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301)
301
축구는 꽤 격렬한 스포츠다.
22명의 운동 선수가 뛰어다녀도 남는 넓은 그라운드를 90분 동안 누비며 수시로 상대 선수와의 거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다보니 심한 경우 한 경기 뛰고 2~3kg가 빠지는 선수도 있을 정도로.
상식적으로 90분 동안 거친 몸싸움을 하며 10~13km를 뛰는데 힘들지 않을리가 있나.
하물며 올림픽 차출로 남들보다 시즌을 일찍 시작하는 바람에 체력 훈련도 제대로 못했는데, 2주도 안 되는 기간에 5경기를 연달아 뛴다?
어지간히 체력에 자신있는 선수라도 경기력이 문제가 아니라 부상을 걱정해야 될 판이니, 이는 상태창을 가진 나조차 다를바가 없었다.
평소보다 무거운 몸, 살짝살짝 느린 반응, 미세한 볼 컨트롤 미스.
하나 같이 체력이 부족하면 생기는 증상들.
체력 관련 스탯이 80대 중반에 이른 나조차 힘겨운 가혹한 일정이 아닐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방전될 정도냐고 묻는다면 단호히 대답할 수 있다.
아직이라고.
아직은 버틸 수 있다고.
‘전반전까진 충분해. 하지만 후반전은… 풀타임은 안 되겠는데.’
언제나 체력적 한계를 넘나들며 뛰어왔던 나이기에 알 수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프로 데뷔 첫해였던 바르셀로나와 2부 리그에 있던 프랑크푸르트 임대 시절 이후 언제나 무리할 정도로 많은 경기를 뛰던 나 아닌가.
프로 2년차 프랑크푸르트 시절엔 첫 리그 풀타임에 더불어 2부 리그였을 때 이뤘던 컵 대회 우승으로 진출한 유로파 리그를 병행해야 했다. 3년차엔 경기수 많기로 소문난 EPL에 진출했고.
프로 첫해를 제외하곤 어느 팀에서나 에이스 역할을 맡아 거의 모든 경기에 출장해야했고, 거기에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며 국가대표로 활약까지.
체력 스탯이 훨씬 낮던 시절부터 프로 5년차에 접어든 지금까지, 체력 갈리는 것엔 나름 노하우가 있는 나다.
당연히 방전난 몸으로 경기 뛰는 건 이미 익숙하디 익숙한 일.
상태창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상태창이 없었다면 일찌감치 크게 부상당했겠지.
설혹 운이 좋아 자잘한 부상으로 버텼다면… 뭐, 그래봐야 골병들어 폼이 나락으로 떨어졌을테고.
역설적으로 그런 가혹한 일정을 겪은 덕분에 경기에서 효율적으로 뛰는 법, 체력 배분, 그리고 객관적으로 체력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노하우가 생겼다.
‘이정도 체력 상태면 다음 경기는 쉬어야 폼을 유지할 수 있겠는데… 하필 이번 경기 끝나면 A매치네. 어쩔 수 없다. 최대한 빨리 승부를 봐야해.’
수시로 체력적 한계를 넘나들며 터득한 노하우는 내 컨디션에 관해서는 백발백중이나 다름없는터.
앞으로도 무수히 남은 일정을 고려하면 이번 경기 전반전에 한골… 아니, 첼시가 상대임을 고려하면 두골은 넣어둬야 안심하고 교체될 수 있겠지.
후반전을 위한 체력 분배 따윈 버려두고 최대한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섰지만 역시 첼시는 만만치 않았다.
평소대로면 보다 높은 위치에서 공을 기다렸겠지만… 전반전에 최대한 많은 골을 넣기 위해선 기다리기보단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내야겠지.
때문에 평소보다 빈번히 아래까지 내려와 볼을 받아 돌파를 시도했고, 이는 필연적으로 더욱 많은 스프린트를 야기했다.
몇 번의 좋은 돌파와 아쉬운 상황이 지나가고 남은 건 점점 가빠오는 호흡과 0:0이란 팽팽한 스코어.
역시 첼시는 끈적끈적한 게 짜증난단 말이지.
가빠오는 숨을 애써 가다듬으며 다음 기회를 노리던 중, 주장 요한 바움의 미스난 롱패스가 라인 너머로 떨어졌다.
“후우—”
패스 미스로 공격권이 넘어갔지만… 차라리 잘됐나.
예상하긴 했지만 너무 자주, 짧은 시간 내 반복적으로 전력질주를 하다보니 지친다.
첼시의 스로인으로 경기가 잠시 멈춘 틈에 무릎을 잡고 호흡을 고르는 사이 땀범벅의 첼시 선수가 라인을 향해 걸어간다.
걸음이 느릿한걸보니 저쪽도 잠깐이나마 숨을 돌리려는 모양.
하긴 내가 수시로 질주한만큼 날 막아야하는 첼시 선수들도 정신없이 뛰어다녔으니 지칠만하지.
첼시 선수가 다가가자 볼보이… 아니, 볼걸인가? 볼보이 역할을 맡은 소녀가 멀리 굴러간 공을 대신해 새 공을 던져주려다 날 보더니 머뭇거린다.
그리고는 실수인척 어색한 연기로 공을 떨어뜨리곤 굳이 멀리 굴러간 공을 잡아 첼시 선수에게 던져준다. 그것도 느릿하게.
“하… 귀엽네.”
속보이는 행동에 윙크를 해주니 얼굴을 감싸쥐고 어쩔 줄 몰라하는게… 음, 장래가 기대되는 얼굴인걸.
스로인으로 재개되는 경기.
체력 스탯이 높아진 덕분인지 짧은 시간 한층 안정된 호흡으로 위치를 잡고 있으려니 기묘한 예감이 불쑥 떠오른다.
‘어쩐지 이쪽으로 가야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마크해야 할 상대를 프리로 두고 가는게 걸려 잠깐 고민했지만, 예감에 따라 보다 측면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 순간.
휘익—
내가 향하는 쪽을 향해 날아오는 공.
트래핑하려던 첼시 선수가 다가오는 날보고 움찔하더니—
퉁—!
발에 맞은 공이 내쪽을 향해 튀었다.
당황한 와중에 트래핑 실수를 범했음에도 클래스를 보여주듯 그리 길게 튕겨나가지 않은 공.
언뜻보면 실수인줄도 모르는, 나쁘지 않은 트래핑으로 보였으나—
‘기회!’
내 속도라면 먼저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다!
반사적으로 뒷발에 힘을 실어 그라운드를 박찼다.
첼시 선수가 뻗은 발에 공이 닿기 직전, 아슬아슬하게 먼저 내 발에 닿은 공이 첼시 선수와 반대 방향, 첼시 진영을 향해 튕겨나가고.
“막아!!!”
첼시 선수들이 다급히 달라붙지만, 두어번 그라운드를 박차며 탄력을 받은 내 몸은 이미 최고속에 돌입한 상황.
귓가에 스치는 강렬한 바람소리, 몸에 와닿는 공기의 저항.
순식간에 스쳐지나가는 파란 유니폼을 뒤로하고 박차는 발에 더욱 힘을 싣는다.
* * *
“전반전도 20분이 흘러가는 가운데 양 팀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치열한 접전이 펼쳐지는 와중에 홍민준 선수의 스프린트가 눈에 띄는데요. EPTS 데이터에 주목할 수치가 나왔죠?”
해설의 말과 함께 화면 아래 뜨는 자막.
EPTS 데이터 기준 전반 20분 동안 홍민준의 스프린트 횟수 7회.
“전반 중반, 벌써 스프린트 횟수가 7회나 되는군요.”
“기준을 모르는 시청자분들을 위해 잠깐 설명드리자면, 축구에서의 스프린트 기준은 시속 25.2km 이상의 스피드로 0.6초 이상 달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냥 단거리 짧게 뛰는게 아니에요.”
“즉, 체력 소모가 어마어마하다는 뜻이군요?”
“그렇습니다. 일반적으로 EPL의 경우 경기당 선수의 평균 스프린트 횟수는 12회가 조금 넘는데요. 이번 시즌 홍민준 선수는 경기당 16~17회의 스프린트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렇다해도 전반 중반에 7회나 기록한 건 꽤 체력 부담이 클거란 말이죠?”
스로인 선언으로 경기가 잠시 멈춘 사이 해설위원이 떠벌떠벌 열심히 정보를 전달한다.
“김덕기 해설위원은 홍민준 선수의 체력이 우려된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습니다. 지난 4연전 모두 선발 출장했던 홍민준 선수라 꽤 지쳐있을거란 말이죠. 보시면 후반기 시작할때 기록한 순간 최고 속력이 무려 36km/h를 넘었거든요?”
“정확히는 36.8km/h이었죠?”
“네, 네, 그렇죠. 이게 거의 역대급 기록이란 말이에요. 전성기 가레스 베일이나 음바페 선수와 비견되는 어마어마한 스피드입니다.”
“근데 오늘은 스프린트가 그렇게 많았음에도 순간 최고 속도가 36.3km/h에요. 물론 이것만으로도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좀 지친게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아아~ 그렇군요.”
캐스터가 정리하려는 차, 해설위원이 다시 떠벌떠벌 떠들기 시작했다.
“이게 또… 제 사견이지만 우리 홍민준 선수, 계속 성장하는 선수잖습니까? 스피드도 계속해서 빨라지고 있고. 제가 듣기론 비공식적으로 37km/h의 벽을 깼다는 소문이 있어요. 음바페 선수가 비공식적으로 도달했다고는 하는데, 아직 공식 경기에서 이정도 속도를 보여준 선수가 없거든요. 우리 홍민준 선수가 신기록에, 축구 역사상 가장 빠른 선수에 등극할 수 있다! 저는 그르케 보거든—”
“자~ 첼시의 스로인으로 재개되는—”
해설위원의 떠벌거림을 듣다못한 캐스터가 재빨리 경기 시작을 알리던 순간,
“어? 벤자민의 트래핑 실수! 홍민준이 재빨리 컷트하고, 달립니다! 그대로 달립니다!”
길게 던진 스로인에 첼시 선수의 트래핑 실수가 터져나왔다.
공에 담긴 예상보다 강한 힘에 첼시 선수가 내밀었던 앞발에 맞고 멀리 튕겨나가더니 홍민준의 발에서는 스폰지마냥 사뿐 내려앉은 공.
트래핑 이후 곧장 치고 달리기 시작한 홍민준은 한발, 두발, 그리고 세발짝 디딜 무렵엔 이미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에 도달해있었고—
“빠릅니다, 빠릅니다!! 엄청나게 빨라요 홍민주우우운!!”
“앞을 가로막은 푸세 단번에 제쳐집니다! 너무 빨라요!! 뉴캐슬 진영에서 순식간에 첼시 진영으로! 음바바, 음바바가 따라붙습—”
거구가 무색한 엄청난 준족을 자랑하는 음바바가 따라붙었지만, 텅 빈 앞을 향해 길게 공을 차낸 홍민준이 본격적으로 최고속에 진입하자 지켜보던 사람들이 알 수 있을 정도로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세상에! 가장 빠른 센터백 음바바를 압도적인 속도로 찍어누르는 홍민준!!”
“달립니다달립니다달립니다!! 라인을 타고 달리던 홍민준이 안쪽으로! 패널티 박스를 향해 꺾고, 오우! 마지막 남은 스투라첸의 다리 사이로 공을 빼내고 슛팅!! 고오오올!!”
“전반 21분! 팽팽하던 경기 선제골이 터집니다!! 주인공은 홍민준!!”
“역시 뉴캐슬의 에이스가 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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