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233)
233
프리미어 리그 7라운드 뉴캐슬과 토트넘의 경기가 열리는 세인트제임스파크.
경기장이 잘 내려다보이는 곳에 나란히 앉은 3명의 사내가 심각한 표정으로 쑥덕거리고 있었다.
“선수 구성에 꽤 변화를 줬는데? 역시 체력 문제가 있나보군.”
“그럴수밖에. 그간 거의 선수 변화없이 경기를 치루지 않았나.”
“음… 사쿰 샤키가 오랜만에 선발로 나섰군. 최전방은 저 녀석이 맡을테니 그럼 홍민준은 측면으로 빠지는건가.”
세비야의 전술 코치, 전력분석관, 스카우터로 이루어진 3인조는 연신 그라운드를 힐끔거리며 바쁘게 손을 놀렸다.
누군가는 아날로그식의 펜과 수첩에, 누군가는 테블릿 pc에, 또 누군가는 노트북에.
각자의 취향에 맞게 분석 자료를 정리하는데 여념이 없는 3인조는 바로 다음 경기를 위해 스페인에서 날아온 참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바로 지난 시즌 홍민준이 이끄는 프랑크푸르트에게 유로파 리그 준결승전을 탈탈 털리지 않았던가.
그것도 앵간히 털린게 아니다.
무려 5골. 유로파 리그 준결승 1,2차전 통틀어 홍민준 한 선수에게만 5골을 실점하고 1개의 어시스트까지, 총 6개의 공격 포인트를 내주었다.
화룡정점으로 어쩌다 한 번 나올까말까한 화려한 오버헤드킥 골이란 치욕적인 하이라이트 장면까지.
홍민준이라면 이를 부득부득가는 세비야에게 이번 챔피언스 리그 경기는 박살난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샤쿰 샤키라. 그간 홍민준을 펄스 나인으로 기용하며 재미를 보던 감독이 이번 경기에선 정통파 스트라이커를 기용했군.”
“보자… 공식 프로필상 신장이 184cm라고 나와있군. 보기엔 더 커보이는데?”
“전형적인 타겟터야. 신장이 그리 크지 않지만 엄청난 탄력을 바탕으로 제공권도 강하고, 밀고들어오거나 버티는 힘도 강해. 홍민준은… 역시 측면에서 시작이군.”
뉴캐슬의 선축으로 시작된 경기는 초반 조심스러운 탐색전으로 시작됐다.
맨유, 아스널보다 살짝 아쉬운 전력이라 평가받는 토트넘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 차이래봐야 고작 ‘살짝’ 정도.
이 정도면 다음 경기인 챔스를 위해 로테이션을 가동한 1.5군의 뉴캐슬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전력이었으니, 비슷한 수준의 팀이 맞붙으면 대개 치열한 경기가 펼쳐지기 마련.
곧 양 팀은 활발히 공수를 오가며 관중들을 열광케했다.
“확실히 홍민준이 뛰어나긴 뛰어나군. 공을 잡으면 무언가 기대하게 만드는 선수야.”
“키핑력과 탈압박이 뛰어난 건 알았지만 전보다 패스 실력도 많이 늘었는데?”
뉴캐슬의 핵심은 좌측면에 배치된 홍민준과 우측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호세 가야.
두 선수의 탁월한 볼배급을 바탕으로 경기는 점점 뉴캐슬쪽으로 기울어졌고, 마침내 선제골이란 결과를 낳았다.
[고오오올!! 오랜만에 선발로 나온 ‘비스트’ 샤쿰 샤키의 멋진 헤딩골입니다!!]장내 아내운서의 쩌렁쩌렁한 외침에 뉴캐슬 팬들이 일제히 챈트를 부르며 화답한다.
“간단한 동작으로 탈압박 후, 곧장 크로스에 이은 골이라.”
그리고 이를 지켜보던 3인조의 표정도 굳었다.
방금 보여준 일련의 공격 과정은 너무나 익숙했으니까.
재개된 경기 역시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갔다.
토트넘의 매서운 공세는 번번히 골대를 외면했지만 반면 홍민준과 호세 가야, 투 플레이 메이커의 발끝에서 시작된 뉴캐슬의 공격은 실속있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플레이 스타일이 많이 달라졌어. 저돌적인 드리블 돌파를 즐기던 선수였는데, 지금은 굉장히 정적으로 플레이하는군.”
“우측은 호세 가야가, 좌측은 홍민준이 플레이 메이킹을 맡아 패널티 박스 안으로 공을 보내는데 주력하는군. 대체로 샤쿰 샤키의 머리를 노린 크로스야.”
“이거…”
세 사람이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시선을 마주친다.
“지난 시즌 유로파 준결승에서 프랑크푸르트가 우릴 상대로 보여준 전술과 흡사해.”
“훗… 그렇군. 우리와의 경기를 대비해 전술을 가담드는건가. 토트넘을 스파링 파트너 삼아 전술 연습이라니. 하마터면 똑같이 당할뻔했어.”
* * *
토트넘과의 경기가 시작됐을때, 처음 느낀 건 토트넘의 움직임이 어떻고, 전력이 어떻가하는게 아니었다.
‘아오 더럽게 힘드네.’
그저 생각보다 힘들다는것 뿐.
역시 2일만에 경기를 뛰는 건 쉽지 않구만.
가뜩이나 힘든 일정이었는데 찰튼과의 경기가 끝나고 고작 하루 쉬고 경기를 뛰려니 힘들긴 힘들다.
하긴, 객관적으로(라 쓰고, 스탯상으로라 읽는) 나는 체력이 좋은 선수가 아니다. 그렇다고 체력이 부족한건 아니고.
따지자면 프리미어 리그 평균 수준으로 메디컬 테스트 결과를 봐도 대부분의 뉴캐슬 선수들과 별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뉴캐슬 선수단이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것에 비해 쌩쌩한 건 첫째로 지난 시즌 프랑크푸르트에서 혹독한 일정에 고생하며 터득한 컨디션 관리 노하우요, 둘째는 경기를 뛸 때 적당히 체력을 안배하면서 뛰는것이요, 마지막 셋째는 상태창 덕분이다.
첫번째야 말할 것도 없이 짬에서 오는 바이브다.
…뭐, 나이상으론 선수단 평균 연령이 나보다 높지만 이 중 클럽대항전을 경험한 선수는 날 포함 고작 3명뿐이잖나. 거기에 결승 무대까지 오른 건 나뿐이고.
두번째는 말이 좋아 체력 안배지 사실 적당히 뛰는거다. 나쁘게 말하면 매 경기 전력을 쏟지 않는 것.
예전엔 모든 경기 전력을 쏟아붓는게 프로의 자세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체력 부족에 허덕이며 깨달은건 모든 경기에 전력을 쏟는건 미련한 짓이라는거다.
경기마다 중요도가 다른 건 엄연한 사실이다.
순위가 결정된 후의 리그 경기와 순위가 걸린 리그 경기의 중요도가 같을까? EFL컵 대회랑 챔피언스 리그 경기가 같을까? 전혀 아니다.
냉정히말해 버려야 할 경기가 있고, 전력을 다해야 할 경기가 있다는거다.
모든 경기에 전력을 다한다는 건 체력이 인간을 초월한 수준이 아니고선 이상… 아니, 한갓 몽상에 불과하다.
이를 위해 플레이 방식에 변화를 주었다.
극심한 체력 소모를 동반하는 드리블 돌파나 스프린트를 줄이고 보다 패스 위주의 스타일로.
무승부로 끝난 지난 아스널전 역시 패스 위주의 플레이를 선보이지 않았던가.
분명 생각보다 끈끈한 수비에 고전하긴 했지만 앞뒤가릴것 없이 전력을 다했다면 아마 이겼을거다.
하지만 난 그 경기, 전력을 다하기보단 체력을 보존하길 선택했다.
시즌은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이며, 리그 경기보다 챔스가 우선이었으니까.
그렇다고 대충 뛰는건 당연히 아니고.
만약 아스널에게 지고 있었으면 어떻게든 골을 넣기위해 전력을 다했을거다.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인 상태창이야말로 내 꾸준함의 핵심이다.
아무리 노하우가 많고, 컨디션 관리에 열심인 선수라도 생체 리듬이 존재하니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다만 그 빈도가 적을뿐이지.
아니, 컨디션이 좋더라도 그 좋은 정도에도 차이가 있지 않나.
적당히 좋은날, 엄청 좋은날 혹은 1년에 한 번 온다는 컨디션 최상의 날, 이런것처럼.
사람인 이상 컨디션에 따라 플레이 퀼리티가 달라진다.
대충 평소 플레이를 100이라 할 때, 컨디션이 적당히 좋으면 10% 정도 향상되고 아주 좋으면 20% 향상되는거다. 반대로 컨디션이 나쁘면 역시 10~20% 플레이 퀼리티가 낮아지는거고.
그러나 난 상태창의 영향 덕분인지 대체로 컨디션이 일정했다.
남들이 20~40%씩 출렁거린다면 난 10% 내외에서 움직인달까.
변동이 적다보니 당연히 평소 플레이에 더욱 익숙해지고, 그러다보니 효율도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무엇보다 꾸준한 활약의 바탕이 되고.
물론 아예 변화가 없는 건 아니다.
상태창만 믿고 관리를 막장으로하면 컨디션이 급락하긴 하지만… 그래도 상태창 이전과 비교하면 꾸준함이 훨씬 증가한 건 사실.
그렇기에 뉴캐슬 선수단과 비슷한 체력으로 훨씬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던 나지만, 연이은 경기는 확실히 부담스럽다.
어쩔 수 없이 이번 경기 역시 돌파나 스프린트를 줄이고 패스 위주의 플레이를 하는데… 하다보니 패스 뿌려주는것에 재미가들려 너무 플레이 메이킹에 집중하고 말았다.
한 두번은 시원하게 돌파도 하고, 스프린트도 좀 하고 그래야 수비하는 상대도 혼란스러운데… 괴물 피지컬 샤쿰 샤키가 워낙 찰떡같이 공을 받아내다보니 패스가 좀 재밌어야지.
왜 메수트 외질이 골 넣는것보다 결정적 패스가 재밌다고 했는지 이해가 된달까.
“민준, 오늘따라 더 안 뛰는거 같은데.”
“미안미안. 후반 70분쯤 교체해준다니까 이제부턴 좀 뛸게. 그래도 수비 가담은 제깍제깍했잖아.”
음… 아무리 체력 안배라지만 이러면 안 되지.
내가 메슬렁… 아차, 호슬렁처럼 골 넣을때만 뛰는 이미지가 될 순 없다.
그래도 수비할 땐 꽤 열심히 뛰었는데, 아마 평소 적극적으로 드리블과 스프린트를 즐기는 내 플레이와 지금의 정적인 플레이가 대비되어 더 두드러지나보다.
“경기 시작하면 나한테 공 몰아줘. 한 골 더 넣고 끝내자.”
스로인 상황.
잠시 경기가 멈춘 틈에 동료들에게 어필했다.
곧 감독님이 말한 교체 시간이니 그 전에 시원하게 골이나 박고 나가—
“홍! 교체!”
“…에휴.”
그래, 좋게 생각하자.
어시스트도 하나 올렸고, 체력도 적당히 조절했으니까.
* * *
“흠… 이상하군. 유난히 안 뛰는데?”
“쓰읍. 왜 최대 강점인 드리블과 속도를 이용하지 않지? 무슨 문제가—”
아!
세 사람이 동시에 탄성을 내질렀다.
“그렇군! 무슨 문제가 있는거군!”
“체력? 부상?”
“뭐가 됐든 희소식이야.”
세비야 3인조는 씨익 미소지었다.
그리고 착각의 대가는 정작 다른 사람에게 흘렀으니—
“뭐야!! 홍민준 체력이든 부상이든 뭔가 문제가 있다며!!”
세비야 감독은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카락을 움켜쥐며 절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