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243)
243
조나단 실바가 마지막으로 선발 출장했던 건 시즌 초, 프리미어 리그 5라운드 리버풀과의 경기였다.
내 합류로 에이스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뉴캐슬의 핵심인 호세 가야를 대신해 선발로 출장한 조나단 실바는 그 경기에서 선제골을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었다.
하지만 이후 호세 가야에게 밀리며 그대로 벤치행, 후반 체력 교체용으로나 간간히 출전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아니지.
애초에 호세 가야가 붙박이 주전이고 조나단 실바는 벤치따리였으니 전락이란 말은 틀리다. 원래대로 돌아온거라 해야 옳겠지.
당시 리버풀을 상대로 한 맞춤 전략용 선발이었을 뿐, 조나단 실바는 계륵과도 같은 선수다.
수준급 스피드와 골냄새를 맡는 재능 그리고 탁월한 해결사 본능은 특출난 장점이지만 미흡한 연계 능력과 한박자 느린 판단력, 적은 활동량과 부족한 수비 가담까지 조나단의 플레이 스타일은 팀 플레이에 너무나 악영향을 준다.
그러니까… 조나단 실바의 플레이 스타일은 박스 안의 여우Fox in the box라 불리는 골 사냥꾼Goal poacher.
바로 포쳐Poacher다.
비슷한 선수를 찾으면 멀리는 ‘수페르 피포’ 필리포 인자기Filippo Inzaghi나 가까이는 박지성 선배의 동료로 활약했던 ‘치차리토’ 하비에르 에르난데스Javier Hernández가 있겠지.
물론 스타일이 비슷하다는거지 실력이 비슷하다는게 아니다.
조나단 실바가 정말 인자기나 치차리토급이면 벤치따리일리가 있… 나?
‘주워먹기’란 멸칭처럼 득점에 특화된 포쳐 스타일의 골잡이들은 대체로 현대 축구에 맞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이 스타일의 레전드들이 예토전생해도 현대 축구에서 얼마나 활약할 수 있을까 싶은 판에 하물며 훨씬 부족한 조나단 실바여서야 더더욱 살리기 어려울터.
그럼에도 감독님이 녀석을 투입한 이유는 나에게 쏠린 수비 시프트를 덜어내기 위함이었다.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없어야하는 현대 축구 스타일에 맞진 않아도 그 탁월한 득점력만큼은 위협적이니, 필연적으로 나에게 쏠린 첼시의 수비 시프트에 구멍을 낼 수 있단 생각이었을텐데…
‘읽혔다!’
후반 3분.
고작 3분 만에 틀렸음을 깨달았다.
감독님의 생각을 읽은 것 마냥 후반전 첼시의 수비 방식에 변화가 생겼으니까.
시즌 초반이 지나며 나는 플레이 스타일에 변주를 주었다.
감독님이 요구한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맡음에 있어 부족한 제공권과 경합 능력을 커버하기 위함도 있고, 가혹한 일정 속에서 체력 소모를 줄이기 위함도 있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짝퉁 펄스 나인.
최전방에서 수비수와 경합하기보단 적극적으로 중앙 싸움에 합류하며 팀의 연계를 돕고, 보다 압박이 덜한 위치에서 공을 잡음으로써 후속 플레이를 펼칠 아주 잠깐의 시간을 번다.
잠깐의 시간.
아주 잠깐의, 그 짧은 시간은 내가 안전하고 완벽하게 공의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공의 소유권을 확보하고나면, 나는 상대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내밀 수 있게 된다.
드리블 돌파를 막을거냐, 패스를 막을거냐.
누구도 막지 못했던 지옥의 이지선다 승부.
지금까지는 이게 잘 먹혔다. 지금까지는.
내 가장 큰 장점은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동시에 믿을 수 없는 성공률을 자랑하는 드리블 돌파다.
당연히 상대하는 입장에서 가장 치명적인 위험이라 여기는 것도 드리블 돌파이다보니, 날 상대하는 선수들은 언제나 돌파를 막는데 집중해왔다.
문제는 어지간한 선수로는 날 제대로 막을 수 없다는 것.
이러다보니 날 상대하는 팀들은 언제나 패스에 취약해지며 좋은 경로를 열어주곤 했다.
이것이 부족한 패스 능력으로도 좋은 찬스를 만들어 낼 수 있던 비결이지만—
‘하긴… 그동안 완성도 낮은 짝퉁 펄스 나인을 너무 오래 써먹었지.’
이번에 된통 걸린 것 같다.
* * *
첼시가 라인을 내렸다.
그렇잖아도 단단했던 팀이 라인까지 내리니 뒷공간 침투가 더욱 어려워질 수 밖에.
허나, 이 정도는 괜찮다.
날 막겠다고 라인을 바짝 내리고 밀집 수비를 하는 팀이 한 둘도 아니고.
정말 큰 문제는 전체적인 라인이 내려앉다보니 첼시 미드필더진이 날 마크하기 시작한거다.
‘밀착 마크는 여전히 음바바야. 하지만 커버하는 선수가 센터백에서 미드필더로 바꼈군.’
첫번째 난관은 전반전부터 나만 졸졸 쫓아다니며 밀착 마크하고 있는 이 레게머리 녀석.
어지간한 선수의 압박 따위는 압박으로 느끼지도 않는 나지만, 세계 최고의 센터백 중 하나로 꼽히는… 운동 능력만큼은 최고의 센터백임이 명백한 음바바의 마크마저 아무렇지 않을 순 없는 노릇이다.
스피드만 제외하면 어느 하나 신체 능력이 밀리지 않는 괴물이다보니 돌파하기가 까다롭다. 영 불가능한 건 아니라지만, 이 녀석을 돌파하면서 커버를 맡은 선수까지 신경쓰는 건 더욱 힘든 법.
내 가장 큰 장점인 드리블 돌파가 어려워지자 당연하게도 결정적 찬스를 만들어내는 패스마저 막히고 말았다.
패스 능력 자체보다는 탁월한 탈압박과 돌파력을 바탕으로 하는 플레이 메이킹이다보니, 이런 상황에서 이전처럼 찬스를 만들어 낼 방법이 없다.
‘무엇보다 음바바와 짝을 이룬 센터백이 이젠 여유가 생겨서 조나단의 투입이 악수가 됐어.’
전반전처럼 두 센터백이 날 마크하고 커버하는 역할을 맡았다면 조나단이 활약할 여지가 있었겠지만, 음바바를 커버해주는 역할이 수비형 미드필더인 후앙 돈바스에게 넘어가며 남은 센터백에게 여유가 생겼다.
조나단 실바가 아무리 침투력이 좋아도 첼시 센터백의 방해를 뚫기 힘든데, 하물며 찬스를 만들어야하는 내가 꽁꽁 묶여있으니… 이래서야 전반처럼 호세 가야가 플레이 메이킹을 분담하니만 못한 상황이잖아.
‘설마… 우리의 변화를 예상하고…?’
나도 모르게 로렌초 페데리코 감독에게 시선이 향한다.
이 첼시의 신임 감독은 특유의 잘생긴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띄고 날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이제 어쩔거냐는 듯.
…어쩔 수 없나.
“헤이 브로~ 전반전엔 꽤 재밌었다구. 근데 후반전은 너무 얌전한데? 이래서야 재미가 없다구~”
짜증나게 주둥이 나불거리는 이새끼도 참교육시켜줘야 하니까.
‘상태창.’
【기술】
[개인기 80] [드리블 80] [트래핑 79] [숏패스 65] [롱패스 65] [슛팅 85] [프리킥 42] [헤더 41] [태클 40]【정신】
[시야 65] [예측력 60] [판단력 70] [집중력 65] [오프더볼 65] [공간마크 50] [침착성 65] [리더십 43] [팀워크 60]【신체】
[주력 90] [가속력 90] [밸런스 80] [민첩성 80] [반응속도 80] [파워 70] [점프 51] [지구력 70] [회복력 70]【히든】
[천재성 80] [매력 95] [지능 70]【신장 182.7cm|75kg】
【보유 포인트 68P】
잘생각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부족한 지구력과 회복력을 올려 가혹한 일정에서도 내 장점을 살린 플레이를 지속하게 만들수도 있고, 장점을 극대화하여 고점을 높일수도 있다.
아니면 아예 플레이 메이커 능력치를 높여서 전천후, 완성형 공격수에 가까워질수도 있겠지.
스탯이 높아지면서 점점 요구하는 포인트양은 많아지는데, 정작 포인트 획득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70까지는 1스탯 당 1포인트로 충분했던 것도, 80에 들어서면 2포인트가 필요해지고, 그마저도 85가 넘으며 3포인트로 오른다.
그러니까 단기적으로 보기보단 장기적으로, 당장 이 경기를 이기기 위한 것보단 시즌을 생각해서 자존심보단 실리를—
“오우, 브로! 왜 멀뚱히 서있는거야? 이제 포기했어? 하하, 역시 나한텐 안 되겠지? 이해해. 다들 그러거든. 처음엔 할 수 있다고 달려들고, 다음엔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달려들지만 끝내 포기하고 말지. 하하하, 그야 당연하지. 나니까!”
“떠벌떠벌 시끄러워 죽겠네. 고민중이니까 좀 닥쳐 씨발아.”
“뭐? 씨발?! 또 욕한거야? 나도 한국어 알아! 씨발!”
“…….”
그래 씨발.
남자에겐 실리보다 자존심이 중요한 순간이 있는 법.
그게 지금이다.
“야 뎀바바.”
“음바바다.”
“그래 움바바. 지금까지 좀 설렁설렁했는데 안 되겠다. 이제 전력으로 간다.”
“음바바라니까. 그게 뭔 말이야?”
“그러니까. 진.심.모.드…랄까?”
“…뭐라는건지 모르겠지만 너 좀 역하다.”
이새끼가…?
* * *
“하아…”
뉴캐슬 지역지 크로니클 라이브의 기자인 사라 맥긴은 홈경기, 그것도 상위권 경쟁 상대인 첼시전을 맞아 취재차 세인트제임스파크를 찾았다.
사실 뉴캐슬어폰타인 출신으로 집안 대대로 골수 툰아미인 사라 맥긴이라면 상대가 누구든 매 홈경기를 응원… 아니, 취재하러 왔겠지만.
“역시 첼시 상대론 힘드려나. 리버풀을 이겨서 기대했더니… 에이씨, 첼시는 요즘 계속 휘청거리더니 왜 하필 우릴 상대론 잘하는거야.”
전반전이 0:2으로 끝나고, 기대했던 후반전마저 역전의 기색이 보이지 않자 사라는 신경질적으로 노트북을 두드렸다.
믿었던 홍민준마저 꽁꽁 틀어막혀 버리니, 역전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마저 사라지고 남은 건 기자로서의 직업 의식 뿐.
[—기대했던 두 감독의 지략 대결은 첼시의 신임 감독의 압승으로 끝났다. 로렌초 페데리코 감독은 제노아에서 보여주었던 특유의 날카로운 예측으로 뉴캐슬의 후반 변화를 완벽히 꿰뚫었다.뉴캐슬의 로렌 보트만 감독은 로렌초 페데리코 감독의 손위에서 춤추는 어릿광대에 불과했고, 부동의 에이스 홍민준마저 첼시의 수비 시프트에 고전하며—]
타닥타닥 노트북을 두드리던 사라 맥긴의 시선이 대형 전광판으로 향했다.
“어? 티나 로트잖아? 첼시전을 보기 위해 홈구장을 찾은 건가?”
우승권 팀들간의 맞대결인만큼 뉴캐슬과 첼시의 경기는 꽤 주목을 받고 있었고, 당연히 두 팀의 팬이라면 이번 경기에 걸린 무게감을 모를 수 없을터.
휴식기를 선언하고 별다른 대외 활동을 보이지 않던 티나 로트지만 뉴캐슬의 열성적인 팬으로 잘 알려진 만큼 이번 경기는 직관하러 온 듯 한데… 아무래도 시기가 안 좋은 듯 했다.
“에휴, 하필 이런 중요한 맞대결에서 져서— 으응?”
그때였다.
싸늘하게 식어있던 홈팬들이 일제히 열광하기 시작한 것은.
“어, 어어… 어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