라던 호나우두는 마치 또다른 내 모습같다.
비슷한 체격, 비슷한 장점, 비슷한 단점.
나 역시 183cm에 가까운 신장에 엄청난 스피드와 입이 떡 벌어지는 개인기를 이용한 드리블 돌파, 정확한 슛팅 능력을 지녔다. 여기에 제공권이 약하다는 공통점까지.
물론 전성기 호나우두를 뛰어넘었다기엔 아직 부족하다.
몸싸움 능력도, 개인기도, 속도도 아직은 조금씩 부족하겠지.
하지만, 언론에서 마치 ‘호나우두’가 재림한 것 같다고 떠드는 것처럼 지금의 나는 정말 호나우도와 비슷한 유형… 아니, 유형을 넘어 전성기 직전의 호나우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터.
그러니까 호나우도가 전성기에 진입하기 직전 보여주던 그 파괴적인 퍼포먼스를 나도 보여줄 수 있다는거지.
지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