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263)
263
세계 최대 규모의 축구전용경기장이란 명성답게 10만석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경기장도 챔피언스 리그를 향한 바르셀로나 팬들의 열정을 넘을 순 없는 법.
경기 시작을 앞둔 캄 노우는 발디딜틈 없이 관중들로 가득차 있었다.
어딜보나 빨갛고 파랗고 노랗게 물들어 있는 관중석에선 전광판에 바르셀로나 선수가 비출때면 환호가 울리고, 뉴캐슬 선수가 비출 땐 야유가 터져나온다.
그러나 호세 마테우스는 통쾌해야 할 그 광경에도 웃을 수 없었다.
초조함에 자신도 모르게 움찔거리는 손가락.
‘계획대로하면 이길 수 있다. 계획대로만….’
그 빌어먹을 아시안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가 얼마요, 짜증이 얼마던가.
이번에야말로 홍인지 흥인지 하는 동양인에게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
그렇기에 호세 마테우스는 필생의 각오로 이번 경기를 준비했다.
이제 남은 건 그와 뜻을 맞춘 선수가 불완전한 계획을 완벽하게 만들어 주길 바랄 뿐.
“우고. 주장을 대신해 선수들을 잘 이끌어주게.”
“알겠습니다.”
“음.”
부상으로 결정한 주장을 대신해 그라운드의 사령관으로 임명된 건 성골 유스 출신의 부주장이자 센터백 우고 산체스.
올해 31살의 노련한 베테랑의 절로 신뢰가 가는 묵직한 음성에 호세 마테우스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페르난도. 준비는 됐겠지?”
“물론입니다, 보스. 오늘만을 기다렸습니다.”
그 다음으로 눈길을 준 것은 홍민준과 가장 많이 부딪칠 오른쪽 수비수.
“좋아. 자네의 오랜 악연을 끝낼 시간이네. 가서 모두에게 보여줘! 지난 올림픽에서 저 아시안에게 농락당했던 그때의 페르난도 도밍게스가 아니라는 것을!”
동시에 호세 마테우스와 페르난도 사이에 은밀한 눈짓이 오간다.
그때였다.
우우우우—!!
글자 그대로 그라운드를 울리는 어마어마한 야유가 터져나온 건.
10만명이 일제히 내지르는 엄청난 야유에 공기가 웅웅 울리고, 땅이 진동한다.
호세 마테우스의… 아니,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전광판으로 향했다.
대형 전광판 가득 비추는 것은 누가봐도 감탄이 나오는 외모의 남자.
어제의 미디어 데이 이후, SNS에서 바르셀로나 서포터즈 최악의 비호감 선수 1위로 꼽히게 된 바로 그 선수.
홍민준이었다.
상상 이상의 엄청난 야유에 놀란걸까.
커다란 눈을 깜빡이던 홍민준은,
“…웃어?”
감탄이 나올 멋드러진 미소를 선보였다.
그러나 그 매력적인 미소조차 호세 마테우스의 황당함을 가릴 순 없었다.
“웃는다고? 지금? …허, 대체 심장이 어떻게 된거냐.”
이 상황에서 웃을 수 있다니… 머리가 어떻게 된 건 아닐까?
하긴, 어제의 인터뷰를 보면 미치광이라 칭해도 이상하지 않을터.
아무리 레알 마드리드가 선수들의 종착지에 해당하는 꿈의 구단이라지만 다른 구단 소속으로 대놓고 “레알 마드리드 갈 것!”이라 선언하는 선수가 어찌 제정신일 수 있겠는가.
그것도 전 바르셀로나 선수가, 바르셀로나전을 앞두고.
“죽어버려 개자식!”
“아시아로 꺼져!!”
“은혜도 모르는 원숭이 새끼. 다리나 부러져라!!”
과연 그 웃음에 자극받은 팬들이 일제히 폭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어지간히 대담한 선수라도 주눅들 수 밖에 없는 상황.
무려 10만명이 오직 한 사람에게 저주를 쏟아내는 공간에서, 정작 10만명의 저주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선수는 오연하게 주변을 쓸어보며 웃고 있을 뿐이었다.
“…미친놈.”
* * *
전광판에 내 얼굴이 나타나자마자 쏟아지는 엄청난 야유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야~ 10만명이 야유하니까 진짜 땅이 울리네.”
어지간한 나조차 순간적으로 깜짝 놀랄 정도의 야유.
제법 무대 경험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네.
근데 참 이상하지.
이렇게 야유를 받는데 왜 기분이 좋을까.
“저기… 민, 민준.”
땅을 진동시키는 야유에 몸이 굳어있던 호세 가야가 조심스레 입을 연다.
“왜, 왜… 웃어?”
웃어?
내가?
그제야 깨달았다.
나도 모르게 올라간 입꼬리를.
“아아.”
그렇군.
나는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거였어.
“왜 웃냐고?”
너무나 재밌고, 너무가 흥분되고, 너무가 기대되서 어쩔 줄 모르겠다.
당장이라도 받은 생일 선물을 확인하고 싶어 안달난 아이처럼 두근거리는 가슴.
“그야— 재밌잖아. 이렇게 야유하는 선수한테 박살났을 때 보여줄 모습이.”
“…미, 미친새끼.”
이런 미친새끼라니.
호세 가야 자식, 동료한테 무슨 소릴 하는건지.
* * *
“양 팀 전력을 고려해보면 아무래도 바르셀로나의 우세가 점쳐집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덕구 해설위원?”
“에… 최근 뉴캐슬 기세가 좋다지만 바르셀로나도 만만치 안그든요. 무엇보다 바르셀로나에는 근본이란 게 있다~ 이 말이죠.”
“아, 예. 그렇군요. 이야~ 지금 화면에 캄 노우에서 펼쳐지는 카드 섹션이 나오고 있습니다. 언제봐도 장광이네요.”
“그르쵸, 그르쵸. 카드 센숀과 더불어 선수들이 입장할 때 팬들이 부르는 바르셀로나 찬가, 칸트 델 바르사Cant Del Barça라는게 있그든요? 이게 또 아주 싸나이의 심금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다~”
경기를 앞두고 캄 노우에서 펼쳐지는 카드 섹션.
무려 10만명에 달하는 인원이 일사분란하게 만들어내는 카드 섹션의 웅장함에 캐스터는 저도 모르게 감탄하고 말았다.
“이야… 진짜 대단하네요.”
“으응? 지금 야유가 나오고 있그든요?”
“아… 전광판에 우리 홍민준 선수 얼굴이 비추는데요. 바르셀로나 팬들, 엄청난 야유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게 아무래도 어제 인트뷰한게 팬들의 역린을 건드리지 않았나~ 싶그든요.”
“어마어마하네요. …어? 지금 웃는건가요? 맙소사!! 홍민준 선수, 웃고 있어요!!”
“이야~ 이 선수 일류 맞그든요. 원래 힘들 때 우는 사람은—”
“네, 그럼 잠시 광고보고 오겠습니다.”
* * *
뚫어져라 손목 시계를 보며 시간을 맞춘 주심의 입에서 마침내 휘슬이 울려퍼졌다.
바르셀로나의 선축으로 시작된 경기.
‘시작 포메이션은 4-3-3이지만… 역시.’
토탈 풋볼이 현대 축구의 기조가 된 이래, 시작 포메이션 점차 그 의미가 퇴색되었다.
스타팅 포메이션이 무엇이든 유기적인 움직임이 중요한 현대 축구에선 상황마다 선수들 위치가 달라지기 마련.
특히 포지션 플레이를 중심하는 바르셀로나 같은 팀들은 더더욱 스타팅 포메이션에 구애받지 않는다.
하지만 나를 상대로 이런 극단적인 포메이션을 취할거라곤 예상하지 못 했는데….
‘어라? 센터백 2명만 남기고 다 올라간다고?’
바르셀로나의 공격시 움직임은 예상보다 훨씬 극단적이었다.
역습이 좋은 우리 팀을 상대로 센터백 2명을 제외한 모든 선수가 우리 진영으로 넘어가?
‘이러면 패스 한 방에 무너뜨릴 수 있겠는데… 루크랑 호세를 믿어봐야지.’
동료들이 바르셀로나를 막을 때, 좌측 측면 공격수로 출장한 나와 센터 포워드로 선발 출장한 샤쿰 샤키만이 하프 라인 부근에서 어슬렁거리며 역습 기회를 기다렸다.
제대로 연결만된다면 2:2 상황이 될터.
그러면 바르셀로나는 결코 날 막을 수 없다.
‘한 번만… 단 한 번만 제대로 패스가 오면 선제골인데.’
바르셀로나의 두 센터백 라인에 맞춰 위치를 조정하며 상황을 살피니… 예상보다 아군이 고전하고 있었다.
한 때 실리 축구라는 명목하에 바르셀로나도 선 굵은 축구를 도입한 적이 있다.
따지고보면 얼마되지도 않은, 불과 4~5년 전 모습.
특유의 ‘티카타카’로 대변되는 점유율 축구를 완전히 버린 건 아니어도 일정 부분 포기했던 바르셀로나는 현 감독 호세 마테우스가 부임한 후 급격히 과거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바로 바르셀로나 철학이 녹아있는 점유율 축구로.
그래서일까.
오늘 바르셀로나의 전술은 딱히 독특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았다.
평소대로의 점유율 축구.
중앙에서 좌측으로, 좌측에서 중앙으로, 다시 중앙에서 우측으로.
정신없이 이어지는 공의 움직임에 따라 주장 바움 요한이, 좌측 수비수 호세 알바가, 중앙 미드필더 루크와 무삼 파샤가 뛰어다닌다.
그러나 볼 다루는데 탁월한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패스를 끊기엔 한 발자국씩 모자랐고, 전반 5분이 지나도록 뉴캐슬 선수들은 볼 한 번 만져보지 못 한 채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니기만 했다.
‘멀리서 볼 땐 몰랐는데, 직접 당해보니 진짜 욕나오네.’
지들끼리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점유율만 올리는게 빡친다.
전성기 바르셀로나는 무의미한 패스로 점유율 딸딸이를 치는게 아닌, 슛팅으로 이어지는 패스를 중요시한다고 했는데… 지금의 바르셀로나는 그렇지 못 한 모양이다.
“진짜 더럽게 점유율딸만치네.”
안전하게만 패스해선 골을 넣기 힘들다.
골을 넣기 위해선 위험도 감수하는 모험적인 패스가 필요한 법인데, 이 새끼들은…
‘골 넣을 생각이 없나?’
무의미한 패스만 남발하는 모습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뭐지?
이렇게 점유율만 높여서 체력을 뺄 속셈인가? 체력이 떨어지면 그때부터 공격하려고?
아니면 빡치게 만들어서 파울 유도하려고? 승부차기를 노리나?
종잡을 수 없는 무의미한 패스질에 나 역시 아리송해지는데—
“됐어! 민준!!”
호세의 외침이 울렸다.
그렇지! 전성기 바르셀로나라도 점유율 100%는 불가능한 법.
지긋지긋한 점유율 딸딸이도 끝이다.
이제 한 번의 역습으로 골을—
촤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