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3)
003
어라? 잠깐만.
나… 스탯 뭘 찍었더라?
‘이런 씨발… 다 매력에 찍었었지!’
좆됐다!
당황해서 움찔하는 찰나, 상대가 섣부르게 발을 뻗었다.
잠깐 움찔한 걸 캐치하고 공을 뺏을 기회라 직감한 듯 한 움직임.
확실히 고등학생 리그보다 날카로웠지만 이정도 쯤이야.
상대의 균형이 무너진 틈에 벌어진 다리 사이로 재빨리 공을 찼다.
졸지에 알까기 당한 상대가 급히 몸을 비틀다 엉덩방아 찧는 모습을 뒤로하며 전력으로 달렸다.
‘기회!’
길게 내지른 공의 소유권을 되찾자마자 다시 한 번 치고 달린다.
순식간에 가까워지는 상대 선수들.
슬쩍 고개를 들어 확인하는 그 짧은 시간, 앞서 나온 수비형 미드필더와 뒤에서 백업하는 측면 수비수 사이의 공간이 들어온다.
실전에서 성공 확률이 그리 높지 않지만 자신있게 양쪽 발 안, 좌우 인사이드로 공을 툭툭치며 그 사이를 지나쳤다.
“패, 팬텀!”
경악하는 상대를 지나자마자 드러나는 골문. 그리고 그 앞을 막아선 센터백.
낮은 확률의 도박에 성공한 희열에 등골이 짜릿했지만 여기서 센터백마저 제치기엔 내 균형이 아슬아슬하다.
다행히 당황한 상대 샌터백이 부랴부랴 달려나오는 바람에 상대 골키퍼와 일직선이 되어 시야를 가려버렸다.
골키퍼의 시야가 가려진 지금이 유일한 기회!
무너지려는 균형을 억지로 맞추며 디딤발을 박아넣는다.
* * *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신입생 주축의 팀이 골을 먹히는 걸 본 감독이 입술을 씰룩이며 옆의 수석코치에게 물었다.
“어때 수석.”
“뭘 말입니까?”
“뭐긴. 골 먹힌거 말야.”
“보셨으면 뭘 물어보심까. 당연히 성공이지.”
의뭉떠는 수석코치의 주름진 얼굴을 노려본 감독이 짐짓 퉁명스럽게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거야 나도 봐서 알고. 눈치 깐 거 같냐고.”
“전혀요. 요즘 애들은 연기도 자연스럽게 잘 합딥다. 아무도 눈치 못 챘어요.”
대화를 하면서도 경기가 진행되는 모습을 바라보던 수석코치가 중얼거렸다.
“어이없이 골 먹혔는데도 다들 차분한데요. 애들이 침착하네.”
“저건 차분한게 아냐. 언거지.”
“음. 그럼 한 골 더 먹혀보라고 할까요?”
“아서라. 그러면 막둥이들 완전 기죽어서 제 플레이 안 나온다. 한 번 닥달해봐야지. 성깔있는 놈이면 이쯤에서 튀어나오겠지 않겠어?”
“감독님의 성깔있는 선수 선호는 아직도 이해 안 되네요.”
“너도 경험 쌓여봐. 막상 중요한 경기에서 한 건 해주는 건 이런 성깔있는 놈들이라니까.”
“예~ 예~”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수석코치의 엉덩이를 후려찬 후 감독은 크게 외쳤다.
“뭐해! 골 쳐먹히고 공만 돌리다 끝낼거야? 적극적으로 해, 적극적으로!!”
아니나다를까.
감독의 외침이 끝나자마자 한 놈이 번쩍 손을 치켜들며 콜을 한다.
“홍민준이군요.”
“저놈아가 발재간이 좋더만. …근데 저놈 저거 설마 중앙선에서부터 드리블 할 생각인가?”
“이야~ 성깔 좀 있네요. 감독님이 딱 좋아하는 스타일!”
“그치. 선수라면 저런 성깔은 있어야지!”
공을 이어받고 몰고나가다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순둥이가 아니라 다행이긴 한데… 그거야 실력이 있을때나 통하는거고. 대학 리그 수준 좀 맛보고 좌절할 떄 수석이 잘 다듬어봐.”
“알겠습니다. 저거 잔발치는거보니 확실히 바디 밸런스도 좋고, 몸도 날래네요. 1~2년만 다듬으면 괜찮겠는데요.”
“고딩 리그부터 싹수가 보였잖어. 근데 저놈아 저거 얼굴이 저리 곱상했나?”
“…글쌔요.”
“거 참 이상하네. 몇 번이고 경기 뛰는거 관찰했는데 왜 얼굴이 기억 안 날까. 저 야리꼬롬 한 면상이면 까먹기도 쉽지 않—”
“어? 어어!? 감독님!!”
지켜보던 두 사람의 입이 떡 벌어졌다.
“…나도 봤다. 저놈아 저거 물건이네.”
경기가 끝났다.
4:1.
물론 우리가 1이다. …씨바.
감독은 잘 했다고 하지만 패배에 기분 좋을 선수는 없다.
특히 날 보며 입이 찢어져라 웃는것이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것 같지만, 정작 내 심정은—
‘운이 좋았다.’
딱 이 정도.
결과만보면 고전하는 팀에서 유일하게 골을 기록, 그것도 하프라인에서부터 드리블 돌파로 무려 3명을 뚫어내고 골을 성공시킨 이른바 원더골이었지만…
세부지표는 처참했다.
연습경기답게 전후반 30씩 총 60분의 경기 중 약 45분 출전.
패스 성공/패스 시도 : 25/27
드리블돌파 성공/드리블돌파 시도 : 6/8
유효슛팅 / 슛팅시도 : 1/4
겉만 보면 좋아보이지만, 키패스는 단 하나도 없으며 적 진영에서의 전진패스도 고작해야 3개. 그중에서도 성공은 1개에 불과했다.
자신있는 테크닉은 확실히 통했지만 상대가 방심하지 않고 협력해서 수비하니, 드리블 돌파에 성공하고도 볼을 뺏기거나 질질 끌다 뒤로 돌리기의 연속.
‘하… 아무것도 못 했다.’
처음의 원더골 이후, 그야말로 경기장에서 삭제된거다.
물론 우리팀이 조금만 강했으면 달랐겠지. 대등한 전력이 맞붙으면 한 선수에게 과도한 수비 시프트를 할 수 없고, 설혹 했다간 빈 공간이 생겨 위험하게 되니까.
그러니까 팀 전력이 약했다… 라는 건 어디까지나 자기위안에 불과하다.
내가 조금만 더 패스에 능했다면. 팀플레이에 능숙했다면. 판단이 빨랐다면. 그랬으면 분명 달라졌을터.
이번에도 내 단점이 발목을 잡은거다.
고등학교 시절, 훤히 드러나 부진하게 만든 그 단점이.
‘젠장.’
이를 악물고 이후의 훈련을 따라갔다.
첫날이라 그리 강도높은 훈련은 아니었음에도 오랜만에 최선을 다해서 훈련하며 땀을 흘리고, 샤워를 하며 거울을 보니 답답하게 응어리졌던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
‘햐… 이게 내 얼굴 맞냐. 역시 매력에 투자하길 잘했다.’
방금까지 스탯 분배를 곱씹으며 후회했지만 역시 얼굴보니까 다 녹는다, 녹아.
왠지 오늘따라 아랫도리도 묵직하더라니, 평범했던 아들 녀석이 상상 이상으로 우람해져있다.
“와~ 이새끼 완전 구렁이 달고 다니네.”
“미쳤다 씨발. 제발 꼬삼이길 바랬는데 거기도 존나 크네. 무슨 흑형이냐.”
“좆같다. 누군 얼굴도 존잘인데 꼬츄도 흑인이네.”
후. 오늘따라 질투하는 남자들이 추하게 느껴지는군.
그러면 마지막으로 오늘 훈련의 성과를 확인해볼까.
‘상태창!!’
【기술】 【정신】 【신체】
개인기 062 |시야 046|주력 059
드리블 055 |예측력 044|가속력 063
트래핑 057 |판단력 042|밸런스 056
숏패스 048 |집중력 056|민첩성 059
롱패스 041 |오프더볼 047|반응속도 079
슛팅 045 |공간마크 038|파워 054
프리킥 042 |침착성 052|점프 046
헤더 038 |리더십 040|지구력 047
태클 032 |팀워크 039|회복력 065
【히든】
천재성 046 | 매력 095 | 지능 028
【신장 175cm|63kg】
【보유 포인트】 0P
보기만해도 흐뭇해지는 매력 95를 지나, 열심히 훈련한 보상으로 보유 포인트가 0… 어째서어어어!!!
‘왜, 왜지? 왜 포인트가 안 오른거지??’
오늘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
최선을 다해 경기를 뛰고, 훈련했는데 왜… 아, 그런가. 그런건가.
‘역시 하루로는 부족하다 이말이냐. 하… 그래, 발롱도르 위너가 되기엔 부족하지. 날강두도 그렇게 훈련량이 많다는데, 역시 일과 끝나고 자율훈련이 필요해.’
주섬주섬 축구화를 챙기고 일어나니 선배들이 쳐다본다.
“너 어디가냐?”
“훈련하고 오겠습니다.”
“…훈련? 지금?”
“넵!”
“…….”
서로를 돌아보는 선배들.
근데 뭔가… 장하다는 눈빛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니꼽다는 눈빛도 아닌것이 되게 미묘하다.
“어… 괜찮겠냐?”
“문제없슴다!!”
내가 체력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또 회복력은 좋아서, 훈련하고 푹 자고 나면 괜찮다.
“그래 뭐… 너도 생각이 있겠지. 너무 무리하진 말고.”
“감사함다!!”
쯧쯧.
실력이 부족하면 훈련이라도 더 열심히 해야하거늘.
빈둥빈둥 누워 스마트폰하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니 반면교사로 삼아야겠단 생각이 든다.
그래.
오늘부터 난 다시 태어난거다.
발롱도르가 별거냐.
상태창만 있으면 발롱도르는 물론이고 역대 최고 선수도 꿈이 아니지!
내가 축구에 죽고 못사는 그런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축구로 먹고 살려는 사람이 최고의 자리를 꿈꿔본 적 없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아마 모든 축구 꿈나무들이 최소 한 번씩은 상상했을거다.
최고의 축구 선수를. 발롱도르 위너가 된 자신을.
물론 대부분은 재능의 한계란 현실의 벽에 포기하겠지만… 나도 일찌감치 포기했던 목표지만 지금이라면 가능하지.
빈 축구장에 콘을 가져다놓고 열심히 드리블하고 트래핑하며 땀 흘리길 한참.
산책하던 감독님이 휘둥그레 한 눈으로 날 쳐다본다.
“홍민준이! 여기서 뭐해.”
“훈련중입니다!”
“훈련??”
“넵!”
“너 프리시즌, 아니, 합숙 처음 받아봐?”
“아님다!!”
“근데 왜… 아니다. 자신 있으니까 하는거겠지.”
이상하다는 듯 멀어지며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는 감독님.
뭐야 대체.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길한 기분을 애써 떨쳐내며 다시금 연습에 집중, 밤이 늦어서야 훈련을 끝내고 합숙소로 돌아갔다.
어으, 온 몸이 뻐근한 것이 아주 상쾌하네.
이쯤이면 포인트가 1이라도 들어왔— 없어!! 없다고!!! 어째서!!!
그리고 다음날.
심란함에 뜬눈으로 밤을 지샌 나는 감독님과 선배들이 왜 이상한 동물보듯 날 쳐다봤는지 알았다.
“허흑, 어흑, 커흑… 쿨럭쿨럭.”
“뭐야, 홍민준이! 벌써 지쳤어? 빨리 움직여! 뛰어! 시간 지난다!”
“케흑, 어흐흑…!”
씨, 씨발… 여긴 지옥인가.
어제 잠을 못잤더니 회복이 안 됐어…!
호진대 축구부의 합숙은… 엄청난 체력훈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