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305)
305
세계인의 축제라는 월드컵이지만 정작 성과를 보면 그들만의 리그나 다름없다.
일부 유럽과 남미 국가들이 독식하는 우승이야 그렇다쳐도 4강, 8강조차 매번 보던 국가들이 올라오기 일쑤.
그러나 2002년 한국의 4강 신화 이후 종종 ‘이변’이 발생하기 시작하더니, 2010년대와 2020년대 들어 개근하던 모범생들을 제치고 가끔 얼굴을 비추는 불량아들이 본선 무대에 얼굴을 들이밀기 시작했다.
이는 아시아 지역 역시 마찬가지였으니, 조별 예선에나 얼굴을 비추며 들러리 역할에 그치던 아시아 국가들이 언제가부터 독일, 스페인 같은 교내 최고의 모범생들을 격파하곤 했다.
더 이상 갭 이즈 클로징Gap is closing이 말뿐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세계 무대의 챔피언은 유럽과 남미의 일부 국가들 뿐.
아시아의 현실적인 목표는 언제나 본선이라 할 수 있는 16강 진출이었다.
지난 월드컵까진.
2034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한국이 거둔 성적은 세계 누구도 예상치 못한 성과였다. 심지어 당사자인 한국조차.
현실적인 목표라던 16강을 아득히 넘어 무려 4강에 진출했으니, 당시 한국의 분위기가 어땠을지는 말로 설명할 필요도 없을터.
설레발하면 또 알아주는 한국인들답게 다음 월드컵은 4강을 넘어 3위, 아니 결승 무대 진출을 노리자는 주장까지 등장하며 ‘김칫국 드리킹’에 빠졌다.
관심이 몰리면 자본도 몰리는 법.
다음 월드컵을 준비하는 축구협회는 예상치 못한 선전으로 뽕이 가득 찬 회장님을 비롯, 국민들의 성금을 통해 역대 최고 수준의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고… 그 결과는 뻔하게 흘러갔으니.
해외 유명 감독과 물밑에서 접촉중이라느니, 명장을 선임할것이니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국가대표팀 선장이 선임된 것은 월드컵이 끝나고 무려 4개월이 지난 시점.
임시 대행체제로 운영되던 성인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건… 명장도, 해외의 이름난 감독도 아닌 국내파 김천식 감독.
3연이라는 인맥, 학연, 지연에 온갖 정치질이 더해져 선임된 감독이었지만 ‘홍민준’ 하나만으로도 아시아 지역 예선은 문제없이 치룰 수 있었지만, 문제는 성적이 아니었다.
이미 유럽파가 주축인 대표팀에서 ‘이래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데다 국민이 보기에도 도통 무슨 전술인지 알 수 없는, ‘홍민준 원툴’ 경기력에 논란이 재점화 된 것.
빠르게 불타고, 빠르게 식는 한국인답게 월드컵이 끝난 이후엔 다음 대표팀 감독으로 떠들썩했어도 4개월이 지나며 흐지부지되었던 ‘감독 자질’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고, 어쩐일인지 축협의 회장님이 유례없는 결단력을 발휘하며 축협 임원이 대거 물갈이됐다.
이후 지휘봉을 잡은 사람이 바로 지금의 감독인 박기영.
대중은 물론이고 회장님도 해외에 널리 알려진 명장을 원했지만 월드컵을 고작 1년 반 남긴 시점에서 원하는 감독을 구하긴 하늘에 별따기와 같은 법.
당장 한국 선수 파악은커녕 한국 축구에 대한 이해도 없는 감독이 부임하기에 1년 반은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으니, 어쩔 수 없이 국내파 감독 중 가장 능력있다는 박기영이 선임된 것이었다.
한마디로,
‘젠장. 등떠밀려서 국대 감독 맡았더니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반강제로 국가대표 지휘봉을 잡은 박기영 입장에선 날벼락을 맞은 셈.
변변찮은 선수 생활을 일찌감치 접은 뒤 유럽에서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해 J리그에서 승승장구, 이어 K리그에서도 명장이라 불리며 잘 나가던 박기영이었다.
그런 그에게 국가대표팀 감독 자리는 독이 든 성배.
물론 박기영 역시 국가대표 지휘봉에 대한 야심 혹은 동경이 있었지만 이런 식은 아니었다.
이렇게 월드컵을 1년 반 남기고… 그것도 바로 직전에 4강 신화를 이룩한, 어마어마한 부담과 압박이 쏠린 시기엔 말 그대로 독이 든 성배나 다름없었으니.
‘이런 쓰벌. 성적 걱정만해도 머리가 터지겠는데, 선수 눈치나 봐야하다니.’
작년에 4강에 올랐다지만 한국이 세계적인 강팀도 아니고.
월드컵이다, 월드컵.
국민들은 4강 이상을 원하는 모양이지만… 아무리 홍민준이 있어도 가능할까 싶은 막중한 임무를 맡아 심적 부담이 상당한데, 여기에 그놈의 홍민준까지 날뛰고 있었다.
‘이자식이 감독을 개코로 아나. 뭐? 선수단 분위기가 헤이해? 풀어져있어? 방심하면 안 되니 경각심을 줘야해? 개뿔, 지랄이다.’
딴에는 그럴듯하다.
감독인 그가 보기에도 대표팀 선수들은 꽤 헤이해져 있었으니까.
무전술 홍민준 원툴이던 지난 감독 시기에도 아시아 국가들을 상대로 무쌍을 찍던 한국 아닌가.
세계적로야 강팀이 아닐 뿐, 아시아권에선 한국도 충분히 강팀 반열의 전력인데 여기에 홍민준까지 더해지니 누가 막을 수 있을까.
게다가 자랑은 맞지만, 박기영은 스스로의 역량에 자부심이 있는 사람이었다.
태생이 동양인이라 유럽 리그 감독을 맡지 못할 뿐, 유럽에서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할때부터 두각을 나타내던 실력자였으니.
감독의 역량은 첫 훈련에서부터 나타난다고, 무능력한 전임 감독의 구닥다리 훈련에 질색하던 유럽파 선수들조차 박기영 부임 후 이루어진 체계적인 훈련 세션에 만족감을 나타내지 않았나.
그건 그가 보기에 지금 분위기는 붕 떠있긴 하나,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방심? 오만? 있긴하지.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고.
설마 대표팀 선수들이 월드컵에 나가서도 방심하고 오만하게 굴겠는가?
아시아에서야 깡패지, 세계 무대에서는 깡패한테 당하는 포지션이 한국이거늘. 세계 열강을 상대로 오만을 버리지 못 할 선수는 없었다. 적어도 박기영이 판단하기로는.
상식적으로 스페인, 잉글랜드, 독일, 브라질,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같은 팀이랑 만나서 ‘하… 저런 좆밥새끼들 가볍게 이기고 가자고!’라고 생각할 한국 선수가 어디있겠는가.
…홍민준 정도가 아니라면.
‘이새끼 이거 다른 속셈있는거 아냐? …아냐, 그런 녀석은 아니야.’
박기영은 홍민준을 떠올렸다.
분명 뛰어난 선수다. 아니, 그가 본 선수 중 최고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대급 선수가 될거란 예상이 지배적일 정도로 실력 하나만큼은 의심할바 없는 녀석이다.
그러니 아시아에서 최초로 발롱도르를 수상했지.
허나, 오만하거나 영악한 녀석은 아니었다.
의외로 소탈하고 훈련에 열심히고, 감독 지시도 잘 따르는 선수지. …좀 허세끼가 있고, 과시욕이 강하지만.
‘가만. 허세? 과시? 설마 이새끼 이거 과시하려고 그러나? 지 없을 때 경기력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지켜보라고?’
…에이, 설마.
그건 아니겠지.
아무리 허세가 강한 녀석이라지만 그리 유치하진 않을터.
그렇기에 일반적이라면 녀석의 제안 따위 거절해야 옳겠지만…
‘하… 하필 회장님이 지시하니, 따르지 않을수도 없고.’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축협 회장이 나서서 비호하는 상황.
아무리 발롱도르 위너니 뭐니해도 일개 선수의 ‘요청’ 따윈 거절할 수 있지만, 축협 회장님의 지시까지 거역할 순 없는 노릇아닌가.
이건 뭐 메시도 아니고.
한숨을 푹푹 내쉬던 박기영은 시간을 확인하곤 부러 화를 냈다.
“홍민준 이 자식은 대체 언제오는거야. 부른지가 언젠데.”
고작 3분이 지났지만 괜시리 화를 내고 신경질적으로 스포츠 뉴스를 훑어보던 중,
“응? 홍민준 독점 인터뷰? 오늘자 기사잖아? 아아, 어제 했던 인터뷴가? 빨리도 올라오는군. 하긴… 홍민준 이름만 달면 조회수가 얼마겠어. 어디.”
『(독점) 한국 축구의 희망, 홍민준을 만나다』
「—천안NFC에서 만난 홍민준 선수는 긴 이동으로 지친 모습이었다.
(포즈를 취하는 홍민준 선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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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준 선수(이하 홍)와의 문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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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초의 발롱도르 수상자가 되었다. 발롱도르 수상의 기분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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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와 챔피언스 리그에서 뛰다가 한국 대표팀에 오면 차이가 느껴지지 않나?
홍 : 이전 질문들에 대해 간략히 대답했는데, 이번 기회에 지금까지 질문에 대한 생각을 말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존경하는 선배인 박지성 선배님의 인터뷰가 기억나는데, 인용해서 대답하자면,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을 이어나가는 홍민준 사진)
홍 : 아무래도 유럽 최상위 무대와 한국 대표팀 사이에 차이가 없다고 말할 순 없다. 아시아가 많이 발전했다지만 아직까지 축구 중심지는 유럽이지 않나.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대표팀에서 플레이하는 것이 불편하다거나 불만이 있지는 않다. 왜냐하면 나는 한국 축구 속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이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이렇게 하는데’, ‘발롱도르 위너니까’하는 생각은 자만일 뿐이다.
나는 대표팀에 올때면 뉴캐슬에서 뛰는 발롱도르 위너 홍민준이 아니라 조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의 일원으로서 하나의 선수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되새긴다.
대표팀은 영광스러운 자리다.
태극마크를 달고 뛰고 싶어하는 선수가 많다는 걸 잘 안다. 왜냐하면 나도 태극마크를 간절히 꿈꾸던 선수였기 때문에.
그렇기에 그들의 꿈과 희망도 대표팀이 짊어져야 할 사명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우리는 언제나 겸허한 마음으로, 진지하게 경기에 임해야한다.
우리를 지켜보는 국민과 선수들을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해 뛰어야한다.
축구를 시작한 이후 오랫동안 내 꿈은 발롱도르 위너가 되는 것이었고, 그렇기에 발롱도르 위너가 되었을때 너무나 기뻤다.
하지만 월드컵 우승과 발롱도르를 선택하라면, 나는 주저없이 월드컵 우승을 택할 것이다.
왜냐하면 월드컵 우승에 대한 꿈은 발롱도르보다 훨씬 오랜, 내가 축구를 시작하고 가장 열망하던 것이기 때문이니까.
우린 잊지 말아야한다.
태극마크를 달고 뛴다는 것의 소중함과 막중함을.
나는 조국을 대표하여 나선다는 것을」
똑똑—
“감독님, 홍민준입니다.”
“…….”
“감독님? 들어갑니다?”
끼익, 문이 열리더니 빛나는 얼굴이 빼꼼 나타난다.
“감독님??”
“자네… 홍민준, 자네…”
“예? 저요?”
어리둥절한 홍민준을 보며 박기영은 스스로의 좁은 도량을 탓했다.
난 대체 이렇게 훌륭한 선수를 상대로 무슨 생각을…!!
“인터뷰 기사 올라온거 잘봤네.”
“아… 그거…”
“자네… 훌륭하구만.”
“…네?”
“아주, 아주 훌륭해. 이렇게 속깊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 줄이야. 내가 자네를 너무 단편적으로 이해하고 있었어.”
“아, 아아. 기사말이죠?”
눈을 껌뻑이던 홍민준이 불현듯 훗, 시크한 미소를 짓는다.
“예, 뭐… 하하. 그쵸. 제가 생각이 좀 깊습니다. 후훗. 뭐, 평소부터 해오던 생각일 뿐인데요 뭐. 별거아니에요.”
“내가 자네를 오해하고 있었군. 자자, 앉게, 앉아.”
“하핫. 제가 좀 애국심이 투철하고, 국가관이 확실한 사람이죠. 네.”
* * *
감독님이 불러서 왔더니 뭐지, 이 분위기?
내 기사?
그 거짓부렁 기사 말하는건가?
순도 99% 날조로 이루어진 그 인터뷰?
‘아아… 그렇군. 내가 착각하고 있었어.’
거짓말이라니.
전혀 아니다.
감독님 덕분에 뒤늦게 깨닫는군. 인터뷰 내내 내 마음 속에 있던 작은 아이가 대신 대답하고 있었다는 것을.
나도 몰랐던 애국심을 새삼 깨달았다!
‘역시 한국을 위해서라도 이번 아르헨티나전은 결장해야겠군.’
이 모든 것은 작은 홍민준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기 위해… 가 아니라, 대표팀 선수들의 자만심을 없애기 위함!
감독님과 마주앉아 호호탕탕 웃으며 내 투철한 국가관과 전술적 식견에 관해 이야기 나누며 아르헨티나전을 기다리고 있었더니—
『충격! 홍민준이 결장한 대표팀, 아르헨티나에 역대급 대패!!』
『익숙함에 놓친 소중함. 홍민준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다』
『대표팀의 알파이자 오메가, 홍민준의 빈자리』
『돌아와요 에이스! 떠난 님에 대한 그리움』
…어라?
효과가 좋아도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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