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308)
308
A매치 일정이 끝난 후, 감독님은 실망스러운 결과에 대해—
“월드컵전에 팀의 허실을 파악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 이번 2연전을 바탕으로 단단한 팀을 만들어 나갈 것.”
라는 인터뷰를 했다가 된통 욕만 먹었다.
뭐… 온라인에서 죽일놈이니 살릴놈이니 갑론을박이 일어나는 건 차후 문제고.
“감독님. 홍민준입니다.”
“들어와.”
어째 며칠전에도 이런 장면이 있었던 것 같은 기시감을 느끼며 감독실로 들어서자 큼직한 테이블 앞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던 감독님이 손짓한다.
“앉아, 앉아.”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지만 최근 여론의 비난을 의식하지 않을 순 없는지 눈밑이 시꺼멓게 변한 감독님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 대답은?”
“처음엔 저 자신을 기준으로 평가했습니다.”
“흐음?”
눈두덩이를 문지르던 감독님이 빨갛게 출혈된 눈을 치켜뜬다.
“제가 없는 대표팀의 모습을 보다보니 알겠더군요. 제 존재감이 얼마나 큰지.”
축구는 11명의 선수가 함께하는 팀 스포츠이지만 동시에 에이스의 중요성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스포츠다.
게다가 내가 그냥 에이스인가?
발롱도르 위너라는 건 둘째치고라도 세계적인 테크니션이자 드리블러이며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는 스피드스타이고 어마어마한 결정력을 자랑하는 골잡이다.
돌파력 좋은데다 빠르고, 결정력도 좋은 선수가 상대팀에 있다?
일단 라인을 올리는것부터 부담스러운데다 기술이 좋고 결정력이 뛰어나니 공을 잡지 못하게 괴롭혀야 하지 않나.
당연히 상대팀의 견제는 나에게 집중될 수 밖에 없고, 상대의 견제가 한 명에게 쏠리면 팀 전체적으로는 플레이하기 훨씬 수월해지기 마련.
동시에 견제받는 그 한 명이 외려 압박을 뚫어낸다면?
진짜 축구할 맛 나는거지.
그렇게 편하게 축구를 해오길 4년.
1,2년도 아니고 4년 간 내 존재감으로 말미암아 편하게 축구를 하던 선수들 입장에서 갑작스레 에이스가 사라지니 얼마나 적응이 안 될까.
상대의 압박은 더욱 거센데 공만 밀어주면 언제나 무언갈 만들어주던 믿을맨도 없으니 어찌할바 모르고 우왕좌왕.
“한마디로 에이스가 없을때의 민낯이 드러났다?”
“그렇죠. 그래서 제가 이걸 말하면 한동안 출전시키지 않을거란 말을 예상했습니다. 처음에는.”
“처음에는? 그럼 지금은?”
흥미롭다는 듯 턱을 쓰는 감독님.
“근데 곰곰히 생각하니 전제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애초에 에이스가 있는데 왜 에이스 없을때를 가정하나 싶었죠.”
“본론만.”
아마 감독님의 의도는 이런거겠지.
내 전술적 안목에 따라 역할을 달리하는 것.
이를테면 만족스러운 대답을 한다면 한국 축구의 고질적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2선 중앙이나 최전방 공격수의 바로 뒤에서 플레이하길 원하시는거죠?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역할이요.”
“흐음. 왜 그렇게 생각하지?”
기회를 창출해내는 역할을 맡기려는거겠지.
세계화에 가장 성공한 스포츠인 축구에 무슨 그리 큰 차이가 있냐고 한다면 단호히 말할 수 있다. 차이가 크다고.
예로부터 한국 축구는 헌신적이고, 조직적이고, 전술적 지시에 잘 따르는 장점이 있었다. 사실 한국만이 아닌 동아시아의 특징…이라기엔 중국은 제외한 특징이지만.
반면 고질적인 문제로는 탈압박 능력의 미흡이나 1:1 상황에서의 돌파력 부족, 결정적 패스 시도 부족이 있다.
이른바 압박이 심한 위험지역에서 결정적 찬스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
왜, 국가대표 경기를 보다보면 ‘상대가 뒤에만 붙으면 돌아서질 못하고 백패스만 하네’, ‘저기서 드리블 돌파 좀 하지’, ‘결정적인 패스를 못하네’같은 말이 레파토리 아니던가.
한마디로 리스크 있는 플레이에 대한 회피 성향이 짙다는 것.
이는 단순히 도전적으로 돌파해라, 모험적인 패스를해라 같은 지시만으로 바뀌지 않는다.
결정적인 플레이는 순간순간의 번뜩임, 아주 짧은 찰나의 선택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이는 결국 몸에 익은 플레이에 기반하는바, 유소년 시절부터 익숙해지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 것.
더욱 문제는, 그런 플레이는 실력이 부족하면 리스크만 짊어진다는거다.
유소년부터 그런 문화를 만든다? 말은 쉽지 경기 내내 헛짓거리하며 팀 플레이를 망치는 선수를 누가 용납할까.
유소년이고 한국 축구 문화건 다 떠나서, 결국 한국에서 이러한 ‘리스키한 플레이’를 감당할 수 있는 선수가 얼마나 될까?
“무엇보다 결정력! 위기의 순간, 팀이 필요로 할 때 한 건 해주는 클리치 능력! 이건 오직—”
나, 홍민준뿐이라는거다.
“으허! 이런 발칙한 녀석. 한국에 너밖에 없다고?”
“당연하죠. 저 홍민준입니다, 감독님.”
“으허! 으허허허.”
감독님의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그래, 이정도 배짱이 있어야 아시아 최초 발롱도르 수상자지. 자네가 없었다면 내 목표는 8강이었을거야. 16강 정도야 자네 없이도 가능하지. 약간의 운만 따라준다면. 그리고 많은 운이 따라준다면 8강도 노려봄직하고.”
감독님의 호언은 오만이 아니다.
내 등장 이후 얼마나 많은 한국 선수들이 유럽에 진출했던가.
한국 선수에 대한 평가가 높아지며 젊고 유망한데다 몸값도 저렴한 한국 선수에 대한 인기가 폭발했고, 덕분에 많은 유망주가 유럽 리그 문을 두드릴 수 있었다.
물론 모두가 성공할 순 없었다.
굳이 따지면 실패가 더 많았지.
하지만 성공적으로 유럽에 안착한 선수들이 등장하기 시작하고, 이제는 꽤 많은 선수가 유럽 무대를 누비고 있었다.
도르트문트 듀오가 된 윤혁 선배나 설요한 선배, 세리에A 토리노의 최길석 선배 같이 스탭업 한 베테랑 혹은 중견 선수를 비롯해 피오렌티나의 차명근이나 레알 베티스의 김기수, 마르세유의 오세현 같은 신진 선수까지.
지금의 한국은 더 이상 약팀이 아니다.
세계 유수의 강팀이 모이는 월드컵에서 강팀 반열에 올리기엔 부족해도 16강 진출을 무리라고 하기엔 충분히 강한 전력의 선수단.
감독의 역량과 약간의 운만 따라준다면 한국의 16강은 결코 꿈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 목표는 8강 이상이야. 4강… 어쩌면 결승까지. 이는 자네가 없으면 불가능한 목표지. 소속팀에 복귀하면 몸관리에 신경쓰게. 코치를 시켜서 자네의 역할과 팀의 전체적인 전술에 대한 자료를 보낼테니 꾸준히 읽으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이미지 트레이닝?”
“알다시피 대표팀은 발을 맞출 수 있는 기간이 적어. 이미지 트레이닝이 더욱 중요한 이유지. 자네뿐만 아니라 대표팀 모든 선수에게 자료를 보낼테지만, 자네를 비롯한 핵심 선수들의 적응이 관건이야. 우리 같이 우승 한 번 해보자고.”
“우승이라. 좋군요. 하지만 그전에… 먼저 에이스의 역할이 필요할 것 같네요.”
“에이스의 역할?”
눈을 꿈뻑거리는 감독님에게 방금의 일을 말해주니 한숨을 내쉬며 얼굴을 쓸어내린다.
“그런 일이 있었군. 경기가 끝난 직후엔 덤덤해 보였는데… 쯧. 내 실책이야.”
“걱정마시죠. 제가 대표팀 에이스답게 선수들을 이끌겠습니다. 감독님은 부임 후 어린 선수를 대거 발탁하셨죠? 그리고 저에게 선수들 경기력을 확인해보라 하셨고. 그땐 몰랐는데… 이젠 알 것 같습니다. 대표팀 막내들과 고참을 잇는 가교가 되란 뜻이었음을.”
“어엉?”
훗, 모른척하시긴.
눈을 끔뻑거리는 감독님에게 시크하게 웃어주었다.
“괜찮습니다 감독님. 전 다 아니까요. 어린 선수들이 대표팀에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고, 성장할 수 있게 조언해주라는 감독님의 뜻… 바로 제게 대표팀의 차기 주장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한다는 것을요.”
속내를 들킨 탓일까.
잠시 말을 잊은 감독님은,
“허… 그래, 이거였군. 건성 선배가 말한게 이거였어.”
건성 선배?
나건성 감독님?
호진대 시절 은사… 인지는 좀 아리송하지만, 어쨌든 호진대 시절 함께했던 나건성 감독님이 여기서 왜 나와?
* * *
소속팀에 복귀한 후 몇 경기 치루고나니 대표팀 코치님이 두터운 자료뭉치를 보내왔다.
월드컵을 대비한 대표팀의 전술적 방향성이란 제목을 시작으로 수비 라인, 압박 위치, 방향, 의도, 공격시 움직임… 그야말로 책 한 권 분량의 종이더미.
‘…포인트 더 써야하나.’
보는것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자료집을 열심히 보고 있을 때,
“민준! 빨리타!”
루크의 재촉에 주섬주섬 종이뭉치를 접어 넣으며 구단 버스에 올랐다.
버스가 도착한 곳은 뉴캐슬 국제공항.
“쇼핑할 시간없으니 다들 자리에 앉아. 도착하면 곧바로 회복 훈련에 들어갈거야. 컨디션에 문제는 녀석없지?”
“발가락이 아픈데요, 조지!”
“그래서 경기 뛰기 싫어? 챔피언스 리그 16강인데?”
“갑자기 괜찮아진 것 같아요!”
으하하, 웃음이 터진다.
비행기의 목적지는 뉴캐슬의 16강 상대가 있는 곳, 스페인.
바로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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