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264)
264
높이 떠서 날아오는 공을 트래핑하기 위해 한쪽 발을 올리는데 갑자기 등골이 섬뜩해진다.
“홍!!”
“뒤에!!!”
쏟아지는 비명과 같은 외침에 반사적으로 돌아본 순간, 촤아악 그라운드를 쓰는 소리와 함께 가까워지는 바르셀로나 유니폼.
‘태클!’
평소처럼 폴짝 뛰어올라 피하려고 했지만 곧 깨달았다.
‘늦었…!’
늦었다는 것을.
이미 높게 오는 공을 트래핑하기 위해 외발로 선 상태.
이 상태로 뛰어오르기엔 시간이 너무나 부족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긴장감 때문일지, 위기감 때문일지 집중력이 급격히 올라가며 몰입 상태가 되자 시간이 느려진다.
천천히 바닥을 쓸며 다가오는 태클.
외발로 서있는 다리를 향해, 정확히 체중을 지탱하고 있는 발목을 향한 태클이다.
선수의 시선이, 높이 든 스터드에서 느껴지는 악의.
느려진 시간, 급속히 돌아가는 머리가 정답을 도출해낸다.
‘씨발, 아주 담그려고 작정했네.’
축구3이라니. 바르셀로나도 갈때까지 갔구만.
…이렇게 나오면 나도 어쩔 수 없지.
몸에서 힘을 빼며 태클을 맞이한다.
치켜든 스터드가 발목을 가격하는 순간, 힘이 실리지 않은 다리가 자연스레 밀리며 그대로 몸이 기울어진다.
여전히 느릿한 시간 속, 허공에 뜬 몸을 최대한 뒤틀며…
퍽!!
* * *
챔피언스 리그는 축구 선수라면 모두가 꿈꾸는 무대다.
현대 축구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유럽, 그 중 최고의 클럽들이 모이는 별들의 리그.
최고 중 최고들이 전쟁으로 으뜸을 가리는, 유럽 최강의 축구팀… 아니, 세계 최강의 축구팀을 가리는 꿈의 무대가 바로 챔피언스 리그Champions League.
그러니 결승이 아닌 8강 경기일지라도 전 세계 축구팬의 관심이 쏟아지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
허나 이번 8강, 바르셀로나와 뉴캐슬의 경기에 대한 관심은 그 이상이었다.
탑독과 언더독의 승부는 언제나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마련.
그런 의미에서 세계적인 명문 ‘탑독’ 바르셀로나와 오랜 역사 처음으로 챔피언스 리그 본선에 진출한 ‘언더독’ 뉴캐슬의 경기는 흥미로운 경기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큰 요인은 바로 뉴캐슬의 에이스이자 슈퍼 스타 홍민준과 바르셀로나의 스토리.
여기에 ‘전’ 바르셀로나 선수가 챔피언스 리그 8강이란 큰 무대에서 바르셀로나를 만나 레알 마드리드에 가겠다는 인터뷰를 했는데 어떻게 어그로가 안 끌릴 수 있겠는가!
축구팬이라면 이 흥미로운 경기에 자연스레 눈이 가기마련.
그야말로 결승전 못지 않은 엄청난 관심이 쏟아지는 경기의 초반은 지루하게 흘러갔다.
“아~ 경기가 지루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전반 5분이 지나도록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볼 돌리기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바르셀로나, 너무 안정적인 패스만 주고받고 있어요.”
“원래 바르샤 선스들이 뽈 콘트롤이 좋그든요. 지금 뉴캐슬 선수들의 뽈 터치가 하나도 없어요. 그러니까 바르샤 선수들이 잘 해나가고 있다~ 이런 말씀이그든요.”
사람들의 주목도가 높은 만큼 기대감이 컸던 경기.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경기 초반은 바르셀로나의 지리한 볼 돌리기의 연속이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실수가 나옵니다. 볼을 탈취한 뉴캐슬. 바움 요한이 호세 가야에게. 호세 가야 공 잡고 그대로 찹니다! 역습, 역습 기회!!”
“아, 좋은 기회그든요!? 어, 근데 뒤에… 어어…”
“페르난도 태클! 깊습니다!!”
“어…….”
침묵이 내려앉는다.
그러나 정적도 잠시.
“맙소사! 이게 무슨 일이죠!?”
“피가… 피가…”
그라운드 붐 마이크를 통해 중계석까지 들려온 오싹한 소리와 함께 피가 터져나온다.
나란히 그라운드에 쓰러진 두 선수.
“위험한 태클이었어요!! 페르난도 선수, 아주, 아주 위험한 태클입니다!! 뒤엉켜서 쓰러진 두 선수! 아, 별 일 아니었으면 좋겠는데요… 페르난도 선수, 얼굴을 부여잡고 뒹굽니다. 피가… 계속 흐르는데요….”
“으아… 홍민준 선수도 다리를 잡고 일어나지 못하고 이쓰요.”
피범벅이 된 그라운드에 다급히 투입되는 의료진.
드러난 참상은 심각했다.
“페르난도 선수, 넘어지는 홍민준 선수의 팔꿈치에 정확히 가격당했군요. 이거… 상당히 큰 부상같은데요.”
“안와골절이 의심되는 큰 부상입니다. 그르쵸, 바로 병원으로 후송해야죠.”
“다행히 홍민준 선수는 일어났습니다.”
고통으로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쩔뚝이며 일어난 홍민준이 들것에 실려 옆을 스쳐가는 페르난도를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장면이 비친다.
“우리 홍민준 선수, 찹착한 표정입니다. 쓰러진 페르난도 선수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것 같아요.”
* * *
최대한 아픈척 오만상을 쓰며 발목을 부여잡고 데굴데굴 그라운드를 구르는데 뭔가 이상하다.
‘…왜 이렇게 조용하지?’
이미 경지에 이른 연기력이 들통났을리도 없고.
내 절정에 도달한 혼신의 헐리우드 액션이라면 열받은 우리팀 애들이 들이받아도 이상하지 않거늘 주변이 너무 싸늘했다.
슬그머니 실눈을 뜨고 주변을 살피니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긴급히 달려오는 의료진의 모습에 재빨리 눈을 감고 끙끙 앓는 소리를 내고 있으려니 루크가 다가온다.
“홍, 괜찮아?”
“으으… 아프긴한데,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은 것 같아. …근데 분위기 왜 이래?”
“그게…”
의료팀의 부축을 받아 몸을 일으키니 피 투성이로 변한 잔디가 보인다.
‘오우 지쟈스.’
마침 옆을 스쳐지나가는 들것을 살피니,
‘완전 박살났구만.’
피범벅의 얼굴 한쪽이 함몰된 선수가 보인다.
너무 아파보이는데.
어쩐지 팔꿈치가 아프더라니, 엘보우가 직빵으로 들어간 모양.
아무리 악의적인 개태클을 날린 선수라지만 저렇게 피투성이에 얼굴이 함몰된 모습을 보니 불쌍하긴커녕 씨발 존나 쌤통이네.
‘카메라, 카메라. 웃으면 안 돼.’
움찔거리는 입꼬리를 단속하며 침울한 표정을 연기했다.
“민준. 네 탓이 아냐.”
“괜찮을거야. 너무 마음쓰지마.”
자꾸만 올라가는 입꼬리 때문에 입술을 꾹 깨물며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홍. 뛸 수 있겠나?”
“뛸 수 있어요.”
“그럼 나가서 치료하고 들어오게.”
주심에게 알겠다고 신호한 뒤 아픈 척 다리를 매만지고 있는데,
“뭐!? 이봐, 퇴장은 너무하잖아!”
“레프리! 헤이, 헤이!!”
그 사이 레드 카드를 꺼냈는지 침울하던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주심을 둘러싸고 격렬한 항의를 퍼붓는다.
최대한 절뚝거리며 일부러 그 사이를 지나가니, 떨떠름하게 입을 다무는 바르셀로나 선수들.
‘아~ 존나 웃기네.’
치료를 위해 라인 밖으로 나와 주저앉는데,
‘저 인간은 또 왜 저래.’
나보다 먼저 주저앉아 있는 사람이 있길래보니 호세 마테우스.
바르셀로나 감독이 멍한 표정으로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있었다.
* * *
전반 10분도 되기 전에 레드 카드를 받은 바르셀로나는 10:11의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싸웠다.
얼어붙었던 홈팬들도 열정적으로 응원가를 부르고, 주저앉았던 감독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격려했지만 응원과 격려만으로 부족한 선수를 채울 순 없는 노릇.
부족한 인원으로도 위태롭게나마 잘 막아내던 바르셀로나는,
“…골. 뉴캐슬의 7번, 홍민준의 골입니다.”
전반 24분 홍민준의 멋드러진 30m 아웃프론트 중거리슛으로 인한 첫 실점을 시작으로—
“아아… 두번째 골입니다. 이번에도 홍민준의 연속골.”
실점 직후인 전반 26분, 수비진의 트래핑 실수로 튕겨나온 공을 가로챈 홍민준이 지체없이 날린 슛팅에 2번째 실점을,
“헤트트릭이군요. 뉴캐슬 3:0으로 앞서갑니다.”
전반 33분, 환상적인 단독 드리블로 3명을 제치고 골을 기록한 홍민준에게 헤트트릭을,
“4번째, 4번째 골을 기록하는 뉴캐슬의 홍민준.”
전반 44분 수비진에서부터 날아온 롱패스를 원터치 슛팅으로 연결한 홍민준에게 4번째 실점을,
“캄 노우에서… 전반만에 5번째 골을 기록하는… 홍민준….”
그리고 마침내 전반전이 끝나기 직전인 46분, 농락하듯 수비진을 휘저은 홍민준의 드리블에 뚫리며 5번째 실점을 기록하고 말았다.
끝내 격정을 참지 못 한 장내 아나운서의 떨리는 목소리가 5번째 골을 알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주심이 휘슬을 분다.
드디어 끝난 전반전.
한 명이 부족한 상태로 35분 이상을 버티며 힘들었을텐데도 바르셀로나 선수 그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얼어붙은 듯 망연히 서있는 선수들.
10만명이 들어선 세계 최대의 축구 전용 경기장에 기묘한 침묵이 내려앉는다.
캄 노우에서 전반전만에 5골, 그것도 한 선수에게 5골을 실점한 건 길고 긴 바르셀로나 역사에서도 처음.
믿을 수 없는, 믿기지 않는 현실에 바르셀로나 선수들도, 10만에 달하는 홈팬들도 모두가 망연자실했다.
뒤늦게 울음바다로 변한 관중석을 보며 씁쓸하게 퇴장하는 바르셀로나 선수들.
그리고—
“아… 후반전… 홍…민준 선수가 다시 모습을 보입니다.”
장내 아나운서의 울음 섞인 목소리에 모두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전광판을 쳐다본다.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매력적인 얼굴의 동양인.
분명 감탄이 나올 잘생긴 얼굴이건만 왜 이렇게…
모두가 비슷한 감상을 하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경기장에 나선 홍민준은—
『전반 5골, 후반 4골!! ‘전’ 바르셀로나 선수, 챔피언스 리그를 향한 바르셀로나의 심장에 비수를 박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