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273)
273
아랍에서의 일정은 성공적이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상상 그 이상일 정도.
『홍민준 방문에 수만명의 인파가 몰려』
『(photo) 홍민준을 보기 위해 모인 두바이 시민들』
『(photo) 훈련 중인 홍민준을 향해 열광하는 팬들』
단순히 축구 선수의 인기라기엔 너무나 열광적이다.
세계적인 가수나 배우가 방문해도 이정도는 아닐터.
그리고 이는 모두—
“안녕하쎄요~!”
아랍인 특유의 커다란 코와 부리부리한 눈매의 진행자가 어색한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더니 껄껄 웃는다.
“어때요? 제 한국어 그럴듯했나요? 홍민준 선수 만난다고 열심히 연습했는데!”
“연습 더 하셔야겠는데요?”
“…어?”
“제 아랍어는 어때요? 저도 연습 좀 했는데… 괜찮죠?”
“맙소사!”
내 유창한 아랍어에 깜짝 놀라는 진행자.
아니, 비단 진행자만이 아니다. 촬영장의 모든 스탭이 휘둥그레 쳐다본다.
“지난번엔 인사 정도만 할 수 있어서 아쉬웠는데, 이제는 어느정도 의사소통 가능해요. 열심히 배웠거든요. 왜냐하면—”
카메라를 응시하며,
“평소부터 아랍 문화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소위 국뽕을 채워주면서 발생한 일이었다.
* * *
국뽕이란 건 비단 한국만의 특징이 아니다.
왜 김민재 선배가 나폴리에서 활약할 때, 나폴리 홈구장에는 태극기와 조지아 국기가 경쟁적으로 펄럭였다는 재밌는 썰도 있지 않나.
김민재 선배와 동시기 나폴리로 이적해온 동기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선수는 조지아(그루지야) 국적의 선수.
이적 동기인 두 선수가 나폴리에서 연신 맹활약을 펼치자 한국과 조지아의 응원단이 그렇게 나폴리 홈구장을 찾았다고.
한국도 한국이지만 조지아 응원단도 그 먼 이탈리아까지 방문해서는 나폴리 홈구장에서 태극기와 조지아 국기가 경쟁적으로 펄럭였다지.
뭐 조지아가 못사는 국가라 자존감이 낮아 그렇니, 동유럽보단 서아시아에 속하는 아시아 계통이니라고 할수도 있지만… 그렇다기엔 명색이 양대 패권국이라 평가받는, 세계를 양분하는 강대국 미국과 중국의 국뽕도 만만치않다.
사람들은 중화사상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국뽕 기질은 잘 알면서 의외로 심한 미국의 국뽕은 잘 모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국뽕은 대표적인 대중매체 영화만봐도 극명히 드러난다. 헐리우드 영화엔 항상 성조기 펄럭이는 장면이 나온다는 우스갯소리가 괜히 있는게 아니지.
전랑이니 장진호니 하는 중국의 국뽕 영화들이 좀스러울 정도로 직접적으로 중국 최고를 외친다면 헐리우드엔 인디펜던스 데이가 있다.
세계적인 흥행을 일으킨 ‘인디펜던스 데이’에선 외계인이 침공해오자 ‘인류를 대표’하는 미국이 앞장서서 싸우고, 심지어 ‘인류 대빵’ 미국 대통령이 직접 전투기를 몰고 나가 외계인과 싸우지 않나.
헐리우드 영화라 체감이 덜하지, 당장 한국 영화로 치환하면 중국이 쳐들어오자 대통령이 직접 전투기 몰고 나가 싸워서 이긴다는 스토리의 영화라 생각하면 정신이 어질어질 할 정도의 국뽕 드리킹아닌가.
중국과의 차이점이라면 중국이 유치하고 좀스러울 정도로 직접적으로 국뽕을 외친다면 그나마 미국은 현대적으로 진화해서 ‘탑건’처럼 세련되고 은유적으로 바뀌었다는 정도.
그런 의미에서 아랍권의 국뽕 역시 만만치 않으니…
“홍민준! 홍민준!!”
“두바이의 친구! 아랍의 친구!”
“홍!! 한마디만 해줘요!!”
다음 스케쥴을 위해 이동하는데 어마어마하게 몰린 인파.
걸음을 멈추지 않으며 연신 아랍어로 대답해주니 아주 좋아서 자지러진다.
고작 아랍어 좀 배워서 유창하고, 대충 ‘아랍 싸랑해열~’ 따위의 남사스러운… 어찌보면 유치하기 짝이없는 멘트를 늘어놓을뿐인게 그리 좋을까 싶었지만.
“이건 그거지. 예를들면 2000년대 후반이나 2010년대 전성기 메시가 시즌이 끝나자마자 한국에 방문해서는 유창한 한국어로 ‘한국 사랑해요~’, ‘평소에도 K-POP 자주 들어요’, ‘한국 드라마와 영화 즐겨보다가 한국어도 배웠어요’, ‘김치 존나 좋아해요’라고 한 격이지.”
…그럴듯한데?
만약 그랬다면 한국이 뒤집어졌겠네.
갑자기 이해가 팍 된다.
특히 하린이와 다예가 알려준대로 ‘두바이’를 강조했다.
겉으로 보기엔 UAE란 단일한 나라지만 내부적으론 7개 토호국이 뭉친 연맹체답게 각각의 구성원들의 독립성이 꽤 강하단다.
특히 UAE의 맹주 아부다비에 경쟁의식이 있는 두바이 사람들에게 두바이 왕가의 ‘뉴캐슬’을 아부다비 왕가가 소유한 ‘맨시티’와 우승 경쟁하게 만든 내 인기는 어마어마하다고.
음… 솔직히 아랍에 관심도 없고, 문화나 이슬람이나 아무것도 모르는데.
비행기에서 벼락치기로 단기속성과외로 훑었을 뿐이지만 좋아해주니 다행이군.
생각보다 열광적인 인기에 당초 2일 일정으로 방문한 두바이는 이후 아부다비를 포함한 UAE 전역을 순회하는 4일 일정으로 변했다.
2일 같은 4일이 지나고 귀국하는 날에도 공항을 가득 채울만큼 인파가 몰려 꽤 화제가 되었지만 더는 지체할 수 없는 일.
그렇게 두바이를 떠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니—
“와아~! 홍민준!! 홍민준!!”
“여기 좀 봐주세요!!”
“오빠!!”
음… 역시 국뽕의 최고는 자국 국뽕인가.
여기도 만만치 않네.
어마어마하게 몰린 인파를 뚫고 예정된 인터뷰 장소에 도착하니 기자들이 잔뜩 기다리고 있었다.
인터뷰로 1~2시간은 날아가겠네.
“아쉬움이 아주 없을 순 없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시즌이었습니다.”
“분데스리가용 선수란 의혹에서 벗어나서 기쁩니다. 전 분데스리가가 아니라 어디에서도 활약할 자신이 있거든요.”
“3년 연속 리그 득점왕을 차지해서 당연히 좋죠. 손흥민 선배 이후 처음으로 EPL 득점왕을 차지했으니, 다음 시즌에도 득점왕에 오를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습니다.”
어김없이 시즌을 마친 소감, EPL과 분데스리가, 득점왕 같은 이야기에 답해주다가 챔피언스 리그 이야기가 나왔다.
“데일리 스포츠의 김나경입니다. 이번 챔피언스 리그에서 15골을 넣고도 1골 차이로 득점왕에 오르지 못하셨는데요. 아쉽지 않나요?”
EPL에선 압도적인 격차로 득점왕에 올랐지만 아쉽게 챔피언스 리그에선 1골 차이로 득점왕을 놓쳤다.
15골이나 넣고도 16골의 호르헤 가르시아에게 밀린 것.
어떻게 져도 딱 1골 차이로 지냐, 진짜 짜증나게.
그러나 여기서 짜증을 내봐야 이미지만 망가질 뿐.
난 날강두 같은 소인배가 아니니 이럴 땐 대인배처럼 행동해야지.
“아쉽죠.”
너무나 간결한 대답에 일제히 웃음을 터뜨리는 기자들.
질문했던 여기자가 당황한 표정이기에 좀 더 자세히 대답해줬다.
“진짜 아쉽죠.”
그리고 웃어주니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버벅버벅거린다.
신참인가. 귀엽네.
“어, 그으… 이, 이번 챔피언스 리그 득점왕 경쟁이 역대, 역대급이란 평가가 많은데요. 홍민준 선수와 호르헤 가르시아 선수는 과거 메시와 호날두 이후 최고의 라이벌리를 형성한다는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속보! 홍민준 귀국!
—지금 인천국제공항에서 라이브 방송중이네
—미친;; 무슨 대통령이냨ㅋ 뭔 귀국하는걸 라이브까지해
—아ㅅㅂ 드라마봐야하는데 뭔 귀국 기자회견이야 씨바랄 진짜 가지가지하네 어떤새낀데 이 지랄 아ㅋㅋ 홍민준이면 킹쩔수없지
ㄴ미친놈 방향전환개웃기네ㅋㅋ
—지금 질문하는 여기자 상태왜저럼?
—또 홍민준당해버렸나…
—하아… 나도 오빠랑 눈마주치고싶다… 마주치자마자 젖을듯큐ㅠㅠㅠ
ㄴ미친새끼 아줌씨 정신차리쇼
ㄴ씨발꺼져 병시나 너한테안했거든
—여기자 정신못차리는거보솤ㅋㅋㅋㅋ 눈도 제대로 못마주치는거 실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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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이게 사랑에 빠진 여자의 표정임?
—평생 저런 시선 받아볼날이 올까…?
ㄴ닌없어
ㄴ아냐 있을거야 힘내
—나 거리나가면 맨날 저런 표정받는데ㅋ
ㄴv(;༎ຶД༎ຶ`)v 이런 표정?
—이 짤이랑 똑같네ㅋㅋ
일러스트보기 Click
* * *
귀국 후 며칠 간 푹 쉬—진 못했다.
이런저런 일이 많아서 지난 며칠 동안 처리해야 했으니까.
이를테면 구단 문제나, 스케쥴 문제… 같은 건 아주 사소한거고.
“…크흠.”
“헤헤. 아버님, 이거, 선물…”
“거기두게.”
오랜만에 귀국했으니 장인장모님에게 얼굴은 비춰야하는 법.
암묵적인 허락은 받았으나 여전히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가시방석에 앉을 것 같은 만남을 한번도 아니고 두번이나 겪으니 심신미약 상태에 빠졌다.
그래도 가장 큰 산을 넘었으니 이제 좀 쉬려나— 싶었지만,
『귀국 후 바쁜 행보를 이어가는 홍민준! 이번엔 재능 기부?』
『(photo) 보육원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홍민준』
『프리미어리거의 트래핑? 2부 리그 선수들과 연습 경기!』
『슈퍼 스타의 다음 행보는 예능? 방송국은 홍민준 모시기에 전력 중』
재능 기부, 봉사, 광고 등의 일정이 빼곡하니 밀려있었고, 그마저 끝내고나자—
『홍민준, 라디오 스타에 출연!』
마지막으로 예능 촬영날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