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257)
257
“여기야?”
“네. 이 레스토랑 맞아요.”
내가 건넨 쪽지에 쓰여진 주소를 확인한 티나가 다시 한 번 맞다고 확인해준다.
첼시와의 경기가 끝난 후 곧장 로렌초 감독과 식사 약속을 잡았다.
첼시는 런던를 연고지로 둔 구단이고 뉴캐슬은 잉글랜드 북부 뉴캐슬어폰타임에 연고지를 둔 구단. 거의 잉글랜드의 남쪽과 북쪽 끝에 위치한 연고지를 감안하면 쉽게 만나기 어려운 거리임은 분명하다.
뭐, 로렌초 감독이 기깔나는 미녀라면야 어떻게든 시간 내서 만나겠지만… 아무리 미중년이라지만 굳이 아저씨를 만나러 쉬는날 런던까지 오기엔 귀찮으니까.
이왕 런던 원정 온김에 끝내자는 생각으로 당일 저녁에 잡은 약속.
내가 대접한다고 했으니 눈 튀어나올 비싼 레스토랑도 각오했건만 동네 평범한 레스토랑이라… 이건 또 이거대로 의외네.
“시간 좀 남았는데 먼저 들어가 있을까?”
“전 뭐든 좋아요.”
한껏 화려하게 차려 입은 티나가 어쩐지 불안한 표정으로 가지런히 모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린다.
“티나.”
“네, 네!?”
“시킨대로 안 입었지?”
“…네에.”
“잘했어. 나중에 검사한다?”
티나가 발그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이 귀여운 얼굴을 하고선 노팬티라… 이거 귀하거든.
“그러고보니 뭔가 달라졌는데… 화장이 연해졌네?”
본래 서양 여자들이 인상 짙은 강한 화장을 즐겨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티나는 앳된 외모를 가리기 위함인지 유독 화장이 짙었다.
개인적으로 불호 중의 극불호 화장법이라 탐탁잖았는데, 오늘따라 무슨 일인지 자연스러운 연한 화장을 하고 나왔네.
뭘까. 새삼 K-뷰티 화장법에 눈을 떴나 싶었더니만…
“아. 언니님이 민준이 좋아하는 화장법을 가르쳐주셨어요. 민준이 자연스러운 화장을 좋아한다고…”
언니님?
영어라고 존댓말이 없는게 아니다.
우리나라처럼 엄격히 구분되는지 않지만 영어에도 경어는 존재한다.
설마 친구 사이에 쓰는 언어와 직장 상사 혹은 영국 왕실을 상대로 쓰는 언어가 같을까.
방금 티나가 쓴 건 명백한 경어. 그것도 일상 생활에서 쓰이지 않는 극도의 경어다.
게다가 언니님은 또 뭐야. 언니에 님을 붙인건가? 저것만 한국어인 것도 킹받네.
“어… 뭐… 그래. 잘 어울리네.”
“그, 그래요? 연습은 많이 했지만 보여주는 건 처음이라 긴장했는데, 다행이다.”
살풋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티나의 얼굴에서 또다른 안도감이 엿보인 건 내 착각이겠지…?
왠지 언니님한테 혼나지 않아 안도하는 것 같은데.
…뭐, 여자들 사이에서도 서열 정리라든가 여자들만의 문화 같은게 있겠지.
“근데 티나는 두 사람이랑 언제부터 연락하게 된거야?”
“전에 방송 출연을 위해 연습할때요. 그때 처음 모임에 가입했어요.”
“모임?”
모임이라니, 또 나도 모르는 음흉한 사조직이 있는 모양인데.
“네에. 모임에서 민준의 여자친구가 되기 위한 조교, 아니 훈련을 받았거든요.”
으, 음… 궁금해하지말자.
누가 이탈리아 남자 아니랄까봐 로렌초 감독은 단 둘만의 식사 자리는 학을 떼며 거부했다.
남자 둘이 저녁이라니, 말도 안 된다고.
그래서 여자친구 동반의 저녁 식사가 됐고, 내 동반자가 하린이나 다예가 아닌 티나가 된 건 요즘 두 사람이 바쁘다 못해 지금 영국에 없기 때문.
한동안 질질 끌던 구단 인수가 드디어 끝나며 나 대신 구단 경영 및 관리를 맡은 두 사람이 바빠지게 된거다.
처음엔 의욕적으로 추진한 구단 인수였지만, 막상 지난한 인수 과정에 질려 신경 끄고 있었더니 이제야 완료됐단다.
표면상 GT 그룹이 인수한 모양새지만 실상 내 지분도 상당한데다 사실상 회장님이 하린이에게 주는 선물이다보니 내꺼나 다름없는 구단이지 않나.
하린이는 내꺼니까 하린이 구단도 내 구단 맞지 뭐.
그래서 관심을 가지고 없는 시간도 쪼개 기존 선수나 입단 테스트 신청한 선수들 영상이나 보고서를 살폈는데… 어머나, 세상에. 어쩜 이리 씨발스럽게도 기대할 포텐셜의 선수가 단 하나도 없을 수 있나.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축구팀에서 뛰던 김민재 선배 같은 케이스를 기대했건만 현실은 시궁창.
본래 목적이던 월드컵은커녕 K리그에서 뛸 선수조차 부족했다.
그럼 그렇지, 보석 발굴은 무슨.
내가 알아볼 보석이면 이미 진작에 다른데서 발굴했겠지.
의욕이 한풀 꺾이긴 했으나 국내 풀뿌리 축구 활성화에 대한 관심은 여전한터라 유소년 및 젊은 선수 육성 위주로 구단을 개편하기로 했다.
문제는 선수 생활에 바쁜 내가 나설 순 없으니 날 대신해 구단을 뜯어고칠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
내 의도에 맞춰야하며 동시에 GT 그룹에서도 만족할 수 있는 사람.
누가있겠나. 당연히 하린이지.
그리고 하린이와 손발을 맞출 사람은 다예고.
한동안은 영국에서 업무를 봤지만 구단 인수가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개혁 드라이브를 추진하자니 지휘자가 현장에 있고 없고의 차이가 컸다.
그래서 얼마전부터 하린이와 다예는 한국에서 머무는 중이고, 그렇기에 두 사람을 대신해 티나가 식사 자리에 동행하게 된거다.
* * *
“다시 보니 반갑군 홍. 여긴… 오, 이거 놀랍군. 홍의 피앙새가 잉글랜드의 보석 티나 로트 양이라니. 만나뵙게되어 영광입니다, 레이디.”
“티나 로트입니다. 저도 만나서 영광이에요 페데리코 감독님.”
“로렌초로 괜찮습니다, 레이디.”
보자마자 남의 여자한테 이런 느끼한 멘트부터 날리다니. 역시 이탈리아 남자는 다르구만.
“로렌, 젊은이가 오해하잖아요.”
“처음보는 미녀에게 관심이 생기지 않는다면 그거야말로 이탈리아 남자라고 할 수 없지.”
이탈리안에게 선입견 생기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대사를 치는 로렌초 감독의 옆에서 화사하게 웃던 여자가 인사를 건네왔다.
“만나서 영광이에요, 동양의 왕자님. 로렌의 여자친구 모니카 바체에요.”
아무리 미중년이라지만 40대 중반의 남자와 20대 후반의 여자친구라… 역시 남자도 외모다.
능력남을 향해 존경의 의미로 눈을 찡긋거리자 귀신같이 알아챈 로렌초 감독이 여유로운 웃음으로 화답한다.
로렌초 감독과의 식사 자리는 재밌었다.
내가 경험했던 감독님들과는 달리 로렌초 감독은 유쾌하고, 대화를 주도할 줄 아는 사람답게 식사 자리를 시종일관 즐겁게 만들었으니까.
“로트양. 잠시 도와주시겠어요?”
식사가 끝나고 잠시 대화가 멈췄을 때, 모니카가 적절하게 티나를 데리고 자리를 떴다.
“생각보다 얼굴에 감정이 드러나는 편이구만, 자네.”
“그런 소린 처음 듣습니다만… 뭐, 그만큼 궁금하니까요.”
남자가 보기에도 우아하게 와인을 마신 로렌초 감독은 질질 끌 생각이 없다는 듯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내 생각엔 자네는 혼자하는 축구에 너무 익숙해져있어. 성향도, 능력도.”
혼자하는 축구?
내 강점이 압도적인 스피드와 테크닉을 바탕으로 한 드리블 돌파이기에 개인 전술에 탁월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혼자하는 축구라면 드리블러는 다 혼자 축구하는 선수들이게?
게다가,
“전 충분히 팀적으로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활발하다곤 할 순 없어도 나름 수비 가담도 열심히 하고, 팀적으로 플레이 메이킹도—”
“자네 지금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나?”
“…네?”
“요즘 게으른 플레이를 플레이 메이킹이라 부르나? 자네, 그거 그냥 적게 뛰려는거 아닌가.”
“체력 소모를 줄이려는 목적도 있지만, 그건 부차적…”
“그게 무슨 플레이 메이킹이야!”
로렌초 감독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네의 플레이는 자네만 돋보이는 플레이네. 동료를 조연으로 만드는 플레이 말이야. 수비 가담? 그정도 수비 가담은 당연한거고. 그조차 없었으면 축구 혼자한다고 했겠지. 다른 무엇보다, 자네는 공격에 있어서 동료를 전혀 활용할 줄 모르네. 동료가 자네에게 맞출뿐이지.”
인상을 찌푸린 로렌초 감독은 담배갑을 쥐었다 놓으며 말을 이었다.
“공격은 수비와는 달라. 조직력보단 선수 개인의 기량이 중요하지. 그렇기에 월등한 개인 기량을 갖춘 자네가 활약할 수 있던거고. 하지만 자네의 개인 기량이 통하지 않는 팀, 이른바 강팀을 만나면 어떤가. 이봐, 홍. 최근 강팀을 상대로 한 성적이 어떤가?”
“글쎄요.”
“그럼 오늘 경기는 어떤가.”
“…답답했죠.”
“난 오늘 경기를 준비하며 음바바에게 단 한가지 주문만했네. 자네가 알 수 있게 패스 경로를 열어주라고. 패널티 박스로 향하는 경로만 제외하고.”
그말에 경기 내내 답답하던 이유를 깨달았다.
“함정…”
“그래, 당연히 함정이지. 자네가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 패스 경로는 최악의 선택지가 됐으니까. 왜? 내가 그렇게 설계했거든.”
분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보단 궁금증이 컸다.
“그게 제 스타일과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겁니까?”
“아주 많지. 자넨 선택지가 많아지는 순간 바보가 되잖나. 자네가 가장 무서울 때가 언제인지 아나?”
바보라는 말에 울컥하던 것도 잠시, 그 다음에 말에 올라오던 화도 가라앉는다.
내가 가장 무서울때?
“공간… 드리블 할 공간이 있을 때?”
“뭐, 아주 깡통은 아니구만. 하지만 자넨 공간을 없애도 묘기처럼 빠져나오잖나.”
…때리고 싶네.
“솔직히 말하지. 자네의 개인 기량에는 경의를 표하네. 어떤 수비를 붙여도, 아무리 공간을 지워도 자네는 번번히 내 예상을 벗어난 마법 같은 플레이를 보여주었네. 인정하지. 자네의 약점이 아니면 막을 수 없었을거야.”
사람을 들었다 놓는 것도 아니고, 혹평을 하던 사람이 극찬을 하니 기분이 풀리고 만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매 경기 날 힘들게 만드는 감독이 막을 수 없었다고 인정하는거 아닌가.
“그래서, 제가 가장 무서울때가 언젭니까.”
“선택지가 없을 때.”
“네?”
“자네는 공을 받으면 일단 돌파부터 생각하지. 그건 몸의 반응에서도 드러나. 하지만 돌파가 어렵다면? 다음으로 패스를 생각하네. 패스마저 힘들면? 그러면 자네는 믿을 수 없는, 한계를 벗어난 돌파력을 선보이네. 그렇다면 돌파가 힘든 상황을 조성한 뒤 일부러 패스 경로를 열어주면?”
“함정인 줄 모르고 패스할거란 말씀이군요.”
“그래. 자네는 자네 생각보다 다급한 상황에서 뻔히 예상되는 플레이를 하니까 말일세.”
* * *
헤어질 때 로렌초 감독에게 물었다.
“왜 굳이 저에게 조언을 해주신겁니까? 다른팀 선순데요.”
“혹시 모르지. 언젠가 내 선수가 될지도.”
그러곤,
“또 올 시즌 우리와의 경기는 끝나지 않았나. 우리가 이겼으니, 이제 다른 우승권 팀들 발목 좀 잡아주게. 그래야 우승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야.”
“하하. 맨시티랑 리버풀 맞죠? 최선을 다해볼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곧 미안할 일이 생길 것 같아서 미리 호의 좀 샀다고 생각하게. 나한테 화나는 일 생겨도 이걸로 풀게나.”
『홍민준 첼시로 이적하나? 런던에서 첼시의 감독과 식사 중인 모습 포착!!』
『로렌초 페데리코 첼시 감독 “홍민준 영입? 가능성 배제하지 않아”』
“…아니 이 양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