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227)
227
뉴캐슬은 스페인 라 리가의 에스파뇰, 체코 1. 체스카 포트발로바 리가의 빅토리아 폴젠 그리고 튀르키예 쉬페르리그의 트라브존스포르와 함께 챔피언스 리그 조별 리그 C조에 배정됐다.
스페인팀 에스파뇰이야 그렇다쳐도 체코와 튀르키예는 잉글랜드 북부에 위치한 뉴캐슬에겐 먼, 장거리 원정이라 상대 전력이 어떻든 꽤나 부담스러운 상대가 아닐 수 없다.
본선이 아닌 조별 리그라지만 무려 33년만에 챔피언스 리그에 복귀한 뉴캐슬의 첫 경기 상대는 트라브존스포르.
바로 튀르키에 원정이었다.
하필 첫경기부터 가장 먼 곳에서 원정 경기냐.
뉴캐슬 선수단은 경기를 하루 앞둔 11일 늦은 점심 무렵 트라브존에 도착했다.
명색이 챔피언스 리그 경기건만 정작 준비라곤 오후에 잠깐 한 회복 훈련 겸 최종점검 1시간 반 뿐. 나머지는 전력분석과 영상분석으로 대체됐다.
EPL의 가혹한 일정에 대한 악명이야 익히 들었지만… 역시 대단하다 EPL!
왜 수많은 감독과 선수가 일정에 불만을 표했는지, 데뷔한지 이게 겨우 한 달된 나조차 이해가 갈 정도라니. 이게 맞냐.
일정에 대한 불만이야 어쨌든, 다음날 우리는 경기가 열리는 트라브존스포르의 홈구장 셰놀 귀네슈 스타디움Şenol Güneş Stadyumu으로 향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다 싶었더니, 그 사람이 맞았다.
트라브존스포르의 레전드 선수이자 감독.
더불어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터키 대표팀을 이끌며 3,4위전에서 한국을 꺾고 3위에 올린 감독이자 FC 서울에서 10대였던 기성용과 이청용을 주전으로 쓴 바로 그 감독. 한때 한국 국대를 맡고 싶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다녔던 그 감독.
바로 셰놀 귀녜슈.
그 감독님의 친정팀이 여기란다. 세상 참 좁군.
트라브존스포르Trabzonspor.
튀르키예 쉬페르리그 소속으로 흑해의 폭풍Karadeniz Fırtınası이란 애칭처럼 흑해 연안에 위치한 트라브존을 연고지로 삼은 구단이다.
장거리 원정이란 명칭답게 튀르키예에서도 동쪽 끄트머리에 위치한 곳으로 사실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동부를 제외하면 UEFA 소속 팀 중 가장 먼 원정거리를 자랑하는 변방 중의 변방이라 할 수 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뛸 때, 유로파 무대에서 갈라타사라이를 상대했던 경험을 떠올려보면 확실히 원정에 대한 부담과 극성인 서포터즈로 인해 쉽지 않은 경기를 치뤘다.
그때 갈라타사라이를 분석하며 얻은 기억으론 쉬페르리그는 이스탄불을 연고지로 삼은 3개 팀이 다 해먹는 리그였다. 그게 어느 정도냐면 리그 역사에서 이스탄불을 연고지로 삼지 않은 팀이 우승한 건 트라브존스포르와 부르사스포르 단 두팀 뿐이란다.
그것도 부르사스포르는 한 번 뿐이고 그나마 트라브존스포르가 8회로 좀 되지만 그 중 6번은 전성기였던 70년대 중반부터 80년대 중반에 몰려있다고.
이렇게 이스탄불권 팀이 압도적인 리그에서 비 이스탄불권 팀이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했다?
이거 별로 좋지 않다.
가끔 등장하곤 하는 돌풍의 팀은 객관적인 분석 자료로 파악하기 어려운 저력을 보여주곤 하니까.
가까이는 내가 뛰던 프랑크푸르트가 그렇고, 멀리는 뜬금없이 종종 등장해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팀들도 그렇다.
뭔가 객관적으로 우승권이 아님에도 감독의 역량이 어마무시하다거나, 선수들의 동기부여가 미친 수준이거나 정신체로 연결된 것마냥 내적 결합도가 상상 이상이라 이해할 수 없는 저력을 뿜어내는 경우들.
객관적인 전력를 고려하면 쉬워야 할 경기지만 스포츠란 언제나 합리적으로 굴러가지 않는 법이니, 냉정한 숫자와 차가운 데이터만으로 결과가 정해진다면 사람들이 왜 스포츠에 열광하고 빠지겠는가.
약팀이 강팀을 잡고, 뜬금없는 팀이 돌풍을 일으키기도 하는 동화 같은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전력상 강팀이 항상 이기면 대체 스포츠가 무슨 재미가 있을까.
문제는 우리가 상대할 팀이 그런 팀이면… 좀 곤란해지는데.
* * *
‘이런 씨발. 나쁜 예감은 왜 항상 틀리지 않는거냐.’
전반전의 우리 팀은 그야말로 눈이 썩는, 속칭 눈썩 경기력을 선보였다. 가히 올 시즌 최악의 퍼포먼스.
아직 일부, 그것도 극히 적은 수에 불과하지만 뉴캐슬이 조심스럽게나마 ‘리그 우승 후보’로 꼽히는 이유가 뭔가.
리그 5연승? 현 시점 리그 1위?
물론 그것도 고려됐겠지만, 중요한 건 고작 1개월의 결과가 아니다.
마라톤이라 할 수 있는 리그에서 이제 고작 5경기다. 그것도 우승 후보권 팀과 맞붙은 건 리버풀뿐.
그럼에도 뉴캐슬을 우승 후보로 봐야한다는 말이 나오는 건 그 뛰어난 경기력 때문이었다.
비슷한 전력이라 예상되던 중하위권 팀들과의 경기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경기력.
그리고 유력한 우승 후보 리버풀을 상대로 보여준 밀리지 않는 뛰어난 경기력.
이것이 뉴캐슬을 고평가하는 근원이었는데, 오늘 경기력은 아무리 좋게 봐도 결코 우승권 팀이라 할 수 없다.
그나마도 내 고군분투 덕분에 간신히 1실점으로 틀어막았지, 내 활약이 아니었으면 대량 실점을 당해도 이상치 않을 그런 쓰레기 같은 퍼포먼스 말이다.
“정신차려! 다들 어디다 정신팔고 경기하는거야!! 집중, 집중해!!”
감독님이 열정적으로 후반전 전술을 설명하지만 글쎄… 이게 도움이 될까.
지금 문제는 느슨함이나 집중력 부족 같은게 아니다.
컨디션 관리 실패지.
새삼 깨닫지만 뉴캐슬은 EPL에서 평균 연령이 가장 어린 팀이다.
1군 선수단 평균도 그렇고 베스트 11 평균도 가장 낮다.
게다가 한동안 2부에 처박혀 허우적거리다 간신히 1부에 올라오고도 작년을 제외하면 강등권에서 사투를 벌이던 팀답게 클럽대항전 경험이 전무하다.
선수단에서 챔피언스 리그 경험이 있는 건 주장 바움 요한 뿐.
심지어 유로파나 컨퍼러스 리그 경험이라도 있는 건 날 포함해 겨우 2명에 불과했다.
지난 시즌엔 일찌감치 모든 컵 대회에서 탈락하고 리그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었기에 컨디션 관리에 큰 어려움이 없었겠지.
아무리 일정 가혹하기로 유명한 EPL이라도 클럽대항전과 컵 대회 다 빼고 리그만 뛰면 가혹하지도 않다. 기껏해야 일주일에 1경기 꼴일테니까.
여기에 지난 시즌 선전으로 국가대표에 승선한 선수들도 나오니, 리그에 국대 그리고 챔스까지 이어지는 연전에 경험적은 선수들은 당연히 컨디션 관리에 실패할 수 밖에 없지.
아무리 재능과 실력이 뛰어나도 가혹한 일정에서 컨디션을 유지하는 건 다른 문제다.
이건 실력을 떠나 경험이 필요한 부분이다. 구단에게나 선수에게나.
빡빡한 일정이 당연한 명문 구단이라면 누적된 경험을 통해 팀 차원에서의 관리가 있었겠지.
시스템이나 코칭 스탭이 어린 선수에게 조언해주고, 관리해주었겠지만 뉴캐슬에겐 그런 경험도, 시스템도 없다.
감독과 코칭 스탭조차 제 코가 석자인 상황.
그나마 경험이 있다는 주장 바움 요한조차 챔피언스 리그 조별 리그 맛만 봤던 수준이니, 결국 경험 부족으로 인한 컨디션 관리의 실패다.
선수들은 지금 대충 뛰는게 아니다. 정신 상태가 헤이한 것도 아니다.
그저, 단지, 평소보다 무거운 몸이 생각하는 것보다 반응이 느린 것 뿐.
그러니까… 이건 최선을 다한다고, 정신력을 다잡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거다.
경험이 부족할 뿐 능력이 없는 건 아닌 감독님도 뒤늦게 이것을 깨달은 듯 찹착한 얼굴로 입술만 깨문다.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무슨 말을 더할까. 몸이 마음대로 안 움직이는건데.
조용해진 라커룸.
선제골로 앞서가는 팀의 선전에 열광적인 응원을 보내는 트라브존스포르 서포터즈의 함성만이 은은하게 들려오는 라커룸에서 누군가 입을 연 건 그때였다.
“내가 어떻게든 골을 넣을거야.”
낮지만 또렷한 매력적인 허스키 보이스.
“자기가 맡은 플레이에 집중해. 자기 역할에만 집중해. 다른 생각하지 말고, 오직 자기가 할, 맡은, 해야할 플레이에만 전념해. 그러면 내가 골을 넣어줄테니까.”
그래. 맞는 말이다.
컨디션 난조일 땐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 할 수 있는, 자신이 맡은, 최소한 해야할 플레이에만 집중해야 한다.
“데뷔전이야. 챔피언스 리그에서의 첫경기라고. 우리 모두의 데뷔전을 이렇게 끝내고 싶어? 난 아니야. 난 데뷔전에서 지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날 믿어. 스스로를 못 믿어도, 날 믿고 뛰어. 내가 어떻게든 승리로 이끌어줄테니까.”
얼굴이 따갑다.
감독님부터 코치들 그리고 선수단 모두가 내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선수들의 컨디션 난조에는 내 스캔들로 인한 영향도 없진 않을텐데, 내가 이런 말을 해도 되나.
따가운 시선이 마치 비난하는 것 같아 뒤늦게 입을 다물자,
“민준… 네가 가장 힘들텐데… 미안, 우리가 도움이 되지 못해서. 그래도 나… 이번 경기 꼭 이기고 싶어.”
“맞아. 민준이 말한것처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 그리고… 미안하지만 나머진 민준, 너에게 맡길게. 부탁해.”
“그러고보니 전반전에 가장 잘했던 것도 민준이잖아. 국가대표도 우리보다 멀리 갔다왔을텐데… 대단하구나 민준은.”
“그래! 민준만 믿고 다시 힘내보자! 민준이라면 3골, 4골도 넣을 수 있을거야. 그치?”
음… 아무리 그래도 3~4골은 힘들지도…
“그럼. 나만 믿어. 나만 믿으면 이길 수 있다.”
그러나 허세 가득한 내 주둥이가 멋대로 말을 토해냈고, 곧 내 중2력 가득한 선언에 모두가 ‘오오…!’ 감탄을 토해냈다.
“가자! 리버풀도 이긴 우리가 이렇게 무력하게 지는게 말이 돼!?”
“민준! 널 믿어! 우리 꼭 이기자!!”
…에라 모르겠다.
“음. 우리 모두의 데뷔전이다. 내가 기필코 승리로 이끌어주마.”
부끄러운 건 나뿐인가.
의욕적으로 함성을 내지르는 선수들 사이, 마침 내 옆에 앉아있던 주장이 조심스레 중얼거린다.
“…난 처음 아닌데. 챔스 뛰어봤는데.”
그리고 후반전.
우리는 귀신같은 반전을 이끌어내며 역전승에 성공했다.
귀국하는 비행기 안은 이렇게 분위기가 좋을 수 없었다.
그리고 영국에 도착했을 때.
“아, 맞다.”
여전한 영국 상황을 보며 깨달았다.
내 스캔들은 아직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