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256)
256
경기 초반은 예상대로였다.
프리미어 리그 우승권 팀답게 첼시 선수들은 하나같이 실력적으로 완성된 이들.
지난 경기에서도 느꼈지만 스탯이 향상된 지금도 상대하기 쉽지 않은 선수들이다.
특히 음바바.
육체적으로 뛰어난 선수들을 선호하는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괴물 소리 듣는 녀석답게 음바바의 운동 능력은 나 못지 않다. 오히려 스피드를 제외하면 대체로 나보다 스펙이 높다.
자신이 괜히 세계 최고 센터백으로 언급되는게 아니라는 듯 한 음바바의 견제만해도 힘든데 여기에 바이킹국 출신의 떡대까지 붙었다.
스웨덴산 거구가 그 덩치를 앞세워 적극적인 경합을 벌이고, 빠르고 민첩한 음바바가 뒤에서 견제한다.
하나하나 놓고보면 못뚫을 상대가 아니건만, 두 선수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결합하여 교묘한 시너지를 내니 어지간히 도전적인 플레이를 즐기는 나조차 드리블을 자제할 정도.
허나 이정도 어려움이야 익히 예상한 바, 두 사람의 협력 수비가 버겁긴해도 상대하지 못 할 정도는 아니었다.
내가 힘든만큼 상대도 날 막느라 힘겨워하는게 역력했으니까.
내 드리블 돌파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은 듯, 철저히 돌파를 막는 대신 뻥 뚫린 패스 경로.
무리하게 돌파를 시도하기보단 뻔히 보이는 패스 경로를 이용, 볼배급에 주력했다.
“민준 이쪽!!”
“홍! 좋았어!”
첼시의 두 선수의 협력 수비조차 날 완벽히 묶어둘 순 없었다.
스웨덴산 거구와의 경합도 휘청거릴지언정 끝내 버텨내고, 음바바의 견제에도 침투해들어가는 동료들에게 연거푸 좋은 패스를 연결하길 여러번.
첼시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몇번의 찬스가 허무하리만치 성과없이 끝나고, 오히려 첼시의 공세게 시달리던 수비진이 2골을 내주며 전반이 마무리됐다.
그리고 이상을 깨달은 것은 그때쯤이었다.
첼시의 2번째 골이 골망을 가르고 난 후, 기뻐하는 첼시 선수들과 비웃듯 날 흘겨보는 음바바를 보며 희미하게 느껴지던 위화감이 선명해지는 걸 느꼈다.
‘뭔가 이상한데. 뭐지? 뭐가 이상하지?’
오늘 내 활약은 나쁘지 않다.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을 뿐, 공격의 기점으로서 결정적인 찬스를 몇 번 만들어냈다.
단지 약간씩 아쉬운 후속 플레이로 계속해서 한끗이 부족할 뿐, 충분히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을터인데…
‘이상해. 왜 이렇게 찜찜하지.’
묘한 기시감이 든다.
괜찮게 활약하는 듯 보이지만 실속은 하나도 없는 상황.
첼시의 파이널서드로 연결한 패스가 몇 번이고, 패널티 박스 근처까지 이어진 패스가 몇 개던가.
그러나 결국 골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전부터 느껴온, 패스 능력치를 올리며 보완됐다고 생각했던 실속없는 플레이 메이킹이 오늘따라 더욱 크게 다가왔다.
“더 많이, 더 활발히 움직여라. 특히 측면. 풀백과 3선은 움직임을 많이 가져가서 빈공간을 지워! 첼시는 지금 명백히 오버페이스다. 여기서 밀리면 안 돼! 숫자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우리도 더 많이 뛰어야 하니까—“
그 여느때보다 열정적으로 전술 지시를 내리는 감독님을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손을 들었다.
감독님이라면 이 답답함을 명쾌하게 풀어줄 수 있으려나.
“뭔가?”
“저는 어떻게 움직일까요?”
“민준, 자네는 지금처럼 계속해. 지금처럼 상대 선수 2명을 묶어두고, 계속 위험 지역으로 패스를 연결하다보면 골을 따라오기 마련이야. 후반에는 좀 더 과감하게 움직여서 드리블 돌파도 시도해보고.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던 감독님은 짧게 말하곤 다시금 동료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패널티 박스를 향해 다이렉트 패스를 시도해보게. 자, 집중. 다시 설명하자면—”
패널티 박스를 향한 다이렉트 패스?
각이 나오면 모를까 무리하게 연결하다 끊기면 더 위험하지 않나? 아무리 상대가 내 돌파를 막기에 급급해 패스 경로를 열어준다해도 그렇게까진 열어주지 않을텐데.
일단 해보는 수 밖에.
그렇게 시작된 후반전.
경기는 전반과 똑같이 흘러갔다.
우리가 공격할 땐 몇 번이고 괜찮은 패스를 보내지만 실속없이 끝나고, 반면 첼시가 공격할 땐 허둥지둥 급급하게 수비하다 몇 번이고 실점 위기를 맞이하고.
왜 자꾸 우리가 공격할때나 수비할때나 숫자가 부족할까. 왜 항상 첼시 선수들이 더 많아보일까.
혹시 팀원들이 설렁설렁 뛰어서 그러나…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동료들을 살피니 땀범벅으로 숨을 몰아쉬는게 평소보다 더 지쳐보인다.
아무리 후반이라지만 전후반 90분을 뛰는 축구 선수들 아닌가.
1~2경기 뛰어본 아마추어도 아니고 EPL에서 주전으로 뛰는 프로들이 이제 고작 후반 15분인데 이 정도로 지쳤다는 건 체력 배분 신경쓰지 않고 열나게 뛰어다녔다는 뜻.
한 두명이면 휴식기 동안 몸관리 개같이 못했다고 여기기나 하지, 동료 모두가 이렇다는 건…
‘이대론 안 돼.’
후반 시작하고 그리 많은 시간이 흐른 건 아니었지만 퍼뜩 이대론 안 되겠단 생각이 든다.
지금의 활약이 나쁜 건 아니지만 분위기 반전을 위해선 보다 결정적인 기회가 필요했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결정적인 기회란 곧 모험적인 플레이.
‘그래 씨바. 내가 언제부터 그리 안정적인 플레이를 즐겼다고. 일단 닥치고 고다.’
공을 잡는 순간 뒤에서 묵직하게 눌러오는 거구의 힘.
휘청이는 몸에 힘을 주며 간신히 균형을 잡자마자 갈비뼈에서 격통이 치솟는다. 이번에도 몸이 겹치며 심판이 볼 수 없는 곳을 팔꿈치로 비벼대는 모양.
통증에 일순 힘이 풀리며 휘청이자 기다렸다는 듯 발이 뻗어온다.
반사적으로 그라운드를 짚으며 튕기듯 몸을 일으켰다.
“윽?”
그 기세에 발을 뻗느라 한쪽 발로 균형을 지탱하며 녀석이 휘청 밀려나며 순간적으로 생긴 틈으로 몸을 우겨넣었다.
반쯤 쓰러졌던 몸을 일으키며 무게가 실린 앞발로 툭, 살짝 공을 밀어내고,
한걸음 앞으로 뻗는 다리 밑으로 굴러오던 공이 자연스레 발 옆면에 맞아 경로가 휘어진다.
두걸음 내딛는 발에 맞아 다시 옆으로 튕겨나가는 공을 향해 달려드는 음바바의 움직임.
세걸음 내딛던 발로 공의 윗면을 긁어내는 동시에 빙글 몸을 돌린다.
반대쪽 회전문에 들어온 사람처럼 스쳐지나가는 음바바의 검은 얼굴이 새하얗게 물들고, 퍽, 단단한 스터드를 바닥에 박아넣으며 급정거 한 녀석의 다리가 부러질 듯 휘어진다.
‘이런 미친새끼!’
무릎이 아작나도 이상하지 않을 동작으로 급정거를 한 음바바의 몸이 균형을 잃고 나와 부딪쳤다.
공을 컨트롤하며 몸을 돌리던 탓에 녀석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함께 휘청이다 간신히 균형을 회복하고나니 개처럼 손으로 그라운드를 짚으며 앞을 막아서는 녀석.
엎드린 녀석 정도야 얼마든지 뚫어낼 수 있지만 이미 늦었다.
그때쯤엔 이미 뒤쫓아 온 칼 구스타프에게 따라잡힐테니.
구스타프마저 제쳐볼까?
그럼 음바바도 균형을 회복했을텐데, 다시 음바바도 제쳐?
복잡한 머릿속, 순간적으로 여러가지 생각이 스치고, 이대로 무리하다 공을 잃기보단 얼마 되지 않는 공격 기회를 살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반사적으로 뒤를 힐끔거리던 차.
‘패널티 박스로 직접…’
우연처럼 패널티 박스를 향해 침투해들어가는 루크와 시선이 마주쳤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녀석이 언제 여기까지, 하는 생각이 떠오르는 동시에 본능적으로 패스를 위해 몸이 움직인다.
공 위를 긁어내던 발이 그대로 흘러 바닥을 딛고, 디딤발 뒷꿈치가 팡, 공을 차낸다.
“무슨…!”
엎드린 팔과 다리 사이를 쏜살같이 지나가는 공에 경악하는 음바바위 위로 내가 쓰러진다.
“어억…?”
“…응?”
턴을 하던 중 무리한 움직임으로 균형 잃은 몸이 반쯤 돌아간 상태로 쓰러지며… 졸지에 엎드린 음바바 위에 걸터앉은 모양새가 됐다.
“비, 비켜!!”
“어, 그래.”
후다닥 일어나니,
“골!! 골이야 민준!! 내가, 내가 골을 넣었어!! 그것도 민준의 엄청난 패스를 받아서 넣었다고!!”
우리팀 덩치가 해맑게 웃으며 달려든다.
…무슨 곰도 아니고.
* * *
“오우 지쟈스!! 이게 무슨 일인가요!! 홍민준의 원더풀한 패스가 나왔습니다!!”
“대체 어떻게 패스한거죠!? 아, 느린 화면으로보니 턴을 하던 중간에 발을 바꿔 힐패스를… 아니, 이게 말이 되는 동작인가요? 이게, 아니, 대체 어떻게해야 이런 움직임이…”
“봤어요? 봤죠? 제가 뭐랬어요! 후반전의 홍은 다르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보세요, 이 환상적인 힐패스를! 홍은 크레이지한 선수지만 후반전의 홍은 외계인이나 다름없다구요!!”
“아~ 이렇게되면 뉴캐슬이 한 골 따라붙으며 1:2이 됩니다. 이거… 정말 전반기 두 팀이 붙었을때랑 똑같은 상황으로 흘러가는데요.”
“으하하, 지켜보세요. 후반기 홍민준이 또 엄청난 활약을 보여줄거에요!!”
“오, 알았으니 제발 좀 진정해요 지미. 저도 기대하고 있다구요.”
그러나 중계위원들의 기대와는 달리 경기는 1:3, 첼시의 승리로 끝났다.
“아~ 이번 경기 첼시가 가져갑니다. 어찌보면 경기력다운 결과네요. 경기 대부분 첼시가 뉴캐슬을 압도했죠.”
“뉴캐슬 입장에선 무척 아쉽겠는데요. 전반기에도 지고, 후반기에도 졌어요. 무엇보다 우승권 경쟁자에게 당한 2패라는게 큽니다. 경쟁자에게 잃은 승점은 후반기 갈수록 뼈아프게 다가오기 마련이죠.”
“보트만 감독 이거 많이 무안하겠는데요. 인터뷰에서 승리 예고를 했는데 3:1로 져버렸어요.”
마무리 멘트를 하던 중 카메라가 한곳을 포커싱한다.
“응? 첼시의 페데리코 감독, 홍민준 선수와 어깨동무를 하고 뭔가 속삭이는군요. 무슨 말을 하고 있을까요?”
“칭찬아니겠습니까. 오늘 경기, 비록 뉴캐슬은 패배했지만 홍민준은 번뜩이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며 왜 자신이 에이스인지 증명했잖습니까.”
“하하, 그렇죠. 설마 밥먹자는건 아니겠죠. 하하하하.”
“에이~ 설마요, 하하하하.”
설마가 맞았다.
그 시각, 홍민준은 로렌초 페데리코 감독과 반강제로 어깨동무를 하고 밥먹잔 얘기를 듣고 있었으니까.
“예? 뭐요?”
“식사나 하자는건데 뭐 이상한가?”
“아뇨. 그 전에 뭐라고 하셨죠?”
“오늘 경기 답답했지? 왜 그런지 이유를 알고 싶나? 알고 싶으면 식사 한 번.”
…이 아저씨 나한테 뭐 맡겨놨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