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272)
272
EPL에서의 길었던 첫시즌이 끝났다.
시즌 중에는 의식하지 못했는데, 마지막 리그 경기가 끝나는 순간 긴장이 확 풀리면서 다리가 휘청이는걸 보니 몸에는 착실히 피로가 쌓이고 있었나보다.
모든 공식 경기가 끝났다고 곧바로 선수단에 휴가가 주어지는 건 아니다.
구단 자체적인 행사 같은 일정도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휘청거리던 내 모습이 위태로워보였는지 구단이 남은 공식 일정을 최대한 배려해준 덕분에 일찌감치 휴식에 들어갈 수 있었고, 덕분에—
“얘들아… 제발 그만… 이제 안 나와.”
엄청나게 시달리고 말았으니.
“홍? 세상에!? 너 얼굴이 왜… 시즌이 그렇게 힘들었어!?”
“…….”
마지막의 마지막, 시즌 종료를 알리는 구단 행사에 나선 초췌한 내 모습에 모두가 경악하고 말았다.
자책하는 표정의 동료들을보니 뭔가 양심이 따끔거리네.
“이번 시즌 좀 무리했나봐. 걱정마. 다음 시즌, 준비 철저히해서 돌아올게.”
“홍…!!”
“너란 녀석은 진짜….”
“이렇게 완벽한 프로의식을 갖췄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던건가!!”
음.
따끔거리는건 양심이 아니라 거시기였구요.
공식적으로 선수단도 해산했으니 남은 건 휴가뿐…이진 않았다.
“다 모였지? 시작한다.”
네임벨류있는 소속 선수가 나밖에 없어 존재감이 희미하긴해도 오하린은 MH에이전시의 대표고, 윤다예는 에이전시 소속의 개인 트레이너 겸 매니저.
어찌보면 본격적인 에이전시 업무는 지금부터였으니, 그 시작은 시즌의 결산부터.
사무실로 대여한 작은 오피스.
뉴캐슬에 이적해오고 작게 사무실을 꾸몄다고 들었지만 와보는 건 처음인데, 생각보다 공간이 작다.
그 중 회의실로 쓰는 듯 한 방에 나와 오하린, 윤다예를 포함해 휴식기라고 날 따먹으러… 아니, 날 보러 온 엘레나나 희연 누나, 기자 누나 그리고 왜인지 한 자리 차지하고 앉은 티나 로트까지 들어차있었다.
…진짜 왜지?
“이번 시즌은 우리 생각보다 성공적이었어. 개인적으로도, 팀적으로도.”
발표를 맡은 윤다예가 빔프로젝트에 PPT를 띄우며 발표를 시작한다.
저건 또 언제 만들었대.
“골든부트부터 PFA 올해의 선수, PFA 팬 선정 올해의 선수, PFA 올해의 팀, FWA 올해의 선수까지. 아쉽게 1살 차이로 나이 제한에 걸린 PFA 올해의 영플레이어를 제외하면 그야말로 석권이야.”
골든부트는 득점왕에게 주어지는 축구화 모양의 트로피에서 유래된 EPL 득점왕을 뜻한다.
PEA는 Professional Footballers ‘Association, 선수 노조를 말하는거고 FWA는 The Football Writers’ Association, 잉글랜드의 신문사나 그 대행사를 위해 글을 쓰는 축구 기자 및 특파원들로 구성된 단체다.
사실상 골잡이란 역할상 받기 어려운 도움왕이나 골키퍼의 골든글러브를 제외하면 EPL 국내 시상을 독식했다해도 과연이 아닌 수준.
그도 그럴것이 EPL의 전신인 풋볼 리그부터 지금까지 깨지지 않던 리그 40골 고지를 넘긴 선수가 바로 나 아닌가.
거기에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글로벌 스포츠 스타이다보니 더더욱 ‘기록’을 세워주려는 목적도 있을테고.
글로벌 시장에서 맹추격중인 여타 4대 리그를 견제하기 위해선 유럽 외 시장, 특히 가장 큰 축구 시장인 아시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선수가 주목받는게 중요한 바, 영국 축구협회 입장에선 내가 그에 딱 부합되겠지.
“스탯과 상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리에게 긍정적인 점은 이미지 메이킹 효과야. 우리가 원하던 브랜딩과는 살짝 다르지만, 어쨌든 이제 홍민준이란 브랜드는 성공적으로 자리잡았어.”
뉴캐슬에 온 것에는 그 조건, 표면적인 조건이든 공개하지 않은 이면 조항이든간에, 좋은 조건과 당시의 팀 상황 그리고 보드진의 적극적인 구애가 큰 역할을 한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나 개인의 기준이었고, 하린이와 다예는 조건 이외의 것도 여러가지 고려했는데 그 중 하나가 내 이미지 메이킹이었다.
“다들 알다시피 바르셀로나에서의 실패는 짧은 프로 경력에서 꽤 큰 리스크였어. 분데스리가에서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맞는 리그에서만 활약하는 선수라는 의혹도 있었고.”
의외로 자신에게 맞는 리그에서만 활약하는 선수는 드물지 않다.
이를테면 로베르토 솔다도. 라 리가에서 인간계 최고 수준의 활약을 보여주던 선수가 EPL에선 평범한 공격수만도 못 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않았나.
그처럼 아무리 활약했다한들, 워낙 짧은 프로 경력에서 라 리가 실패 후 분데스리가 성공은 의혹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이번에 일소했지만.
“올 시즌 활약으로 자잘한 의혹은 쏙 들어가고 이제 명실공히 세계 최고를 다투는 선수로서의 이미지가 확고해졌어. 통계업체가 넘겨준 자료에 따르면 챔스, 특히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전에서의 활약과 잉글랜드 역사상 첫 리그 40골 돌파 이후 그런 이미지가 정립된 것 같아.”
세계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건 의외로 실력 외적인 부분에서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현실이 게임도 아니고, 나처럼 상태창이 있는것도 아닐진데 선수의 실력이 수치화되어 보이는게 아니잖은가.
게다가 선수마다 팀 상황, 플레이 스타일, 리그 성향, 감독의 전술, 컨디션 등등 워낙 다양한 상황에 놓여있다보니 객관적인 줄 세우기가 어렵다.
그러니 세계 최고의 선수에게 주는 발롱도르마저 여러가지 논란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의외로 발롱도르에서도 선수의 ‘인기’가 중요한 요소였는데, 물론 실력이 기본 전제이긴하나 인기가 없으면 일명 ‘리베리’꼴이 날수도 있다는거다.
2013년. 누가봐도 리베리의 발롱도르 수상이 유력시되던 상황에서 정작 수상자는 호날두였다.
호날두의 실력이 리베리만 못하다는 건 결코 아니지만, 활약과 실적에서 리베리가 정배였던걸 감안하면 꽤 의외의 결과가 아닐 수 없으니… 결국 발롱도르 투표 역시 이러한 인기와 이미지가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라는 걸 증명한 사건이다.
좆같은 현실이지만 동양인인 나는 똑같은 실력, 똑같은 성적, 똑같은 실적… 아니, 약소 우위일지라도 밀릴 수 있으니 미리미리 작업을 쳐놔야한다.
“그외 홍민준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우승청부사’, ‘소년가장’이야. 처음부터 강팀에서 시작했다면 얻을 수 없을 이미지였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브랜딩 성공했어.”
그런 이미지가 있다.
잘하는데… 분명 잘하는데 증명이 필요한 이미지.
이를테면 바르셀로나 시절의 메시.
축구계 GOAT임은 분명하지만 메시가 약팀에서도 저런 활약이 가능할까? 거친 EPL에서도 저런 활약이 가능할까? …같은 이미지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내 이미지는 처음부터 강팀에서 시작했다면 결코 얻을 수 없는 이미지였겠지.
“팀적으로도 리그컵이지만 우승컵도 하나 들었고, 리그와 챔스에서의 선전도 있으니 충분히 성공적이라 평가할만해. 너는 불만족스럽겠지만.”
내가? 아닌데?
“우리가 뉴캐슬에 오면서 챙기려던건 다 챙겼어. 사실상 이번 시즌을 끝으로 뉴캐슬을 떠난다해도 괜찮겠지만… 다들 알다시피 2년은 더 있어야해. 알지?”
뉴캐슬에 온 또다른 목적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인 동시에 매년 팀을 옮기기엔 또… 너무 철새 이미지가 있는지라….
무엇보다 계약 기간도 많이 남았겠다 바이아웃 조항도 없는데 내가 이적하겠다고 뉴캐슬이 순순히 가세요~할리도 없고.
“다음주 정도면 기사가 나가겠지만 조만간 뉴캐슬과 세종 GT 간에 유소년교류협약 기사가 나갈거야.”
세종 GT는 이번에 인수한 구단이다.
처음엔 의욕적이었지만 지금엔 뭐… 그래도 처음 계획대로 육성중심 구단으로의 변화는 착착 진행되고 있는 모양.
“상세한 내용은 보고서에 쓰여있지만 간추리면 매년 일정 숫자의 코치와 유소년을 선발해서 1년 간 뉴캐슬에 위탁하는 것과 뉴캐슬의 노하우 전수를 위해 전임 유소년총괄과 몇 몇 코치가 1년 동안 구단에 합류한다는 내용이야.”
내가 이적해오기전부터 육성 중심 정책을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던 뉴캐슬인지라 그 노하우를 이식받겠다는 것.
잘 되면 미래의 국가대표급 유망주를 배출할수도 있는거고.
안 되면 뭐… 그냥 거기서 끝이지 뭐.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인데. 일단 이번 휴식기 일정은 이거야.”
화면에 뜬 일정을 훑어보니 곧장 두바이로 날아가 토크쇼 하나하고, 두바이 산하 프로 축구팀에 잠깐 합류해서 같이 훈련하는 일정이 예정되어 있었다.
저거야 뭐 길어야 2~3일 일정이니 간단하네.
이후로는 한국에 귀국해서 예능 1~2개와 광고 몇 개 찍으며 쉬다가 재능기부 겸 봉사활동 좀 하고… 프리 시즌 직전에 영국으로 복귀해서 토크쇼 하나 나가면 끝인가.
“아랍어 유창해졌지? 저번에 반응좋았으니 이렇게가자. 두바이에선 열광적이고 아부다비는 맨시티가 국민 구단이다보니 좀 부족하지만… 어쨌든 맨시티도 잘나가서 그런지 너한테도 호의적이야. 이대로 1~2년만 더하면 아랍권 전역에서 반응이 올거야.”
“그건 괜찮아. 아랍어도 꾸준히 익히다보니 할만하더라고. 근데 한국 예능은 뭐야? 어디 나가?”
“라디오 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