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238)
238
티나 로트와는 그간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다.
촬영 당시만해도 마치 바람피는 아빠를 목격한 딸처럼 엄청나게 충격받은 표정이라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헤어졌는데, 나중에 어찌저찌 연락처를 구했는지 문자가 왔다.
별다른 내용은 아니었지만 딱봐도 엄청 고민고민하며 써내려갔을 모호한 뉘앙스의 메시지였다.
단순하게 표면적인 내용만 보면 뉴캐슬 서포터이자 내 개인팬이 보낸 인사 겸 안부 문자지만 은연중 호감을 드러내는 듯한 문구와 떠보는 뉘앙스가 군데군데 묻어나는게 남자 입장에서 ‘얘가 나한테 호감이 있는건지, 아닌지’ 꽤나 헷갈릴법한 그런 메시지였다.
물론 이건 평범한 남자들이나 그렇고, 나한텐 그 속내가 딱 보였지.
최대한 티내지 않으면서 호감을 표시하려는 여자의 은밀한 신호말이다.
종종 이런 여자가 있다.
호감을 전하고 싶어하면서도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남자를 헷갈리게 만드는 여자.
보통 이런 경우 이것이 진정 호감을 표하는건지 내가 착각하는건지 고민하는 이유는 자신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나처럼 어느 여자든 나에게 호감을 가지는게 당연하다 생각한다면, 여자의 호감이 당연하다는 자신감이 있다면 이런 은밀한 표시도 선명하게 보이는 법.
짧은 기간 수많은 여자를 만났고, 만나고 있는 노련한 사냥꾼인 내가 이걸 이용하지 않을 수 있나.
주고받는 메시지가 빈번해지고, 간격이 짧아질수록 내용은 점점 노골적으로 변해갔다.
이를테면 나에 대한 호감이 일반적인 팬심이 아닌 이성적인 호감이라거나.
특히 내 은근한 음담패설이나 섹스 어필에 대한 반응을 보면—
‘확실히 음습한 면이 있네. 평소에 야한 망상을 많이 하는 편인가.’
거기에 수많은 여자 경험으로 단련된 내 유니콘 센서에 따르면 티나 로트는 순결한 처녀인 즉슨… 처녀 비치다! …아님말고.
어쨌든, 본래는 오늘 메시지로 애태워온 결실을 수확하려고 했지만,
“아, 안녕하세요. 저는 뉴캐슬의 에이스… 였던 호세 가야라고 합니다. 펴, 평소 팬이었습니다! 만나게되어 정말, 정말 영광입니다!”
몇 가지 이유로 수확을 미루기로 했다.
첫번째는 요즘 이상하게 부진한 패스 노예 1호기, 호세 가야.
티나 로트가 미리 알려준 허름한 외양의 레스토랑에 도착하자마자 녀석은 보는 사람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뻣뻣하게 굳어 대뜸 인사부터 씨게 박았다.
다행히 손님이라곤 우리 셋뿐인데다 20살 어린 나이임에도 월드 스타다운 관록의 티나 로트는 호세 가야의 부담스러움도 능숙히 받아넘겼다.
“어머, 호세 가야 선수! 반가워요. 평소에도 한 번 만나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뵙게되어 영광이에요.”
“여, 영광…! 저야말로, 저야말로 영광입니다!! 평, 평소부터 패, 패패팬이었습니다!!”
“정말요? 저도 평소 경기 잘 보고 있어요. 툰아미거든요.”
“알죠, 알죠!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툰아미 티나 로트! 당연히 알고 있죠!! 티나 로트가 내 경기를 봐주고 있었다니… 크흡, 더,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해 뛰겠습니다!!”
어휴 이런 빙신.
열렬한 뉴캐슬 서포터인데 그럼 경기를 안 보겠니. 그리고 봐도 날 보겠지 널 보겠냐.
만프레도의 장담대로 티나 로트의 열렬한 팬인지 감격에 겨워 어쩔 줄 몰라하는 꼴을 보니 앞으로 경기력 걱정은 없을 것 같다.
저런 열정과 의욕이면 이제 좀 제대로 경기에 임하겠지.
오늘 하루 레스토랑을 빌린건지 오직 우리 셋뿐인 저녁 식사 자리.
허름한 외양과는 달리 식사는 까다로운 내 기준에도 썩 만족스러웠다.
“아, 저… 잠시 화장실 좀…”
티나 로트가 말을 건넬때마다 안절부절 와인을 넘기더니 얼마지나지 않아 호세 가야가 급히 화장실로 향했다.
화기애애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어색한 침묵이 내려앉은 테이블.
“만나는 건 촬영 이후로 처음이죠?”
“네, 네! 맞아요!”
“이제 두번째 보는건데 희안하게 어색하기보다 익숙한 기분인데요. 계속 메시지를 주고받아서 그런가? 티나는 어때요? 나만 그렇게 느끼나??”
“아뇨! 저, 저도… 저도, 익숙해요. 네에.”
방금전까지 호세 가야를 상대로 능숙하게 대화를 주도하던 티나 로트와 동일 인물이라곤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급격한 변화였다.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연신 내 얼굴을 힐끔거리던 티나 로트의 귀여운 반응에 문득 가학심이 샘솟았다.
그러고보면 티나는 노출증 기질이 있었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은근히 음담패설을 유도했을 때, 티나가 조심스레 밝힌 섹스 판타지에서 분명 그런 성향이 보였다.
붉어진 얼굴로 연신 날 훔쳐보는 티나를 보며 잠시 고민하다 일단 시도해봤다.
테이블 밑, 꾸물꾸물 신발을 벗은 뒤 양말로 슬쩍 티나의 종아리를 훑어내리자,
“…….”
목덜미까지 붉어져서는 고개를 푹 숙이곤 어깨를 부르르 떠는게 아닌가.
…뭐지? 난 고작 종아리를 쓸어내렸을 뿐인데.
“흠흠. 죄송합니다. 아, 어디까지 얘기했죠? 그러니까 제가… 응? 어디 아프세요? 갑자기 왜… 네? 아니라구요? 아, 네….”
호세 가야가 돌아오고 나서는 반응이 더 극명해졌다.
티를 내지 않으려는 듯 했지만 티가 안 날 수 있나.
“티나, 괜찮아요? 열나는 것 같은데… 제 차에 상비약이 있으니 그거라도 드릴까요?”
“아뇨 괜… 네, 네헤. 그럼, 실례 좀…”
톡톡 다리를 두드리자 신호를 알아들은 티나를 데리고 호세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곳에 도착하자마자 그대로 입술을 겹쳤다.
역시나 게게 풀린 눈을 한 티나 로트는 저항은커녕 기다렸다는 듯 열렬히 호응해왔지만 내 유니콘 센서의 반응대로 영 어설픈게…
“혹시 첫키스야?”
“아뇨… 그… 촬영할때 몇 번…”
그럼 사실상 첫키스 맞구만 뭐.
키스를하며 손장난을 쳤다. 가슴 좀 지분거리고, 치마 속 허벅지를 만져보니 축축한 것이 묻어나는게 메시지에서 밝힌대로 물이 많은 편인 것 같다.
“티나 솔직히 말해봐. 메시지에서 자위는 가끔한다더니, 정말 가끔하는거 맞아?”
“흐으… 부끄러워…”
“응? 말해줘.”
귀에 대고 속살거리니 맞닿아 있던 손끝으로 움찔움찔 경련하는 근육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원래는, 가끔했는데…”
“응. 가끔했는데?”
“…매일…”
그러곤 힐끔 날 쳐다보는게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연락을 주고받다가 나한테 푹 빠진 모양.
아니, 원래부터 나한테 푹빠져있던 순진한 여자를 메시지로 꼬여내는 것 정도야 누워서 떡먹기지.
눈대중으로 봤을때도 귀여운 얼굴과 폭발적인 몸매란 평가가 딱 들어맞았는데, 손장난을 치며 지분거려보니 확실하다. 티나 로트는 전형적인 베이글이라는게.
당장이라도 잡아먹고 싶지만— 아쉽게 오늘은 여기까지였다.
커다란 엉덩이를 찰싹 때리고 한 발 물러났다.
“민준?”
“슬슬 가봐야겠다.”
본래 오늘 잡아먹으려던 계획을 미룬 가장 큰 이유.
“발롱도르 포디움에 들었다고 연락을 받아서말야. 에이전트가 집에 와있다네. 가서 언론 대응이나 인터뷰도 상의하고, 시상식에 갈 일정이나 의상도 조율해야해서말야.”
새로운 여자가 아무리 매력적이라지만 오늘만 날도 아니고, 발롱도르 포디움 소식에 집에서 목빠져라 기다리고 있을 하린이랑 다예 보러 가야지.
“하아…”
안타까운 한숨에 묻어나오는 야릇함에 물건에 힘이 들어갈뻔 했다.
“티나 아쉬워서 오늘 자위하겠네?”
“…몰라아.”
“자위하는거 메시지로 보내줘.”
“뭐? 그건—”
“기다리고 있을게.”
머뭇거리는 티나를 뒤로하고 그대로 레스토랑을 빠져나왔다.
어차피 보내줄거 안다. 왜냐면, 이미 메시지로 자위 영상을 보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니까.
음… 뭔가 잊어버린 것 같은데.
뭘 두고왔나? 뭐, 별 거 아니겠지.
* * *
홍민준이 티나 로트와 저녁을 먹던 그 시각, 한국은 홍민준으로 또다시 들썩였다.
또다. 홍민준의 이름으로 한국이 들썩인게 벌써 몇 번이던가.
처음엔 무명 대학 리거의 인간 승리 스토리로.
다음엔 유럽 무대와 월드컵에서 선보인 믿을 수 없는 활약으로.
그 다음엔 스캔들과 그에 대한 후속 여파인 홍민준에 대한 여자들로.
홍민준이 대한민국에 대두된지 이제 겨우 2년 남짓.
그 짧다면 짧은 시간동안 벌써 몇 번이나 한국을 들썩이게 만드는지, 사람들은 이제 홍민준으로 도배가 된 언론에도 놀라지 않았다.
“그놈이라면 뭘해도 안 이상해. 놀랍지도 않어~”
“홍민준 너무 멋있어요!! 완전 좋아요!!”
“거, 완전 바람둥이 아냐? 그렇게 주변에 여자가 많다매? 그럼 못 쓰지~”
“쩔죠. 진짜 X나 잘해요. 그냥 차원이 다르다니까요? 경기마다 인생짤 하나씩 만드는 듯?”
“진짜 남자죠. 능력 좋아, 얼굴 잘 생겼어… 솔직히 결혼한 것도 아닌데 여자 많이 만나는게 뭐가 문제에요.”
이제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름은 들어본, 대통령은 몰라도 홍민준은 안다는 우스갯 소리가 농담만은 아닌 지금.
『마침내 최후의 한걸음! 발롱도르 최종 후보 명단, 발롱도르 포디움에 이름을 올린 홍민준!』
대한민국은 또다시 홍민준으로 들썩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