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225)
225
9월 2일 일요일에 있었던 리버풀과의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 대승은 나에게나 팀에게나 무척 인상깊은 승리였지만, 밖에서 누가 뭐라고 떠들든 우리는 승리의 달콤함에 취해있을 시간이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9월 12일 수요일에 열리는 다음 경기는 전 세계의 수많은 축구 선수가 고대하고 염원하는 그 무대, 바로 챔피언스 리그니까.
비록 조별예산이라지만 챔스는 챔스다.
지난 8월 27일.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풀럼과의 경기가 끝난 직후, 프랑스 리옹에서 2035~2036 UEFA 챔피언스리그 조 추첨식이 열렸다.
뉴캐슬은 지난 시즌 가까스로 4위를 지켜내며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했는데, 이는 마지막으로 진출했던 02/03 시즌 이후 무려 33년만의 복귀.
사우디 아라비아의 국영펀드가 인수했을 때도 유로파 리그 진출까진 해냈지만 끝내 챔피언스 리그의 벽을 넘지 못하다가 2부까지 미끄러졌던 뉴캐슬 입장에선 그야말로 상전벽해나 다름없는 감격적인 순간이었겠지.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연히 구단의 모든 관심은 챔피언스 리그 경기로 쏠렸고, 9월 2일 치뤄졌던 리버풀전 이후 조별예선 첫경기가 있는 9월 12일까지 무려 10일이란 시간을 알뜰살뜰 활용하고 싶었을거다.
그러나 그 소중한 10일이란 시간은—
‘당신의 소중한 10일, A매치로 대체되었다.’
국가대표 차출로 사라졌다.
* * *
나는 리버풀전이 끝나자마자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9월부터 시작되는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월드컵 4강 신화도 어느덧 2개월이 지났다.
16강 진출을 목표로 삼았던 팀이 4강 진출을 이뤄냈으니 그 감격이 오죽할까.
그래서인지 그간 국가대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야~ 이게 누구야. 무려 프리미어 리그의 정복자 홍민준씨 아니세요?”
“네 제가 바로 그 홍민준입니다. 싸인해드릴까요?”
“그래 10개… 아니, 100개 해놓고 가라. 니 싸인볼 인터넷에 올리면 얼마까지 받나 좀 보자.”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나도 꽤 서둘렀다고 생각했는데 나보다 일찍 도착해있던 익숙한 얼굴들.
“야 시바. 나 이적하길 잘했다. 레스터에서 계속 있었으면 이새끼한테 탈탈 털렸을거 아니냐? 와~ 선배 체면 박살날뻔 했네.”
“넌 어째 볼때마다 얼굴이 더 야리꼬롬해지냐. 존나 부럽게시리.”
“얘들아 너무 반갑다. 우리 4강 신화의 주역이 다시 이렇게 모두 한 자리에 모이니, 그날의 감동이 또 샘솟지 않니?”
“…주장은 왜 저래? 못 본새 뭐 잘못먹었어?”
…음.
너무 익숙한 얼굴들이네.
어차피 합류하면 알거라 생각하고 차출 명단을 살펴보지 않아서 몰랐는데… 선수 구성이 4강 진출 맴버 그대로다.
진짜 단 한 명도 바뀌지 않고.
“아니 주장. 주장은 월드컵 끝나면 국대 은퇴할거라면서요?”
“할거야. 할건데… 지금은 좀 그렇잖냐.”
“지금이 어떤데요?”
“몰라서 물어?”
멀뚱히 쳐다보니 주장이 그럼 그렇지 고개를 끄덕인다.
“마! 지금 다음 월드컵 대비한다고 해외에서 월클 감독 데려오려고 축협이 난리잖냐. 그래서 이번 소집도 임시 감독 체제로 어영부영 넘어간거고. 근데 이럴때 은퇴하면 가오가 사냐 안 사냐. 응? 내가 그래도 4강 신화 주장인데 성대한 은퇴식에 헹가래도 좀 받고. 으잉?”
그러고보니 국내 뉴스 훑어보면서 본 기억이 난다.
예상치 못한 월드컵 선전에 미래 그룹 회장이 감동했다고.
미래 그룹.
한국 축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으로 사실상 한국축구협회의 오너이자 한국 축구계를 지탱하는 가장 큰 축이라 할 수 있다.
재정적으로 자립이 불가능한 K리그 상황상, 무려 2개의 구단을 운영하며 K리그의 물주 노릇을 하는데다 축협에도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것이 미래 그룹이다.
뭐, 그로 인한 단점도 많지만 그래도 미래 그룹 아니었으면 국내 축구는 고사했을지도 모른다고 하니까.
여튼 축구 커뮤니티에서 본 썰로는 회장 할배가 그간 헛돈 쓴다고 생각했던 축구에 대한 투자가 월드컵 4강으로 돌아오자 기뻐서 방방 뛰었단다.
그래서인지 다음 월드컵을 맡길 감독은 해외에서 월클급으로 모셔온다고.
뭐, 기사 뜬거 보면 ‘이런 감독이 한국에 온다고!?’ 싶은 네임벨류 높은 감독들과 끊임없이 찌라시 링크가 연결되는게 정말 진지하게 도전 중인 것 같다.
중요한건 찌라시만 무수할 뿐, 정작 국대 소집일까지 감독을 정하지 못했다는거지.
그래서 지금 국가대표는 임시 감독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
“그래서 임시 감독님은요?”
“아직 안 오셨나본데. 소집일은 내일까지니까 어련히 오시겠지 뭐.”
A매치를 앞뒀다고 보기 힘들 정도로 느슨한 분위기.
하지만 뭐라하기도 그렇다.
이번에 치룰 경기는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왜 1차 예선이 아니냐면, 1차 예선은 아시아 지역의 총 46개 FIFA 회원국 중 랭킹이 가장 낮은 하위 12개국만 참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중 상위 50%, 6개국이 2차 예선에 참가하는 것.
나머지 34개국? 뭐, 당연히 2차 예선에 자동 진출이지.
그리고 우리가 치룰 2차 예선은 34개국과 1차 예선을 통과한 6개국, 총 40개국이 5국가씩 한 조를 이뤄 총 8개 조를 편성한다.
한국이야 아시아에서 1티어 국가니 당연히 탑 시드에 속하며, 탑 시드에는 일본, 호주, 이란 같은 팀이 속해있다.
하나 아쉬운 점은 같은 탑 시드지만 피파 랭킹이 높은순으로 순번이 배정되는데 한국은 3번. 뭐, 좋아. 한국이 3번인 건 좋은데… 1번이 일본이요, 2번이 이란이다.
이건 못 참지.
“햐~ 일본 새끼들 나한테 개발리는데 왜 아시아 랭킹 1위지.”
“그야 너 국대 데뷔하기전까진 우리가 개발렸으니까 그렇지.”
“하. 선배님들! 진짜 저 없었으면 어쩔뻔했— 꽥!”
아시아 2차 예선, 한국은 이라크, 태국, 아프가니스탄, 홍콩과 C조로 편성됐다.
솔직히 우리 입장에서 이라크니 태국이니 아프가니스탄이니 홍콩이니 눈에 들어오겠는가.
고작 2개월전에 월드컵에서 무수한 강팀을 꺾고 4강에 올랐는데, 그 기억과 감동이 아직도 생생한데 아시아 탑 티어도 아니고 하위 티어 팀들과의 경기라니.
4강 맴버 그대로 모인 이번 국대 맴버 입장에선 긴장이라곤 조막만큼도 들지 않는 경기다.
옛말에 사자는 토끼를 잡을때도 최선을 다한다는데… 아무리 그래도 저 팀들을 상대로 긴장이라… 그나마, 진짜 그나마 이라크 정도를 제외하면 승패가 아니라 얼마나 다득점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할 수준이다.
2차 예선 한국의 목표는 전승.
그리고 홈에서 열린 첫경기, 당연하다는 듯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9:0 대승을 거두었다.
나는 후반전에 교체 출전해 30분만 뛰고도 2골 2도움을 올리며 압도적인 실력 격차를 선보였고, 대패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 선수들은 외려 나와 경기한게 영광이라는 듯 굴어서 좀 당황스러웠다.
솔직히 경기보다 영국에서 한국을 오가는 것과 날 보겠다고 몰려든 팬들 상대하는게 힘들었지 경기야 뭐.
며칠 뒤 열린 이라크와의 두번째 경기 역시 65분 가량만 뛰고도 3골을 넣으며 6:1 대승에 기여했다.
경기 시작 직후 아예 공격할 생각이 없다는 듯 죄다 자기 진영에 틀어박힌걸로도 모자라 툭하면 쓰러지며 경기를 멈추는 침대 축구를 구사하는 바람에 애를 먹긴 했다.
아무리 나라도 빽빽히 몰려있는 상대와 닿지도 않고 드리블을 칠 순 없는 노릇.
프리미어리그의 빡 쌘 경합에 익숙해져 있는지라 좀 강하게 어깨 싸움을 걸긴 했지만, 그렇다고 벌러덩벌러덩 넘어가는 건 좀 아니지.
그렇게 템포를 끊어대는 이라크의 침대 축구는 확실히 효과는 있어서 초반 20분까진 0:0 상황이 지속됐다.
하지만 무실점으로 틀어막다보니 공격 생각이 났는지 슬금슬금 역습을 해대는 이라크의 오만은 곧장 진행된 역습에서 내가 단독 드리블로 5명을 돌파하며 골을 넣자 그대로 무너졌다.
일단 실점하자 급해진 이라크가 전원 수비를 풀고 공격에 나서자 공간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걸로 끝이었다.
이후 연달아 골을 기록하며 대승, 이라크를 침몰시켰다.
국가대표 일정이 끝나고 각각 하린이와 다예네 부모님을 뵙고 인사드리며 호감작을 무사히 마치고 영국행 비행기에 오를 무렵.
‘쓰읍. 뭔가 느낌이 쌔하네.’
사람의 육감이란 얼마나 대단한가!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고, 영국에 내리자마자 어마어마한 인파가 기다리고 있었다.
‘하아. 이게 슈퍼스타의 인기란건가. 피곤하군 피곤해. 너무 인기가 많아도 힘들어.’
그래도 날 기다려준 팬들에게, 특히 예쁜 여자들에게, 실망을 줄수야 없는 법.
당황하며 날 막는 공항 경찰들을 밀치고 나와 매력적인 웃음을 머금고 손을 흔드는데—
퍽!!
뭔가 날아왔다.
무언가 가슴팍에서 터지는 느낌에 내려다보니… 날계란? 근데 냄새가 왜… 우웩! 썩은 계란이잖아!
“아니, 이게 뭔…”
“배신자!!”
“오빠 아니죠?! 오빠가 그럴리없죠! 그쵸!!”
“우우우!!”
뭘까.
무슨 상황일까.
생각하고말것도 없었다.
저 앞, 눈물범벅의 여자가 들고 있는 커다란 피켓에 이렇게 쓰여있었으니까.
우린 바람둥이를 원하지 않는다!!
거짓말이라고 해명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