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231)
231
티나 로트가 진행하는 라이브 토크쇼는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등 28개국에 수출되는 인기 프로답게 굉장한 파급력을 보여주었다.
일회성 화제인 내 어그로를 얼마나 알뜰하게 뽑아먹으려는지 평소엔 하지도 않던 광고까지 마구 살포하더라니 최고 시청자수를 경신했다나 뭐라나.
결과적으로 방송 이후 여론은 확연히 돌아왔다.
그래야지. 내가 이 방송을 위해 얼마나 고생하며 준비했는데.
기존의 건실하기만했던 이미지에서 탈피하여 퇴폐적인 섹시함을 메인으로하되 문어발 연애를 인정하는 자리임을 감안해 너무 튀지 않게 적당히 단정하면서도 치명적인 매력을 어필하는… 에라 씨발. 나도 내가 뭔말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메이크업을 맡은 전문가측의 설명은 이랬다.
하린이와 다예가 전체적인 메이크업을 맡은 전문가라는 사람들과 한참을 쑥덕거리더니 컨셉을 맞춘다나 뭐라나 하루종일 화장을 했다지우고, 수십 벌의 옷을 갈아입고, 별 차이도 없어보이는 머리를 수시로 점검하며 안 그래도 빛나는 외모를 갈고 닦았다.
거기에 어디서나 통용되는 동정심 자극과 공감, 감동을 위한 ‘불우한 어린 시절과 고난, 역경을 극복하고 우뚝 선 인간찬가’ 스토리를 위해 과거를 날조… 아니, 약간의 MSG와 과장을 섞은 인생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복잡다단한 여자관계를 인정하면서도 ‘난 그냥 문란한 새끼들이랑은 달라!’를 표방하기 위한 정제된 연출과 연기까지.
차라리 지옥같은 체력 훈련을 또하는게 낫지, 이 무슨 생고생이란 말인가.
아무리 구단에서 배려해준다지만 당장 며칠 뒤 리그 6라운드 경기가 예정되어 있는데 훈련에 빠질 수도 없고, 훈련은 훈련대로 받고 정규 일정이 끝나면 방송 준비하고… 참 힘들었다.
그래도 방송의 효과는 확실했다.
넘어오고 있던 여론이 순식간에 뒤집혔으니까.
사실 방송전부터 여론은 뒤집히고 있었다.
워낙 정신없이 지나서 그렇지 스캔들이 터진 건 고작 일주일이 채 안 된다.
처음 불을 지핀 건 언론이지만 이걸 키운 건 한류에 물든 일부 극성 팬덤.
서양에 본격적으로 합류가 유행한지도 벌써 10년이 넘은 만큼 한류에 익숙하다 못해 동화된 세대가 나오는 것도 이상치 않은 시간이다.
그래서인지 내 팬덤 중 일부는 축구든 뭐든 관계없이 그저 날 아이돌화시켜서 빨아대곤 했는데, 과연 K-빠순이 문화에 물든 애들답게 악질짓까지 물들어서는 스캔들이 터지나 온갖 호들갑이란 호들갑은 다 떨어댔다.
숫자로 치면 내 팬덤 중 극히 일부지만, 워낙 큰 팬덤이다보니 일부라도 절대적인 숫자로보면 절대 적지 않은 수.
게다가 활동량만큼은 엄청나서 순식간에 인터넷 여론을 잠식해서는 온갖 지랄발광은 다 떨어댔다.
그러다보니 한줌의 의견이 마치 대세 여론처럼 보였고, 언론은 또 좋다고 불씨를 물아오니 또 악질들이 발광하고의 악순환.
그 와중에 한국에서의 폭로전에 이어 올림픽 선수들의 폭로가 터지자 사람들의 관심은 더더욱 쏠리고.
하지만 극성 팬덤이 막강한 화력으로 인터넷 여론을 잠식해도 하루 이틀이지, 다수의 대중이 동조하지 않는데 그게 유지될리 없었다.
애초에 내 팬 중 절반은 축구팬으로 이쪽은 내 스캔들에 흥미 이상의 관심은 없었다. 젊고 실력있는 축구선수의 스캔들은 으레 터지는 연례행사 아닌가?
연결되는 여자의 숫자가 많은데다 올림픽 선수들의 폭로까지 겹치니 그 주목도가 높았을 뿐, 적어도 어딘가의 레전드처럼 장모님을 따먹었거나, 섹파를 동생 아내로 만들어 따먹었거나, 동료의 아내를 따먹었거나, 미성년자를 강간하는 정도는 되야 이새끼는 진짜 미친새끼구나 하는게 이 바닥 아닌가.
그리고 나머지 절반, 축구에 관계없이 그저 ‘나’를 좋아하는 팬들 역시 대부분은 실망스럽다 정도지 비난을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성적으로 개방된 서양에 있어서 범죄도 아니고, 그저 문란한 연애는 딱히 특이할 것도 없다.
기껏해야 여자친구 있다는 놈이 다른 여자 만난다는 도덕적 비난 정도지만, 사실 서양권에서 바람으로 인한 도덕적 흠결보단 이성으로서 매력을 먼저 보는 사람들이 많기에 이조차 별다른 비난을 받지 않았다.
그저 극성 팬덤이 거품 물고 지랄했을 뿐이지.
방송으로 여자친구들의 허락을 받았다는 도덕적 비난에 대한 면피도 했고, 방송 후 한국발 폭로 기사는 날조이며 당사자들의 녹취록을 확보하여 고소를 진행중이란 입장을 밝히자 비난 여론은 쏙 들어갔다.
와중에 비난 여론이 많았던 한국은 방송빨을 가장 많이 받았다.
인기 절정의 해외 라이브 음악쇼에서 한국 노래를 불렀다고 국뽕으로 모든 비난이 극복되다니… 종종 써먹어야겠군.
여튼 고작 일주일 동안 조변석개변하는 여론을 보고있자니 참 웃기기도하고, 씁쓸하기도한 시간이 지나고 리그 6라운드 아스널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 * *
아스널은 전설적인 명감독 아르센 벵거의 지휘하에 03/04 시즌 프리미어 리그 무패우승이란 전무후무한 업적을 세우며 짧지만 화려한 전성기를 보냈다.
그 이전에도 무패우승 기록은 있었지만 이는 무려 100년도 전인 프리미어 리그의 전신 풋볼 리그 시절인 1888년 프레스턴 노스 엔드가 기록한 것.
사실상 아스널의 프리미어 리그 무패우승은 지금까지 깨지지 않는 불멸의 업적으로 자리잡았지만 그뿐. 아스널의 황금기는 빠르게 저물었다.
03/04 시즌 무패우승이란 위업 이후 30년이 지나도록 리그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건 물론, 지금의 아스널은 우승권도 아닌 챔피언스 리그 진출을 걱정해야 하는 신세.
전문가들은 챔피언스 진출 마지노선인 4위를 두고 아스널과 맨유 그리고 뉴캐슬이 다툴 것으로 예상했다.
…뭐, 애초 시즌 시작전엔 뉴캐슬은 중위권이 딱이라던 전문가들이 막상 지금와선 4위권 다툼을 할거라고 말을 바꾸는걸 보면 그다지 신뢰는 안 가지만… 그래도 나름 전문가가 분석한거니 영 맹탕은 아니겠지.
결국 외부에서 보기엔 뉴캐슬과 아스널의 전력이 비등해 보인다는거다.
그리고 실제 경기도 일진일퇴의 양상으로 전개됐다.
9월 17일 월요일 아스널의 홈구장 에미레이트 스타디움Emirates Stadium에서 개최된 프리미어 리그 6라운드.
뉴캐슬과 아스널의 경기는 썩 지루하게 흘러갔다.
황금기를 구가하던 아스널의 트레이드 마크는 일명 ‘벵거볼’이라 불리던 패스 앤 무브였지만 지금의 아스널은 단단한 수비를 기반으로 선 굵은 축구를 하는 팀이다.
반면 과거 전형적인 잉글랜드식 뻥축구를 구사하던 뉴캐슬이 패스를 기반으로 하는 플레이를 펼치니, 오랜 팬들이라면 두 팀의 유니폼이 바뀐 게 아닐까 눈을 비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
지난 한 달, 리버풀을 비롯해 5개 팀이 혼쭐난걸 반면교사 삼은 아스널은 홈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수비부터 단단히 구축하는데 힘썼다.
그 결과 전반전은 0:0 무승부.
아무리 그래도 홈인데 후반전은 공격적으로 나오겠거니 나왔더니 이게 웬걸. 아스널은 후반전에도 엉덩이를 뒤로 빼고 있었다.
“야. 한국에서 아스널을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
“…??”
생각보다 단단한 수비력에 짜증나서 아스널 선수에게 ‘그 별명’을 말해줬다.
“아중딱.”
리버풀이 위르겐 클롭 아래서 마침내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달성하고 리그 2강으로 올라선 후 은근슬쩍 자취를 감추었던 ‘리중딱’ 별명은 그대로 아스널에게 이어졌다.
별명뿐이 아니라 과거 리버풀이 가졌던 이미지를 아스널이 그대로 흡수한 모양새랄까.
리중딱만큼 입에 착착 감기지는 않지만 뭐… 리중딱이든 아중딱이든 남의 일이니까.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한국언가?”
“그래. 줄임말인데 풀어보면 아스널은 중위권이 딱이야라는 뜻이야. 어때? 진짜 딱 맞지?”
“…….”
스킨 헤드의 머리통에 굵은 핏대가 꿈틀거렸지만 녀석은 끝내 말없이 날 외면했다.
쉽지않네.
선수 개개인의 퀼리티로 보면 분명 아스널의 전력은 리버풀에 미치지 못한다.
리버풀이 공격수가 강점인 팀이고, 그 다음이 미드필더라 상대적으로 수비수에 대한 평가가 박한 감이 있지만 그거야 리버풀 선수단끼리 비교하니 그런거고.
아스널이 어디가서 꿇리는 스쿼드는 아니지만 리버풀에 비하면 많이 처지는 것은 사실.
지금 내가 맞상대하는 수비수 역시 네임벨류나 실력이나 리버풀의 수비수들에 비하면 부족한 이들이지만… 직접 맞붙은 내 입장에선 솔직히 리버풀 수비수가 더 상대하기 쉬웠다.
녀석들은 그 실력과 네임벨류만큼이나 에고가 강한 선수들이었고, 그렇기에 나와 정면승부를 하는데 주저함이 없었으니까.
그리고 처참하게 박살나며 나에게서 ‘벽’을 느끼곤 멘탈이 빠개지며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었지.
반면 아스널 수비진은 애초부터 개개인이 날 상대할 수 없다는 마인드로 나온 것 같다.
애초부터 내 실력을 인정하고, 그에 맞게 각오를 다지고 나온만큼 몇 번이고 실력의 격차를 선보여도 꿋꿋이 멘탈을 부여잡고 버티니 나로서도 쉽지 않은 상황.
아중딱이니 리버풀에 비해 부족하다니 해도 아스널 선수들은 프리미어 리그에서 4위권 경쟁을 벌이는 팀의 주전이다.
이런 선수들이 날 집중적으로 견제하면, 아무리 개개인보다 월등한 나라도 곤란할 수 밖에.
이렇게 집중 견제를 당하게 되면 결국 방법은 하나뿐이다.
나에게 쏠린 어그로를 이용해 상대 선수들을 끌고다니며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
그러나 이것 역시 내가 만들어준 기회를 동료가 받아먹지 못하면 아무 소용없으니, 온갖 똥꼬쇼를 벌이며 만들어준 기회 대부분을 날리던 끝에 간신히 골을 넣었건만 바로 실점하며 결국 그날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다.
그리고 3일 뒤, 9월20일 목요일 열린 EFL컵 32강.
“이런 씨발… 우리한테 대체 왜 이러는데…”
뉴캐슬의 분노가 엉뚱한 상대에게 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