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248)
248
아스널전은 홍민준의 독무대였다.
보름 만에 부상에서 복귀한 홍민준은 경기에 뛰지못한 그간의 한을 풀 듯 팬들이 그리워하던 과거의 스타일, 압도적인 개인 기량을 앞세운 폭풍같은 드리블 돌파를 통해 그야말로 아스널의 측면을 초토화시켰다.
홍민준의 또다른 모습이라며 칭찬받았던 정적인 플레이 메이킹에선 볼 수 없었던 격렬함.
마치 이전의 모습이 맞지 않는 옷이었다는 듯, 팬들이 그토록 갈망하던 본래의 스타일로 돌아온 홍민준은 정말로 공을 잡을때마다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슈퍼 스타의 면모를 톡톡히 선보였다.
“홍민준이 또다시 공을 잡습니다! 뉴캐슬의 볼줄기가 홍민준에게 쏠리는군요! 공격에 있어 오늘 뉴캐슬 선수들의 최종 종착지는 홍민준의 발밑인 것 같습니다.”
“하하, 사실 이게 원래의 모습이었죠. 올 시즌 뉴캐슬의 공격 전개는 전적으로 홍민준과 호세 가야, 두 선수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까? 호세 가야가 좀 더 아래에서 빌드업에 집중하기에 결국 빌드업의 최종 기점은 홍민준이죠.”
지난 시즌 뉴캐슬은 이렇지 않았다.
호세 가야라는 출중한 플레이 메이커가 있긴 했지만, 호세 가야는 전방에서 결정적인 킬패스를 찔러주는 유형이라기보단 후방에서 빌드업을 조립하고, 조율하는데 재능을 지닌 후방 플레이 메이커에 어울리는 선수.
따라서 지난 시즌 뉴캐슬의 공격 패턴은 여러 선수가 참여하는 부분 패턴 플레이에 집중했다.
하지만 올 시즌 뉴캐슬의 공격 모습은 보다 단일화 된 형태로 진행된다.
호세 가야가 후방에서 조립하여 어떻게든 홍민준이 높은 위치에서 공을 받을 수 있게끔 만드는 것. 그리하여 홍민준의 발끝에 공격을 맡기는 것이 이번 시즌 뉴캐슬 공격의 핵심.
어찌보면 다양한 선수, 다양한 경로로 공격을 진행하던 지난 시즌에 발전이 아닌 퇴보로 보일 수도 있다.
그도 그럴것이 토탈 풋볼을 기반으로 한 현대 축구가 지향하는 건 보다 많은 선수가 공격에 참여하여 다양한 공격 패턴을 형성하는 것 아닌가.
공격시 어떻게든 최대한 많은 선수를 올려서 다양하고 많은 패스 경로를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현대 축구가 지향하는 공격 방식이고, 이 시대 최강팀들이 지향하는 방법론이다.
이에 비하면 지난 시즌 다양했던 공격 패턴을 버리고 오직 홍민준의 발끝에서 이루어지는 공격은 너무나 단순하고, 단조롭고, 일관적이다.
현대 축구에 역행하는, 굳이 따지면 90년대부터 2000년 초반까지 유행하던 공격형 미드필더를 중심으로 했던 흘러간 옛 전술과 같지 않나.
그러나 꼭 최신 조류만이 정답이라 할 순 없다.
공격에 최대한 많은 선수를 참여시키는 것은 다시 말해 그만큼의 수비 리소스를 공격에 투자한다는 것.
이 말은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될 때, 즉 역습에 그만큼 취약해진다는 뜻이나 다름없으며 무엇보다…
“막았—!?”
홍민준 원툴이라 비하되는 전술이 그 무엇보다 효과적임에야 정답이 아니라 할 수 있을까.
인해전술로 패스 경로를 틀어막는 아스널 선수들을 피해 아래까지 내려온 홍민준이 공을 잡는 순간, 마치 아스널 선수들이 스스로 경로를 열어주는 듯 한 광경이 펼쳐진다.
홍민준의 발 바깥쪽, 아웃 프런트를 타고 흐른 공이 반사적으로 발을 뻗은 아스널 선수의 다리 사이를 지난다.
동시에 물 흐르듯 몸을 돌린 홍민준이 자리를 박차고 튀어나가고, 겹겹이 쌓인 아스널 선수들이 흐르는 공을 향해 본능적으로 발을 뻗을때마다 마치 합을 맞춘 묘기처럼 자연스레 벌어진 다리 사이로 공을 흘러낸다.
4명의 아스널 선수가 연달아 발을 뻗다 다리 사이로 공을 흘리는 광경은 그야말로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광경.
이것이 축구 경기가 아니었다면 개그 프로에서나 나올 법한 희극적인 광경이었지만 정작 당사자들에겐 다시 없을 비극과도 같은 일이었다.
“마, 마법 같은 드리블이 나왔습니다!! 마치 아스널 선수들이 알아서 공을 흘려내는 것처럼, 미세한 터치만으로 순식간에 수비벽을 돌파해내는 홍민준!! 믿을 수 없는, 엄청난 장면입니다!!”
“맙소사, 제 눈이 의심되는 장면이군요. 20년 간 축구 중계를 해왔지만 이런 장면은 처음입니다!”
역시 홍민준이라는 찬사를 받는 드리블 돌파로 1골.
“홍민준을 향한 반칙으로 뉴캐슬이 프리킥을 얻습니다. 거리는 대략 40… 아니, 35m쯤 되는군요. 호세 가야와 로크 우디 선수가 준비하는데요. 달려오는 호세 가야… 찼습니다!”
“치열한 경합! 골키퍼 펀칭!! 공을 외곽으로— 홍민준, 홍민준입니다!! 세컨볼을 잡, 조심해야죠! 이거 뺏겼, 아니!?”
골키퍼가 펀칭으로 걷어낸 공이 패널티 박스 외곽에서 대기하던 홍민준에게 흐르고, 높이 떠올랐던 공이 내려오는 사이 사방에서 에워싸듯 달려오는 아스널 선수에게 금방이라도 뺏길 듯 보이던 순간.
“이런 세상에!! 제가 방금 뭘 본거죠!?”
저글링하듯 툭 차올린 공을 그대로 걷어차며 연결한 오버헤드킥이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첫번째 골도 그렇더니 두번째 골마저 푸스카츠에 선정될만한 원더풀한 골을 만들어내는 홍민준. 경기는 2:0, 뉴캐슬이 앞서갑니다.”
예상치 못한 슛팅에 그대로 서서 골을 먹힌 골키퍼가 찢어질 듯 부릅뜬 눈으로 바닥을 구르는 공을 보는 사이, 쓰러졌던 홍민준이 일어나 오연한 표정으로 가슴팍의 로고를 툭 치고는 터벅터벅 중앙선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에 맞춰 정적에 잠겼던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 하나 둘 박수 소리가 울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모든 관중이 일어나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아…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 박수가 울려퍼집니다. 구너들이 홍민준에게 경의를 표하는군요. 그만큼 대단한, 믿을 수 없는 골의 연속입니다.”
후반 10분에 터진 원더골 이후, 이미 승기를 잡았다 생각했는지 보트만 감독은 홍민준을 교체해주었다.
적이나 다름없는 아스널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교체되는 홍민준을 향해 해설이 중얼거린 말은, 그 순간 찍힌 사진과 함께 다음날 신문의 1면을 장식했다.
『마침내, 한국에서 온 정복자가 독일에 이어 잉글랜드를 정복하다』
* * *
아스널을 상대로 한 복귀전은 성공적이었다.
너무 성공적이라 곤란할 정도로.
『힘을 숨긴 홍민준? 올 시즌 달라졌던 플레이 스타일은 힘을 숨기기 위함이었다고 밝혀』
『“쉬다 온 나는 다르다!”, 홍민준이 직접 밝힌 활약의 비결!』
『도핑 아닌 도핑, 믿을 수 없는 성장의 비법은 김치?』
『선수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K-음식문화, 한식! 과연 효과는?』
…이게 뭔 말도 안 되는 개소리야!!
난 단지 달라진 플레이 스타일은 체력 소모를 줄이기 위함이었고, 쉬면서 체력이 풀충전 된 ‘전.력.모.드’의 나는 강하다고 했을 뿐이고, 비결을 묻는 한국인 기자에게 국뽕 충전을 위해 김치라고 대답했을 뿐인데!!
“진짜 기자들 수듄하고는! 어휴, 이래서 기레기 소리 듣는거야. 제목이 이게 뭐야 증말.”
“…….”
“왜, 뭐?”
아연하게 쳐다보는 두 여자에게 투덜거렸더니,
“약 먹을 시간이 지났나.”
“약? 무슨 약? 나 도핑 테스트 자주 받는거 알지? 한약 아무거나 주면 안 된다~”
기특하게도 내 몸을 걱정하고 있었다.
역시 날 생각하는건 내 여자들밖에 없다.
EFL 8강전은 부상에서 복귀한 홍민준의 2골로 뉴캐슬이 승리를 가져갔다.
주전 대부분을 투입하며 필승을 다짐하던 아스널 입장에선 최악의 결과.
심지어 홈구장에서 홈팬들이 상대팀 선수에게 기립 박수를 치는 광경까지 나왔으니, 가뜩이나 처참하게 발리던 와중 그런 광경까지 본 아스널 선수들이 멀쩡할리 없었다.
주전 대부분을 투입한 경기에서 승리는커녕 처참한 패배를 당하며 성과는 성과대로 못내고, 주전 선수들은 주전 선수들대로 체력에 빨간불이 들어왔는데 여기에 멘탈까지 심대한 타격을 입은 아스널은 아슬아슬하게 이어오던 리그 경쟁마저 나락으로 쳐박혔다.
전반기 남은 리그 경기를, 비록 얼마 남지 않았다지만 승점을 벌어야 할 중하위권 팀들과의 경기를 모두 패배하며 4위권 경쟁에서 완전히 탈락하고 만 것.
반면 뉴캐슬은 리즈와의 리그 19라운드, 노리치 시티와의 리그 20라운드를 모두 승리하며 전반기를 마무리지었다.
혹사당한 주전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여주며 전반적인 경기력은 좋지 않았지만,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홍민준의 맹활약이 더욱 도드라지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복귀 후 폼이 떨어진 주전 선수들을 대신해 거의 승리를 떠먹여주다시피하는 원맨캐리로 팀의 승리로 이끈 홍민준에 대한 찬사는 대단했지만 그렇다고 비판이 없는 건 아니었다.
“뉴캐슬은 홍민준 원맨팀입니다. 그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심한, 과도할 정도입니다. 오히려 지난 시즌 뉴캐슬이 더욱 강력해 보이는군요.”
“지난 시즌 뉴캐슬이 더 강하다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홍민준 의존도가 크다는 주장에는 동의합니다. 지금의 뉴캐슬은 홍민준에 의해 돌아가는 팀입니다. 워낙 경기력이 꾸준하고, 기복없기로 유명한 선수라 다행이지만… 선수의 폼이란 건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법 아니겠어요? 뉴캐슬의 지상과제는 홍민준 관리일겁니다.”
바로 지나친 홍민준 의존도가 그것.
하지만 이런 비판은 금방 묻히고 말았는데,
『특종! 홍민준, 반년만에 이적하나?』
또다시 시작된 이적설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