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31)
31
축구에는 기세란 것이 있다.
눈에 보이지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도 없지만 경기를 뛰다보면 자연스레 느끼게되는 무형의 기운.
비단 선수가 아니라도 누구나 느낄 수 있다.
단적으로 게임만해도 우리팀이 유리한지 불리한지 감각적으로 느껴지지 않는가. 그것의 정확도가 얼마냐는 건 부차적이고, 그러한 기세 혹은 흐름이라는 건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육감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런 육감은 불길할수록 잘 들어맞는 법이었다.
‘아 씨바. 이거 분위기 존나 쌔한데.’
경기의 재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고, 우리팀 중앙 공격수 4학년 나진호 선배가 가볍게 공을 밀어준다.
건네받은 공을 다시 수비 진영을 향해 패스하고 천천히 내가 위치해야 할 자리, 좌측 측면으로 향하며 그라운드를 살폈다.
이번 시즌 우리팀이 선취골을 먹힌 건 처음이다.
그간 압도적을 상대팀을 찍어누르며 승승장구해온데다 내가 합류하기 전의 우리팀은 승리나 패배보다 무승부가 압도적으로 많은 팀.
축구 리그에서 승패보다 무승부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건, 그 무승부가 0:0일 경우가 많다는거다. 1:1이나 2:2 혹은 그 이상의 점수로 무승부를 거둘 경우보단 0:0으로 끝날 경우가 많은 것이 축구니까.
당연히 이런 기형적인 성적의 바탕은 탄탄한 수비력이 필수다.
상식적으로 무승부만 많은 공격력 븅신인 팀을 만나면 어떻게 나오겠는가? 백이면 백 공격적으로 나오지. 그런 상황에서도 무승부를 이루어냈다는 건 그만큼 수비적으로 단단하다는 말이다.
즉, 우리팀은 예전부터 어지간해선 실점하지 않기로 유명한 실리축구—정확히는 졸음을 유발하는 안티풋볼이지만—를 펼쳐왔다는 거다.
그리고 그 중심은 바로 감독님이 2학년때부터 주전으로 발탁해 키워온, 이제는 감독님과 3년째 호흡을 맞추는 우리팀 주장 4학년 고지식 선배였고.
승승장구해오던 와중 주장이자 핵심 선수의 부상 이탈.
그리고 아니나다를까 경기 시작 직후 수비진 실수로 먹힌 선취골.
분위기가 좋으면 그게 이상한거다.
당연히 경기가 재시작된 이후로도 우리팀은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명확히 설명할 순 없지만 어쩐지 정돈되지 못 한 듯 보이는 수비라인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차분히 공을 돌리던 중,
“레프리! 옵싸! 옵싸잖아!!”
또 한 번 사고가 터졌다.
재경기 시작 후 5분 가량이 지난 전반 10여 분.
선취골을 기록한 지학대는 처음 시작했던 모습 그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골을 넣었다고 수비적으로 움츠리거나, 그렇다고 들떠서 공격적으로 나오는 것이 아닌 처음 시작하던 그대로 딱 전술적 밸런스를 맞춘 모습.
전형적인 4-4-2 전술을 들고 나온 지학대의 두 공격수는 빅앤스몰 구성으로 단조로운 공격을 이어오고 있었는데, 이번에도 뒤에서부터 슬슬 공을 돌리면서 우리팀을 끌어들이곤,
뻥!
수비라인이 살짝 높아졌다 싶으니 대뜸 롱볼을 내질렀다.
상대 ‘빅’ 공격수가 낙하 지점을 선점하기 위해 득달같이 달리지만 예상못한 전술도 아니고, 뻔하디 뻔한 전술적 움직임에 우리팀 수비진 역시 뻔한 대응을 했다.
라인을 끌어올려 옵사이드 라인에 갇히게 만드는 것.
잘 조직된 수비 조직력을 갖춘 팀이라면 무리하게 헤딩 경합을 해서 괜한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었다.
상대팀 공격이 예상치 못한 창의적인 공격도 아니고 뻔히 보이는 패턴인데 괜히 경합하다 파울이 불리거나 경합 실패로 세컨 볼을 놓치면 그게 더 문제니까.
상정하고 있던 상황답게 잘 조직된 우리팀 수비진은 일사분란하게 두어 걸음 앞으로 나오며 라인을 올렸고, 그로인해 우리팀 최종 수비수보다 앞서 있던 공격수는 공을 받으면 옵사이드에 걸리는 상황— 이어야 하는데 아뿔싸.
멘탈이 터져있던 오상태 선배가 한 박자 느리게 반응하고 말았다.
거의 동일선상에 겹쳐 공을 잡은 상대팀 공격수는 라인을 올리느라 뒤쳐진 우리팀 수비진의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골키퍼와 1:1 찬스, 그것도 거의 정면에서 오픈 찬스를 잡았고 여유있게 골망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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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리!! 옵사잖아!! VAR확인해봐!!”
감독님이 길길이 날뛰었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미세하게 온사이드라는 것이 판명되며 스코어는 2:0.
재시작 5분만에 다시 중앙선에서 경기 시작을 기다리게 되었다.
‘아 씨바. 이거 큰일났네.’
이대로 손놓고 있다간 진짜 개처럼 패배할 것 같은 기분 나쁜 예감이 든다.
‘안 되겠다. 역시 나밖에 해결할 사람이 없어.’
우리팀이 공격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날 제외하곤 딱히 개인 기량이 두드러지는 선수도 없다.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건 결국 나밖에 없다.
하긴. 처음부터 내가 다하긴 했어.
애초에 우리팀 공격은 전적으로 나한테 달려있지 않았던가.
좀 힘들겠지만…
“선배! 이제부터 저한테 공 몰아주세요!”
“뭐? 얼마나?”
“그냥 공격시에 전부다요.”
“야! 그게 말이 되냐? 니가 무슨 메시야?”
“그럼 이 상황에서 어쩌겠어요. 제가 뚫어볼게요.”
“하….”
황당하게 쳐다보던 선배들도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 재개된 경기에서 나는 일방적이다 싶을 정도로 공을 몰아받게 되었다.
‘왼쪽!’
그리고 연이어 이루어진 돌파.
‘뚫었— 위험!’
한 명을 뚫으니, 곧장 뒤에 있던 선수가 달려들고.
그마저 뚫으면 또 다른 선수가 달려든다.
“씨발!”
아무리 내 개인 능력이 좋아도 결국 축구는 팀스포츠.
혼자 3~4명씩 돌파하는 건 무리… 아니, 상황이 받춰줘야 가능하다.
좁은 공간에 상대팀이 2~3명이 몰려있는데 그걸 어떻게 뚫어.
남은 30여 분, 무려 10번이 넘는 드리블 돌파를 시도해서 다 실패했다.
“야 이새꺄! 정신 안차려! 경기 뛰기 싫으면 말로해 이새끼야!!”
“…죄송합니다.”
전반이 끝난 라커룸.
멘탈이 산산조각 난 오상태 선배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떨궜다.
내 무리한 드리블 돌파는 만회골 넣는데에는 실패했지만 시도했다하면 1~2명은 뚫어내는 돌파력에 놀란 상대팀에서 수비적으로 나온 덕분에 다행히 추가 실점은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라고 할만큼 상대팀의 허접한 공격에도 위험했던 순간이 있을만큼 오상태 선배의 플레이는 정상이 아니었다.
잔뜩 위축되서 제대로 클리어링도, 견제도, 압박도 못하는 것이 차라리 아마추어를 세워놔도 이보다 낫겠단 생각이 들 정도로.
한참을 오상태 선배를 타박하던 감독님도 창백하게 질린 안색으로 손까지 벌벌떠는 모습을 보았는지 아차 한 표정으로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상태야.”
“네, 네, 감독님.”
“이번 시즌 첫 선발이라 몸이 안 올라온 거 안다. 실수? 할 수 있지. 누구든 실수는 할 수 있어. 그러니까 새꺄, 좀 자신있게 해. 똑같은 실수를 해도 자신있게 플레이하다 나오는거랑 쫄아서 나오는거랑은 다르잖아.”
“네, 네….”
“새꺄! 어깨 펴! 뭐 죄지었어?”
짓긴 했지.
그 정도면 죄라고 해도 할 말 없다.
“경기장에서 바지 벗고 똥지려도 교체 안 한다. 그러니까 자신감있게 뛰어. 알겠냐?”
감독님의 말에 그제야 고개를 든 오상태 선배를 팀원들이 툭툭 쳐준다.
아무리 짜증나고 하고픈 말이 많아도 선수 입장에서 누구나 최악의 경기력을 보였던 경험이 있으니까.
“그리고 홍민준이.”
“네 감독님.”
“너 메시냐?”
“네?”
“음바페야?”
갑자기 무슨 소린가 멀뚱히 쳐다보는데 감독님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버럭 외친다.
“이새끼야 니가 뭔데 전술도 무시하고 멋대로 움직여!!”
“…네? 저는 그냥 어떻게든 상황을 풀어나가려고…”
“야이새꺄!! 그게 니 혼자 잘났다고 꼬라박는거야!”
솔직히 억울했다.
그럼 그 상황에서 어떻게해야 했나.
불안한 수비진과 변변찮은 공격진.
오직 나에게만 의존하는 단조로운 공격전술에서, 결국 내가 할 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 아닌가.
내 억울한 표정을 본 감독님이 비실비실 웃는다.
“마! 그 잘난 발재간도 선배들이 백업을 해주니까 통하는거라고 임마. 내가 말했지. 넌 빡대가리라 시키는거만 하라고. 니 활약하게 해준다고 선배들이 얼마나 희생하고 있는지 알기나 하냐? 응? 니 잘났다고 날뛰지만 말고, 전술적 안목을 키우거나 그것도 못하겠으면 닥치고 하라는대로 하라고 임마. 왜 꼬아?”
“…아닙니다.”
“아니긴 존나 꼬운 것 같은데. 근데 니 꼬운 건 꼬운거고 선배들 꼬운 건 꼬운 게 아니냐?”
뜬금없는 말에 눈만 깜박이고 있으니 감독님이 턱짓한다.
“너 하나 돋보이자고 희생하는 역할 떠맡은 선배들은 안 꼬았겠냐고. 새꺄, 지금까지 경기에서 니 드리블 쳤다하면 다 뚫은게 니 혼자 잘나서 그랬겠냐. 그랬으면 유럽에서 뛰고있겠지. 다 니 공간만들어준다고 선배들이 좆빠지게 뛰는거야. 알겠어?”
“…네.”
“그러니까 너 혼자 날뛰지말고. 선배들도 믿고 플레이해. 뭔 말인지 알겠어?”
“아뇨. 모르겠는데요.”
이새끼가 반항하나 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던 감독님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빡대가리라 설명해줘야 아는구나.”
“…저 빡대가리 아닙니다.”
“새꺄 너 빡대가리 맞아. 그러니까 지금부터 하는 설명 다 들어라.”
아 씨.
감독님이 전술판을 세팅하는 사이, 날보며 입술을 벙긋벙긋하며 웃는 선배들이 얄미웠다. 빡대가리 아니라니까.
* * *
“아~ 여러분 경기가 너무 일방적이네요.”
셀카봉을 들고 그라운드를 찍던 여자가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다.
“대학 리그에 괴물 유망주가 나타났다고해서 여기까지 내려왔는데 좀 아쉬워요. 그래도 확실히 1~2명은 제치는 개인기가 탁월해보이긴 하죠? 앗, 후반전 시작되나 봐요! 그럼 후반전도 풋볼인러브와 함께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