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293)
293
이번 발롱도르 시상식은 ‘그들’만의 축제가 아니었다.
그 어느때보다 홍민준의 수상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 전역에서 주목하고 있었으니, 그중에는 홍민준하면 빠질 수 없는 방송인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안녕안녕~ 약속대로 오늘은 발롱도르 시상식을 중계할 예정이야.”
—쏘하
—ㅆㅎ
—아ㅋㅋ 오늘 홍민준 발롱도르탈거라구~
—좆민준 발롱타면 ‘좆’의 칭호를 더블로 달수있음ㅇㅇ
홍민준이 아직 무명이던 대학 리거 시절, 일찍부터 가능성을 알아보고 발굴해낸 ‘스카우터’ 한소영의 풋볼인러브는 오늘도 그 달달한 수혜를 받고 있었으니,
—여기가 스카우터 방송국입니다?
—나 소식 들어왔습니다
—아마추어 홍의 에피소드 듣고싶습니다
—외쿡인 시청자 ㅎㄷㄷ하누;; 이것이 글로벌 방송?
바로 난무하는 번역체가 말해주듯 전 세계에서 몰려든 홍민준의 열성팬들 때문.
이제는 익숙한 번역체 채팅을 일견한 한소영은 자기가 앉은 옆, 빈의자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자. 여기 의자 보이지? 오늘은 특별히 게스트를 모셨어.”
—게스트?? 게스트으~??
—호옥시 남자??
—쏘아가는 응애야 남자 인정못해…
—게스트 홍민준이다? 아는 사람이다?
“오늘을 위해 특별 게스트를 모셨는데요! 두구두구두구~ 바로바로~ 홍민준 선수가 참가했던 시드니 올림픽에서 남자 축구 대표팀 수석 코치를 맡았던 한지훈 수석 코치님입니다~ 다들 박수~”
어색하게 웃으며 등장한 남자가 턱을 긁적이며 의자에 앉는다.
“흐흠. 안녕하십니까. 울산 현대의 수석 코치 한지훈입니다.”
—오오 시드니 올림핌 추억 돋는다
—캬~ 무명지배 ㅈ민준이 강호출도한 날이제~
—이사람 한소영 아빠아님?ㅋㅋ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이었지만 평소 틈틈이 딸의 방송을 챙겨보던 한지훈답게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네 맞습니다. 소영이 아빱니다.”
—캬~ 아버님 사위가 인사올립니다
—어허 누구 멋대로 사위야! 제가 진짜 사윕니다만
—무친놈들;; 소영아 저런 정신나간 애들은 안된다. 내가 행복하게해줄게ㅇㅇ
“아이참 여러분! 사적으로 아빠지만, 여러분은 제 아빠가 아니라 홍민준 선수의 시드니 올림픽 당시 수석 코치라는걸 주목해야지! 당시 홍민준 선수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 자주 오지 않는다고?”
—헉…! 홍민준!
—그래 맞아 여긴 한소영이 홍민준으로 먹고사는 방송이었지?
—어허 팩트는 밴입니다
—홍민준 흥미로운 에피소드다
—크어~ 뻑예~ ㅈ민ㅈ 꿀 넘모 달달하고~ 아주 넘모 달아서 아빠까지 데려왔자누~
어지러운 채팅창이 정리된 건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사실 두 사람의 노력이라기보단 한지훈의 ‘무명지배 홍민준 썰’을 듣기 위해 시청자들 스스로 자체적인 필터링에 들어간 것에 가까웠다.
“사실 홍민준 선수는 1학년, 대학에 들어오자마자 두각을 보인 케이스입니다. 워낙 U리그에서의 활약이 좋다보니 모를수가 없었죠.”
한지훈이 엄격, 근엄, 진지한 표정으로 썰을 풀동안 한소영은 옆에서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쵸, 그쵸. 모를수가 없어서 제가 영상보여주기전까지 이름도 몰랐죠.”
“크흐흠. 모르긴. 이름만 몰랐지, 이름만. 애초에 내가 먼저 호진대에 잘하는 선수가 있다고 말해주지 않았니.”
“네에, 네에. 딸이 찍어온 영상보고 나서야 제대로 분석한 올림픽 수석 코치님.”
여느 스타가 그러하듯 홍민준 역시 인기를 얻은 후 과거 행적이 파헤쳐졌다.
대학 시절 역시 이런저런 경로로 알려지긴 했지만 역시 ‘썰’로 듣는 것과 직접 겪은 당사자가 풀어주는 썰은 재미가 다른 법.
거기에 다년간의 인방 경험으로 입담이 는 한소영과 가족답게 제법 죽이 맞는 아버지의 부녀 만담 역시 합이 맞으니 시청자수도 실시간으로 늘어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말이죠. 녀석이 그러는거 아닙니까? ‘자신있습니다. 저만 믿어주십쇼!’ 이렇게 말이에요. 이제 갓 대표팀에 뽑힌 막내 녀석이 이런 말을 하니까 얼마나 황당하던지. 민준이는 원래 그랬어요, 원래. 저게 그냥 성격입니다. 또 뭐라했냐면—”
처음의 근엄한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시청자들의 호응에 신바람 난 한지후가 떠벌떠벌 썰을 풀던 중, 한소영이 다급히 아빠의 어깨를 흔들었다.
“시상식, 시상식! 이제 발표하나봐!!”
“어, 어? 어 그렇지! 발롱도르!”
—드디어 발표한다아아앗
—가즈아아아앗
—제발홍민준제발홍민준제발홍민준제발홍민준
—응애 나 무서워
—프린스는 어디입니까?
3위는 모두의 예상대로 레온 막심.
—3위 키타아아앗~~!!!
—신들이 노는데 으딜 인간따위가 껴들어 껴들긴! 떽!!
—사자뇨속 지도 예상했나보네ㅋㅋ 난 알았다는듯 웃는거봐라
—오우 레온 막심 쫌 생겼누 1/3 홍민준이네
—본방온다본방온다본방온다
모두가 예상한,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운 반응.
그리고 곧 모두가 기대하는 발롱도르 위너가 발표되는 순간.
—캬~~ 홍민준 존잘
—꾸미니까 얼굴에서 빛이나네;; 진짜 하루만 저 얼굴로 살아보고싶다….
“제발… 제발… 하느님알라님단군님 제발 우리 잘생긴 민준이…”
—?? 소영이 웨 ㅈㅈㅈ보다 긴장함?
—자기가 발롱도르 타는중ㅋㅋㅋㅋㅋ
—아ㅋㅋ 옆에 아버지 떨떠름한 시선 어쩔거냐고~ㅋㅋㅋㅋ
—나라도 내 딸이 여자친구 한트럭이랑 문어발하는 남자랑 사귄다면 머리끄댕이 잡지ㅇㅇ 아버지 대인배ㅇㅈ? ㅇㅇㅈ
—아버님 바람둥이 대신 제가 사위하겠읍니다!
—아무리 그래도 바람둥이가 낫지 얼굴박살난 쏘붕이는 좀;;
—2위 게이헤 가르시아떴다아아아아아
—게이쉑 결국 ㅈ민준한테 밀렸냐곸ㅋㅋㅋㅋㅋ
—와… 근데 홍민준 왜 점점 잘생겨지는것같냐…? 이게 후광효과인지뭔지 하는거냐?
전 국민의 염원을 담은 기도가 효과를 발휘한걸까.
마침내 홍민준이 발롱도르 위너로 등극했다.
한소영의 방송은 물론 실시간 생중계를 진행하던 지상파 및 공중파 모든 방송국이 뒤집어진 가운데—
[아~ 너무 자랑스럽니다! 대한의 건아! 한국의 자랑! 우리 대한민국의 홍민준 선수가 상을 받기 위해 단상에 오릅니다!! 아… 정말, 정말 너무… 너무 멋있네요, 우리 홍민준 선수.] [와… 감탄 밖에 나오지 않는 미모에요. 잘생겼다는걸 알았지만 오늘따라… 와아…]계단을 오르고, 상과 꽃을 받아 품에 안고, 스탠딩 마이크 앞에 설 동안.
물이 오른 듯, 조명을 받아 후광처럼 빛나는 홍민준의 미모에 모두가 압도당한 순간.
“안녕하세요. 스페셜 원입니다.”
전설로 남은 홍민준의 수상 소감이 시작됐다.
[…에?] [어어…?]외모에 정신이 팔려있던 모두가 그 첫마디에 벙찐 반응을 보일 때, 한지훈만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눈을 치켜떴다.
[아, 홍민준 선수가 긴장해서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하하, 홍민준 선수도 긴장이란걸 하는군요.]발롱도르 시상식 MC를 맡은 외국인의 불어인지 스페인언지 이태리언지, 어쨌든 나불거리는 외국어 밑으로 뜬 자막을 읽으며 한지훈은 생각했다.
저놈이 어떤 놈인데 긴장을 해?
첫 출전한 올림픽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까불거리던 놈인데. 저놈이 긴장하는 꼴을 보려면 지구에 운석이라도 떨어져야 하지 않을까?
그나저나 외국인도 민준홍이 아니라 홍민준이라 부르네.
외국인도 발음하기 쉬운덕인지 일반적으로 서양인이 동양 이름을 부를 때 지들 관습에 따라 ‘이름-성’순으로 부르는걸 홍민준만큼은 ‘성-이름’ 순서로 불러준다.
‘홍민준’이란 이름은 이제 단순한 이름을 넘어 일종의 고유대명서사, 브랜드화 되었다 평가 받을 정도.
그렇게 한지훈이 팔짱을끼고 잡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잠시 침묵하고 있던 홍민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다고 제가 노말원이라 할 순 없잖아요. 그쵸?”
* * *
아차… 눈앞에 뜬 특전에 시선을 뺏기는 바람에 말이 헛나오고 말았다.
MC가 헛소리를 지껄이는 잠깐의 사이, 자동진행마냥 상태창 알림이 사라지며 특전 ‘Special One!’에 대한 설명이 나타난다.
뭐야 이거.
“하하, 그렇죠. 발롱도르 위너가 노말원이진 않죠.”
반투명한 상태창 너머 왁자지껄 웃는 사람들.
아이씨 뭔가 말은 해야하는데.
“일단 이 영광스러운 상을 받게 되어 영광이고, 제가 이 자리에 설 수 있게끔 도와준—”
눈으론 반투명하게 뜬 상태창의 설명을 읽으며, 입으론 열심히 감사의 소감을 내뱉길 잠시.
근데 스페셜원이라는게 틀린 말은 아니지 않나?
소감을 말하다말고 멈춘 내 모습에 의아한 듯 바라보는 사람들.
“…감사 인사를 할 사람들이 너무 많다보니 줄줄 명단을 외다보면 너무 지루하겠죠? 제가 감사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아실테니 생략하고요. 여러분. 솔직히 저, 스페셜원 맞지 않습니까?”
내 압도적인 수상 소감에 모두의 눈이 동그래진다.
“저는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다시 없을 선수입니다. 축구 역사상 단 한 명, 오직 하나뿐이니까 스페셜원이죠.”
암, 암.
나야말로 축구계 유일 GOAT지.
저쪽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호르헤 가르시아가 보였지만 무시다, 무시.
“다시 소개할게요. 앞으로도 계속 스페셜원으로 남을, 축구계 유일무이한 GOAT가 될 홍민준입니다. 다음 소감은 내년, 다시 한 번 이 자리에 설 때 발표할게요. 어차피 내년에도, 그리고 후년에도 이 자리는 제꺼니까요. 스페셜원 홍민준이었습니다. 다음에 또 봅시다.”
“…헐.”
지켜보던 전 세계 시청자들의 입이 떡 벌어지는 순간이었다.
다음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