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267)
267
레알 마드리드와의 4강 2차전을 앞두고 뉴캐슬의 감독 로렌 보트만은 고뇌에 빠져있었다.
“2골차… 2골차… 뒤집기 불가능한 격차는 아닌데…”
뉴캐슬 홈에서 열렸던 지난 1차전은 양 팀 합해 4골이나 터진 난타전.
서로가 정신없이 펀치를 주고받은 끝에 승리는 더욱 높은 맺집, 즉 우월한 체급을 지닌 레알 마드리드에게 돌아갔다.
레알 마드리드 3:1 뉴캐슬.
2골차.
다득점이 쉽지 않은 축구라는 스포츠에서 2골은 적지 않은 격차였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공격수를 보유한 화력의 팀 뉴캐슬에겐 그리 큰 격차가 아닌 것도 사실.
바로 지난 챔피언스 리그에서 홀로 11골을 몰아친 홍민준이라면 2골 정도야 해볼만한 도전이지 않나.
그러나 문제는,
“골이 문제가 아냐. 팀적으로 너무 압도적인 차이가 나….”
상대가 바로 그 레알 마드리드라는 것.
대부분의 경기를 다득점으로 끝내며 ‘화력의 팀’이니 ‘극강 공격력의 팀’이니 다양한 별명을 얻었지만. 레알 마드리드 역시 화력전으로 어디가서 밀리는 팀이 아니었다.
공격력만해도 더 뛰어난데 설상가상 수비력은 압도적으로 뛰어나니, 뉴캐슬이 공격력만 강한 팀이라면 레알 마드리는 공격력에 수비력까지 겸비한 상위호환의 팀.
보트만이 분석한 바, 그 격차는 단적으로 말해 뉴캐슬에서 레알 마드리드급 퀼리티의 선수는 홍민준이 유일했다.
말인즉슨 11명이 함께 뛰는 팀 스포츠에서 1명을 제외한 10명의 퀼리티가 상대에 비해 확연히 열세라는 뜻.
그나마 비슷한 급인 홍민준이… 아니, 비슷함을 넘어 레알 마드리드 선수 퀼리티 이상의 우월한 실력을 보여준다한들 이래서야 2골이란 격차를 뛰어넘어 이길 수 있을리가 있나.
게다가 상대에겐 그 선수가 있다.
레알 마드리드의 에이스.
2연속 발롱도르 위너.
현 세계 최고의 선수.
호르헤 가르시아가.
“다른 공격진도 무시할 수 없지.”
호르헤 가르시아라는 위명에 가려졌을 뿐,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진 하나하나는 모두 세계적 수준의 선수.
호르헤 가르시아가 없더라도 막을 수 있다 자신할 수 없는 선수진 아닌가.
보트만은 분석 보고서를 내려놓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못 막겠군. 실점을 전제로 플랜을 준비해야 한다는건데… 이미 2골차가 나는데 몇 골이나 넣어야 이길 수 있을까.”
한참을 고민하던 보트만은 불현듯 밖을 향해 외쳤다.
“거기 누구있나?”
“저 있습니다.”
“그래, 헤롤. 가서 홍민준에게 나한테 오라고 전해.”
멀어지는 코치의 기척을 느끼며 보트만은 꾸깃, 보고서를 구겨 쓰레기통에 넣었다.
“위험을 감수하도서라도 공격적으로 나서야만 해. 그래야만 조금이라도 진출 가능성이 있다.”
수비적으로 나선다고 막을 수 있는 수준의 상대 공격진이 아닌데다, 어차피 진출을 위해선 2골차를 극복해야 했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화력전이라니.
어느 포지션 하나 부족함없는 레알을 상대로 불장난이라… 머릿속으로 그간 수십, 수백번 돌려본 레알 마드리드의 영상이 흘러간다.
“미치겠군.”
아무리 생각해도 이길 것 같지가 않다.
결승 진출을 위해선 최소한 1차전에서 무승부라도 거뒀어야 했는데.
뒤늦은 후회감이 밀려왔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는 노릇이니, 뉴캐슬이 참가하는 4개 대회 중 2개는 끝났고 1개는 사실상 끝났으며 유일하게 1개만이 남았다.
리그컵은 우승으로 끝났고, FA컵은 탈락했으며, 프리미어 리그는 사실상 4위권을 확보하며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이 유력하니 남은 건 오직 챔피언스 리그 뿐.
“그래. 좋게 생각하자, 좋게. 긍정적으로.”
로렌 보트만은 눈을 감고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당초 뉴캐슬의 이번 시즌 목표는 리그컵 우승과 챔피언스 리그 진출.
본래 목표라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최대한의 역치’라는 것을 감안하면, 뉴캐슬의 올 시즌 성적은 현실적인 한계치를 뛰어넘고도 남음이다.
이만하면 만족할만하지.
뉴캐슬은 올해보다 내년이, 내년보다 그 다음해가 더 기대되는 젊은 팀 아닌가.
근데… 근데 왜 이렇게 지기 싫지.
보트만은 헛웃음과 함께 눈을 떴다.
‘홍민준 때문이군.’
녀석이 뉴캐슬을 바꿔놓았다.
이기는 것이 당연한 팀으로. 우승을 바라보는게 당연한 팀으로.
어찌보면 참 이상한 선수다.
이제 겨우 합류 1년 차. 23살의 선수가 주장과 부주장, 베테랑을 제치고 팀 리더가 된 것도 신기한데 더 놀라운 건 홍민준이 딱히 사교성이 좋다거나, 리더십이 뛰어난 선수도 아니라는 것.
친한 선수하고만 친한 평범한 사교성, 빈말로도 뛰어나다 하기 힘든 리더십에도 어느 순간 홍민준은 선수단의 중심이 되어있었다.
오직 실력만으로.
“실력. 실력이라…. 참….”
홍민준이 뛰어난 선수라는 걸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이제는 전 세계 모든 축구팬이 안다. 홍민준이 얼마나 굉장한 선수인지.
하지만 감독 입장에서 보면 글쎄… 실력이 좋은 건 확실하지만 그만큼 쓰기는 어려운 선수라고 할까.
제 딴에는 열심히 수비 가담한다고 하는 것 같은데 수비 실력이 부족하다보니 정작 별 도움이 안 되는 수비력이야 뭐, 그럴 수 있다.
공격에 특화된 선수이고, 아예 수비를 도외시하는 것도 아니잖나.
부족하긴해도 적극적으로 수비 가담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되니, 누구도 홍민준의 수비력을 지적하지 않을거다.
하지만… 그 플레이 메이킹은 뭐란 말인가.
중원에서의 점유율 다툼할 땐 특출한 탈압박과 능력과 볼키핑 능력으로 엄청난 도움이 되지만 파이널 서드에서 보여주는 특유의 플레이 메이킹은 참… 일반적인 감독과 선수가 이해하기 힘든 면이 많다.
상대 수비를 끌어들이다 못해 알아서 상대 수비진으로 뛰어드는 그 플레이만해도 그렇다.
일반적으로 아군이 상대에게 둘러쌓이면 그걸 뚫어낸다고 생각하기보단 공을 뺏길거라 생각하고 역습에 대비하기 마련인데 홍민준은 그걸 뚫어낸다.
홍민준 본인이야 자신이 있으니 상대의 수비 리소스를 본인에게 죄다 끌어들인 뒤 그걸 파훼하는 것이겠지만, 남들이 볼 땐 역습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 아닌가.
그렇다고 홍민준이 뚫어낼 걸 기대하고 그에 맞추기도 힘들다.
홍민준이라고 매번 성공할 수 있는 플레이가 아니니까.
아무리 홍민준이라도 항상 성공할 순 없다.
일반적으로 성공할리 없는 상황에서 자꾸 성공하다보니 착각하게 될 뿐, 홍민준 역시 줄타기에 실패하곤 한다. 성공률이 비상식적으로 높을뿐이지.
홍민준의 플레이는 명백히 리턴보다 리스크가 더욱 큰 플레이다.
성공했을때의 리턴이 없는 건 아니지만 굳이 리턴을 바라보고 짊어지기엔 리스크가 더 크다보니 감독 입장에선 그리고 같이 뛰는 동료 입장에선 리스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결정적 패스에 이은 골이라는 건 순간적인 판단과 합이 맞아야 하는데, 워낙 리스키한 플레이다보니 동료들 입장에서 순간적으로 판단에 혼란이 올 수 밖에.
그러니 동료와 손발이 맞을리가 있나.
‘상식적으로’ 판단하는 동료들과 ‘비상적인’ 돌발 플레이를 즐기는 홍민준의 플레이가 맞으면 그게 이상한거지.
괜히 수치상 결정적인 패스가 제법 많음에도 어시스트가 적은게 아니다.
홍민준의 플레이 메이킹은 오직 본인만 이해하는 리스키한 플레이를 기반으로 본인만의 독특한 리듬에 패스를 보내오니 그에 맞추기가 쉽지 않은 것.
그나마 이건 낫다.
팀적으로, 전술적으로 서로 익숙해지고 합을 맞추다보면 그 특유의 리듬과 플레이에도 적응되며 발전할 여지가 있으니까.
정작 감독 입장에서, 동료 입장에서 홍민준과 발을 맞추기 가장 어려운 건 개인 전술 능력.
바로 홍민준을 대표하는 것, 드리블 돌파를 비롯한 특유의 플레이다.
홍민준이 이렇게 종교적인 인기를 구가하는데에는 그 탁월한 외모도 있겠지만 축구적으로는 장점을 극대화 한 특유의 플레이가 있다.
압도적인 개인 능력을 바탕으로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플레이를 연거푸 성공시키는 플레이 말이다.
홍민준의 가장 두드러진 강점을 꼽자면 테크닉과 속도, 결정력이 있다.
하나같이 개인 전술에 특화된 능력들.
즉, 팀적 전술의 영향이 최소화되는 반면 개인 능력이 극대화되는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홍민준이란 뜻이다.
세상에 어떤 축구선수가 상대 수비 3~4명이 몰려있는 곳으로 돌진하는가.
그리고 그걸 또 드리들 돌파해내는 건 대체 어떻게 된 플레이란 말인가.
홍민준의 드리블은 결코 팀적 전술 하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본인의 번뜩이는 천재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
일반적으로 예상할 수 없는, 이해할 수 없는 플레이다보니 상대도 대처하기 힘들지만 동시에 동료 역시 반응하기 힘든 돌발 플레이다.
성공률이라도 낮으면 못하게 막거나, 상식적으로 잘하는 수준이면 전술적으로 제약을 가하던가 하겠는데 이건 뭐, 말도 안 되는 플레이를 계속 성공시키니 감독 입장에선 할 수 있는게 없다.
그렇기에 감독 입장에서 쓰기 힘든 선수이기도 했다.
감독의 전술적 역량을 제한하거나 반대로 극대화하거나.
혼자 날뛰는데 특화된 선수가 매번 믿을 수 없는 플레이를 성공시키며 골을 넣어대는데 그걸 제약할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 미친 플레이를 예상해서 전술을 짤수도 없다.
차라리 전술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날뛰는 선수라면 아예 배제하고 전술을 짜겠는데, 또 감독의 지시를 무시하는 선수는 아니다보니 정말로… 진정으로 더 혼란스럽다.
보트만이 명감독은 아니어도 제법 전술적인 감독임에도 홍민준의 영입 후 ‘홍민준 원툴 전술’이라 조롱받는 것이 괜히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만큼 다루기 어려운 것이 홍민준이란 선수니까.
반면, 진정 자기 역량에 자신있는 감독에게 홍민준은 매력적인 선수일 수 밖에 없다.
다루기 어려운만큼 그 보상은 확실한 선수이니, 잘 다루기만하면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증명하면서 성적도 낼 수 있지 않겠는가.
이를테면 첼시의 페데리코 감독 같은 작자들이 괜히 홍민준을 탐내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스스로의 전술적 역량에 자신감이 있으니 그러는거지.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보트만은 곰곰히 생각했다.
홍민준을 전술적 틀 안에 가두는 건 하책이다.
천재 특유의 번뜩이는 플레이가 홍민준의 트레이드 마크인데, 그걸 제한해서야 오히려 날카로운 검을 무디게 만드는 격.
그렇다고 홍민준의 돌발 플레이를 예상하고 전술을 짤수도 없다.
돌발 플레이는 예상할 수 없으니 돌발 플레이지, 예상할 수 있으면 그게 어디 돌발 플레이던가. 특히 홍민준같은 천재가 보는 시야를 평범한 사람이 예상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우니 이 역시 할 수 없다.
‘돌고 돌아 결국 홍민준을 믿을 수 밖에 없는가.’
자신이 전술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보다 높은 위치에서, 보다 수월하고 편하게 공을 잡을 수 있도록 상황을 조성해주는 것일 뿐.
보트만이라고 왜 명예욕이 없겠는가. 감독으로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는가.
그도 젊은 감독답게 전술적으로 인정받는 감독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똑똑.
“감독님, 홍민준입니다. 부르셨다고해서 왔는데요.”
이기기 위해서라면 욕심을 내려놓자.
적어도 이번만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