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274)
274
시즌이 끝나고 오랜만에 한국 예능 출연을 결심하고나니 어느 예능에 출연하느냐가 또다른 고민으로 떠올랐다.
무명 연예인이라면 어느 예능을 나갈지가 아니라 어느 예능이라도 나갈 수 있길 소원하겠지만 나 정도의 슈퍼 스타라면 예능에서 모셔가기 위해 안달하는 위치.
에이전시를 통해 은근히 한국 예능 출연을 고민중이란 소문을 흘리자마자 쏟아지는 출연 제의에 오히려 선택장애가 올 정도였다.
“여긴 어때? 축구 선수로서 운동남 이미지도 챙길 수 있고, 중간에 상의 탈의하거나 흰티에 물 젖어서 노출하면 반응 좋을 것 같은데.”
“요리 프로도 나쁘지 않겠네. 촬영 시간도 적당하고, 포맷도 간단해서 얼굴 비추기엔 괜찮아.”
“이게 더 낫겠다. 이 사람이 괜히 국민 MC라 불리겠어? 자연스럽게 게스트 띄워주면서 분량 뽑는데 천부적이야.”
전국민이 알만한 유명 공중파 예능부터 이런 예능이 있었나 싶은 인기없는 지상파 예능까지, 정말 컨셉부터 포맷까지 워낙 다양하다보니 더 까다롭다.
어디에 출연하든 최대한 대우해줄테고, 방송국이 미치지 않은 이상 악마의 편집 따위도 없을테니 속편하게 골라도 되는 상황.
그렇게 한참 고민하다 문득 좋은 발상이 떠올랐으니,
“잠깐만. 한국에서 희연 누나랑 엘레나도 꽤 인지도 높지 않나?”
“인지도야 높지. 앞은 너 다음가는 스포츠 스타고, 뒤는 한국 좋아하는 서양 미녀 스포츠 스타로 인지도가 꽤 있으니까.”
요즘에야 구단 문제로 바쁘다지만 평소엔 항상 나와 붙어지내던 하린이와 다예와는 달리 희연 누나랑 엘레나는 평소 만나기 쉽지 않다.
나도 나대로 시즌 팀 스케쥴에 맞춰 생활해야하고, 희연 누나나 엘레나 역시 각자의 커리어로 바쁜 사람들이니까.
그래도 이번엔 어찌저찌 시간을 맞춰 내 휴식 기간 동안 같이 지내기로 일정을 맞췄으니…
“둘 다 지금 한국에 입국해있잖아. 그럼 이왕 이렇게 된 거 같이 나갈 수 있는 예능 찾아보자.”
뜬금없는 내 선언에 다예가 곧장 인상을 찡그린다.
“하? 그 둘이랑? 왜?”
“왜 그림 좋잖아. 미남미녀 스포츠 스타 특집. 희연 누나, 엘레나랑 같이 나가면 방송도 더 재밌을테고.”
의심스럽게 쳐다보는 다예에게 순수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주는데—
“워워— 다예. 주먹내려놔.”
“…….”
“워워~ 워, 워 진짜 내려놓으라고!”
“3명이 같이 출연할 수 있는 건 여기가 좋겠네. 둘 다 장난 그만치고 좀 앉아.”
휴, 하린이 덕분에 살았네.
그렇게 선택된 것이 라디오스타였다.
다만 3명 출연은 작가진들에 의해 4명으로 바뀌었는데,
[아~ 3명이요? 음… 차라리 한분씩 따로 출연하시는 건 어떠세요? 민준 선수나 희연 선수는 단독 게스트로 충분한 무게감을 지녔으니까요.] [걱정마세요. 예전에 스포츠 스타 단독 게스트로 추신수 선수도 있었잖아요. 저희가 준비 철저히해서 단독 게스트라도 분량 알차게… 아, 3명이 같이 출연하신다구요? 아니면 희연 선수랑 2명이서도— 꼭 3분 같이요? 3명… 3명은 그림이 좀 그런데.] [아뇨아뇨아뇨!! 싫다뇨!! 절대, 절대 아니죠!! 그냥 숫자가 홀수면 좀 그림이 그래서요. 그러면 4명 맞추자구요? 저희야 좋죠. 그럼 나머지 한 분은 누굴… 아, 저희가요? 네, 네! 최선을 다해 섭외해보겠습니다!!]아무래도 3명은 그림이 이상하다는 모양.
그렇게 작가진이 섭외한다는 1명을 포함해 게스트 4명으로 촬영하기로 했다.
시즌이 끝나자마자 두바이에서 2일을 머물고 한국으로 향하려고 했으나, 예상치 못한 인기에 2일을 추가해 4일을 머물다보니 리허설 할 시간이 없었다.
내 무게감이라면 촬영 일정을 연기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일정을 미루면 다른 사람이 피해보기 마련.
내가 라스에 엄청난 기대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일정을 미루기보단 후딱후딱 끝내고 여자친구들과 놀아야하니까 예정대로 촬영하기로 했다.
그러다보니 작가진들과 대략적인 대본은 맞췄어도 자체적으로 섭외한 1명이 누군지 몰랐는데, 막상 촬영장에 와보니—
“아, 안녕하세요 홍민준 선수. 진짜 팬이에요!!”
유도선수라고 예쁘장한 여자가 와있는게 아닌가!
안녕하세요, 축구선수 홍민준이라고—
“오 몸매 이쁘—”
“…에?”
“…죄송합니다. 속마음이 그만…”
“아, 아니에요. 저 그렇게 예쁘지도 않은데에…”
역시 남자는 잘생기고 볼 일이라고, 내 말 실수에도 오히려 좋다고 몸을 베베꼬는걸 보니 좋은 기회가 맞는 것 같다.
160중반의 키에 유도선수답게 딴딴한 느낌이 드는 육감적인 몸매. 그리고 무엇보다 순진한 느낌의 예쁜 얼굴까지.
촬영하면서 친해져야지.
“적당히해.”
“민준. 대기실 저기래.”
괜히 동반 출연한다고 했나.
촬영할때마다 느끼는거지만 방송이란 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드는 일정이다.
메이크업한다고 새벽부터 청담의 샵에 들렀다가 방송국에 가야하고, 또 방송국에 와서도 대기실에서 한참을 죽치고 기다려야 한다.
그 와중에 4명의 MC랑 미리 인사도 하고, 작가들이 미리 전달한 쪽대본도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슈퍼 스타답게 아주 크고 좋은 대기실에서 몰래 희연 누나랑 엘레나를 괴롭— 아니, 희롱하면서 기다리다보면 시간이 훅 지나있기 마련.
마침내 촬영을 위해 스튜디오로 나서니, 게스트들이 대기하는 장소 너머로 4명의 MC가 나란히 앉은 촬영장소가 보인다.
“맨 앞은 허아름님. 그리고 윤희연님, 엘레나님. 마지막이 호, 홍민준님…이에요.”
홍당무가 된 작가가 괜히 내 매무새를 고쳐준다고 옷자락을 만져주다가 3명의 여게스트의 따가운 눈초리에 후다닥 도망갔다.
그리고 지금.
얇은 유리 너머로 PD의 큐사인을 기다리는 4명의 남자가 보인다.
“자~ 오늘 미친 존재감과 카리스마로 라스를 접수하겠다고 온 전설의 스포츠 스타 4명과 함께 합니다.”
특유의 뿔테안경을 쓴 국진의 멘트와 함께 기다리고 있던 4명이 분분히 몸을 일으킨다.
“아시안 게임에서 빛나는 금메달을 수확하며 일약 라이징 스타로 떠오른 미모의 유도 선수 허아름!!”
톡 튀어나온 입술이 인상적인 종신의 소개에 가장 먼저 문을 열고 들어서던 여자가 수줍게 웃으며 고개를 숙인다.
“한국 테니스의 신화! 아시아 최초로 메이저 대회 우승 위업을 이룬 윔블던의 위너! 테니스 여제 윤희연!!”
화사한 나시티에 발랄한 테니스 스커트를 입은 희연 누나가 상큼하게 웃으며 자리에 앉는다.
이어 구라가 어울리지 않는 억지 텐션으로 입을 연다.
“아~ 이분 유명하죠. 미국의 국민 여동생으로 유명한 분이에요. 대회에 나갔다하면 금메달을 목에 거는 육상의 금메달리스트, 트랙 위의 금빛 요정— 에이, 멘트가 참… 엘레나 스튜어트!”
“안녕~ 안녕~”
박시한 남방에 특유의 길쭉하니 매력적인 각선미가 두드러진 스키니를 입은 엘레나가 특유의 말총머리를 찰랑이며 해맑게 손을 흔든다.
그리고 마지막, 근질거리는 입술을 씰룩이던 세윤이 벌떡 일어나 외친다.
“세계 최고의 스포츠 스타! 가장 섹시한 남자 1위!! 얼굴만 비추면 시청률도 콸콸콸~!! 움직이는 다비드상, 스포츠 최고의 슈~우퍼 스타! 홍! 미이이인~주우우운!!”
“아~ 진부해~ 멘트가 너무 진부해. 콸콸콸이 뭐야, 콸콸콸이. 언젯적 유행어야 진짜.”
세윤의 소개 멘트를 들은 구라가 특유의 못마땅한 표정과 삐딱한 자세로 투덜거린다.
이에 힐끔 구라를 본 세윤이 마주잡은 손을 머리 뒤로 넘겨 집는 동시에 다리를 쫙 벌린 자세로 춤을 추며 콸콸콸을 연발하기 시작했다.
“시청률이 콸콸콸!! 콸콸, 콸콸콸!!”
“아잇 진짜! 이런거 하지마, 이런거.”
질색팔색하는 구라.
“자~ 오늘 라스에 모신 4명의 수우퍼 스타—”
그 와중에 멋대로 진행을 시작한 국진이 대본을 읽어나가는데 중간에 종신이 웃음을 터뜨린다.
“큽! 아니, 형. 수우퍼가 뭐야, 수우퍼가. 슈퍼, 슈퍼.”
“큼. 수우퍼 스타 4인방! 허아흠, 윤희연, 엘레나, 홍민준! 만나서 반가워요. 자기 소개 한번씩 해주세요.”
“흡… 아, 안녕하세요. 대한민국 유도 국가대표, 흣, 허아흠…입니다. 크흡.”
자유분방한 4명의 MC를 보며 간신히 웃음을 참고 있던 허아름의 소개를 시작으로,
“안녕하세요! 테니스 요정에서 웜블던 우승으로 테니스 여제로 승격한 윤희연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그 옆에 앉아 발랄하게 웃는 희연 누나,
“HELLO~ 엘레나입니다. 라디오스타 평소에도 너무 재밌게 보고 있었는데 이번에 출연하게되서 너무너무 기뻐요.”
금발벽안답지 않은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엘레나에 이어,
“예능은 2년만인거 같은데… 오랜만에 만나뵙게되어 반갑습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 뛰고있는 축구 선수 홍민준입니다.”
나까지 4명의 게스트 소개가 끝나자마자 열렬한 박수가 터져나왔다.
“봤어? 지금 봤어? 작가들 손바닥에 불나겠어 아주. 어지간한 미남 배우 나와도 우리 작가들, 이렇게 환영하지 않거든. 이야~ 아주 좋아 죽네 다들.”
저 양반은 참 한결같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