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258)
258
1월은 공식적으로 유럽의 겨울 이적시장이 열리는 기간이다.
일반적으로 이적이 가장 활발한 시기는 시즌과 시즌 사이에 열리는 여름 이적시장.
그에 비해 시즌 중 열리는 겨울 이적시장은 이적이 성사되기 어려운 조건이 많다.
영입을 원하는 팀은 시즌 중 선수를 빼와야하니 평소보다 비싼 이적료를 지불해야함은 물론 손발을 맞출 시간도 없이 실전에서 합을 맞춰야하고, 파는 팀도 한창 시즌을 치루는 중에 선수를 내주고 싶진 않을 것 아닌가.
하지만 이런 난관에도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선수를 영입하려는 팀은 있기 마련이다.
네임벨류에 어울리지 않는 저조한 성적을 거두는 팀이나 부상 같은 뜬금없는 선수 이탈이 있는 팀에게 겨울 이적시장은 즉시 전력을 수급할 수 있는 기회이며, 당장의 돈이 급한 셀링 클럽 입장에서도 평소보다 비싼 가격표로 호구를 잡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1억 유로의 이적료를 기록했던 홍민준, 불과 반년만에 2억 유로로 첼시행?』
『레알 마드리드의 하이재킹 움직임! 이적료는 무려 2억 5천만 유료!』
그렇기에 이런 찌라시가 나돌 수 있는 것이겠지.
스타 선수의 이적설은 언제나 이적시장의 단골 찌라시 메뉴.
특히 나같이 동서양을 아우르는 슈퍼 스타의 이적설은 그야말로 기사만 올리면 클릭수를 보장하는 특급 떡밥 아닌가.
괜히 매 이적 시장 내 이적에 대한 찌라시가 파다해지는게 아니다.
가만히 있어도 온갖 찌라시가 판치는 나인데, 하물며 이적 기간에 타 팀 감독과 식사를 했다?
이런 어그로를 놓치면 기레기의 자격이 없을터.
당연히 내 이적설이 뜨겁게 달아올랐고,
“홍… 정말 이적하는거 아니지?”
“아니라니까.”
“그럼 왜 첼시 감독이랑 만난거야?”
“그냥 밥 먹은거라고. 애초에 나 합류한지 반년도 안 됐거든? 바이아웃도 없고. 팀이 미쳤다고 팔겠냐.”
“그치?”
“어, 그래.”
“근데 2억 파운드면 팔지 않을까?”
“뭐? 2억? 2억 유로도 아니고 2억 파운드가 뉘 집 개 이름이냐.”
어린 선수들로 이루어진 팀원들까지 찌라시에 부화뇌동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거 참, 지겨워 죽겠네.
그래. 이정도는 괜찮다.
이적설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 이적 시장마다 찾아오는 연례 행사 아닌가.
그러나 평소와 다른 건,
“식사는 맛있었나.”
“감독님. 하… 진짜 아니라니까요.”
“그래. 이적은 아니겠지. …내 전술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얼마든지 찾아오게. 난 충분히 자네와 의견을 나눌 생각이 있어.”
“아니, 진짜 그런게 아니라… 아오.”
하필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와전된 소문을 퍼뜨린 것.
『전술에 대한 심도 깊은 토론을 나눈 로렌초 페데리코와 홍민준』
『뉴캐슬 감독은 모르는 홍민준의 최적 활용법?』
…물론 중간에 그런 얘기가 나오긴 했다.
“감독님에게 전술적으로 도와달라고 해야겠… 가만, 혹시 우리 감독님은 이런거 모르시나?”
“모를리가 있나. 보트만이 그리 무능한 감독도 아니고 다 알겠지. 알지만 뚜렷한 해결 방법도 없고, 지금도 우승권 팀만 아니면 충분히 잡아낼 수 있으니 묻어두는거지.”
“아. 하긴 오늘 경기에서도 후반 시작전에 패널티 박스에 다이렉트로 패스해보라고 말씀하셨지.”
정도의 이야기.
정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저게 끝이었다.
그러나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다 못해 기레기들의 매콤한 조미료가 더해지니 우리 감독님에게 무능 프레임이 씌워졌다는거지.
“농담일세. 언론의 흔들기가 한 두번도 아니고, 걱정말게나. 내가 처음 1군 감독을 맡았을 땐 이것보다 심했어.”
휴, 다행이다.
진짜 이적해야 하나 순간 고민했네.
“아. 전술적으로 고민있으면 찾아오라는 건 진짤세. 괜히 다른팀 감독한테 가지말고.”
…뒤끝은 남은 것 같지만.
“그런 의미에서 감독님. 특훈 좀 도와주세요.”
“특훈? 저번에 했던 패스 훈련처럼?”
“아뇨. 영상 분석이나 전술 훈련 같은 부분이요.”
* * *
사실 로렌초 감독의 조언이 나에게 큰 영향을 주진 못했다.
그래서 뭐? 정도의 감상.
로렌초 감독은 말했다.
왜 내가 몸 담는 팀마다 내 의존도가 높고, 내 활약에 팀 성적이 좌우되는지.
마치 내가 없으면 안 되는, 동료들이 무능해보이는 이유가 뭔지 생각해보라고.
동료를 조연 삼아 주연이 되는 스타일?
그게 뭐 어때서.
이기적이라 여겨도 할 수 없지만 솔직한 심정으론 내 활약이 중요하지 동료들의 활약이야 알 바 아니라는거다.
물론 나도 활약하고, 동료도 활약하는게 베스트겠지.
하지만 내 스타일이 그렇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거 아닌가? 그게 문제라면 애초에 날 영입하면 안 됐고.
무엇보다 이런 건 나에게 아무런 고민거리도 되지 못한다.
한계? 스타일? 성적?
그야 상태창이 없었다면 고민이었겠지.
하지만 나에게 상태창이 있는 이상, 한계든 플레이 스타일이든 성적이든 고민거리가 되지 못한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보완할 수 있는 약점은 약점이 아닌 법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 약점,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무언가 기발한, 상대팀 입장에선 욕나올 발상이 떠올랐으니.
‘분명 로렌초 감독이 그랬지. 나에 대한 분석이 끝났다고. 확실히 요즘 강팀 상대론 이전처럼 활약하기 힘든걸 보면 약점이 분석당하긴 한 모양인데… 그렇다고 어지간한 팀 상대론 문제없고. 그러면 나중에 중요한 경기에서 확 달라진 플레이를 보여준다면?’
바로 ‘힘순찐’ 컨셉.
말이 힘순찐이지 앵간한 팀이 아니고서야 날 막지 못한다. 로렌초 감독도 인정하지 않았나. 약점이 아니고선 막을 수 없었다고.
첼시 정도의 전력을 가진 팀조차 그렇다면 EPL에선 리버풀과 맨시티를 제외하곤 날 제어할 수 있는 전력을 가진 팀은 없을터.
그렇다면 굳이 지금 스탯을 올려서 적이 대응할 수 있게 만들 필요가 있나.
지금도 충분히 활약중인데.
경기 일정을 확인하니 마침 스탯 올리기 적절한 경기가 보였다.
‘2월. 2월에 올린다.’
그때까지 최대한 포인트를 모은다.
이적설이니 고민이니 관계없이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 1월의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1월에 예정된 경기는 7개.
특이하게도 그 중 절반이 컵대회였으니, 리그 경기가 4개요 EFL컵과 FA컵 경기가 3개였다.
FA컵이야 우승 가능성도 낮고 64강 상대가 2부 리그 팀인지라 날 포함해 대부분의 주전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이왕 4강까지 올라온데다 보드진이 우승을 기대하는 EFL컵은 소홀히 대할 수 없는 법.
1월의 2번째 경기인 1월 10일 열린 EFL컵 4강 1차전, 토트넘과의 경기는,
“고오오올!! 홍민준의 완벽한 선제골로 앞서 나가는 뉴캐슬!!”
“연달아 득점에 성공하는 홍민준입니다. 이번엔 크로스를 헤딩으로 연결하는군요. 올 시즌 첫 헤딩 득점 아닌가요?”
내 2골에 힘입어 2:0 승리로 끝났다.
이어 1월 13일 열린 FA컵 64강은 주전 11명 중 9명이 빠졌지만 2부 팀을 상대로 1:0 신승을 거두며 32강 진출에 성공했고 다음 경기인 1월 17일 EFL컵 4강 2차전 역시,
“2차전에서 또다시 골을 기록하는 홍민준! 명실상부 EFL컵 최고의 골잡이입니다!”
“두번째 골을 성공시킵니다!”
“기어코 헤트트릭을 완성시키는 홍민준! 그야말로 토트넘의 악몽이군요!!”
헤트트릭을 기록하며 1,2차전 합계 5골로 팀을 EFL컵 결승으로 이끌었다.
휘청이던 뉴캐슬도 내 상승세에 힘입어 다시 정상 궤도로 복귀, 1월의 남은 리그 3경기를 모두 승리하며 우승을 향한 미약한 희망을 되살렸다.
1월 28일 열린 리그 24라운드를 끝으로 1월의 경기 일정이 끝나며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겨울 이적시장 역시 지나갔다.
첼시의 로렌초 감독과의 식사로 촉발되어 겨울 이적시장 내내 스포츠 뉴스란을 점령했던 내 이적설도 언제 그랬냐는 듯 수그러들었고, 뉴캐슬은 어떠한 영입과 방출도 없이 조용한 겨울 이적시정을 보냈다.
그리고 시작된 2월의 일정.
2월 2일 FA컵 32강을 시작으로 2개의 리그 경기를 모두 승리하고 찾아온 건—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 챔피언스 리그 16강 1차전, 뉴캐슬 대 릴, 릴 대 뉴캐슬 경기의 중계를 맡은 캐스터 한병철.”
“해설위원 김덕성입니다.”
“이야~ 뉴캐슬이 챔피언스 리그 본선 무대에 복귀한 건 오랜만이죠?”
“오랜만이죠. 뉴캐슬의 마지막 챔피언스 리그 기록이 02/03 시즌이니, 무려 33년만에 진출한 챔피언스 리그입니다. 게다가 02/03 시즌에도 조별 리그에서 탈락했으니, 챔피언스 리그 본선은… 이야, 제가 기록을 찾아봤는데 말이죠.”
“하하. 사실 요즘 스포츠란에 워낙 기사가 많아서 홍민준 선수의 팬분들이라면 다 아실테니 어서 말씀해주시죠.”
해설위원의 뜸들이기를 캐스터가 단칼에 쳐낸다.
머쓱하게 웃은 해설위원이 재빨리 말을 이었다.
“네, 다들 아시겠지만, 뉴캐슬이 무려 19세기부터 이어지는 유서깊은 구단임에도 챔피언스 리그 본선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100년이 훌쩍 넘는 역사상 처음! 뉴캐슬 역사상 처음으로 챔피언스 리그 본선 진출이라는군요!”
“정말 뜻깊은 순간입니다. 홍민준 선수의 활약이 뉴캐슬 오랜 역사에 기록을 남기는 순간이군요.”
“근데 뉴캐슬 입장에선 고민이 크겠어요. 챔피언스 리그 16강을 포기할수도 없고, 바로 다음 경기인 EFL컵 결승전을 포기할수도 없으니 말이죠.”
바로 챔피언스 리그 16강과 EFL컵 결승 무대.
어느 하나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경기들이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