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232)
232
『아스널전 무승부! 스캔들의 여파인가 부진의 시작인가』
『데뷔전 이후 이어오던 5경기 연속골, 연속 공격 포인트 기록 연장 실패!』
『파훼당한 뉴캐슬, 무기력한 경기력 끝에 아스널과 무승부』
『’팔색조’ 보트만 감독, 임기응변의 끝?』
아스널전 무승부로 시끄럽던 언론은,
『찰턴 애슬레틱 FC 상대로 맹폭을 퍼부은 뉴캐슬!』
『리그컵에서 10:0 야구 스코어를 만들어낸 뉴캐슬, 홍민준은 6골을 기록!』
리그1의 팀 찰턴 애슬레틱을 상대로 대승을 거두자 금방 태도를 바꾸었다.
그러나 책상 위 어지럽게 늘여놓은 칭찬 기사를 보는 로렌 보트만 뉴캐슬 감독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짜증나는군.”
흔히 리그컵이라 부르는 EFL(English Football League Cup)은 FA컵과 더불어 잉글랜드 2개의 컵대회 중 하나로, FA컵과는 다르게 프리미어 리그 팀들에게 계륵 취급을 받는 대회다.
우승시 400만 파운드(한화 약 64억)의 상금을 주는 FA컵에 비해 고작 15만 파운드(한화 약 2억4천)에 불과한 EFL의 우승 상금은 프리미어 리그 팀들에게 푼돈이나 다름없었고, 무엇보다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진출권 역시 FA컵은 유로파 리그인데 반해 EFL의 경우 고작해야 컨퍼런스 리그였다.
고액 연봉자의 주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코묻은 상금이야 차지하더라도 컨퍼런스 리그 진출권은 어쨌거나 클럽대항전에 나설 수 있는 티켓이니 그나마 중하위권 팀들에겐 메리트가 될 수 있겠지만 유로파 이상을 노리는 팀들에겐 달갑지 않은 대회인 건 마찬가지다.
경기수라도 적으면 모를까, 우승하기 위해선 6경기나 이겨야한다.
가뜩이나 일정 혹독한 프리미어 리그 팀들에겐 반갑지 않은 일정이 추가되는거니, 사실상 유망주나 후보 선수가 주로 뛰는 대회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무언가 하나라도 우승컵을 들어올리기 원하는 팀들에겐 이 계륵같은 대회마저 쉽사리 포기하기 힘든 법이다.
본래 시즌이 끝났을 때 빈손으로 끝내는 것과 하나라도 우승컵을 들고 끝내는 건 차이가 크지 않나.
아무리 박한 평가를 받는 대회라지만 EFL컵은 나름 클럽대항전 진출권까지 주어지는 잉글랜드 컵대회.
‘왕조 건설’을 천명한 뉴캐슬 입장에선 이 계륵같은 대회의 우승컵마저 소중했다.
외부에서 진정 명문이라 인정받기 위해선 말로만 왕조니 뭐니 외치는 것보다 무언가 우승컵이라도 드는게 훨씬 도움이 되니 말이다.
그렇기에 뉴캐슬 보드진은 이번 시즌 목표를 리그 4위와 EFL컵 우승으로 정했고, 감독인 로렌 보트만 입장에선 아무리 바쁜 일정에 허덕이더라도 최소한 목표를 이루려는 노력을 보이는게 중요했다.
그 결과가 베스트 11의 가동이란게 문제지.
고작해야 리그1 팀을 상대로 주전을 갈아넣었는데 10:0승리든 20:0승리든 그게 무슨 상관이랴.
로렌 보트만의 시선이 이번달 일정이 적힌 보고서로 향했다.
09.02.일 : 5라운드 리버풀전
09.12.수 : 챔피언스 리그 조별 리그 1차전
09.17.월 : 6라운드 아스널전
09.20.목 : EFL컵 32강 찰턴전
09.22.토 : 7라운드 토트넘전
09.27.목 : 챔피언스 리그 조별 리그 2차전
1달 6경기.
겉으로만 보면 5일에 1경기꼴이다. 이정도면 가혹하긴커녕 적당한 경기수라고 볼 수 있겠지만 중간에 낀 A매치 일정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3주에 6경기를 뛰어야 한다.
거기에 A매치에 차출된 선수는 경기를 안 뛰던가?
국가대표 경기도 뛰고, 경기가 멀리서 개최되면 장거리 이동까지 감내해야 한다.
벌써부터 시작된 살인적인 일정 중 주전에게 휴식을 줄 수 있는 유일한 경기가 컵 32강이었거늘, 이조차 주전을 동원해야 했으니.
똑똑.
“감독님, 요청하신 의료팀 보고서입니다.”
“두고가.”
일정표와 선수단 목록을 번갈아 살피던 로렌 보트만은 코치가 건네준 보고서를 받아들었다.
혹시나했건만 역시나.
“머리아프군.”
지난 챔스 조별 리그 1차전에서 느꼈지만 벌써부터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선수가 속출하고 있었다.
현재 뉴캐슬 1군 주축을 이루는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은 이런 숨가쁜 일정이 익숙하지 않다.
올 시즌을 제외하면 클럽대항전에 출전한 적이 없는데다, 1군 맴버들이 본격적으로 주전으로 뛰기 시작한 지난 시즌엔 일찌감치 국내 컵대회에서 탈락하며 리그에만 집중했기에 일정 가혹하기로 소문난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비교적 널널하게 경기 준비를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38살의 젊은 감독 로렌 보트만 자신 역시 끊임없이 이어지는 연전에 익숙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유소년 코치로 지도자 경력을 시작해 유소년 감독, 2군 감독 그리고 1군 감독까지 결코 짧은 커리어는 아니었지만 클럽대항전에 리그, 거기에 2개의 컵대회까지 병행하는 프리미어 리그의 살인적인 일정은 그조차 처음 겪는 일.
구단 내 영향력이 강하지 않은 그로서는 그나마 백업 맴버를 활용할 수 있는 EFL컵도 쉽사리 포기할 수 없기에 더욱 골치가 아팠다.
“골키퍼는 괜찮겠어. 세컨 키퍼에겐 미안하지만 골문까지 로테이션을 돌릴 순 없지.”
전술판을 펼쳐놓고 백넘버 1이 붙은 골키퍼 자석을 가져다 놓는다.
“수비 라인에선… 센터백은 그대로가고… 제임스의 체력 회복 속도가 느려졌군. 왼쪽은 바꿔야겠어. 중앙은 바움 요한, 어디… 역시 나이가 있어서 회복 탄력성이 떨어졌군. 60분쯤 교체해주면 되겠고.”
전술판 위에 자석을 붙이며 메디컬 보고서를 훑어내리길 잠시.
“홍민준, 홍민준… 흐음.”
분명 체력이 좋은 선수는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 메디컬 보고서는 다른 말을 하고 있다.
“계속 선발로 출전하고, A매치도 아시아까지 가장 먼 거리를 오갔는데 이상하게 컨디션이 좋군. 회복 탄력성이 좋은 편인가? 아니, 백혈구 수치를 보면 평범한데. 젖산, 암모니아, CK, LDH, IgG 수치도 특별한 건 없고.”
현 뉴캐슬의 핵심인 홍민준의 컨디션이 좋은건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오는 좋은 소식이지만, 이것이 일시적인 플루크 현상인지 파악하는게 중요했다.
“그러고보면 부상이 드문 편이었지. 어디… 잔부상도 거의 없었군.”
부상 이력을 확인하니 아주 깨끗하다. 심지어 뉴캐슬에 입단하기전인 지난 프랑크푸르트 시절 클럽, 국가대표 합쳐 60경기를 넘게 뛰면서도.
“이 친구 이제보니 철강왕이었군.”
그러나 당장 내일이 경기다.
바로 어제 찰튼과의 경기가 있었건만, 고작 하루 쉬고 바로 다음 경기 일정이 잡혀있으니 아무리 컨디션이 좋아보여도 상태가 정상일리 없다.
그나마 후반 75분 즈음 교체해주었다지만, 물리적으로 충분히 회복될리 없는 시간.
무엇보다—
“22일 토트넘전. 그리고 27일이 챔스 2차전.”
바로 챔스 조별리그 2차전 세비야와의 경기가 기다리고 있지 않나.
“리그와 챔스 중 하나를 골라야하나.”
두 경기를 다 뛰게 할 순 없다.
가능은 하겠지만 그래서야 본말전도지.
최대한 좋은 성적을 내려고 무리해서 뛰게한건데 부상을 당하거나 혹사로 폼이 내려가면 외려 그게 더 큰일이다.
중요한 건 지금은 아직 마라톤이라 할 수 있는 긴 시즌의 절반도 오지 않았다는거다.
톡, 톡, 7번이 붙은 자석을 두드리던 로렌 보트만은 선수에게 직접 선택권을 주기로 했다.
자신이 결정해도 되지만 본래 갈등은 사소한 것에서 생기는 법. 자신이 아는 홍민준이란 선수는 그럴것같지 않지만 괜히 어느 경기에 못 뛰었다고 불만을 가질수도 있으니 본인이 선택하게 해야지.
“부르셨습니까?”
홍민준이 들어갈때와 들어가지 않을 때 어떤 구성이 좋을지 생각하고 있으려니 금방 선수가 찾아왔다.
어제 경기를 치룬만큼 가벼운 회복 훈련만 예정되어 있었건만, 땀에 흠뻑 젖은 꼴이 단순히 회복 훈련만 한 게 아닌 것 같은 모습.
“아니, 자네 왜 이렇게 땀을…?”
“웨이트 좀 했습니다.”
“…뭐?”
이거 미친새낀가?
* * *
회복 훈련이 끝나자마자 뿔뿔히 흩어져 퇴근하는 선수단 사이에서 빠져나와 홀로 웨이트를 치고 있었더니 코치가 부른다.
“어이 홍! 다행이다, 아직 안 갔구나. 여기서 뭐… 너 설마 무게쳤어?”
“요즘 상체 근육 키우고 있잖아요.”
“야! 이걸 네 멋대로 하면… 피지컬 코치랑 상의하고 해야지! 멋대로 추가 훈련을 하면…”
“괜찮아요. 개인 트레이너랑 상의하에 훈련한거니까요.”
“어휴, 난 모르겠다. 나중에 존슨한테 혼나지 말라고 친구. 그 근육덩어리 화나면 나도 못말려. 일단 감독님이 부르니까 가봐.”
존스 피지컬 코치의 우람한 근육이 떠올라 잠깐 흠칫했다.
음… 그 대머리 코치, 설마 혼내진 않겠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 코치에게 손을 흔들며 감독실에 가보니 무언가 고민하고 있던 감독님이 화들짝 놀란다.
“자넨 어제 경기를 뛴 선수야! 추가 훈련이라니, 몸 망가뜨릴 셈인가?”
“괜찮습니다. 저도 제 몸 소중한거 잘 알죠. 개인 트레이너랑 상의해서 훈련하고 있습니다.”
한국이었다면 대번에 호통이 날아왔겠지만 워낙 스타 선수가 즐비한 프리미어 리그에선 선수가 개인적으로 코치를 고용해 훈련하는 경우도 있다보니 감독님도 그저 고개만 절레절레 내젓는다.
“체력이 남아도나보군. 자, 선택하게. 자네 다음 경기 토트넘전에서 뛸건가, 아니면 다다음 경기인 세비야전에 뛸건가?”
“……?”
“지금까지 계속 선발로 뛰었잖나. 게다가 어제 찰튼전에서도 75분 정도 뛰었고. 한번쯤 벤치에 앉을때가 됐지 뭘 그러나.”
“그냥 둘 다 뛸게요.”
“…뭐?”
“다 뛴다고요. 일정 맞춰서 체력 조절하고 있었거든요.”
“…….”
미친놈보듯 하는 감독님에게 씩 웃어줬다.
아무렴. 아스널전에서 골넣겠다고 무리하지 않은 이유가 뭔데.
“부상만 아니면 저 모든 경기 선발로 뛰겠습니다.”
“그렇게 혹사하다 무너져!! 그런 선수가 한 둘인줄 아나? 안 돼. 욕심은 적당히—”
“감독님.”
“설득하려하지 말게. 안 되는건 안 되는—”
“그건 평범한 선수나 그렇고요. 전 평범한 선수가 아니잖아요.”
“평범… 그래. 하긴 너는—”
“전, 특별한 선수니까요. 온리 원!”
“…….”
팩트만 말하고 있는데 왜 자꾸 미친놈보듯 쳐다보는지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