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271)
271
방은 이미 열기로 후끈했다.
한바탕 열풍이 지나간 방, 습관처럼 켜놓은 TV에선 달아오른 방마냥 흥분한 사람들이 열심히 떠들어대고 있었다.
[처음 출전한 월드컵에서 조국인 대한민국을 4강으로 올려보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죠.] [놀라운 건 한국이란 나라는 아무리 좋게봐도 16강 진출을 목표로해야 하는 팀이라는거에요. 홍민준은 한국 대표로 월드컵 득점왕을 차지하며 개인 역량을 증명했죠.] [하하, 월드컵 이전에 이미 분데스리가와 유로피 리그 득점왕을 석권한 것도 잊으면 안 되죠. 월드컵까지 포함하면 지난 시즌 무려 3개 대회 득점왕이군요.]화면 위 ‘시즌 마무리, 홍민준 특집’이란 글자가 박혀있는 TV 프로그램.
게스트들은 마치 ‘내가 더 홍민준의 위대함을 잘 안다’고 광고하느냥 경쟁적으로 그 위업을 늘여놓기 바빴다.
[그 활약을 바탕으로 1억 유로의 이적료로 뉴캐슬에 입단하죠. 독일의 정복자가 드디어 잉글랜드에 발을 디딘 순간입니다.] [홍민준하면 또 바르셀로나를 빼놓을 수 없죠?]이제는 워낙 유명해져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바르셀로나와의 스토리를 반복하며 진지하게 토론하던 게스트들은 이내 주제를 돌렸다.
[EPL 1년차, 적응기가 필요할거란 예측도 있었는데… 홍민준에게 적응 따윈 필요없었습니다.] [맞아요. 월드컵으로 뒤늦게 합류하며 프리 시즌도 못 보냈는데, 첫 경기인 레스터 시티전부터 헤트트릭을 터뜨렸죠. 그러고보면 처음부터 올해의 활약을 예고한거군요.]이어 화면에 등장한 CG그래픽엔 홍민준이 출전한 경기와 공격포인트가 나열되어 있었다.
1라운드 vs레스터 시티 — 3골
2라운드 vs미들즈브러 — 1골
3라운드 vs사우샘프턴 — 2골
4라운드 vs풀럼 — 1골 1도움
5라운드 vs리버풀 — 3골 1도움
챔스 1차전 vs트라브존스포르 — 2골
6라운드 vs아스널 — x
리그컵 32강 vs찰턴전 — 6골
7라운드 vs토트넘 — 1도움
챔스 2차전 vs세비야 — 1골 2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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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스 8강 1차전 vs바르셀로나 — 9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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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정말 공격포인트가 끝이 없네요. 전반기에만 39골 8어시스트를 기록했죠?] [리그에서 23골 4어시, 챔스에서 8골 3어시를 기록하며 역대급 시즌을 보내던 홍민준 선수였는데요. 그래도 후반기엔 좀 주춤하지 않을까 싶던 것이 사실이에요. 아무래도 분데스리가에서도 그랬듯, 더욱 경기수가 많고 격렬한 EPL에서도 체력 이슈를 겪을것이고 상대팀도 이제 분석을 할만큼했다는 것이 정론이었거든요.] [그쵸. 그런데 놀랍게도 홍민준 선수, 후반에 더욱 폭발적으로 공격 포인트를 적립했습니다.] [그야말로 EPL의, 아니, 잉글랜드 축구 역사에 불멸의 기록을 남겼죠.] [지금까지 EPL 득점왕 중 최다 득점을 한 선수는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 선수의 32골이었고, 그 이전 42라운드 체제까지 따지면 엔디 콜과 앨런 시어러의 34골이 시즌 최다골이었습니다.] [홍민준은 이번 시즌 리그에서—]“아오. 여기도 저기도 뭔 죄다 내 얘기뿐이냐.”
기가 쪽빨려 움직일 힘도 없기로 나른하게 침대에 누워있었더니 저놈의 바보상자는 또, 또 내 얘기다.
질린다 질려. 진짜 이놈의 인기란.
슈퍼 스타란 피곤하구만.
“많이 쉬었지?”
기다렸다는 듯 슬그머니 가슴팍을 문지르는 손길.
“…엘레나. 아직 약속한 10분 안 지났는데.”
“너무해. 4개월만에 만났는데.”
“난 5개월.”
“희연 누나는 3개월이잖아! 거짓말치지마!”
“힛… 들켰네. 그래도 그땐 일정이 안 맞아서 이거 못 먹었잖아~ 그러니까 그건 무효지.”
내 본체가 그거냐….
간신히 가라앉나 싶던 열기가 다시금 후끈 재점화된다.
시즌이 끝나자마자 시작된 차륜전에 벌써 며칠째 시달리고 있던가.
이젠 싫어… 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될까.
며칠간 반복된 행위에 민감해질대로 민감해진 몸이 시작부터 사정감을 알려오지만…
‘버티자.’
이번엔 안 돼.
절륜의 대명사인 홍민준이 조루라니. 절대 안 되지.
이제는 무뎌질만도한데 여전히 짜릿하기 그지없는 행위를 참기 위해 최대한 슬프고 암울한 생각을 떠올린다.
이번 시즌 가장 열심히, 토나올 정도로 열심히 뛰고도 졌던 바로 그 경기를.
* * *
연장전이 끝난 순간 맥이 탁 풀렸다.
감독님의 배려로 수비 부담이 줄었다지만 전후반 90분 내내 레알 마드리드 수비진, 특히 알렉스 틸리앙 아재를 상대한다고 진력이 쭉 빠져있었는데 거기에 연장전까지.
체력적으로도 힘에 부쳤지만 그보다 정신적 피로감이 월등히 높았다.
겉으론 시종일관 최고의 수비를 상대로 우위를 점한 것 같아 보여도, 매 순간순간의 피로도는 평소와 차원이 달랐으니까.
“홍! 괜찮아?”
“괜찮지. 갑자기 왜?”
“너 방금 비틀거렸어. 설마 몰랐어?”
몰랐다.
정신적 피로가 극심해 현기증이 난다고만 생각했는데… 역시 레알 같은 팀을 상대로 연장까지 뛰는 건 무리야.
그래도 어찌저찌 여기까지 끌고왔다.
레알만 넘으면 챔피언스 리그 결승 무대.
마지막의 마지막, 정말 최후의 승부처가 될 승부차기만 넘길 수 있으면—
그러나 상황은 그리 좋게 흘러가지 않았다.
뉴캐슬은 미래가 더 기대되는 젊은 선수를 주축하는 하는 팀인 반면 레알 마드리드는 평균 연령대가 30대인 베테랑 선수단.
어지간한 경기의 승부차기만해도 부담감이 상당한데 하물며 챔피언스 리그 결승이 걸린 무대.
베테랑 선수조차 부담감에 실축을 할 정도인데 젊은 뉴캐슬 선수단이야 말할 것도 없다.
“…하.”
첫번째 승부차기 키커로 나선 호세 가야는 꼴통답게 크게 긴장한 기색없이 정확히 구석으로 차넣었다.
그러나 두번째 루크부터 부담감을 이기지 못했는지 실축을 시작해 네번째, 믿었던 주장 바움 요한마저 실축을 한 상황.
그나마 세번째 키커인 사쿰 샤키가 골대에 맞았지만 안으로 들어간 행운의 골로 성공시켰으니 다행이지, 4번의 시도 중 2번의 성공은 빈말로도 좋다고 할 수 없지 않은가.
이런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희망을 잃을 순 없는 건 베테랑 선수인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도 부담감에 실축한 것과, 믿음직한 골키퍼 요문드가 한 골을 막아냈다는 것.
레알의 5번재 키커 호르헤 가르시아가 여유롭게 성공시키며 이제 남은 건 오직 나뿐.
뉴캐슬이 4번 중 2번, 레알이 5번 중 3번을 성공시켰다.
“민준… 미안해.”
“홍! 꼭 넣어야해! 못 넣으면 그대로 끝이라—”
“호세, 이 바보야! 부담감을 주면 어떡해!!”
“흥. 최고의 선수라면 이정도 부담감은 이겨내야지!”
정작 그러는 호세 가야의 다리가 바들바들 떨리고 있다.
웃기는 놈이네. 워낙 꼴통이라 긴장하지 않은줄 알았는데, 연기였구만.
“내가 실패하면 그대로 끝인가? 이번에도 나한테 달린거네.”
“민준! 너무 긴장하지마! 우리가 여기까지 온것만해도—”
“뭔 소리야. 내가 무슨 긴장. 오히려 좋은데?”
“…어?”
“이런 상황. 난 좋다고. 짜릿하잖아.”
“…넌 진짜.”
황당한 표정의 동료들을 뒤로하고 자리에 선다.
긴장?
…솔직히 조금은 된다.
하지만 그보다는—
별다른 준비는 필요하지 않았다.
주심의 휘슬이 울리기 무섭게 가볍게 도움닫기 후,
팡!
슛팅이라기엔 너무나 미약한 소리와 함께 너풀너풀 떠오른 공이 정확히 골문 중앙에 내려앉는다.
“…파넨카?”
“미친… 여기서 파넨카라고?”
우측으로 힘껏 뛰다 쓰러진 레알의 골키퍼가 입을 떡 벌리고 나를 쳐다보길래 찡긋 윙크를 날려줬다.
역시 이럴때 성공시키는게 짜릿한 법이야.
그리고 졌다.
그 상황에서 파넨카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내 승부차기는 성공이었지만, 이어진 6번째 승부차기에서 실축이 나오고 만 것.
『졌지만 잘싸웠다!! 마지막까지 분투한 홍민준, 승부차기에서 파넨카를 성공시켰지만 팀은 분패!』
‘…이겼는데 졌네.’
개인적으로는 훨씬 퀼리티 높은 팀의 지원을 받는 호르헤 가르시아와 대등하게, 그리고 세계 최고의 센터백이라 평가받는 알렉스 틸리앙에게 판전승을 거둔 경기였다.
허나, 그러면 뭐하나.
결국 챔피언스 리그 결승은 집에서보게 됐는데.
너무나 아쉽고 또 아쉬운 결과였지만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FA컵의 탈락으로 리그 경기만 남았다고하나 남은 경기만해도 5경기.
우승은 멀어졌지만 3위가 4위권 밖으로 밀려나기엔 충분한 경기수였고, 유로파 진출권 팀이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으로, 컨퍼런스 리그 진출권 팀이 유로파 진출권으로, 그리고 유럽대항전 티켓권 밖의 팀이, 강등권 팀이 한판 뒤집기를 할 수 있는 경기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승부차기까지 간 레알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 리그 4강전에서 석패한 후, 뉴캐슬의 기세가 떨어졌다 판단한건지 상대하는 팀들이 도전적으로 달려들었지만—
『홍민준 리그 37골! 40골까지 단 3골차!』
분노한 나의 제물이 되었을 뿐.
그리고 시즌이 끝날 때.
『분노의 헤트트릭!! 2경기 남기고 40골 고지를 넘다!!』
『마지막 경기에서 42호골을 성공시키는 홍민준!! EPL의 역사를 쓰다!!』
각종 언론의 헤드라인이 내 이름으로 대서특필되는 기록을 만들 수 있었다.
『미완의 완성. 홍민준, 역대급 개인 기록으로 커리어 하이를 경신했지만 팀은 아쉬움을 삼켜』
『또다시 시작되는 홍민준을 향한 러브콜?』
『단독! 홍민준, 영국 허드로 공항을 통해 출국! 목적지는 두바이로 알려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