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252)
252
뉴캐슬의 감독 로렌 보트만은 책상 위 테블릿 pc에서 재생되고 있는 영상을 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이거 참… 난감하군, 난감해.”
재생되고 있는 영상은 그가 데리고 있는 선수가 출연한, 방영되자마자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킨 토크쇼였다.
톡톡, 책상 위 보고서를 두드리는 손가락.
그의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영상 속 선수는 해맑게 웃고 있었다.
“전반기 홍민준 보고서라.”
다양한 수치가 적힌 보고서를 훑던 보트만의 시선이 다시 영상으로 향한다.
[그럼 올 시즌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홍민준 선수는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분데스리가에서 EPL로 이적했죠. 월드컵 일정으로 프리 시즌 훈련에도 참가하지 못하며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거란 예상이 많았는데요. 결과는 정 반대였죠?]마침 전반기 성적에 대한 주제가 흘러나온다.
[첫 경기인 레스터 시티전에서 헤트트릭을 기록하며 인상싶은 데뷔전을 치루며 우려를 불식시켰습니다. 어땠나요, 홍민준 선수?] [덤덤했죠. 제 커리어는 항상 증명과 검증이란 수식어가 뒤따라 다니다보니 데뷔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서 다행이네, 이 정도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데뷔전 헤트트릭에도 덤덤할 수 있다니, 이게 뛰어난 선수의 평정심이겠죠? 그러면 올 시즌 홍민준 선수의 전반기 기록은 어떨까요.]아랍인 특유의 매력적인 초콜릿 피부를 지닌 30대 초, 중반으로 보이는 미녀 진행자의 말과 함께 화면 가득 홍민준의 기록이 떠오른다.
1라운드 레스터 시티전을 시작으로 챔피언스 리그 조별 리그, EFL 리그컵, 그리고 전반기 마지막 경기인 리그 20라운드 노리치 시티와의 경기까지.
[와우! 이렇게보니 정말 대단한 스탯인데요? 전반기 뉴캐슬이 치뤘던 29경기 중 부상으로 결장한 3경기를 제외한 26경기를 뛰며 무려 39골 8어시스트를 기록했습니다! 정말 어마어마한 기록이군요!] [최선을 다해 뛰다보니 자연스레 좋은 기록을 쌓을 수 있던 것 같네요. 감독이나 코치, 동료들의 도움도 있었구요.]미녀 진행자의 감탄에 영상 속 홍민준이 겸손하게 대답했다.
“크흠. 그럼, 그럼. 홍민준은 제 잘난 맛에 사는 거만한 선수가 아니지. 내가 녀석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데.”
[이 정도면 한 시즌 50~60골을 넣었던 메시와 호날두급 페이스 아닌가요! 라이벌인 호르헤 선수보다 훨씬 많은 골을 기록중이잖아요.] [그런 전설적인 선수들과 비교하기엔 아직 부족하죠. 호르헤는 저보다 골은 적지만 어시스트가 많아 전체적인 공격 포인트는 비슷한걸로 알고 있어요.] [과연 발롱도르 라이벌답군요. 그래도 전반기만에 39골을 기록한 건 역대급 기록 아닌가요?]고개를 주억거리던 보트만은 다시금 책상 위 보고서를 훑었다.
복잡한 수치를 제외하고 단순히 공격 포인트만 보자면 무려 26경기 39골 8어시스트. 그야말로 압도적인 기록아닌가.
[기록을 의식하지 않는 편이라 역대급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근데 제가 기록한 골을 자세히 살펴보면 좀 거품이 있어서, 아직 역대급까진 아닌 것 같아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를테면 39골 중 6골을 한 경기에서 몰아넣었죠. 리그컵 32강에서 만났던 찰턴과의 경기에서 말이에요.]홍민준의 말에 새록새록 당시의 기억이 떠오른다.
찰턴은 2부인 챔피언십도 아닌 그 아래, 3부 리그인 리그1 소속의 팀.
당연히 전력상 뉴캐슬에 비할바가 아닌 약팀인지라 로테이션을 돌리고 싶었는데, 하필 직전 경기였던 아스널전 무승부를 거두며 분위기가 쳐지고 말았다.
그전까지 전승을 거두며 시즌 초반 기세가 무섭게 타오르던 상황.
전반기 리그 우승 경쟁을 벌였던 지난 시즌을 떠올리게 만드는 엄청난 기세였기에 아스널전 무승
부가 너무나 아쉬웠다.
그래서 다시금 기세를 끌어올리기 위해 찰턴을 상대로 로테이션이 아닌 전력을 동원하지 않았던가.
그 결과 야구 스코어가 나왔었다.
무려 10:0 승리.
아무리 1부 리그팀과 3부 리그팀이 맞붙는 경기였다지만 이 정도 격차는 쉽게 보기 힘든, 드문 경기였던지라 꽤 화제도 됐었지.
[그래도 대단한 기록임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리그 18경기에서 23골 4어시, 챔피언스 리그 조별 리그 6경기에서 8골 3어시로 리그와 챔스 모두 득점 1위에 올라있는데요. 기분은 어떠신가요?] [골 기록도 좋지만 무엇보다 이제 ‘검증’이나 ‘증명’에 대한 소리가 안 나오는게 가장 좋아요. 아무래도 한국 아마추어 리그에서 바로 유럽 프로 리그에 진출하기도 했고, 프로 경력도 짧다보니 우려가 없을 순 없었겠죠. 그래도 이젠 팬들이 신뢰하는 선수가 된 것 같아 기쁩니다.]시종일관 동양적 미덕인 겸손을 앞세우던 홍민준의 자신만만한 발언에 진행자가 오오, 과장된 감탄을 내뱉는다.
“저거저거, 또 여자 홀리고 있네.”
매력적인 초콜릿 피부에 30대 농염함을 겸비한 미녀 진행자는 보트만의 취향에 딱 맞는 여자였다.
문제는 그 취향저격의 여자가 저보다 한창은 어린 남자에 헬렐레 빠져있다는거지.
홍민준을 중심으로 양 옆에 위치한 두 미녀가 홀린 듯 쳐다보는 눈빛이 여과없이 드러난다.
“티나 로트 같은 여자도 저런 눈빛을 하네.”
내막을 알고 영상을 보니 남자에 빠진 여자들의 모습이 눈에 쏙쏙 들어온다.
미녀 진행자가 과장되게 웃으며 쓸데없이 스킨십을 하는거나, 옆에 앉은 티나 로트가 눈을 못떼고 있는거나.
부러움에 괜히 영상에서 시선을 돌려 보고서를 훑는 보트만의 미간이 다시금 찌푸려진다.
“어렵군, 어려워.”
홍민준의 득점 페이스는 역대급이라 할만하다.
리그만 따져도 전반기 무려 23골. 그야말로 압도적인 득점 페이스를 보이는 반면, 어시스트는 고작 4개.
녀석이 오직 득점에 치중하는 스코어러 타입도 아닌데 왜 이런 기형적인 분포를 보이는걸까.
홍민준은 포지션만 보면 최전방부터 2선 좌우부터 중앙까지 매우 다양했지만 사실 역할은 비슷했다.
1.5선에서 득점에 더불어 플레이 메이킹을 담당하는 것.
이른바 전통적인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
공격 포인트가 증명하듯 득점력도 뛰어나고, 어택킹 써드에서 보여주는 플레이 메이킹도 준수했다.
그런데 어시스트가 고작 4개 뿐이라니.
플레이 메이킹이 영 부실하면 몰라도 홍민준의 메이킹 능력은 나쁘지 않았다.
보고서에 나온 수치만봐도 그렇다.
위험 지역에서의 볼 간수 능력, 상대의 압박에서 벗어나는 능력, 파이널 서드에서 패널티 박스 안으로 패스를 넣어주는 능력… 정상급은 아니어도 나쁘지 않은 수치.
하지만—
“결정적인 패스 숫자 대비 골로 이어지는 비율이 너무 낮단 말이지.”
바로 골로 연결되는 전환율이 터무니없이 낮은 것이 문제였다.
처음엔 일시적인거라 여겼다.
경기에서 보여주는 홍민준의 플레이 메이킹은 꽤 뛰어났고, 실제로도 결정적인 찬스로 이어지는 패스도 곧잘 보여줬으니까.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득점력 대비 어시스트가 너무 낮은 것이, 플레이 스타일 상 골만 노리는 것이 아님에도 이런 기묘한 페이스가 계속된다는 것에 이상함을 느꼈다.
하지만 왜 그런지 명쾌한 이유를 찾을 수 없었는데…
“쓰읍… 어쩐담. 이걸 알려줘야하나. 이대로 놔둬도 잘 하는 선순데 괜히 폼만 떨어뜨릴수도 있고… 시즌 끝나고 개인 훈련을 시킬까.”
겨울 휴식기를 맞아 모처럼 경기 준비가 아닌 홍민준에 대한 분석을 하다보니 이유를 알게 됐다.
경기에서 보여주는 플레이 메이킹 능력이 나쁘지 않음에도 골로 전환되는 패스가 너무 낮은 이유.
그 이유가 그저,
“이정도 실력의 선수가 이리 패스가 미숙하고, 판단력이 부족할 줄이야. 시즌 중에 특별 훈련을 시키기도 그렇고… 허, 참. 난감하네.”
패스 미숙이라니.
자기가 분석하고도 믿기지 않는 결과에 보트만은 다시 머리를 감싸쥐고 끙끙 앓을 수 밖에 없었다.
“그냥 불러다 놓고 속 시원하게 패스 실력이랑 판단력이 부족하다고 말해줄까. …아니야.”
홍민준이 아무리 동양적인 미덕을 갖춘 선수라지만, 이정도 실력, 이정도 커리어, 이정도 기록을 달성 중인 선수라면 자부심이 있기 마련.
근데 어떻게… 이런 실력에 보드진도 보물 취급하는 선수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고!
심각한 내적 갈등에 괴로워하는 자신과 달리 영상 속에서 미녀들에게 둘러싸여 하하호호하고 있는 홍민준의 모습에 보트만은 다시금 한숨만 내쉬었다.
* * *
짧았던 겨울 휴식기가 끝났다.
휴식기 이후 첫 훈련날, 새벽 댓바람부터 훈련장에 나와 몸을 풀고 있던 보트만은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감독님? 아침부터 뭐하세요?”
“역시 가장 먼저 나왔군. 휴식기는 잘 보냈나? …아니지. 잘 보냈겠군. 자네가 나온 토크쇼 재밌게 봤다네.”
“오. 그거 보셨어요?”
예상대로 가장 먼저 훈련장에 나온 이는 홍민준.
이정도 위치가 됐음에도 성실하기 짝이 없는 모습에 보트만은 내심 고개를 주억거렸다.
“음. 어떤가 홍. 나랑 패스 게임이나 한 번 해보지 않겠나.”
“감독님이랑요?”
“나도 현역 땐 패스에 일가견있는 미드필더였지. 혼자 훈련하는것보단 나을거야.”
“그럼 그러죠 뭐.”
그래.
이토록 프로 의식이 투철한 선수라면 가능하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용기.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용기.
그리고 배우려는 자세가 된 선수라면…!
“…오잉?”
“왜 그러세요?”
“다, 다시, 다시 해보지.”
보트만은 입을 떡 벌렸다.
…이게 아닌데?
“너, 너 왜 이렇게 패스 잘해!?”
“갑자기 뭔 소리에요. 원래 잘 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