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234)
234
2035/36 시즌 UEFA 챔피언스 리그 조별 리그는 9월 14일부터 12월 8일까지 한 조당 4개 팀씩 8개 조, 총 32개의 팀이 참가하는 홈&어웨이 리그제 방식의 대회다.
각 조에서 상위 2개 팀이 챔피언스 리그 본선에 진출하게 되고, 조 3위 팀은 UEFA 유로파 리그 녹아웃라운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조 4위야 뭐 그냥 얄짤없이 탈락이고.
뉴캐슬은 세비야, 트라브존스포르, 빅토리아 플젠과 함께 조별 리그 C조에 속하며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전문가들은 상위권과 하위권이 비교적 명확하게 갈릴거라고 분석했다.
체급이 앞서는 뉴캐슬과 세비야가 무난하게 본선에 진출할거란 평가임과 동시에 둘 중 누가 1위를 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말이기도 했다.
즉, C조에서 압도적인 체급을 자랑하는 두 팀, 뉴캐슬과 세비야의 경기가 조 1위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거란 뜻으로 그만큼 경기가 팽팽할거라 예상했지만—
정작 경기는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달리 한 쪽의 일방적인 우세로 진행되고 있었다.
* * *
90년대 이전의 축구와 현대 축구의 차이는 많은 것이 있겠지만, 그 중 가장 큰 변화중 하나라면 역시 ‘시스템화’라 할 수 있다.
비교적 전술속에서 자유롭게 뛰던 과거와는 달리 모든 게 세분화 된 현대 축구에선 조직적인 움직임이 훨씬 중요해졌으니까.
이를테면 수비 방식만 봐도 그렇다.
과거의 수비는 선수 개인 역량에 의존하는 바가 컸다.
그러나 현대 축구의 수비란 곧 팀적인 약속을 통한 조직적 압박을 뜻한다.
선수 개인의 수비 역량보단 팀적으로 어떻게 압박을 가하고,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백업을 하는지가 더욱 중요해진거다.
이렇게 고도화 된 전술 속에서 선수들은 보다 영리하고 타이트하게, 그리고 동시에 훨씬 많이 뛰는 조직적인 압박을 요구받는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장점이 뚜렷한 선수보다 단점이 적고 다양한 툴을 지닌 선수들이 중용받게 만들었다.
공격수도 많이 뛰며 수비적인 기여를 요구받고, 수비수도 공격적으로 많은 책임을 부여받는게 당연한 ‘시스템화’된 현대 축구는 지단과 리켈메를 끝으로 전통적인 10번이 사라지는 결과를 낳았다.
2선 중앙에 위치해 플레이 메이킹에 집중하는 ‘플레이 메이커’의 시대는 고도의 조직력을 앞세운 압박에 무너졌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현대 축구의 조직적인 압박을 버텨낼 수 없다는 것은 이미 메수트 외질을 통해 극명히 드러나지 않았던가.
그렇다고 빌드업을 생략해서는 그저 단순한 뻥축구가 될 뿐이니, 수많은 감독들의 고뇌 끝에 현대 축구에 맞는 새로운 빌드업 방식이 등장했다.
바로 빌드업 기점을 아래로 내리는 것.
얼마나 내려갔냐하면 2선 중앙에서 레지스타를 넘어 골키퍼까지 이어지며 스위퍼키퍼라는 개념을 탄생시켰다.
이제 플레이 메이커는 압박이 덜한 후방에 위치해 빌드업을 담당한다.
소위 후방에서 시작되는 플레이 메이킹이 현대 축구의 당연한 추세로 자리잡은 지금, 그러나 사람들은 종종 의문을 던지곤 했다.
“지단이 늦게 태어났으면, 혹은 지단 같은 천재 중의 천재적인 선수라면 현대 축구에서도 전통적인 10번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그런 의문.
이런 ‘IF’는 항상 결론없이 끝날 수 밖에 없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젠장, 저 새끼는 대체…”
세비야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한 주앙 펠릭스는 방금전까지 상대를 비웃던 자신의 모습을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었다.
세리에A의 우디네세 칼초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올 시즌 챔스 진출팀인 세비야로의 이적에 성공한 주앙 펠릭스는 성공적인 영입이란 평가를 받았다.
수비 명가 이탈리아 무대에서 증명한 수비력에 지난 시즌 세비야에 부족했던 제공권까지 보완해주며 팬들에게 팀의 퀼리티를 한층 끌어올렸단 칭송까지 받는 그의 마지막 남은 관문이 바로 이 경기, 뉴캐슬과의 일전.
지난 시즌 유로파 리그 준결승 무대에서 세비야를 상대로 믿을 수 없는 원맨쇼를 선보이며 탈락의 아픔을 안겨준 동양인… 바로 그 녀석을 상대로 증명해야 된다는 일부 의심많은 팬들의 의구심마저 날려버릴 좋은 기회였거늘.
“저걸 대체 어떻게 막으라고…”
그러나 그 기회라는 것이 모래처럼 손아귀에서 빠져나가고 있었다.
실시간으로.
“주앙! 붙어! 자유롭게 놔두면 안 된다고!!”
처음엔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그야 직접 맞붙어본적은 없어도 워낙 유명한 선수이다보니 모를수가 없는 상대인데다,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코칭 스탭부터 동료들까지 하나같이 녀석을 경계하는데 신경쓰이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거지.
그러나 막상 경기가 시작하고나서는 실망… 아니 비웃음까지 나왔다.
수비할 땐 제법 적극적으로 움직이는것 같았지만 정작 공격할땐 이렇게 정적일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둔한 움직임을 보였으니까.
‘역시 감독 말대로 체력이 부족하거나 부상을 숨긴게 분명해.’
그러니까 이렇게 활동량을 적게 가져가는 것 아니겠는가.
게다가—
‘뭔 구닥다리 전술을 들고 나와서는.’
빌드업 기점을 최대한 다양하게 가져가려는 현대 축구 트렌드와는 달리 상대는 노골적으로 한 명의 선수에게 공을 몰아주는 구닥다리 전술을 펼치고 있었다.
수비형 미드필더를 쓰는 세비야를 상대로 2선 중앙의 공격형 미드필더에게 팀의 빌드업을 맡기다니.
한 선수에게 공이 몰린다는 건 그만큼 빌드업 기점이 한 선수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기에 그 선수만 막으면 상대팀을 무력화시킬 수 있지만… 그 한 선수를 막지 못하면 그만큼 빌드업에 부담을 던 상대 선수들이 더 쉽게 날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아주 오래전 경기 영상에서나 볼법한 전방 빌드업을 시도하는 상대도 웃기지만 그보다 더욱 웃긴건 팀의 알파이자 오메가를 맡은 선수의 정적인 움직임.
무릇 상대의 압박을 피하기 위해선 끊임없이 움직이며 시선에서 벗어나고, 좋은 자리를 선점하고, 적절하게 침투를 해야하거늘 이 녀석은 그저 설렁설렁 걸어다니며 압박의 중심에서 공을 받으려고 한다.
이런 선수를 경계해서 결의까지 다지던 자신이 한심해지던 순간,
“…어?”
“Poronga!! 주앙, 뭐하고 있는거야!!”
상대의 기묘한 트래핑 한번에 패스 경로를 열어주고 말았다.
“미안. 내가 방심했어. 집중할게.”
하지만 다음에도—
“주앙!!”
“젠장. 미안, 실수다. 더 타이트하게 압박할게.”
그 다음에도—
“주아아앙!!”
“…….”
그제야 깨달았다.
상대는 많이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애초에 압박을 압박으로 느끼지 않고 있었으니까.
* * *
중앙에서 티격태격 소유권이 오가던 공이 발밑으로 굴러온다.
경합 과정에서 누군가의 발에 맞고 의도치 않게 흘러나온 공이지만 기다렸다는 듯 가볍게 소유권을 확보하고 빙글 몸을 돌린다.
공격적인 플레이에 있어 가장 기본이자 그만큼 어려운 것은 바로 볼의 소유권을 확보한 뒤 상대 진영을 향해 몸을 돌리는 것.
상대 진영을 향해 몸을 돌려야 전진 패스를 하든, 드리블 돌파를 하든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 있지 않나.
그러나 이 간단한 동작을 실제 경기에서 수행하기란 무척 어렵다.
상대가 바보가 아닌 이상 가만히 놔둘리가 없으니까.
흔히 선수가 압박에 가장 취약해지는 순간으로 공을 받을 때를 꼽는다.
패스를 받으려는 선수는 필연적으로 시야와 신경이 공으로 쏠리고, 트래핑을 위해 몸의 균형이 어긋나기 때문.
그렇기에 수비수라면 상대가 공을 받을 때 최대한 뒤에 바짝 붙어 압박을 가하기 마련이고, 이런 상황에서 몸을 돌리긴 쉽지 않지. 평범한 선수라면.
하지만 고작 한 명의 압박을 벗겨내는 건, 특히 이렇게 어중간한 실력의 선수를 속여넘기는 건 나에게 너무나 쉬운 일이다.
소위 월클이라 할 수 있는 실력자라면 나라도 좀 어렵지만, 아직 월클에는 못 미치지만 충분히 실력있는 선수라면 내 사소한 페인팅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기 마련.
그렇기에 이런 간단한 트래핑이나 페인팅 동작으로 벗겨내고 나면… 내 앞으로 일순 다양한 패스 경로가 나타나는거지.
지금처럼.
공을 받고, 몸을 돌리기까지 고작 1초.
트래핑과 페인팅, 턴이 거의 동시에 이루어지고, 이어진 패스 또한 순식간이었다.
몸을 돌리자마자 곧장 패널티 박스를 향하는 패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쏜살같이 달려나가는 뉴캐슬의 양 측면 공격수의 침투에 세비야 수비진이 다급히 움직인다.
다행히 먼저 공을 확보한 건 뉴캐슬이었지만 다급한 슛팅은 그대로 허공으로 뜨며 좋은 기회가 무산됐다.
아무리 밥먹듯 하는 킬패스라하나, 내 그림같은 결정적인 패스를 날려먹은 공격수가 곱게 보일리없다. 그래도 타박할 순 없지.
“괜찮아. 잘했어. 한 번 더 해보자.”
부끄럽지만 나 역시 한때는 난사왕이라 불리지 않았던가.
“미안 홍! 다음엔 꼭 넣을테니까 다시 부탁해.”
“민준!! 나도!! 나한테도!!”
“알겠으니까 진정해라.”
게다가 날 우러러보는 이 꼬맹이들에게 기회를 날려먹었다 화내기도 마땅찮고.
뭐, 지들도 프로 선순데 설마 한 번을 못 넣겠어. 3번, 5번 찬스를 만들어주면 결국 넣겠지.
…그래도 못 넣으면 별 수 있나.
내가 직접 넣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