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253)
253
겨울 휴식기 내내 같이 사는 두 여자에게 착정… 아니, 쥐어짜이다가… 아니, 역강간… 아무튼, 메챠쿠챠 당하며 이러다 말라죽겠다 싶은 생사를 오가는 사투를 버티고 팀에 복귀하던 날.
체액 냄새가 진동하는 집구석에서 한시바삐 벗어나기 위해 새벽 댓바람부터 후다닥 훈련장으로 나와보니 웬일인지 감독님이 홀로 공을 차고 있었다.
그것도 왠지 모르게 심각한 표정으로.
집에 무슨 우환이라도 있나.
“감독님? 아침부터 뭐하세요?”
“역시 가장 먼저 나왔군. 휴식기는 잘 보냈나? …아니지. 잘 보냈겠군. 자네가 나온 토크쇼 재밌게 봤다네.”
“오. 그거 보셨어요?”
평소 차분하던 양반이 왜 이리 호들갑이람.
“음. 어떤가 홍. 나랑 패스 게임이나 한 번 해보지 않겠나.”
“감독님이랑요?”
“나도 현역 땐 패스에 일가견있는 미드필더였지. 혼자 훈련하는것보단 나을거야.”
감독님은 30대 후반이다.
분명 감독치고는 젊은 나이고, 또래 중엔 아직도 현역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사람도 있다지만 감독님은 일찌감치 선수 생활을 접고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 케이스.
몸관리라도 잘했다면 모르겠는데 감독님은 전형적인 아저씨 체형이다.
애초에 재능이 있었다면 선수 생활을 그리 일찍 접을리도 없었겠지.
일찍 은퇴하고 지도자로 전향한 케이스라면 100 중 99는 선수로서 썩 재능있지 않았다는 뜻 아닌가.
현역 때 미드필더였다한들 몸관리 안 한 아저씨가, 그것도 재능없어 일찍 은퇴한 사람이 나랑 패스 플레이를 해봐야 얼마나 할까.
실제로 평소에도 감독님은 선수들과 함께 훈련에 참가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왜 그런 감독 있지 않은가.
말로만 이거해라, 저거해라 하는 ‘이론파’ 감독. 우리 감독님이 딱 그런 스타일이다.
사람들의 통념과 달리 축구 실력은 나이가 든다고 확 줄어들지 않는다.
노병은 죽지 않는단 말이 있고,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지.
특히 테크닉 같은 부분은 나이가 들어도 쉽사리 녹슬지 않는데, 그래서 가끔 은퇴한 옛 전설적인 선수와 현역 선수가 붙는 컨텐츠에서 사람들이 깜짝 놀라는 장면이 발생하지 않던가.
은퇴한 선수가 현역 선수를 압살하는, 옛날 전설로 불리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그런 모습 말이다.
이런것처럼 나이가 들어도 축구 기량이 크게 줄어들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은퇴한 선수가 결코 현역을 따라잡을 수 없는 부분이 있으니, 바로 신체 능력. 그중에서도 체력이야말로 현역이 현역인 이유다.
그렇기에 체력적으로 버틸만한 짧은 훈련에서는 은퇴한 선수라도 얼마든지 활약할 수 있는데, 실제로 현역 때 날렸던 감독들은 훈련에 직접 참여하는 경우도 많다.
가장 유명한 예로는 지네딘 지단이 있겠지.
전설로 회자되는 현역 시절의 모습을 훈련장에서 그대로 보이며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의 감탄을 자아냈다는 ‘훈련장 전설’은 유명한 썰 아닌가.
심지어 발롱도르 위너 모드리치는 “우리 팀에서 가장 공을 잘 차는 건 감독님이다”라고 극찬하기까지.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화려한 현역을 보낸 감독들이고, 입축구 전문가인 우리 감독님은 어디까지나 이론파로 훈련에 직접 참여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런 감독님이 뜬금없이 나랑 패스 훈련을 하겠다고?
그것도 ‘명절 후유증’, ‘월요병’이 생기는 휴식기 바로 다음날 새벽 댓바람부터 출근해서?
그 순간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번뜩임.
휴식기 다음날 새벽부터 홀로 그라운드에 나와 공을 굴리고 있던 모습, 심각한 표정, 과하게 날 반기던 기색, 평소와 달리 뜬금없이 나와 패스 훈련을 하자는 모습까지.
설마…?
‘그렇군.’
이제 알겠다.
모든 의문은 풀렸어.
‘저 양반 유부남이었어.’
그렇다.
감독님은 유부남.
결정적인 키워드를 알아내고나니 모든 결론이 하나로 도출된다.
말인즉슨 감독님’도’ 집구석에서 도망나온 처지라는 것.
어쩐지….
‘이것이 유부남 동지애라는건가.’
유부남은 아니지만 예비 유부남으로서 절로 유대감이 샘솟는다.
착정을 피해 집구석에서 도망나온 나와 마누라의 등쌀을 피해 집구석에서 도망나온 감독님.
분명하다.
감독님은 막상 집구석에서 도망나왔지만 할 게 없어 홀로 청승을 떨고 있던 것이.
집구석을 피해 새벽부터 후다닥 도망나왔을 감독님이 모습이 눈에 잡힐 듯 떠올라 나도 모르게 울컥해진다.
따흐흑 감독님…!!
“좋아요. 같이 훈련해요, 감독님!!”
“음. 내가 패스를 알려주겠네, 홍.”
패스. 패스라.
우리 감독님 현역 시절 미드필더, 그것도 패스가 장점인 미드필더랬지.
후… 어쩔 수 없군.
요즘 포인트 벌이가 힘들어 좀 더 모아두려고 했지만, 우리 감독님을 위해서라면 이정도 투자쯤은…!
“아, 아닛…!? 왜 이렇게 패스를 잘하지!?”
놀라는 감독님을 보며 속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 기뻐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감독님.
포인트 쓴 건 조금 속이 아프지만 감독님에게 일말의 위로가 됐다면, 전 그걸로 만족하니까요.
* * *
선수단이 복귀하고 처음 가진 연습 경기.
감독님은 이번 연습 경기에서 공격적인 드리블 돌파를 즐기는 본래의 플레이 스타일을 자제하고 최대한 패스 플레이 위주로 경기에 임할 것을 주문했다.
아무래도 향상된 패스 능력을 알아본 모양.
역시 감독은 감독이군.
하지만—
“민준. 자네 나랑 잠깐 면담 좀 하지.”
휴식기 이후 첫 훈련답게 늦은 점심 무렵 일정이 끝나고 선수단이 해산할 무렵, 감독님이 면담을 요구해왔다.
“혹 자네가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오늘 연습 경기에서 보여준 자네의 플레이에는 큰 문제가 있네.”
“문제요? 제 플레이에요?”
예상치 못한 말에 당황하던 것도 잠시.
괜찮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감독님이 종이 뭉치를 내밀었다.
“이건 뭐죠?”
“자네에 대한 분석 자료네. 한 번 보겠나?”
수십장의 종이를 하나씩 넘겨보며 훑으니 각종 수치와 그래프, 그라운드 그림에 무언가 복잡한 표시까지.
대충 읽어서 파악하기 힘든 정보덩어리에 다시 감독님을 쳐다보니 기다렸다는 듯 설명을 시작한다.
“축구의 기본은 패스고, 패스에는 다양한 요소가 필요하지. 특히 상대의 위험 지역, 어태킹서드에서 패널티 박스로 패스를 연결하는 것에는 두 가지 요소가 핵심이다. 기점의 위치와 타이밍.”
테이블 위에 내려놨던 자료 뭉치를 넘기던 감독님이 한 부분을 짚는다.
“네 패스의 골 전환율을 나타낸 수치다. 밑에는 다른 2선 플레이 메이커들의 수치고. 비교하니 유독 낮지?”
정량적으로 수치화시키진 않았지만 내 패스가 골로 연결되는 비율이 유독 낮다는 건 알고 있었다. 내색하진 않았지만 의식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했고.
패스 능력치를 올린 건 결코 충동적으로 결정한게 아니다.
감독님이 계기가 되었을 뿐, 패스에 대한 고민은 계속 해왔다.
토크쇼에서 새삼 득점력 대비 낮은 어시스트를 느끼며 해결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고, 그 방법 중 하나가 부족한 패스 능력을 보완하는거였으니까.
“나름대로 분석을 통해 이유를 찾아봤다. 몇 가지 문제가 보이더군. …부끄럽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첼시의 페데리코 감독이 네 약점이라고 인터뷰한 것에서 큰 도움을 받았지. 나보다 내 선수를 더 잘 파악하다니, 확실히 페데리코 감독이 인물은 인물이더군.”
로렌초 페데리코 감독의 능력이야 잘 알지.
첼시전에서 느낀 그 끈적끈적한 어려움은 아직까지 선명하다.
“내가 파악한 자네의 문제는 크게 두가지. 하나는 패스 실력 자체가 부족한 것이고, 두번째는 생각의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거네. …괜찮나?”
“네? 뭐가요?”
“아니… 이렇게 말해도 괜찮은지 묻는걸세.”
뭐야. 할 말 다해놓고 이제와서 뭔.
“괜찮죠 그럼. 제 부족한 점을 알아야 보완하고 발전하는거죠. 그래서요?”
“으, 음… 자네는 역시…”
퍽 감동받은 눈빛으로 쳐다보는 감독님의 껄끄러운 시선에 괜히 헛기침만 연발하고 있으려니,
“좋아! 지금 나가지. 지금 당장 훈련장에 가세. 내, 자네에게 플레이 메이킹을 알려주겠네!!”
알려주긴 뭘 알려줘 이 양반아… 나도 집에가서 쉬어야지.
휴가 끝나자마자 특근이냐….
그러나 감독님의 기세가 여간 기합이 아닌지라 나도 억지로 텐션을 끌러올렸다.
“좋습니다! 그럼 감독님의 지도 하에 완벽한 플레이 메이커로 거듭나겠습니다!”
“완벽한 플레이 메이커까진 아니고…”
“아뇨! 이왕하는거 최고를 노려야죠. 감독님의 지도편달하에 패스 마스터가 되어봅시다!!”
“으, 응? 패스 마스터?”
그래.
내 재능, 득점왕만으론 아쉽지.
“그, 패스 마스터란 건 단순히 훈련만으로…”
“사비나 이니에스타, 모드리치, 더 브라위너급 패스 마스터. 그게 제 목푭니다.”
“누구? 사비?”
말하고보니 갑자기 의욕이 샘솟네.
“당장 훈련 시작하죠 감독님.”
프리미어 리그 골/어시 10/10 기록은 꽤 있던데 20/20 기록은 있던가?
이왕 노리는거 득점왕/도움왕을 동시에 석권하는 건 어떨까. 프리미어 리그 역사에 득점왕과 도움왕을 동시에 먹은 선수는 없을거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