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23)
023
똑 떨어지는 단발에 옅은 화장기 그리고 섹시함이 느껴지는 농밀한 향수까지.
거기에 캐쥬얼 한 정장이 더해지니 누가봐도 매력적인 성인 여성이란 느낌을 주는 커리어우먼은 또각또각 구두 소리와 함께 테이블 위에 한 입 베어 문 사과 로고의 노트북과 소형 녹음기를 올려두고는 손을 내민다.
“많이 기다리셨죠? 늦어서 죄송해요. 전 우먼 파워 매거진 에디터 강수연이라고 합니다.”
“아, 예. 안녕하세요.”
순식간에 코속을 훅 파고드는 농밀한 향수가… 오우야 이게 어른의 향기?
예쁜 여자는 많이 봤지만 ‘성인 여성’의 느낌을 주는 이런 커리어우먼은 또 처음인데.
내성이 없어서 그런지 악수하는데 가슴이 두근두근거린다.
헤으응… 나 커리어우먼 취향인가봐.
생글생글 웃어주는 기자 누나와 유난히 길게 느껴진 악수를 마치고, 옆으로 손을 뻗는데… 선배 누나의 상태가 뭔가 이상했다.
“……? 저기요?”
“우먼 파워…? 강수연…?”
“그런데요. 무슨 문제라도?”
멍하니 중얼거리던 선배 누나가 핫,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손을 내민다.
악수를 하는데 선배 누나의 표정이 어째 영… 떨떠름하네.
그나저나 우먼 파워… 우먼 파워… 어디서 들어 본… 아!
“지난 번 그 기자님!”
“맞아요. 기억하고 계시네요. 다행이다아.”
우아한 손동작으로 입을 가리며 쿡쿡 웃는 기자 눈나는 지난 성실대와의 경기 때 특유의 대포 카메라로 사진을 왕창 찍어갔던 그 기자님이었다.
와~ 역시 여자는 꾸미기 나름이라더니. 물론 그때도 예뻤지만 그땐 그냥 예쁜 누나였다면 지금은 뭔가뭔가… 헤으응, 볼록 솟은 흰 와이셔츠 넘모 좋고.
“와~ 몰라볼 뻔 했어요 기자님.”
“어머나. 왜요?”
“너무 예뻐지셔서 깜짝 놀랐잖아요.”
“아. 그럼 그날은 별로였단거네요?”
“아뇨아뇨! 그날도 예뻤는데 더 예뻐졌다는 뜻이죠.”
“농담이에요. 사실 제가 그날은 화장을 안 해서… 오늘이랑은 다르죠?”
살풋 입을 가리며 호호 웃는데… 와캬파~ 이게 성인 여자의 능숙함!?
매력이 마구마구~~!!
“흐응. 우먼 파워 매거진 기자님이구나아.”
…뭐지?
기자 눈나와 화기애애하게 하하호호하고 있는데 왠지 옆에 앉은 선배 누나의 심기가 영 마땅찮아보인다.
“아, 네. 우먼 파워 매거진의 에디터 강수연이라고 합니다. 여기 명함…”
묘하게 껄렁한 태도로 명함을 받아든 선배 누나가 그제야 이름을 알려준다.
“테니스 선수 윤희연이에요.”
윤혁 선배 누나 이름이 윤희연이었구나아. 이름도 예쁘다.
옆에서 헤헤웃고 있는데 정작 두 사람 분위기가 심상치않다.
“반갑습니다, 윤희연 선수. 너무 예쁘시네요.”
“감사.”
“…….”
“저 모르세요?”
“아, 네? 아… 죄송해요. 제가 테니스쪽은 잘….”
“하앙. 뭐… 그러시구나.”
“…….”
뭐냐 이 분위기.
싸늘하게 얼어붙은 분위기에서 시작된 인터뷰.
기자 누나는 희연 누나의 까칠한 태도에 심기가 상한 듯 나에게는 화사한 목소리로 질문하면서 희연 누나에게는 묘하게 굳은 목소리다.
“그럼 윤희연 선수는 좋아하는 브랜드가 어떻게 되세요?”
“저는 바볼랏Babolat만 써요.”
“바, 바볼랏이요?”
눈을 깜박이던 기자 누나가 다시 물었다.
“더 일반적인 브랜드가 있을까요?”
“윌슨Wilson도 나쁘진 않죠.”
“아… 독자분들도 아는, 더 보편적인 브랜드는 없나요? 예를들면 샤넬이나 루이비통이나 디올 같은거요.”
“지금 뭔 말이에요? 테니스 용품 브랜드 말하고 있는데.”
“네? 용품이요?
“네, 용품. 정확히는 라켓이요.”
어리둥절 한 표정의 기자 누나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의 희연 누나의 시선이 마주친다.
“지금 선수 인터뷰하러 온 거 맞죠?”
“그럼요. 맞죠.”
“근데 무슨 질문이… 하… 이럴 줄 알았어.”
혀를 찬 희연 누나가 팔짱을 끼고는 소파에 푹 몸을 묻으니, 그 무례한 태도에 기자 누나의 눈썹 끝이 미미하게 떨린다.
‘와. 분위기 죽이네.’
진짜 가시방석이 따로없다.
집에 가고싶어.
“그럼 민준 선수한테 물어도 될까요?”
“아, 넵! 맘껏 물어보세요!”
이후, 기자 누나는 일방적으로 나하고만 인터뷰를 진행했다.
희연 누나는 뚱하니 소파에 몸을 파묻고 있고.
살아오면서 이렇게 좌불안석의 자리가 또 있었던가.
아침에 먹었던 쉐이크가 올라올 것 같아.
“어쩜. 그럼 민준 선수는 아예 술을 마시지 않는군요.”
“그쵸. 지금까지 안 마셨고, 앞으로도 은퇴할때까진 안 마시려고요.”
“와… 대단하네요. 제가 마시자고해도 안 되는걸까요?”
“네?”
“장난이에요. 호호. 그럼 민준 선수가 좋아하는 음식은 뭘까요?”
“딱히 가리는 건 없어요. 한식은 다 좋아하고, 양식도 다 좋아하고… 비린내가 심한 해산물은 좀.”
근데 인터뷰 내용이 뭔가 좀 그래.
나름 축구 선수 인터뷰인데 어째 물어보는게 죄다 좋아하는 음식, 음악 취향, 취미와 특기, 쉬는 날 뭘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어떤 옷차림을 선호하는지 같은 시시껄렁 한 신변잡기다.
난생 처음하는 인터뷰라 성심성의껏 대답하고는 있지만 이건 아닌데 싶은 생각이 스물스물 올라오던 차,
“저기요.”
남 일이라는 듯 소파에 몸을 파묻고 손톱을 다듬던 희연 누나가 불쑥 입을 열었다.
“네?”
“솔직히 말해봐요. 그쪽, 조사 하나도 안 해왔죠?”
“…조사라뇨?”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희연 누나가 손을 내민다.
“듣다보니 얘 나온 지난 달 잡지 반응이 좋아서 후속 인터뷰하는거 같은데. 그럼 한 번 줘봐요. 지난 번 인터뷰 어떻게 나왔나 좀 보게.”
“지, 지난 호요?”
왠지 당황한 기자 누나는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더니 이내 폭, 한숨을 내쉬며 들고왔던 가방을 뒤적여 잡지 하나를 꺼냈다.
“여, 여기요오….”
묘하게 시선을 피하며 잡지를 건네는 기자 누나.
오. 표지부터 알록달록 한 것이 아주 블링블링하군! 과연 여성 잡지!
“…….”
“흠. 보기 좋네.”
표지에는 당당한 포즈의 서양 남자가 그윽한 눈빛을 보내오고 있었다.
빤스만 입은채로.
인터뷰 시작하고 희연 누나 웃는거 처음봤네.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아.
희연 누나가 팔랑팔랑 잡지를 한 장, 한 장 넘길때마다 차마 쳐다보기 무서운 광경이 펼쳐진다.
크아아아악!! 내 눈! 마이 아이!!
눈이 썩어들어간다아앗!!
헐벗은 근육질의 서양 남자 정도는… 괜찮아.
썩 기분이 좋진 않지만 그래도 잘생기고 몸좋은 남자들의 헐벗은 사진 정도야 그러려니 넘길 수 있다. 뭐, 멋있기도 하고, 나름 웨이트 의욕도 생기고.
근데… 근데 대체 왜!!
더럽게 못생긴데다 뚱뚱하기까지 한 여자들의 헐벗은 사진을 봐야 하냐고!!
정신을 오염시키는 극심한 시각테러에 심신이 피폐해진다아…….
“흐어어… 대체 어딨는거에요.”
“앗 죄송! 잠시만요.”
참다 못 한 내 애원에 기자 누나가 재빨리 페이지를 넘겨준다.
잡지 중간 즈음, 양쪽 페이지 가득 실려있는 내 사진의 향연. 이번엔 다른 의미로 정신이 피폐해지는데요.
“정말 너무너무 잘 나왔죠? 특히 이거, 이 머리 쓸어넘기는거! 이거 완전 A급! 아니 S급 샷이에요!! 경기 직후 살짝 달아오른 뺨이랑 목덜미에 흐르는 땀… 앗, 제, 제가 너무 주책이었네요.”
“아, 아니에요. 네. 좋네요. 하하….”
그래.
내 사진 잘 찍어준거잖아.
어디서 들었는데 원래 잡지사가 자유분방하댔다. 예술가 스타일 뭐 그런거겠지.
“아항~ 역시.”
애써 기자 누나한테 잘 찍었다, 좋다, 고맙다 하고 있을 때.
빤히 잡지를 훑어보던 희연 누나가 묘하게 웃고 있었다.
“고, 고생하셨습니다아.”
인터뷰… 다신 하고 싶지 않아.
없던 위통도 생길 것 같은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인터뷰의 끝이 다가왔다.
빨리 집에가서 디비져야지.
오늘은 여자든 뭐든 다 필요없어.
전후반 풀타임 뛰었을 때보다 더 힘든 건 왤까.
그때 묘하게 안절부절 못하던 기자 누나가 은근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저기, 민준 선수.”
“네?”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저녁이라도… 제가 대접할게요.”
“아.”
저녁이라.
평소라면 이런 예쁜 누나의 에프터 신청을 거부할리 없겠지만 오늘은 아니다. 너무 힘들어. 집에 갈래.
정중히 거절하려는데 불쑥 희연 누나가 끼어들었다.
“오 저녁. 좋지. 가자, 민준아.”
“…네.”
* * *
인터뷰가 끝을 향해 달려갈수록 수연은 초조해졌다.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편집장년은 빨리 인터뷰 잡아오라고, 실패하면 데스크 뺀다고 지랄하기만 하고.
학교는 이상한 사상에 물든 잡지사라는 색안경… 이라기 보단 정확히 파악해서는 까칠하게 나오지.
간신히 학교를 설득하고 나서도 문제였다.
더 이상 페미 코스프레도 하기 싫고, 학교 측에서도 ‘제대로’ 꾸미고 오지 않으면 인터뷰 없다고 했으니 오랜만에 치장을 하는데… 머리를 너무 짧게 자른 탓에 할 수 있는 스타일이 몇 없더라.
그나마 미용사 언니의 추천으로 마음에 안 드는 보브컷을 해야 했고, 화장도 제대로하긴 몇 년만이라 쓸만한 화장품도 없어 있는 걸로 어찌저찌 찍어발라야 했다.
살면서 이렇게 힘들었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열심히해서 성사된 인터뷰 자리인데.
꼽사리로 낀 년이 왠지모르게 삐딱선을 타서 폭발할 뻔 했지만, 그래도 원래 목적인 귀염둥이 얼굴을 보며 간신히 참고 인터뷰를 마칠 수 있었다.
문제는…
‘씨잉… 그 손모양 사진은 대체 어떻게 찍으라는거야.’
그놈의 손모양.
편집장이 신신당부한 그 손모양 사진. 그게 문제다.
그딴 사진을 찍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자신이 한심했지만 어쩌랴. 직장 상사가 까라면 까야하는 것이 직장인의 굴레.
‘저 년만 없으면 어떻게 해보겠는데.’
수연의 시선이 향한 곳엔 소파에 몸을 눕히고 손톱을 다듬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화려한 금발, 운동으로 단련된 보기 좋은 몸매, 20대의 풋풋함이 묻어 나오는 얼굴.
‘짜증나. 페미 따위에 시간 낭비하는게 아니었는데. 나도 20대 떈 잘 나갔는다고! 물론 지금도 20대지만.’
방년 (만)29세.
슬슬 위기감이 밀려오는 나이가되니 자꾸만 잘나가던 과거가 떠오른다.
어딜가나 인기만점이었던 지난날. 그러나 페미 회사에 들어와 페미 코스프레한답시고 짧은 머리, 맨얼굴, 한남타령하고 다니다보니 어느덧 남자와 인연이 없은지 벌써 5년이다.
지난 시간이 너무나 아까워 급격한 현타가 밀려왔지만 일은 끝내야하는 법.
인터뷰가 끝난 후 눈치를 살피던 수연은 마음의 안식처, 미소년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저기, 민준 선수.”
“네?”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저녁이라도… 제가 대접할게요.”
“아.”
말로는 술 안한다지만 이 나이대 애들이 뻔하지.
옆에서 살랑살랑 꼬시면 저도 모르게 한 잔 들이키게 되고, 그렇게 한 잔 넘어가면 끝이다.
보아하니 술도 약할 것 같으니까 조금만 먹이고… 어떻게든 그 손 모양 사진 한 장만… 한 장만 찍는거야.
수연이 콕콕 아려오는 양심을 외써 외면하며 민준을 꼬시는데,
“오 저녁. 좋지. 가자, 민준아.”
눈치도 없이 그 짜증나는 년이 끼어들었다.
아니. 이쪽을보며 히쭉웃는 것이… 일부러 방해하는 것이 분명했다.
‘저 썅년…!!’
이렇게되면 전쟁이다.
지금까진 인터뷰 대상이라 꾹 참았지만, 이제 성인 여자의 힘을 보여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