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287)
287
리그가 5라운드까지 진행된 지금, 뉴캐슬은 4승 1패 승점 12점으로 리그 2위에 위치해 있었다.
맨시티가 5연승으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지만 아직 리그 초반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격차.
그래서일까.
리그 6라운드 레스터 시티전을 앞두고 경기장에 모이는 팬들의 얼굴은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우린 디펜딩 챔피언이에요! 우승 후보라구요!”
“작년에 얼마나 강했는지, 얼마나 압도적이었는지 벌써 잊은 사람은 없죠? 뉴캐슬 돌풍은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지난 경기 패배요? 좀 아쉽긴하죠. 그래도 괜찮아요. 고작 1경기 패배잖아요? 뭐, 무패우승 타이틀이 좀 탐났지만 이번 시즌은 아쉽게 물 건너갔네요.”
“승리를 자신하냐구요? 당연한 거 아니에요? 이유? 이유요?”
경기 전 관객 인터뷰를 통해 자신감을 피력하는 팬들.
그리고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역시—
“드디어 미스터 올마이티가 복귀했으니까요!!”
“홍!! 홍이 돌아왔다아아!!! 동양에서 온 보물!!”
“로드 오브 뉴캐슬! 홍민준이 우릴 다시 한 번 정상으로 이끌어줄거요!!”
올림픽 차출로 시즌 초 부재했던 팀 에이스의 귀환.
팀 에이스를 향한 신뢰는 믿음을 넘어 종교적 열정이 이럴까 싶을 정도였다.
“홍민준 선수에 대한 믿음이 대단한데요. 하지만 요즘 홍민준 선수는 난잡한 사생활로 떠들썩한데,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에 대한 반발심일까.
인터뷰어의 질문에 멈칫한 팬들이 퉁명스레 대답했다.
“그래서 어쩌라는겁니까.”
“홍처럼 생긴 남자가 축구까지 잘하는데 여자 좀 만나는게 무슨 문제라고.”
“홍!! 이거 보면 나한테 연락해요!! 당신을 위해선 언제든지 대줄 수 있어요!!”
누가봐도 10대 청소년으로 보이는 소녀의 대담한 발언에 기겁한 인터뷰어가 재빨리 마이크를 뺐었지만 지켜보던 사람들은 외려 환호성을 터뜨린다.
뉴캐슬의 연고지, 뉴캐슬어폰타인.
축구가 취미고, 특기고, 일상이며 삶 그 자체인 이곳 뉴캐슬어폰타인에서 홍민준은 신이었다.
* * *
『잉글랜드는 홍민준 앓이 중!』
『뉴캐슬어폰타인에 번지는 신드롬』
『내 성장의 비결은 XX 때문, 기자에게 막말 파문』
『뉴캐슬의 교황!! 홍민준 복귀에 열광하는 신도들』
열성적인 신도들의 응원 덕분일까.
첼시에게 완패한 다음 경기이자 홍민준의 복귀전이었던 리그 6라운드 레스터 시티전, 뉴캐슬은 그야말로 완벽하게 상대를 압도했다.
“바움 요한 공 잡습니다. 로크 우디에게. 로크 우디, 오버래핑하는 스미스 폴에서 정확히 연결합니다. 스미스 폴 크로스! 샤쿰 샤키! 머리로 떨궈주고, 홍민준 슈우우웃!! 골!! 전반 4분, 홍민준이 시즌 첫 골을 기록합니다!!”
경기 시작 직후 가볍게 패스를 이어가던 뉴캐슬은 불현듯 기어를 끌어올렸다.
3선에서 패스를 주고받는 사이 선수들이 일제히 상대 진영으로 쇄도, 상대의 진영이 어지러워진 틈에 오버래핑하는 좌측 풀백에게 공이 정확히 연결되었다.
지체없는 크로스, 그리고 그에 이은 최전방 공격수의 헤딩 패스.
약속된 플레이의 일환임을 증명하듯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공격 패턴 끝에 파이널 서드에서 홍민준이 공을 잡았고, 그대로 끝이었다.
2년 연속 리그 40골을 돌파한 ‘리빙 레전드’ 골잡이에게 위험 지역에서 자유롭게 공을 잡게 해주면 어떻게 되는지는 골망에서 구르는 공을 보면 알 수 있을터.
첫 터치를 곧장 슛팅으로 연결한 홍민준은 ‘리그 첫경기에서 첫터치, 첫슛팅으로 골’을 기록한 선수가 되었으니까.
“이야~ 기가막힌 골이 터졌습니다. 홍민준 선수의 시즌 첫 1호골! 첫터치를 그대로 골로 연결하는군요. 복귀전에서부터 절정의 골 감각을 뽐내는 홍민준 선수입니다!”
“이번 골은 뉴캐슬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보여주는 골입니다. 보세요. 우리가 기억하는 홍민준 선수의 골이라면 항상 멋진 장면을 동반하는, 개인 능력이 돋보이는 골이 많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번 골은 팀적인 합이 잘 맞아 떨어지면서 만들어냈어요!”
흥분한 해설이 리플레이되는 골 장면을 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간 홍민준 선수의 개인 기량이 얼마나 뛰어난지는 익히 증명되지 않았습니까? 한 가지, 팀적 움직임이 약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번 시즌 시작부터 팀적으로 좋은 합을 보여주는 뉴캐슬입니다.”
“홍민준 선수, 언제나, 항상, 끊임없이 성장하는 선수죠. 정말 매번 성장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데, 이번에도 역시 약점이라 지적받던 부분에서 큰 발전을 이룬 것 같습니다.”
더 이상 홍민준의 개인 기량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동양인이든 바르셀로나에서 실패했든 이미 증명한게 얼마인가.
그러나 개인 기량과 팀적 움직임은 또 별개인지라 일각에선 ‘실력은 확실하지만 써먹기 힘든 선수’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감독 입장에서 홍민준은 쓰기 쉬운 선수는 아니었고.
하지만 ‘쓰기 힘들다’일 뿐, 홍민준은 결코 독불장군이 아니었으니.
뉴캐슬에서 벌써 3년차.
2년이란 시간은 전술적으로 유연한 로렌 보트만의 ‘몰아주기’ 전술에 홍민준이나 팀이나 모두 익숙해지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더불어 뉴캐슬의 주전 맴버는 지난 2년 간 거의 바뀌지 않았고.
홍민준과 수도없이 경기를 함께한 끝에 이제는 특유의 돌발 플레이에도 익숙해진 선수단은 종종 그에 맞춘 예측 플레이도 시도할 수준으로 성장했고, 덕분에—
“언빌리버블!! 순식간에 3명을 뚫어낸 홍민준의 기가막힌 패스 연결!! 홍민준의 패스를 받은 니콜라스 호스만이 골을 기록합니다!!”
“이로서 홍민준은 시즌 첫경기에서 첫골과 첫어시스트를 신고하는군요!”
홍민준의 어시스트 개수 역시 날로 증가할 수 밖에.
3년차, 이제는 원숙의 경지에 접어든 ‘팀워크’는 홍민준의 압도적인 개인 기량과 합쳐져 어마어마한 상승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레스터 시티전 3골 2어시스트!』
『5:0으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뉴캐슬』
그 결과 6라운드 레스터 시티전을 시작으로,
『쾌조의 2연승! 브라이튼을 상대로 한수 위의 경기력을 뽐내며 대승!』
『“뉴캐슬의 3연승을 저지하겠다” 자신하던 아스널, 처참한 패배』
『골, 또다시 골!! 레딩을 상대로 무려 29개의 “소나기 슛팅”을 날린 뉴캐슬!!』
『에이스의 복귀 후 절정의 경기력을 뽐내는 뉴캐슬! 과연 연승 행진은 언제까지?』
7라운드, 8라운드, 9라운드까지 뉴캐슬은 신바람 나는 쾌조의 4연승을 거두는 동시에 4경기 16골 2실점이란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당연하게도 이런 완벽한 경기력의 중심은 홍민준.
뉴캐슬이 4경기에서 기록한 16골 중 무려 15골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며 10골 5어시스트를 달성, 불과 4경기만에 득점 랭킹 3위, 어시스트 랭킹 3위에 이름을 올렸다.
2년 연속 압도적인 득점왕과 10-10 기록을 세운 홍민준에게 득점/어시스트 랭킹 3위란 썩 만족스럽지 않은 순위지만, 경쟁자들의 경기수가 2배나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무척 인상적인 기록.
무엇보다 날이 갈수록 탄력을 받는 뉴캐슬의 경기력과 홍민준의 활약상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역시 득점왕은 홍민준의 손에 달린 것 같았다.
“흠, 뭐, 좋은 선수죠. 네, 좋은 선수에요.”
10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를 앞둔 날.
맨시티의 감독 가스파르는 특유의 시큰둥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거렸다.
“누가 뭐란들 2년 연속 득점왕이잖아요.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 그의 돌파력과 득점력은 인상적입니다. 네, 뭐.”
눈썹을 위아래로 크게 움직이고, 입술 양 끝을 아래로 내리며 삐죽이고, 양 손을 들썩이는 등 산만할 정도로 다양한 제스쳐를 보이던 가스파르 감독은,
“네. 그뿐이에요. 득점왕이고, 잘 한다는거 누가 모르겠어요? 그냥 그뿐이라는거죠.”
마지막으로 한쪽 눈을 찡그리고 입술을 삐죽이며 어깨를 들썩였다.
분명 상대의 실력을 인정하는 인터뷰였지만, 그 특유의 제스쳐와 억양이 합쳐지니 칭찬이 칭찬이 아닌 듯 들리는 인터뷰.
그 명백한 ‘비언어적’ 의사표현은 분명히 말하고 있었다.
홍민준은 잘하지만 그뿐이다.
결국 그 활약에 관계없이 승리를 가져갈 수 있단 자신감의 표현 같은 인터뷰.
원정팀으로 차례를 기다리며 인터뷰를 지켜보던 홍민준의 무료하던 표정이 인터뷰가 끝날 즈음엔 환한 미소로 바뀌어 있었다.
“음… 홍민준 선수. 맨시티 가스파르 감독의 인터뷰를 들으며 웃기 시작하셨는데, 이유가 뭔가요? 왜 웃는거죠?”
“왜 웃냐고요?”
비웃는 듯, 재밌다는 듯 한 그 웃음에 의아하던 여기자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다.
“그야 재밌잖아요.”
“재미…요?”
“네, 재미. 이거 도발 아닌가요?”
“오~ 도발이라니. 흐음… 그렇게 들렸나요?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 뭐, 그렇게 들렸다면 어쩔 수 없죠.”
비죽 웃으며 지켜보던 가스파르 감독이 또다시 특유의 과장된 표정과 제스쳐를 보이며 대답했다.
서로를 빤히 응시하는 시선.
홍민준의 얼굴에 어린 웃음기가 조금씩 사라지더니 이내 무표정한 얼굴로 털썩 의자에 몸을 기댄다.
“도발이 아니라… 좋아요. 그럼 제가 하죠.”
“흠?”
“거기 기자님. 아까 왜 웃냐고 물으셨죠? 왜 재밌냐면, 별것도 아닌 감독이 날 평가하는게 너무 웃겨서요.”
싸늘한 정적.
“설마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있을줄이야. 이번 기회에 알려드려야겠네요.”
싱글벙글 웃던 표정 그대로 굳은 가스파르 감독을 보며,
“잉글랜드에 정복자가 들어섰음을.”
홍민준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말한다는 듯, 담담히 말했다.
“뉴캐슬 왕조는 이미 완성되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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