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284)
284
축구에서 강팀이 되기 위해선 여러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능력있고 열정적인 코칭 스탭, 든든한 보드진, 풍부한 재정과 열광적인 서포터즈…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건 없다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선수진.
축구단이 아무리 거대하고 세분화되었다지만 결국 그라운드에서 직접 맞부딪치는 건 선수일 수 밖에 없다.
당연히 선수 개개인의 실력이야 말로 강팀이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 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조건을 충족했다고 반드시 강팀이 되는 건 또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돈지랄 순서로 순위가 나뉘었겠지.
하지만 사람들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히 ‘객관적인 전력’만으로 승패가 정해지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선수단의 퀼리티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합. 혹은 케미, 시너지 등으로 표현할 수 있는 무언가.
즉, 선수 개개인의 실력에 더해 선수단 전체의 합이 맞아야한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뉴캐슬 선수단은 충분히 강팀의 조건을 갖추었다고 평가할만했다.
홍민준이 뉴캐슬에 이적해온지 어느덧 3년차.
그간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나.
홍민준의 이적전부터 자력으로 유럽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하다는 프리미어 리그 4위를 거머쥐었던 뉴캐슬의 재능넘치는 젊은 선수단은 2년 동안 프리미어 리그의 치열한 우승 경쟁과 리그컵 우승, 별들의 무대 챔피언스 리그에서의 격전까지 그야말로 고된 담금질을 견뎌냈다.
심지어 작년에는 마침내 프리미어 리그 우승까지.
원래부터 재능 넘치기로 소문난 뉴캐슬의 젊은 선수들이었다.
재능있는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실전 경험’임을 고려할 때, 이보다 더 좋은 실전 경험도 드물터.
이정도 경험을 1년도 아니고 2년이나 겪었는데도 만족스러운 성장을 이뤄내지 못했다면 그건 그 선수의 재능이 거기까지였다는 의미밖에 되지 않으니, 다행히 뉴캐슬 선수단은 모두 재능이 넘쳤다.
이제는 ‘재능있는 젊은 선수’라기 보단 ‘재능을 만개한 젊은 선수’라는 명칭이 더 알맞을 선수단은 극히 일부의 최상위권 구단을 제외하면 선수 개개인의 퀼리티에서도 밀리지 않을 정도까지 성장했다.
거기에 2년 동안의 합을 맞추며 형성된 시너지도 완숙의 경지에 도달했으니… 그런고로, 지금의 뉴캐슬은 명실상부한 ‘강팀’이었다.
그리고 이는 개막전에부터 드러났다
“디펜딩 챔피언 뉴캐슬은 이번 시즌 개막전부터 어려움을 겪겠군요. 팀의 핵심인 홍민준 선수가 올림픽 차출로 빠진데다 중원의 핵 로크 우디 선수마저 경미한 부상으로 1~2경기 빠질거란 말이죠. 2명의 핵심이 없는 뉴캐슬이 과연 개막전, 만만치 않은 상대인 에버튼을 맞아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함께 보시죠.”
홍민준이 한창 올림픽에서 허세 가득한 인터뷰를 내뱉고, 뒷구멍으로 몰래몰래 올림픽 여자 선수들을 따먹고 있을 때.
뉴캐슬의 시즌 첫경기 에버튼전이 치뤄졌다.
지난 시즌 우승을 거머쥔 디펜딩 챔피언이라지만 뉴캐슬은 ‘홍민준’ 원맨팀이란 이미지가 강한데다 설상가상 중원의 핵심 로크 우디마저 결장한 상황.
그래서인지 디펜딩 챔피언과 중위권 팀의 승부라기엔 이례적일 정도로 팽팽한 예측이 맞붙었고, 전문가와 팬들의 의견 또한 반반으로 갈렸다.
핵심은 과연 홍민준이 없는 뉴캐슬의 전력이 어느 정도인가.
그리고 뉴캐슬은 첫경기에서 당당하게 결과로 증명해냈다.
“오우~ 뉴캐슬이 원정에서 소중한 첫승을 챙겨갑니다!”
“에버튼을 상대로 3:1, 완승을 거두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리는 뉴캐슬이군요.”
“이 팀은 이제 미래가 기대되는 팀이 아니에요. 더 이상 뉴캐슬을 ‘유망주 훈련소’라고 부르면 큰일나겠는데요? 하하. 뉴캐슬은 이제 미래가 아닌 현재가 기대되는 팀이 됐습니다!”
에버튼과의 첫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뉴캐슬은 이후 2, 3라운드 역시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며 홍민준 원맨팀이 아님을 증명했다.
그리고 홍민준이 복귀하기 전 마지막 경기인 4라운드 첼시전.
“우리는 하나의 팀입니다. 모든 선수가 신뢰를 바탕으로 긴밀히 맺어져 있으며, 하나의 팀으로 굳게 뭉쳐있습니다.”
“세간의 홍민준 원맨팀이란 평가를 부정하는 건가요?”
“물론 홍민준은 우리의 중요한, 핵심적인 선수죠. 그의 실력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겁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홍민준만 있지 않아요. 에버튼전에서 골을 넣은니콜라스 호스만과 2, 3라운드 연속골을 넣으며 팀을 승리로 이끈 사쿰 샤키 같은 선수도 있습니다.”
모처럼 신바람이 난 로렌 보트만 감독이 자신만만하게 입을 털고… 졌다. 첼시한테.
경기 후, 첼시의 로렌초 페데리코 감독은 친절하게도 인터뷰로 확인사살까지 해주었다.
“보트만 감독의 호언장담이요? 흠… 어딘가 익숙하지 않나요? 아! 그렇군요. 몇 년전에 첼시를 상대로 이길 수 있다고 큰소리 뻥뻥치던 어느 감독이 떠오르는군요. 아마 그 경기에서 완패하지 않았던가요?”
잘생긴 미중년의 익살스러운 표정 연기에 기자들이 모두 하하 웃을 때, 유일하게 붉어진 얼굴로 씨근덕거리는 사람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보트만 감독이었다.
2년전에도 로렌초 감독의 첼시를 상대로 승리를 장담했다가 완패한적이 있었는데, 기묘하게도 이번에도 똑같은 상황이 된 것.
보트만 감독이 굴욕감에 부들부들 떨든 오들오들 떨든 아무 관심없는 로렌초 감독은 다시금 진지한 표정으로 인터뷰를 이어나갔다.
“뉴캐슬은 훌륭했습니다. 이는 그들의 성적이 말해주죠. 실제로 뉴캐슬은 좋은 경기력으로 모든 경기를 이겨오지 않았나요? 아, 물론 우릴 만나기전까지만요.”
‘마이크 웍’의 달인이란 칭호에 걸맞게 농담을 섞어가며 인터뷰하는 로렌초 감독의 노련함에 모두가 훈훈했다. 역시나 단 한 명, 보트만 감독만 제외하고.
“감독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지금까지 뉴캐슬의 행보를 훌륭하게 평가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일부에서 주장하는 홍민준 원맨팀이란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건가요?”
그리고 역시나 나온 민감한 주제.
뉴캐슬이 승승장구하면서 가라앉는듯 했던 홍민준 원맨팀 주장이 이번 패배로 다시금 튀어나왔다.
보트만 감독은 짐짓 턱을 쓸며 고민하는 척하고는 답했다.
“물론이죠. 뉴캐슬은 홍민준 원맨팀이 아닙니다. 그런 말은 뉴캐슬에 어울리지 않아요. 심지어 무례할정도죠.”
“오… 그 말씀은—”
“그래요. 뉴캐슬은 홍민준의 원맨팀이 아니라 홍민준이 본체인, 사실상 ‘홍민준팀’이라고 할 수 있죠.”
“…네?”
* * *
물 마시며 TV를 보다 뿜을뻔했다.
“아주 비수를 꽂네, 비수를 꽂아. 어쩐지 감독님이 자신만만하게 인터뷰할때부터 알아봤다.”
첼시와의 리그 4라운드가 열린 건 올림픽 결승전이 끝난 2일 후로 일정상 참가가 불가능했다.
시간만 따지면 가능하긴 하다.
두바이에서 영국까지 반나절, 아무리 넉넉잡아도 하루면 충분하니까.
하지만 약 보름 간 6경기를 치루는 고된 일정을 보낸데다 결승전을 치루자마자 곧장 비행기에 올라 영국에 간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경기를 뛴다?
어디까지나 ‘시간’적으로 가능할 뿐,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정이다보니 첼시전 결장은 당연한 일.
그래서인지 어차피 경기를 뛸 수 없다면 차라리 올림픽으로 지쳤을테니 휴식이나 하고 오라며 구단에서 선심쓰듯 4일의 휴가를 주었다.
덕분에 모처럼 여유롭게 호텔방에서 빈둥거리며 첼시전을 지켜보는데, 어째 경기전 인터뷰부터 쌔하더라니.
승리를 호언장담하다 털리는 이 패턴… 익숙한 맛이군.
본래 보트만 감독님 성향이 인터뷰로 입을 털거나 호언장담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보니 예의 승리 선언 인터뷰는 지금까지 단 한 번 있었다.
바로 2년전 첼시전.
그때도 보트만 감독님은 로렌초 페데리코 첼시 감독을 향해 ‘승리 선언’ 인터뷰로 입을 털었고, 거하게 털렸지.
…근데 왜 이번에도 로렌초 페데리코? 왜 첼시?
그 기묘한 기시감에 불안하더라니, 아니나 다를까 3:0 완패를 당했다.
그리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저런 모욕까지.
아이구, 우리 감독님 아주 부들부들하고 계시네.
점잖은 양반이 얼굴도 새빨개져서 부들거리는걸 보니 무척 분한가보다.
“뭐… 내 원맨팀이라는 소리도 듣기 싫었겠지.”
이해한다.
지난 2년, 팀은 내 활약을 바탕으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지만 ‘감독’에 대한 평가는 업적이 비해 그리 좋아지지 않았으니까.
자신만의 확고한 축구 철학이 있는 것도 아니요, 명확한 전술적 색채가 있는것도 아니다.
실력이 없다는 건 아니다.
팀 감독이라 하는 말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보트만 감독은 꽤 유능하다.
재능있다지만 젊다 못해 어린 선수들로 내가 오기전 리그 4위를 달성하기도 했고, 아무리 내 실력이 뛰어나다지만 내 중심의 전술 구성에 불만스러울 여타 선수들을 잘 케어하기도 했고.
뚜렷한 전술적 색채는 없어도 가진 선수단에 맞춰 유연하게 전술을 구성하는 능력, 선수단을 관리하고 어린 선수를 육성하는 능력은 분명 보트만 감독의 뛰어남이다.
물론 그것이 ‘프리미어 리그 우승 클럽’ 감독으로서의 역량으로 충분하냐… 는 모호하지만.
어쨌든 뉴캐슬이 리그컵을 시작으로 리그 우승, 챔피언스 리그 본선 연속 진출 등 계속해서 성장하며 이름을 높이는데 반해 보트만 감독의 평가는 제자리걸음.
보트만이 뭐 뉴캐슬에 특별한 애정이 있어서 ‘나와 구단은 한 몸이다!’하는 사람도 아니고, 구단의 네임벨류가 높아지는 것보단 감독으로서 자신의 능력이 인정받는게 더 중요하겠지.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도 꽤 잘 참아왔다고 생각한다.
내 원맨팀이란 소리를 들으면서.
그래서 이번 기회에 ‘홍민준 원맨팀’이란 주장을 정면으로 깨부수려고 했던 것 같은데… 역시 첼시한텐 무리지.
그리고 로렌초 페데리코 감독에겐 더더욱 무리고.
우리 감독님이 꽤 능력있는 감독이라면 저 양반은—
“챔스 준우승 감독인데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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