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300)
300
13일 간 5경기가 이어지는 지옥의 연전 마지막 상대는 “The Blues” 첼시였다.
런던을 연고지로 한 프로 축구 구단은 10개가 훌쩍 넘는다.
그중에는 아스널, 토트넘, 크리스탈팰리스, 풀럼 같은 이름난 구단도 많다지만 런던 최고의 축구팀을 꼽으라면 단연코 첼시가 나올터.
그도 그럴것이 첼시의 화려한 커리어는 여타 런던 소재 구단이 따올 수 없을만큼 대단했다.
프리미어 리그 우승 9회에 FA컵 우승 10회, 리그컵 우승 6회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잉글랜드 구단 최초로 UEFA 3대 메이저 대회인 챔피언스 리그, 유로파 리그, 위너스컵 우승까지.
이는 유럽 전역을 통틀어도 첼시를 비롯해 아약스, 유벤투스, 바이에른 뮌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만 보유한 드문 기록인데다 2회 이상의 우승 기록을 보유한 건 오직 첼시뿐이다.
그야말로 런던 소재 수많은 구단 중 으뜸, 자타공인 런던 최고의 팀이라지만 첼시가 처음부터 잘나가던 건 아니었다.
첼시의 시작은 무려 190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00년이 훌쩍 넘는 긴 역사를 지닌 구단이지만 의외로 우승 커리어는 드무니, 21세기 이전 리그 우승은 1954-1955년 단 한 번 뿐이었다.
창단 후 반세기가 지나 처음 리그 우승을 차지하고, 이후 다시 반세기 넘도록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며 그저 그런 런던 소재 팀이던 첼시가 지금의 모습으로 탈바꿈 한 건 2003년.
바로 오일 머니의 시초, EPL에 쩐의 전쟁을 불러온 석유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등장부터였다.
러시아의 석유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첼시 인수 후 스타 감독 조세 무리뉴와 다수의 스타 플레이어, 디디에 드록바, 안드리 세브첸코, 페르난도 토레스 등을 영입하며 EPL에 오일 머니를 쏟아냈다.
글로벌화의 물결속에서 보다 상업화되어가던 EPL에 본격적인 쩐의 전쟁을 알린 신호탄이자 “노근본 돈지랄”의 시작을 알린 첼시는 “돈으로 근본과 우승컵을 살 순 없다”는 주장과 함께 공공의 적이 되었지만… 압도적인 돈지랄로 극복, ‘근본’까지 손에 넣었다.
이후 새로운 오일 머니의 등장과 “슈가대디” 돈지랄 구단주들의 등장으로 첼시의 압도적인 자금력은 빛이 발했지만, 승승장구해나가던 첼시가 본격적으로 고난에 빠진 건 로만이 구단을 떠나고 불과 몇 년 뒤.
압도적인 자금력이 사라지고, 맨시티와 리버풀이란 걸출한 초강팀의 등장 후 첼시는 우승에서 멀어진 팀이 되었다.
여전히 ‘우승후보’로는 꼽히지만, 정작 우승에 도달하진 못하는 그런 팀.
이는 2030년대인 지금까지 이어졌다.
분명 선수단 퀼리티는 우승권이란 평가를 받고, 실제로도 선수 개개인의 퀼리티는 맨시티, 리버풀에 비해 약간의 손색이 있다지만 격차가 크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번번히 우승 경쟁에서 미끄러지는 것은 팀적으로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
첼시는 기묘할 정도로 모래알 같은 조직력을 내보였는데, 이는 중하위권 팀을 상대로는 드러나지 않아도 비슷한 수준의 강팀 혹은 팀이 위기의 순간마다 발목이 잡히는 이유였다.
그리고 이를 해결한 것이 바로 3년 전 부임한 로렌초 페데리코.
위기의 순간마다 번번히 넘어지던 모래알 팀을 언제라도 방심할 수 없는 끈적한, 위닝 멘탈리티 가득한 팀으로 만들어내며 작년 리그 준우승과 챔피언스 리그 준우승으로 이끌어냈다.
우승도 아닌 준우승임에도 첼시팬들이 열광하고, 명감독이라 칭송 받는 이유에는 바로 그러한 사정과 더불어 누구나 인정하는 ‘자연재해’가 있었으니—
바로 지난 시즌 뉴캐슬이란 자연재해에도 유일하게 버텨낸 것이 첼시였기 때문.
어지간한 시즌이었다면 우승해도 이상하지 않을 경기력과 승점에도 불구하고 리그를 폭격한 뉴캐슬이란 자연재해로 준우승에 그쳤다.
하지만 그런 재해속에서도 리그 내 유일하게 뉴캐슬과의 상대전적이 밀리지 않는, 아니 오히려 상대전적이 앞서는 건 오직 첼시뿐.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한 맨시티마저도 뉴캐슬과의 상대전적은 밀리는데, 오직 첼시만이 지난 시즌 압도적인 뉴캐슬과의 상대전적에서 우위를 점했다.
비슷하거나 더 뛰어난 선수 퀼리티를 가진 팀도 실패한, 감독의 뛰어난 역량으로 만들어낸 기적.
그야말로 압도적으로 리그를 제패한 뉴캐슬의… 아니, 홍민준의 유일한 천적이라 불리는 상대—
“갈수록 힘들어지는군.”
공을 잡은 홍민준의 현란한 상체페인팅에 속아 넘어간 마크맨이 엉덩방아를 찧고, 백업을 맡은 선수가 달려들기 직전의 짧은 순간 때린 슛팅이 아슬아슬하게 골대를 스치고 지나가는 모습에 로렌초 페데리코 감독은 턱을 쓸며 한숨을 내쉬었다.
단단히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홍민준은 예측 이상의 플레이로 공격 마무리까지 해낸다.
이쪽에서 아무리 분석하고, 준비하고, 대책을 마련해도 족족 뚫어내는 모습은 자연재해라 해도 다름이 아닐터.
왜 감독들이 홍민준을 ‘재앙Disaster’이라 부르는지 여실히 느껴지는 경기력.
‘뭐… 녀석이 진정 재앙인 이유는 감독과 선수들에게 절망감을 주다 못해 은퇴시켜버려서지만….’
악명높은 홍민준의 경기력에 로렌초의 고뇌가 깊어지는 가운데, 공이 골라인 아웃된 상황에서 첼시 선수들이 재빨리 몰려든다.
“감독님 어쩌죠? 저 녀석 전보다 더 민첩해진 것 같은데요.”
식은땀 가득한 얼굴에 어린 미약한 불안감.
로렌초는 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당당한 표정을 연기하며 지시를 내린다.
“마팁, 상대 빌더를 묶어라. 보다 종적으로 활발히 뛰며 패스하기 어렵게 압박해. 바리앙과 켈은 자리를 바꾼다.”
일말의 지체도 없이 술술 흘러나오는 전술 지시에 그제야 선수들의 표정이 밝아진다.
“푸세. 자네는 보다 안쪽으로 들어와서 홍민준 앞을 막아.”
“측면이 빌텐데요?”
“괜찮아. 일부러 내주는거니까. 중앙으로 들어오되 홍민준한테 붙으라는 건 아니야. 너무 가까우면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을테니, 적당히 안으로 들어와서 패스를 차단할 수 있을거란 위협을 줄 정도면 족해. 그러면 상대는 뒷공간을 노릴거야. 그때—”
쏟아지는 열정적인 손짓과 간결하며 정확한 지시.
자신만만한 표정의 로렌초의 손짓이 이어질수록 선수들의 자신감도 차올랐다.
“가비. 자네가 나설 차레지. 자네는 본래 역할로 돌아간다. 믿어도 되겠지?”
로렌초의 손이 시꺼먼 피부를 한 거구의 어깨를 잡는다.
“물론이죠, 보스. 보스가 알려준대로 공중볼 경합을 해보니 알겠더군요. 홍, 저녀석 최근 점프력이 좋아졌어요.”
“하지만 자네한텐 안 되지.”
“당연하죠. 저만 믿으십쇼 보스.”
가브리엘 음바바의 믿음직한 대답에 로렌초의 입가에 미소가 어린다.
“좋아. 가서 부숴버려!”
경기 재시작을 위해 자리로 뿔뿔히 흩어지는 선수들.
그리고 흩어지는 선수들 뒤로 로렌초의 미소가 씻은 듯 사라진다.
‘…어렵겠군.’
* * *
에이씨.
아슬아슬 골대를 스치고 골라인 아웃되는 공을 보며 애꿎은 그라운드를 걷어찼다.
‘진짜 첼시는 상대할때마다 짜증나네.’
분명 맨시티나 (예전)리버풀보다 선수단 퀼리티에서 낮은 평가를 받는 첼시지만 막상 상대해보면 가장 힘든게 또 첼시다.
선수 개개인의 수준은 비슷한데 더 끈적거리는 뭔가가 있는 불쾌한 느낌이랄까.
이게 다…
‘저 짜증나는 양반 때문이겠지.’
힐끔 첼시 벤치를 보니 또 무슨 작당을 하는지 열정적으로 손짓을 해대며 지시를 내리는 로렌초 감독과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는 첼시 선수들이 보인다.
경기가 재개되면 또 수비 방식이 바뀌겠지.
아 피곤하네.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설렁설렁 뛰며 머리를 굴린다.
상대의 대응이 어떤식으로 변화할지.
첼시가 까다로운 건 선수 개개인의 실력이면 실력, 조직력이면 조직력 모두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선수들의 동기부여나 위닝 멘탈리티가 강력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끊임없이 변화하는 전술적 움직임도 그렇고.
익숙해질만하면 순식간에 변해있으니, 경기 내내 파악하고 분석하는 수싸움을 해야 하는 것.
물론 다른 경기 역시 마찬가지지만 첼시는 훨씬 정교하고 까다롭달까.
“홍! 감독님이 더 측면으로 빠지래. 상대 압박이 강해서 만들어가기보다 뒤에서 한번에 보낼테니 뒷공간 파고들 준비해.”
“알겠어.”
우리 감독님도 나름 열심히 수싸움을 하는 모양이지만…
‘또 읽혔네.’
상대 압박에 시달리던 루크의 부정확한 롱패스를 따라가기 위해 스프린트를 했지만 음바바가 한 발 앞서 거구를 붕뜨워 머리로 걷어낸다.
“후….”
땀에 젖은 머리를 쓸어올리며 터벅터벅 자리로 돌아가는데, 뒤에서 음바바가 포효한다.
“우어어어어!!”
아~ 꼴받네?
“민준, 괜찮아? 교체 사인 보낼까?”
허벅지를 짚고 서서 호흡을 고르고 있으려니 최전방 공격수로 출장한 사쿰 샤키가 새까만 얼굴 가득 걱정을 담아 물어온다.
“아직 전반 끝나지도 않았잖아. 괜찮아.”
“그래도… 무리하는거 아니지? 후반기는 이제 시작인 거 알지?”
“아냐아냐. 진짜 괜찮아.”
5연전 중 앞서 4연전 모두 선발 출장했더니 걱정스러운가보다.
하긴. 요즘 언론에서도 홍민준 혹사니 체력 방전이니 말이 많던데.
후… 어쩔 수 없나.
내가 철강왕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걸 보여줄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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