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280)
280
일말의 과장없이 농구 코트 2개는 이어붙인 것 같은 광활한 크기의 방.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가구로 채워진 넓은 방에는 질끈 올려묶은 머리를 볼펜으로 고정해놓은 잠옷 차림의 여자가 홀로 정신없이 노트북을 치고 있었다.
『두바이 특별명예시민제도 신설!』
「지난 2021년 아랍에미리트UAE가 걸프 지역 아랍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외국인에게 시민권을 개방했다.
당시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 막툼 UAE 총리 겸 두바이 통치자는 트위터를 통해 “투자자와 과학자, 의사, 엔지니어, 예술가, 작가 등 특별한 재능과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그 가족은 바뀐 법에 따라 귀화 신청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UAE의 조치는 높은 문턱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는데, 그 세부적인 조건은 투자자의 경우 UAE에 부동산을 보유해야 하며, UAE 경제부가 인정한 2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했거나 경제부의 추천서를 받은 경우 가능하며 의사와 전문가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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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는 7개 토호국 연맹체로 연방 헌법 외에도 각 토호국 자체적인 의회를 통한 입법권을 지니고 있다.
이번 두바이 정부가 발표한 ‘특별명예시민제도’ 또한 이를 통한것으로, 두바이 정부는 높은 문턱의 기존 UAE 제도를 완화하여 국가에 큰 도움이 되는 외국 인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타닥타닥타다다닥—
맞은편에 켜놓은 50인치 TV에서 흘러나오는 광고 소리만이 요란하게 울리는 가운데, 볼펜으로 고정해놓은 머리칼이 흘러내릴 정도로 격렬하게 타자를 치던 여자의 손이 우뚝 멈춘다.
“흐음… 뭐랑 엮어야 자연스럽게 이어질까. 반발심을 막을 순 없으니, 이쪽이 아닌 다른쪽으로 흘러가게 유도해야 하는데…”
톡, 톡.
노트북 가장자리를 규칙적으로 두드리는 잘 다듬어진 짧은 손톱이 탁자 가득 쌓인 자료를 뒤적이더니,
“이럴 땐 역시 미국부터 붙잡고 늘어지는게 최고지. 일단 미국부터 엮고…”
타다다닥, 다시금 불꽃처럼 타자를 이어간다.
「미국의 경우 비슷하게 명예시민제도가 존재한다.
미국 국적이 없는 외국인 중 특별한 업적이 있는 사람에게 명예시민권을 부여하는 제도로서, 법률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의회의 승인과 대통령의 동의가 필요하다.
2036년 현재까지 미국의 명예시민권을 부여받은 사람은 총 7명에 불과하며, 그 중 생전에 명예시민이 된 사람은 2명뿐.
국내에도 이와 비슷하게 명예국민제도가 존재한다.
대한민국에 큰 공헌을 한 외국인에게 명예 국적을 부여하는 제도로, 지난 2002년 월드컵 이후 법무부 장관의 지시로 만들어져 거스 히딩크 감독이 처음으로 명예 국민이 되었다.
이후 2016년 6월 한센병 환자를 위해 평생을 한국에서 봉사한 마리안느 슈퇴거, 마가렛 피사렛 수녀와 2018년 패트릭 제임스 맥그린치 신부가 명예 국민으로 추서되었다.
이와 같이 명예시민 혹은 명예국민제도는 국가에 커다란 공로를 세운 사람에게 부여되는 것으로—」
타다다닥—
정신없이 타자를 치던 여자의 눈이 불현듯 TV로 향했다.
“벌써 시작했네. 보자… 패널이 이한용 기자. 호의적인 사람이니까 괜찮고. 곽준현 해설. 이 양반은 미리 구워삶았고. 다음은—”
정신없이 중얼거리며 종이뭉치를 뒤적거리는 여자의 귀로 TV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코앞으로 다가온 두바이 올림픽. 초미의 관심사는 우리 홍민준 선수의 차출 여부인데. 어떻게, 가능할까요?”
MC의 질문에 축구 기자가 먼저 대답한다.
—다들 아시다시피 올림픽에는 의무차출규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네임벨류 높은 선수가 참가하기란 무척 힘든데요. 하지만 이번 두바이 올림픽은 특별히 주목할 점이 있죠.
—그쵸. 이번 올림픽은 최초로 중동에서 개최되는 올림픽 아니겠습니까? 두바이 왕실이 올림픽 유치에 얼마나 힘을 쏟았는지, 그리고 중동 최초 올림픽이란 상징성을 생각하면 알 막툼 왕가는 분명 올림픽 흥행에 전력을 다할겁니다. 그리고 올림픽 흥행에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슈퍼스타’의 참가 여부인만큼,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 홍민준 선수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두 패널이 ‘대사’를 주고받은 후, 기다렸다는 듯 MC가 감탄한다.
—아~ 그러고보니 홍민준 선수가 소속된 뉴캐슬 구단이 알 막툼 왕가 소유였죠?
—그쵸. 그러니 가능성이 높다는…
몇 분 더 방송을 보던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TV를 껐다.
“여론몰이는 됐고. 아니지. 혹시 모르니 이것도 기사 하나 올려야겠다.”
산더미처럼 쌓인 종이뭉치에서 용케 원하는 자료를 찾아 빠르게 읽어내린 후, 다시금 이어지는 불꽃 타이핑.
『두바이 올림픽에서 홍민준을 볼 수 있을까?』
「지난 2020년 두바이는 중동 최초로 엑스포 유치에 성공한 후 기세를 몰아 중동 최초 올림픽 개최에 도전하였지만 실패하였다.
하지만 두바이의 알 막툼 왕가는 중동 최초의 올림픽 유치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도시 인프라를 확충하고, 배후 시설을 정비하고, 경기 시설을 건설하는 한편 잉글랜드 축구팀인 뉴캐슬을 인수하고, 골프 마스터스 대회의 메인 후원사가 되고, 세계 복싱 선수권 대회를 유치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 결과, 마침내 두바이는 중동 최초로 올림픽 유치에 성공하였다.
과연 우리는 중동 최초로 개최되는 올림픽에서 홍민준을 볼 수 있을까?
답은 ‘충분히 가능성있다’이다.
선수의 올림픽 참가를 위해선 2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첫째는 선수의 의지이며 둘째는 구단의 허락이다.
전자는 말할 것도 없이 확고하다.
2년 연속 EPL 40골을 돌파하며 신기록을 경신 중인 홍민준은 지난 시드니 올림픽을 통해 무명의 대학 리거에서 라이징 스타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선수 개인으로서도 올림픽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는데다, 인터뷰에서 몇 차례 “기회만되면 태극마크를 달고 다시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고 말했 듯 선수 본인의 의지는 확고하다.
그렇다면 구단의 허락은 어떨까?
본래 올림픽은 FIFA의 의무차출규정이 없지만 두바이 올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알 막툼 왕가로서는 ‘슈퍼스타’ 홍민준의 참전이 무엇보다 절실할터.
그렇기에 대회의 흥행을 위해서라도 뉴캐슬의 소유주인 두바이 왕실에서 대국적인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홍민준이 올림픽에 출전한다면 지난 시드니 올림픽에 이은 2번째 출장으로, 명확한 스코어러가 없는 대표팀 전력에 큰 도움이—」
타다다닥—
꽃아둔 볼펜이 떨어져 머리카락이 흘러내리는 것도 모른채 무아지경으로 불꽃 타이핑을 하던 여자의 뒤로 누군가 쓰윽 다가왔다.
“열심히네.”
“누구, 히익—! 괜찮으세요!?”
화들짝 놀라 돌아보는 여자의 긴 머리칼이 화려하게 휘날리며 뒤에선 여자의 뺨따구를 찰싹 때리고 지나갔다.
“감히…”
무덤덤한 표정으로 지그시 눈을 감고있던 오하린의 입술이 비틀린다.
“아빠한테도 맞아본 적 없는데… 아프네.”
“히이익!! 죄송, 제, 제셩해욧!!”
가늘께 뜨여지는 눈꺼풀.
“죄, 죄죄죄, 제성—”
“바보같으니까 말 더듬지마.”
“네, 넵!”
“더듬지 말라고.”
“네에엡!”
“시끄러워.”
“네에에…!”
“장난이야.”
“네헤에….”
가늘게 뜬 눈동자를 힐끔거린 여자가 어깨를 움츠리며 생각한다.
아닌 것 같은데. 화난거 맞는 것 같은데에에에!!
“방송 체크는? 다했어?”
“네, 방금 다 했어요! 예정대로 나왔—”
“기사는?”
“아, 지금 쓰고 있는데요….”
잔뜩 움츠린 여자의 어깨 너머 노트북 화면을 지그시 바라보던 오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됐으니까 씻으러 들어가. 좀 있으면 네 차례야.”
“아… 네!!”
환하게 웃으며 벌떡 일어난 여자의 시야에 끈적한 하얀 액체 범벅인 오하린의 맨다리가 들어왔다.
“근데 저까지 차례가 올까요…? 벌써 며칠째 쉬지도 않고… 오늘도 그렇고…”
“몰라. 발정난 원숭이 상태니까 괜찮겠지.”
피곤하다는 듯 털레털레 손을 내젓는 오하린의 행동에 여자, 홍민준 독점 인터뷰어 강수연은 재빨리 샤워실로 달려갔다.
물끄러미 그 뒷모습을 쳐다보던 오하린의 고개가 살짝 모로 기운다.
“쟨 30살도 넘은 얘가 왜 점점 어려지는 것 같지?”
그리고 조용히 흘러나오는 스산한 목소리.
“기분 나쁘게.”
* * *
—아ㅅㅂ 시즌끝나니 볼게없네
—축구갤러리 망했냐? 여긴 이제 맹구가 점령한다~~
ㄴㄴㅈ
—존나 노잼이다 요즘
—홍민준 이적설 떴따!!
ㄴ알빠노ㅅㅂ
ㄴ또 이적설로 세계일주중임?
ㄴ이새끼 뉴캐슬에서 평생 무관따리할듯ㅋㅋ 야망이없음
—요번 올림픽 축구는 어떰?
ㄴ아~ 홍민준이 올림픽뛸때가 좋았지~
ㄴㄹㅇㅋㅋ
ㄴ그거 벌써 4년전아님?
ㄴ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벌써 4년이나 지났냐? 시간왤케빠름?
—홍민준 올림픽나왔을때 기억나는 사람?
ㄴ캬~ 양학하는 재미오졌지
ㄴ아ㅋㅋ EPL도 씹어먹는데 23세 이하 대회? 상상해도 졸잼이네
—씨바아알 올림픽 최종명단떴다아아!! 홍민준 차출!!
ㄴ지랄노
ㄴ이왜진??
ㄴ응 안속아ㅋ
ㄴ어케아랏찌;
ㄴㅋ
—이번에 진짜임 홍민준 올림픽 차출확정!!
ㄴ안속는다고
ㄴ진짜라고 병신아
ㄴ응~ 안속아~~
ㄴ진짠데;; 나 홍민준인데 진짜 확정임;;
ㄴ응~~ 안속아~~~~
ㄴ이새끼 진짜 ㅂㅅ인가;;
ㄴ응~~~~ 난 안속아~~~~~~
“뭐래 병신.”
축구갤러리에 댓글을 달아주다 스팀이 빡 돈다.
아 새끼들 왜 이리 못 믿지? 인증이라도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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