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237)
237
사실 호세 가야가 처음부터 홍민준을 싫어한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 호세 가야는 진심으로 홍민준의 영입을 기대했다.
‘팀의 에이스로 고독하게 싸워온 지날 나날. 팀의 승리를 책임져야하는 에이스의 사명감에 괴롭지만, 이 중압감 또한 에이스의 숙명이라면… 그렇다면 이 숙명 또한 받아들일 수 밖에. 하지만… 그래, 내 떠먹여주는 패스를 골로 이어줄 골잡이가 온다면 한결 편해지겠지.’
영입설이 나도는 동양인 선수.
워낙 유명한 선수인지라 개인기와 득점력이 좋다는 건 알지만 세부적인 커리어는 모르기에 검색해보니,
‘홍민준이라… 2.분데스리가에 이어 분데스리가 득점왕이라. 2부 리그 득점왕을 차지하고, 갓 승격한 팀에서 1부 리그 득점왕을 차지해? 비록 수준 낮은 독일 리그 득점왕이지만 승격팀에서 거둔 성과임을 고려하면 타고난 골잡이겠군. 좋은 도구가 되겠어.’
그랬다.
누구 못지 않은 비대한 에고의 소유자 호세 가야는 심각한 중2병을 앓고 있었고, 홍민준의 영입으로 자신의 부담감이 덜어지길 기대했다.
그리고 홍민준의 이적이 확정되고, 녀석과 처음 대면한 날.
호세 가야는 1차 충격을 받았다.
‘으, 음… 잘, 잘 생겼군. 동양인이라곤 믿기지 않는 매력적인 외모야.’
호세 가야는 인종차별자가 아니다.
위대한 선수가 될 자신이 인종차별이라니, 안 될 말이지. 그렇기에 부러 유색인종 부하… 아니, 도구… 도 아니라 동료들에게 나름 친절하게 대해주지 않았나.
훗날 자신이 위대한 선수… 예컨데 발롱도르를 수상했을 때 유색인종 동료들이 “호세는 실력으로도, 인격적으로도 훌륭한 선수에요. 처음 뉴캐슬에 입단해서 어색했을때 먼저 말을 걸어주고, 제가 성장할 수 있게 이끌어주었거든요.”라는 인터뷰를 해줄지 누가 알겠는가!
그렇기에 차별없이 부하… 아니, 도구… 동료를 대하던 호세 가야지만 그가 본 동양인은 하나같이 외모가 변변찮았다. 그런데 저 녀석은…
‘…그래. 축구 선수는 외모가 아니라 축구 실력으로 말하는 법이지. 메시가 잘 생겨서 위대한게 아닌것처럼.’
애써 마음을 다스린 호세 가야는 이어진 훈련에서 2차 충격을 받았다.
‘무슨 놈의 속도가…’
이적이 확정되기 전부터 메디컬 테스트 결과가 어쩌고저쩌고 주변에서 수근거렸기에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직접 본 녀석의 신체 능력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최고 36.6km/h에 달하는 압도적인 최고 속력은 물론 놀라운 것이지만 축구가 100m 달리기도 아니고 중요한 건 순간 가속도다. 하지만 녀석은 최고속에 다다르는 순간 가속도마저 대단했다.
거기에 최고속은 아니지만 어지간한 선수보다 빠르게 달리면서 능숙하게 펼치는 온갖 개인기와 뛰어난 결정력까지.
호세 가야는 전율했다.
‘이 녀석이다! 이 녀석이야말로 내 최고의 도구… 아니, 영혼의 단짝이 될 수 있어! 내 플레이 메이킹에 녀석의 득점력이라면… 가능하다!!’
드디어 최고의 플레이 메이커가 될 자신에게 딱 맞는 도구… 아니, 듀오가 등장했단 사실에 기뻐했고, 실제로 시즌 초 호세 가야와 홍민준 듀오는 많은 골을 합작해내며 사람들의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왜지? 대체 뭐가 문제야. 왜… 왜 그 녀석 이름으로만 도배된 거냐고!’
승리의 주역은, 뉴캐슬의 중심은, 팀 에이스는 자신이어야 한건만 언제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녀석이었다.
‘그래. 가장 눈에 띄는 건 결국 골이니까 골잡이가 주목받을 수 있지. 진정하자. 골을 많이 넣는다고 지단이 되는게 아냐. 난 지금처럼 하면 돼.’
분명 그런데… 그래야하는데…!!
“어, 엘레나. 잘 지내? 그럼~ 나야 잘 지내지. 아~ 보고싶다~ 언제 놀러와?”
“희연 누나~ 요즘 잘 나가더라? 당연하지! 누나 경기는 매번 챙겨보지. 어? 스, 스코어? 아, 누나 보고싶… 아니, 진짜 봤다니까?”
생전 처음 들어보는, 한국어임이 분명한 언어로 떠들기에 내용을 알 순 없어도 녀석과 스쳐지나가며 은연중 들리는 여자 목소리.
보아하니 상대도 매번 바뀌는 모양인데 저딴 한량같은 새끼가 나보다 뛰어나다고?
녀석을 향하는 언론의 찬사는 자신의 것이여야 한다. 서포터의 찬양도 자신의 것이어야 하고, 여자들한테 인기도… 아니, 이건 아니고.
불쾌함에 불과하던 감정이 결정적으로 심화된 계기는 바로 녀석의 플레이 스타일의 변화.
‘골잡이 주제에 내 역할을 탐내!? 감히, 팀의 플레이 메이커 자리를 넘보다니!!’
팀의 에이스인 자신을 밀어내기 위해 플레이 메이킹까지 넘보는 홍민준의 모습은 호세 가야에게 질투를 넘어 실질적인 위기감을 불어넣었다.
‘패스도 제대로 못 하는 골잡이 주제에 플레이 메이커를 노려? 두고봐라. 내가 격의 차이를 보여주마.’
* * *
“음…”
“왜 그래, 민준?”
경기 준비를하다 문득 주변을 훑는 내 모습에 루크 녀석이 따라서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이상하게 요즘 자꾸 뒤통수가 간질간질하네.
“아냐 아무것도. 이기러 가보자.”
11월의 첫경기인 프리미어 리그 11라운드 본머스전.
뉴캐슬의 승리가 예상되는 매치업이었지만 경기는 생각보다 잘 풀리지 않았다.
우릴 상대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했는지 본머스의 움직임이 꽤 까다로운데다 선수들의 투지와 열정이 상당했다.
하지만 가장 치열한 리그라는 EPL에서 뛰며 이 정도 저항이야 익숙한 바, 정작 경기를 수월하게 풀어나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상대가 아닌 우리에게 있었다.
“호세! 뭐하는거야! 공 끌지말고 넘겨!”
내 외침에도 호세는 힐끔 날 일견하곤 그대로 툭툭 공을 치며 나아간다.
당연히 녀석에게 쏠리는 본머스의 압박에 일순 침투하기 좋은 공간이 생겼다.
전반전은 최대한 체력 소모를 줄이려고 했지만 그렇다고 이런 기회마저 놓칠 순 없는 노릇. 기회가 생겼음에도 체력 소모를 줄이겠다고 외면하면 그건 체력 배분이 아니라 태업일 뿐이다.
빈공간을 향해 스프린트를 시작하며 호세의 패스를 기다렸다.
녀석이 저 압박을 뚫어내고 나에게 패스를 연결할수만 있으면 좋은 기회가 만들어질터. 녀석도 이걸 위해 무리한거겠지.
그러나 아쉽게도 호세의 패스는 이어지지 않았다.
“아오 썅!”
오히려 본머스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공을 탈취당하며 역습이 시작됐을 뿐.
본머스 진영을 향해 달리던 몸을 급정거하고 곧장 수비 가담을 위해 달렸다.
다행히 본머스의 역습이 그리 날카롭지 않은건지, 아니면 전력을 다한 내 역주행이 워낙 빨랐는지 마침 지나가던 패스를 태클로 끊어낼 수 있었다.
‘오늘 뭔 날인가. 태클 2번 시도해서 2번 다 성공했네.’
수비적으로 그리 좋은 모습을 보여준적 없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수비적으로 활약하네.
…이게 반 강제적인 수비 기여라는게 짜증난다.
체력 소모가 심한 스프린트를 연이어, 그것도 급정거 후 급가속을 연달아 했더니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다.
헉헉대며 일어나니 동료들이 잘했다고 등을 두드려주는데 그 사이에 호세 가야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있는게 아닌가.
“야, 호세. 무리하지말고 평소처럼 바로바로 넘겨!”
“시끄러워. 내가 알아서 할테니, 넌 네 일이나 잘해.”
“뭐?”
황당해서 되물었더니 째릿 노려보고 가는게 아닌가.
“쟤 왜 저래? 뭔 일 있어?”
“그러게. 호세 요즘 계속 까칠하네.”
“경기력이 안 좋더니 신경질적이 됐어.”
하긴. 최근 호세 가야의 경기력은 좋지 않았다.
빠르고 정확한 판단력과 뛰어나 패싱력을 바탕으로 한 원터치 패스에 강점을 보이던 녀석이 쓸데없이 볼을 끌다보니 볼호그만 유발할 뿐.
기본기가 좋은편이라지만 그렇다고 나처럼 압박을 죄다 뚫어낼 개인 기량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쿰 샤키처럼 괴물같은 피지컬이 있어 몸빵으로 볼키핑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호세 가야는 170 중반의 호리호리 한 체격을 가진 전형적인 링커형 미드필더.
플레이 메이커라기엔 번뜩임… 무언가 결정적인 한 방이라 할 창조성이 부족하지만 팀의 공수 연계를 부드럽게 만드는 윤활유 같은 선수다.
물론 단순히 윤활유 역할이라기엔 녀석의 재능이 뛰어나긴 하다.
내가 오기전까진 뉴캐슬이 애지중지하는 가장 촉망받는 대형 유망주로 꽤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는데… 확실히 재능은 재능인지 평소엔 적절한 위치 선정으로 나에게 쏠리는 압박을 확 줄여주고, 양질의 패스를 공급해주는 보조적 플레이 메이커로 활약했지.
문제는 최근 플레이 스타일에 변화를 준 것이 독이 되어 경기력이 나빠졌다는거지만.
결국 우리는 전반 내내 본머스와 일진일퇴를 주고받으며 0:0으로 후반전을 맞이해야했다.
“야, 호세.”
“뭐지?”
후반 시작 전 녀석을 불러보니 확실히… 최근 저조한 경기력 때문인지 유난히 까칠하게 반응한다.
“갑자기 왜 그래? 평소답지 않게.”
“평소? 내 평소가 어떤데. 네가 뭘 안다고.”
제딴엔 위협적으로 눈을 부라리는 모양이지만 한창 작은 녀석을 내려다보는 내 입장에선 가소로울 뿐.
여기서 비웃으면 진짜 노발대발하겠지?
어쩐다. 조언해준다고 먹힐 분위기도 아닌데다 당장 경기 시작 직전이라 진지하게 얘기하기도 어렵고… 뭐, 됐다. 녀석도 경기력이 안 좋아 힘들텐데 거기에 내가 부담을 더해줄 필요는 없겠지.
“난 네 실력을 믿고 있어. 우리 잘 해보자.”
내 패스 노예야.
뒷말을 삼키며 의욕을 북돋아줄겸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고 물러났다.
어쩔 수 없나. 이번 경기에선 좀 무리해서라도 골을 노려야겠네.
* * *
에이스는 진정한 가치는 팀이 어려울때 나온다고 했나.
후반들어 엄청난 활약을 펼치는 홍민준을 보며 호세 가야는 결국 인정하고 말았다.
녀석이 내 실력을 인정한만큼, 나 역시 녀석을 인정할 수 밖에.
‘홍.민.준! 두고봐라. 내 실력을 인정하고, 경계한 너에게 잠시 에이스의 자리를 맡겨두지.’
경기가 승리로 끝나고 인터뷰 자리.
호세 가야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야, 야! 다들 들었어? 홍이 발롱도르 포디움에 선정됐다는데!?”
“뭐? 발롱도르??”
“이런 미친… 진짜야?”
“우리 후반전하는 중에 발표떴대! 홍민준이 포디움에 들었다고!”
발롱도르, 포디움…!
…제길.
그래. 인정하기 싫지만, 이젠 인정해야겠군.
녀석은 진짜다.
호세 가야는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사라져버린 홍민준을 찾아 헤맸다.
에이스의 자리, 뉴캐슬의 왕좌를 넘겨주기 위해서.
기존 뉴캐슬의 에이스이자 왕인 자신이 직접 녀석에게 그 의무, 책무, 고독감, 외로움, 고단함을 물려주는 것이다.
‘훗… 발롱도르 포디움이라니. 내 후계자로 적당하잖아? 녀석, 꽤 하는데.’
한참 헤맨 끝에 화장실 구석에서 찾아낸 녀석은—
“어, 티나. 나 방금 경기 끝났어. 뭐? 계속 통화중이였다고? 아, 뭐… 그냥 부모님한테 안부 전화 좀… 응? 소식? 무슨 소식? 아, 그것보다 우리 오늘 저녁이나 먹을까? 내가 전에 대접해준다고— 어엉? 발롱뭐? 발롱도르? 그게 왜?”
…티나?
설마 티나 로트?
내가 아는 그 티나 로트와 저녁이라고…?
순간적으로 내심 숨기고 있던 짝사랑 상대 티나 로트의 아름다움 얼굴과 부정할 수 없는 잘 생긴 홍민준의 얼굴이 동시에 스치고 지나간다.
그리고 녀석을 향한 소문까지!
‘이, 이런 바람둥이 쓰레기 새끼가 감히 청순가련한 티나 로트를…!!’
호세 가야는 질투… 아니, 분노로 몸을 떨었다.
“홍!! 당장 나와!!!”
“어? 너 여기서 뭐해?”
“네, 네 녀석… “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녀석읠 얼굴을 가리키자,
“너도 들었구나? 소식 전해주러 온거야? 고맙네. 아, 혹시 티나 로트 알아? 마침 같이 저녁 먹기로 했는데 너도 가자.”
“저, 저녁? 티나랑… 내가?”
“응. 걔가 또 뉴캐슬 팬이잖아. 널 보면 좋아할거야.”
“날 좋아하… 흠흠. …그럼 그럴까?”
뭐야. 좋은 녀석이었잖아.
호세 가야는 쿨하게 녀석을 새로운 에이스로 인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