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304)
304
아시아는 여전히 세계 축구에서 살짝 벗어난 지역이다.
변방이라기엔 많이 발전했고, 중심부라기엔 많이 부족한… 이를테면 중서부 유럽이 중심지라면 남미와 북, 동유럽이 외곽을 맡고 다시 그 외곽쯤에 해당한다고 하면 얼추 맞을터.
세계 축구의 2류 지역인 아시아라지만 이곳에서조차 최고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
2037년 현재 아시아를 대표하는 축구 강국이 한국이라지만 이러한 위상을 얻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했던가.
한국이 아시아 축구를 대표하는 국가가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21세기가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던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뤄내며 명실공히 아시아의 강호로 자기매김한 한국이었으나, 사실 인프라 자체는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그래서일까.
얄미운 이웃 국가에게 따라잡히기 시작해서 2020년대에는 명백한 열세에 처하게 된 것이.
지금이야 아시아 최강하면 한국이 나오지만 몇년전, 불과 203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아시아를 대표하던 것은 일본이었다.
라이트한 축구팬들이야 놀랍고 분노를 토할 일이었지만 축구계 흐름을 아는 사람이라면 ‘올것이 왔군’하고 수긍할 수 밖에 없던 참사.
그도 그럴것이 일본은 한국에 비해 축구에 대한 인프라, 규모, 자금, 인기… 모든 것이 너무나 크게 벌어져 있었다.
남자 기준 프로팀 개수만 해도 일본이 한국의 2배 아닌가.
유소년 등록수는 한국이 지난 20여년 간 3만명대를 유지한 것에 비해 일본은 끊임없이 늘어 지금은 80만을 돌파했고.
이는 축구 선진국이라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브라질 등의 100만 유소년과 비교해도 그리 처지지 않는 수준이었으니, 한국이 밀리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귀결이겠지.
예산만해도 한국 축구협회가 1000억원 규모인데 반해 일본은 2000억이 훌쩍 넘지 않나.
뭐… 이건 7000억의 잉글랜드나 5500억의 독일, 4300억의 프랑스와 비교하면 일본조차 많이 부족하다지만 그거야 ‘해외축구=유럽’이란 공식이 뿌리박혀 있으니 일본도 어쩔 수 없겠지.
하지만 일본은 각고의 노력 끝에 중계권료 대박에 성공했다.
한국 축구의 연간 중계권료가 고작 65억 수준이라면 일본은 무려 연간 2200억원.
축구 인기?
1부 리그 평균 관중이 한국은 7000명도 채우지 못하는데 일본은 2만에 가깝다.
인프라, 자금, 인기… 그 무엇을 비교해도 일본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아무리 아득바득 이를 갈아봐야 따라잡히지 않을리 있나.
결국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한국 축구는 일본 축구에 명백한 열세를 보였다.
성인 대표팀은 물론이고 연령별 대표팀에서도 이제는 일본을 이기기 힘들다라는 공감대가 만연해있을 무렵.
한국 축구의 전환점이 될 계기가 생겼으니, 바로 한국의 특이성이라 할 수 있는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뛰어난 선수’의 계보가 다시금 등장한 것.
차범근-박지성-손흥민-김민재-이강인으로 이어지던 한국 축구 레전드의 계보는 아쉽게도 어느 순간을 기점을 끊어졌었고, 이는 한국 축구의 침체로 이어졌다.
하지만 2032년 시드니 올림픽.
혜성같이 등장한 선수 하나가 모든 것을 바꾸었으니… 그래, 바로 나다.
나, 홍민준.
한국 축구의 빛이요, 희망이요, 꿈이요, 미래요… 한국 축구 그 자체다!
허언이 아니라 진실로 그러하다.
만나기만하면 번번히 패배하던 일본과 준결승에서 만나 헤트트릭을 기록, 5:0 대승을 이끌어내고 한국을 준우승으로 이끌지 않았나.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되는 일본에게 승리를 거둔 것이 얼마만이던가.
게다가 그냥 승리도 아닌, 올림픽 준결승 무대에서 거둔 5:0 압도적인 승리.
이후 2034년 월드컵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며 다시금 4강 신화 재현에 성공, 나는 그야말로 한국 축구의 빛이요, 미래가 되었다. …진짜로.
내 등장 이후 한국은 명실상부 아시아 축구 최강으로 군림해오고 있지 않나.
단순히 위상만 높아진 것이 아니다.
실질적으로도 이번 월드컵 아시아 예선을 치루며 이렇게 수월한 적이 없었단다.
일찍이 아시아 강호로 군림한 한국이지만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조차 그놈의 ‘경우의 수’를 계산해야 하는 일이 더 많았을 정도로 다사다난했는데, 이번만큼은 달랐다.
아주 편안한… 그야말로 시몬스 침대 저리가라 할 연승행진으로 아시아 지역 예선을 돌파해냈으니.
한국의 경기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홍민준’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국가대표 데뷔 4년차만에 벌써 A매치 경기수가 50경기가 넘고, A매치 득점은 어느새 97골.
그야말로 압도적인 득점 행진으로 아시아 국가들을 무릎 꿇린 ‘발롱도르 위너’ 홍민준의 활약은 한국 축구팬들에게 쾌감을 전해주었다.
그런데… 이렇게 간신히 올려놓은… 내가 땀흘려 이룩한 한국의 위상, 한국의 위업에 무임탑승하는 녀석들이 있네?
‘이럼 내가 기분이 나빠요~ 안 나빠요~?’
어쩔 수 있나.
매콤한 맛을 보여줄 수 밖에.
“안녕하세요, 홍민준 선수. 이렇게 만나뵙게되어 영광입니다.”
“아, 네. 뭘 또 영광까지야.”
“아뇨, 아뇨. 정말입니다. 홍민준 선수는 우리 한국 축구의 기적 아닙니까? 게다가… 저희 회사 사장님과도 잘 아신다고….”
천안 구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National Football Center)에 마련된 미디어룸.
하린이가 소유주로 있는 인터넷 신문사, 기자 누나는 어느새 사장님이 되어 새끼 기자를 다수 거느리고 있었다.
음… 하긴, 내 독점 인터뷰를 그리 자주 싣는데 성장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하지.
오랜만에 기자 누나도 만날 겸, 기자 누나와 인터뷰하려고 했는데… 본래 계획에 없던 인터뷰인 탓에 기자 누나가 외국에 나가있었다.
어쩔 수 없이 소속 기자랑 인터뷰하게 되었지만, 뭐… 상관없나.
그래도 기자 누나랑 할때랑은 다르게 적당히 언행을 조심해야겠지.
귀찮고 번거롭지만 굳이 축협이 제안한 인터뷰를 받아들인 것은… 아무래도 눈치 때문이지.
축협 회장님한텐 빚진 게 꽤 많아서 이런 사소한 요청까지 거부하기엔 좀… 축협을 뜯어고칠 때 이런저런 신세를 많이졌다.
처음부터 이럴 계획은 아니었다.
축구 협회야 장인어른… 그러니까 하린이 아버님을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으니까.
대대로 한국 축구협회는 현대가의 지원을 받아 성장해왔고, 현대가는 나름 10손가락 안에 꼽히는 재벌가 총수인 장인어른과도 친분이 있었다.
하지만 간접적인 영향력만으로 축협을 뜯어고치기란 불가능했고, 결국 축협의 절대권력자인 회장님의 의사가 중요했는데… 의외로 쉽게 풀렸지.
축구를 좋아하는 현 현대가 총수님이 날 엄청 좋아해서 사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이를 통해 불만사항을 다이렉트로 꽂아버렸다.
이를테면 ‘회장님’은 잘 모르는 아랫것들 돌아가는 상황이나 대중들이 원하는 축구협회 이미지, 방향 혹은 현역 선수가 느끼는 개선방향 등을 까놓고 말해줬더니 의외로 쿨하게 축협에 메스를 들이대시더라고.
뭐랬더라.
한국에 드디어 불세출의 축구 천재가 등장했는데, 경영자로서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나 뭐라나.
축협의 고인물들이 제 아무리 인맥, 지연, 학연에 정치만렙이라한들 고작해야 축구계 인사들.
한국에서 3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기업 총수님의, 그것도 대대로 축협의 자금줄 역할을 해오며 회장을 지내온 사람에게 대항할수가 있나.
대기업 회장으로 경영 일선에서 뛰어온 사람답게 ‘만사가 인사’라는 격언을 그대로 실천한 회장님은 적폐를 쓸어내고 유능한 이들로 축협을 채웠다… 고 전해들었다.
뭐, 쓸려나간 이들이 진짜 무능력한 적폐인지, 라인을 잘못탄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축협 돌아가는게 빠릿빠릿하니 좋아졌다는 것은 확실하니까.
덕분에 요즘 축협 돌아가는 건 꽤 만족스러운데… 이젠 또 이놈의 대표팀 선수들이 말썽이란 말이지.
“이야~ 해외파 선수들의 노고가 크군요. 이동 시간이 길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직접 들으니 더욱 생생합니다. 그렇다면 홍민준 선수, 이건 어떠—”
간접적인 방법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누나랑 다르게 조심해서 말해야하다보니 귀찮네.
“아시아 최초 발롱도르 위너가 되셨는데요. 기분은 어떠세요?”
“좋죠.”
“오! 시크하시군요. 그렇다면 클럽과 국가대표의 차이점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아무래도 분위기나 훈련 세션이나 많이 다를 것 같은데요.”
“뉴캐슬이나 한국이나 비슷합니다. 다 나 하기 나름이죠.”
“오옷! 과연…! 예전 박지성 선수 인터뷰를 보셨나보군요!”
“예? 박지성 선배? …아, 예, 뭐… 봤죠. 존경하는 선배니까요.”
“대표팀에 대한 평소 생각을 말씀해주시겠어요?”
“대표팀은 영광스러운 자리입니다.”
“끝인가요?”
“네.”
대체로 단답이었건만 인터뷰어인 젊은 기자는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맞장구를 치며 싱글벙글이다.
음… 좀 미안한걸.
사실 귀찮기도 귀찮지만 대표팀 선수들 씨게 기강 잡을 생각에 인터뷰에 집중할 수가 없다.
‘아무래도 내가 너무 잘해줘서 그래.’
대표팀의 가장 큰 문제.
긴장감이 없어졌다. 아니, 그걸 넘어 오만해졌다.
하긴. 긴장감이 풀릴때도 됐지.
지난 월드컵 이후 4년. 무려 4년이다. 아시아권 팀을 상대로 양학을 펼친 시기가.
이번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전적이 아마 전승…에 살짝 못 미친댔나.
아시아 라이벌이라는 일본을 비롯해 이란, 호주 가릴 것 없이 아주 골고루 두들겨팼으니, 이러니 자만심이 안 생기고 배겨?
월드컵을 반년 앞두고도 이 헬렐레한 분위기는 분명 지나친 연승으로 인한 것일터.
연승도 그냥 연승이 아니라 아주 일방적으로 줘패는 양학 경기의 연속이었으니 이리 풀렸겠지.
이를 다잡으려면 대표팀 선수들에게 현실을 일깨워줘야 한다.
내가 없는 한국은 예전의 한국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을.
그러나 아무리 나라지만 대표팀 선수들 모아놓고 “왜 이렇게 정신이 빠졌어!? 지금까지 다 내 덕분에 이겨온 거 몰라? 나 없으면 좆도 아니면서!”라고 할 수 있나.
나는 대표팀 주장도, 부주장도 아니고 최고참조차 아니다.
난 이제 겨우 프로 5년차, 국가대표 4년차인 중견 선수. 아직도 대표팀엔 나보다 선배인 선수가 수두룩 빽빽하다.
이럴때 나서서 정신차리라 일갈을 해봐야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외려 잘 나간다고 오냐오냐해줬더니 선배도 주장도 없이 날뛴다고 욕만 먹겠지.
세상이 그렇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권위나 경험, 연공서열을 무시하고 날뛸 순 없다.
무시하고 날뛴다한들 앞에서나 알겠다하지, 마음속까지 따를까? 자만심은 스스로 느끼고 고쳐야 하는 부분인데.
이건 감독님도, 그 대단하신 회장님도 고칠 수 없는 불치병이다.
유일한 치료제는 스스로가 마음속으로 깨닫는 것 뿐.
그러니까 이를 위한 처방전이다.
‘아시아 지역 예선도 끝났겠다, 월드컵도 반년 남았겠다… 시기는 딱 좋아.’
안 그래도 감독님과 상의해서 특별히 축협 회장님에게 부탁했다.
이번 A매치 2경기 모두 유럽이나 남미 강팀과 잡아달라고.
난 아프다고 드러누울테니 어디 늬들끼리 잘 해봐라.
감독님을 설득하고, 회장님에게 부탁하기까지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생각하면 누구도 불평할 수 없을터.
그러니 곱게 쳐맞아라.
…결코 점점 심드렁해지는 내 취급에 짜증난게 아니다. 국민과 선수단에 내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길 원해서 그런건 절대 아니고.
“저기, 홍민준 선수? 갑자기 왜 그렇게 웃으시는…?”
* * *
다음날 기자 누나의 연락을 받았다.
벌써 기사가 나왔다고?
“에엥? 아니, 내가 언제 이런 말을 했지?”
이거 완전 순도 99%의 날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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