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306)
306
월드컵이 반년 앞으로 다가온 지금, 각 지역의 월드컵 예선은 끝나거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아시아 지역 예선의 경우 이미 진출국이 확정되었으니, 그 나물에 그 밥이란 평가대로 아시아에서 월드컵에 진출한 국가는 예상대던 국가 명단 그대로였다.
한국이야 당연하게도 일찌감치 진출을 확정지었고.
하지만 월드컵 지역 예선이 끝났다고 A매치 일정을 비워둘 순 없는 노릇.
당연히 A매치 데이를 맞이하여 친선경기를 준비해야 했다.
어찌보면 걸린 것도 없으니 부담없는 일정이라 볼수도 있겠지.
진출도 확정되었겠다 ‘친선’이란 명칭대로 적당한 상대와 적당히 경기를 하며 흘려보낼 수도 있는 시기 아닌가.
하지만 반대로 월드컵을 대비해 마지막 담금질을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했으니.
이를테면 월드컵에서 만날거라 예상되는 상대와 비슷한 스타일의 팀과 경기를 잡아 대비를 하거나, 조직력을 가다듬거나, 마지막으로 선수들 컨디션을 점검할 수 있는 소중한 시기였다.
그리고 일신된 축협은 이 소중한 담금질의 시기를 그대로 흘려넘길 정도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축구협회의 기술이사들은 한국의 약점과 준비해야 할 점, 예상되는 상대팀과 일정을 조율할 수 있는 팀을 다각도로 고려하여 친선경기 명단을 작성하고 있었고, 회장의 승인만 남은 상황에서—
“네? 우승권 강호와 2연전? 이렇게 급박하게요?”
갑작스러운 지시를 하달받았으니.
기껏 준비한 자료를 분쇄기에 갈아버리고 다급히 상대를 찾았지만 그리 쉽게 성사될리가 있나.
기본적으로 친선경기란 닥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닌 만큼 이미 어지간한 국가는 일정이 확정된 이후였고, 이를 바꾸기란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돈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꿀 수 있는 마법의 힘이었다.
돈.
안 되면 더 많은 돈.
그래도 안 되면 더더욱 많은 돈.
현대가 회장님의 마르지 않는 무한금고가 개방되며 쏟아진 막대한 자금 지원에 힘입어 축구협회는 불가능에 가까운 위업을 이루어냈으니.
『아르헨티나와 칠레, 기존 일정 취소하고 한국행?』
『3개월 전부터 합의된 일정에서 아시아로 선회한 이유는?』
『위약금만 70억 이상! 초청비까지 포함하면 친선 경기 비용 150억 이상으로 추정!』
『“월드컵을 위해 강한 스파링 상대가 필요했다” 사비로 위약금과 친선 경기 비용을 부담한 회장님의 통 큰 결단!!』
기존에 일정이 잡혀있던 남미의 두 국가, 아르헨티나와 칠레에게 물량공세와 더불어 위약금까지 부담하며 일정을 급선회시킨 것.
그나마 어찌저찌 일본 축구협회와 조율에 성공, 한국—일본vs아르헨티나—칠레 대진을 성사시키며 경비 부담을 줄였지만 그럼에도 회장님 사비에서 엄청난 지출이 발생했음은 주지의 사실이었다.
무서운 건, 이 모든 것이 성사되고도 회장님은 그저 ‘전 최선을 다했습니다, 홍민준 선수.’라는 문자 메시지 하나만 달랑 남겼다는 것.
얼만큼의 노고와 자금이 들었는지 일절 말도 없다.
그냥 딸랑 이거다.
뭔가… ‘난 할만큼 해줬으니 성과 못내면 알지?’하는 말을 은연중에 들은 기분이랄까.
…월드컵 잘해야겠네.
그렇게 고생을 하며 모셔온 남미팀과의 2연전.
첫경기 상대는 아르헨티나였다.
“상암월드컵경기장에 오랜만에 방문한 아르헨티나 선수들인데요. 오늘 아쉽게 홍민준 선수는 결장이 확정됐죠?”
“그렇습니다. 훈련 중 작은 부상이 있었다는군요. 다행히 큰 부상이 아니라 무리하면 경기를 뛸 수 있긴하나, 선수 보호 차원에서 명단제외를 했다는 후문입니다.”
“아쉬운 한편 옳은 결단이란 생각도 듭니다. 아무리 월드컵을 대비한 최종 점검 무대라고 하지만 결국 친선경기거든요. 모의고사에서 무리하다 정작 중요한 실전에서 컨디션이 나쁘면 본말전도 아니겠습니까.”
“아, 마침 전광판에 홍민준 선수가 잡히는군요. 하하, 오늘 명단제외 된 김에 관중석에서 관중의 기분으로 경기를 지켜보겠단 인터뷰를 남겼어요, 홍민준 선수. 오, 환호성이 어마어마하군요. 역시 엄청난 인기입니다.”
유연성을 발휘한 감독님 덕분에 벤치도 아닌 명단제외로 관중석에 앉게 되었다.
뭐… 아르헨티나 측에서는 ‘홍민준을 상대할 수 있다고해서 왔는데, 홍민준이 없는 상황’에 벙쪘지만 어쩌겠나. 부상 때문이라는데.
믿지 않을수도 없는게 A매치 직전에 2주도 안 되는 기간동안 5연속 선발로 경기를 뛰지 않았나.
어지간히 체력이 자신있는 선수도 퍼질 가혹한 일정인데다 끝나자마자 지구 반쪽을 돌아왔으니 아르헨티나에서도 ‘탈이 날만하네’하고 넘어갔다.
사실 내가 너무 뛰어나서 묻혔을 뿐, 한국 대표팀 선수들 면면도 만만치 않다.
설요한 선배와 윤혁 선배의 도르트문드 듀오부터 세리에A의 토리노와 피오렌티나에서 뛰는 최길석 선배와 차명근, 스페인 라 리가의 레알 베티스에서 뛰고 있는 김기수, 프랑스 마르세유의 오세현 등 유럽 주요 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가 몇인가.
박기영 감독 체제로 들어선 이후, 대표팀 선발은 네임벨류보다 팀내에서 얼마나 위상이 높은가, 경기를 많이 뛰는가, 폼이 좋은가로 결정되었다.
이름값이 우선이던 전임 감독과는 확연히 달라진 선발 지침에 따라 지금 대표팀 선수들은 이름만 명문팀에 걸어놓은 것이 아닌, 실제로도 팀내에서 주전, 아무리 못해도 로테이션으로 뛰는 선수들.
물론 축구 강국 아르헨티나 선수단의 네임벨류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지만, 그렇다고 불평이 나올 정도로 떨어지는 것도 아니기에 좋은 승부가 될터.
모처럼 관중석에서 지켜볼 수 있겠다, 이번에 제대로 한국의 허실을 관찰해보자는 마인드로 진지하게 경기에 집중하고 있으려니—
“아~ 라우로 선수의 드리블에 측면이 뚫리고 맙니다. 이어진 컷백이 비어있는 하프 스페이스로 침투하던 마르코의 발에 정확히 걸리며 전반 8분만에 선제골을 내주는 대한민국.”
이거 생각보다…
“리카르도의 크로스! 세바스티안 룰리의 헤딩!! 아… 전반 10분, 실점 이후 2분만에 추가골을 허용하는 대한민국. 선수들 오늘 많이 흔들리는데요.”
훨씬…
“하비에르 파비오의 엄청난 중거리슛팅이 또다시 골문을 흔듭니다. 아아… 대한민국 전반에 벌써 3번째 실점이에요.”
좆된 것 같은데.
‘돌겠구만.’
전반이 끝나기도 전에 3번째 실점을 당하며 허탈한 표정으로 주저앉거나 하늘을 올려다보는 선수단의 모습에 한숨을 삼킬 수 없었다.
얼굴을 쓸어내리며 탄식하는데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서 보니 전광판 가득 떠오르는 내 모습.
애써 표정 관리를 하고 있으려니 그라운드에서부터 쩌렁쩌렁 울리는 노호성이 관중석까지 들려온다.
“정신차려!! 장난해!? 일어나! 일어나서 정신잡고 뛰어 새끼들아!!”
멘붕이 온 선수들을 잡고 흔드는 윤혁 선배의 기백에 지켜보는 내가 다 오금이 찔끔한다.
오우, 윤혁 선배 화나니 존나 무섭네.
…희연 누나가 내 부인‘들’중 하나가 될거라 말하면 얻어터지려나.
『홍민준 없는 한국, 아르헨티나에 4:1 대패』
『전반에만 3실점! 어려진 수비진, 경험 부족을 노출하며 자멸』
『대표팀에 드리워진 에이스의 그늘, 홍민준의 영향력을 깨닫다』
『박기영호, 이대로 괜찮은가? 베테랑 선수들의 부족이 불러온 대참사!』
감독님의 부름을 받아 다시금 감독실에 방문했다.
아마 다음 경기인 칠레전 출전을 요청할터.
‘2경기 결장을 생각했는데… 이럼 뭐 어쩔 수 없지.’
발려도 이렇게 발리냐.
덕분에 원래의 계획인 ‘작은 홍민준의 소듕함’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 아니아니, 그게 아니지. 선수단의 방심과 자만심을 날렸으니 개꿀—
“미안한 말이지만 자네, 다음 경기도 관중석에서 봐야겠어.”
“개꿀… 예?”
예상못한 발언에 얼떨떨하게 감독님을 바라보자,
“이제야 문제점을 알았거든. 자네도 관중석에서 찾아보라고. 자네의 전술적 안목이라면 기대해도 되겠지?”
그렇게 아르헨티나전에 이어 칠레전마저 관중석에서 지켜보게 되었다.
감독님의 의미심장한 말이 뭘 의미하는걸까.
전술적 안목을 기대해?
사람에겐 말뿐만 아니라 비언어적 표현이 존재한다.
뉘앙스, 분위기, 표정, 몸짓… 단순히 ‘말’로만 전해지지 않는 의도. 속내.
그런 의미에서 감독님의 말은— 마치 시험하는 듯한… 생각에 잠겨있던 사이 시작된 경기.
아르헨티전 이후 이를 갈고 나온 영향일까.
전술적으론 크게 바뀐 것 같지 않은데 칠레를 상대로 선제골을 기록했다.
아무래도 아르헨티나보다 전력이 떨어지는 칠레이기에 이전 경기처럼은 발리지 않을거란 믿음이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칠레가 만만한 상대도 아니고.
새삼 관중석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니 깨닫는다.
‘경기력이 훨씬 좋아. 상대가 약해진 영향도 있겠고, 지난번 대패로 의욕적인 영향도 있겠지만… 뭔가 다른…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이렇게 뛰었다면 그리 일방적으로 당하진 않았을텐데….’
머릿속이 간질간질한게 뭔가 떠오를 듯 말 듯 애를 태운다.
아 씨바 진짜 신경쓰이네.
뭐지? 뭘까?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포인트를 좀 투자하고 경기를 관찰하다가 깨달았다.
‘아. 그런가. 그런거였나.’
감독님의 의도가 무엇인지.
대표팀의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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