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311)
311
오늘 승리를 확신한 건 경기가 시작하기도 전, 몸을 풀면서부터였다.
어째 레알 구멍 3인방의 스트레칭하는 모습부터가 쌔하더라니까.
몇 몇 고인물들은 경기를 준비하는 선수의 모습만봐도 컨디션을 짐작할 수 있다고 한다.
스트레칭하는 모습, 볼을 컨트롤하는 모습, 트래핑하는 모습 등을 통해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나.
오랜 경륜의 노련한 감독이나 특출난 눈썰미의 코치나 탁월한 분석력의 스카우터나 분석가 같은 이들 말이다.
물론 같은 선수로서 옆에서 지켜보다보면 대략 느낌이 오는 경우도 있다.
아~ 오늘 얘가 컨디션이 빨딱 섰구나, 이새끼 이거 쌔한데 같은.
나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몸푸는 모습만 봐도 오늘 어떤 경기력일지 딱 감이 오는 경지에 이르렀으니… 그야말로 축구 도사랄까.
농담이 아니라 진짜다.
대체 무슨 스탯의 영향인지 아리송하지만 진짜로 선수가 몸푸는 것만 봐도 딱 감이 온다.
그런 의미에서 레알의 구멍 3인방이 몸 푸는 모습에서 오늘 경기 승리를 확신했고, 로버트 거너와 미트로비치를 포함해 4명을 제치고 선제골을 기록했을 때 승리는 확고해졌다.
남은 건 이번 1차전, 레알을 상대로 과연 몇 골이나 넣을 수 있냐는 것 뿐.
그리고 전반이 끝나기도 전에 헤트트릭을 기록, 어쩐지 바르셀로나 참사가 새록새록 떠오를 무렵.
“엥? 교체? 벌써 교체라고?”
로버트 거너를 향하는 패스를 중간 차단, 압박해오는 로버트 거너를 간단히 벗겨내고 그대로 슛팅으로 연결하며 멋드러진 중거리슛으로 헤트트릭을 달성하는 3번째 골을 넣고 오연한 세레머니를 하던 중이었다.
어째 레알 마드리드쪽 벤치가 부산하더라니 선심이 교체 사인을 보낸다.
전반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교체라고? 진짜?
조끼를 벗고 라인 앞에 대기중인 선수가 2명인걸로 보아하니 2명이나 교체하는 모양인데… 이거 참. 아무리 상황이 안 좋아도 그렇지 감독이 극약처방을 내렸는걸.
앵간치 똥을 싸도 전반전 45분은 다 뛰고 교체하기 마련이다.
물론 일반적일 뿐 절대적인 건 아니지만… 고작 30여분 뛰고 교체당한다?
선수 입장에서 굴욕도 이런 굴욕이 없겠지.
전술적으로 어떤 변화를 주든 더 이상 볼것없다는 뜻 아닌가. 경기력에서 어떤 희망도 찾아 볼 수 없는 정도가 아니고서야 이렇게 이른 교체는 없을터.
근데 솔직히 그럴만하긴해.
날 막아야 할 두 사람이 제대로 견제를 못하는 바람에 3골이나 내주지 않았나.
아무리 관대한 감독이라도 이쯤되면 더 한 참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무언가 조치를 취했겠지. 그것이 징벌적 교체라는 건 꽤 과격하지만.
하지만 레알 감독이 착각하는게 있다.
로버트 거너와 미트로비치의 상태가 메롱인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다른 선수가 날 막을 수 있는게 아닌데말야.’
과연 선수가 달라진다고 날 막을 수 있을까?
아닐텐데.
내 생각이야 어찌됐건 이미 내려진 교체 사인을 되돌릴 순 없는 법.
선심이 번쩍 치켜든 작은 전광판에 뜬 백넘버를 알리는 숫자에 호드리구의 표정이 멍해진다.
‘나라고? 정말? 나? 나 맞아?’하는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손가락으로 자기 얼굴을 가리키기까지.
호르헤 가르시아와 더불어 스페인 황금세대를 이끈 주축 3인방이자 레알 마드리드의 돌격대장이던 녀석답게 지금의 처지가 믿기지 않는 모양.
반면 이어서 전광판에 뜬 백넘버를 본 주장 로버트 거너는 담담한 얼굴로 주장 완장을 끌러내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으로 만들어놓고 나가서 미안하다.”
노란색 주장 완정을 부주장인 가비 틸레망스에게 직접 채워주며 덤덤한 사과를 마친 로버트 거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현실부정 중인 호드리구를 반쯤 잡아끌며 라인으로 향했다.
들어오는 선수들도 표정이 영 좋지 못한 건 마찬가지.
평소 사이가 어떻든 같은 선수 입장에서, 그것도 주장이 질책성 교체를 당하는데 좋아하는 것도 이상하지.
자신을 대신해 경기에 들어오는 선수와 손을 마주치고 터벅터벅 벤치로 걸어가는 로버트 거너 뒷모습에서 묘한 느낌이 왔다.
‘은퇴하겠군, 저 양반.’
자랑은 아니지만 몇 몇 감독과 선수를 은퇴시키며 ‘노후설계사’니 ‘양로원매니저’니 하는 이명을 얻은 내 감각으로 볼 때 저 양반, 백프로 은퇴각이다.
이거 참… 악명에 박차를 가하겠구만.
악명이든 뭐든 어찌됐건 전반만에 3골이나 내준 레알 마드리드의 악몽 같은 경기력이 교체만으로 극적으로 달라지진 않을터. 반쯤 승리를 확신하던 그때.
“…어라?”
뭔가 분위기가 변했다?
* * *
호르헤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천천히 호흡을 내뱉었다.
턱끝까지 차올랐던 숨이 찬 공기와 만나 하얗게 뿜어지는 걸 보며 다시금 그라운드로 향하는 시야에 주장 로버트 거너가 들어온다.
‘부주장.’
호르헤가 처음 레알에 입단했을때부터 작년까지 레알의 부주장으로 누구보다 든든한 조력자였던 선수의 초라한 뒷모습.
전임 주장 알렉스 틸리앙의 반 강제적인 은퇴 이후 모든 부담을 짊어졌던 거인의 초라한 뒷모습에 호르헤는 이를 악물었다.
‘빌어먹을 구단. 뭐가 유럽의 왕이고, 뭐가 최고의 구단이냐. 레전드 대우도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서.’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임 주장 알렉스 틸리앙의 은퇴에는 구단의 강요 아닌 강요가 있었다.
세계 최고의 센터백이자 레알 마드리드의 주장으로 오랫동안 활약해온 알렉스 틸리앙은 그 명성만큼이나 연봉도 막대하여 팀 내 1~2위를 다툴 정도였는데 구단은 이를 아까워했다.
정확히는 구단 보드진이.
30대 후반에 다다른 노쇠한 나이.
시즌 아웃에 이르는 부상.
구단 내 자체적인 검사에서 꾸준히 신체 능력이 떨어짐을 알려왔는데, 그 나이에 이런 부상을 당하고 복귀했을 때 얼마나 폼을 유지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
보드진은 기량이 의심되는 늙은 선수에게 팀 내 최고 수준에 이르는 막대한 연봉을 지출하기보단 젊고 유망하며 훨씬 몸값이 싼 선수를 원했다.
마침 계약 기간도 끝나가니, 보드진은 알렉스 틸리앙에게 계약 연장을 위해선 연봉의 대대적인 삭감이 우선이라고 통보하기에 이르렀다.
무려 50%가 넘는 연봉 삭감이었음에도 알렉스 틸리앙은 다시 한 번 그라운드 복귀를 원했고, 그렇기에 최선을 다해 재활에 매달렸지만—
연봉 총액을 줄이기 위한 구단 보드진의 목표가 자신에서 로버트 거너에게 향하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알렉스 틸리앙은 은퇴를 결정했다.
주장직을 이어받은 로버트 거너는 뒤늦게 이를 알게 되었고, 몸이 부서져라 노력하였으나 한 번 무너진 육체는 의지만으로 회복할 수 없었으니.
“스벤, 다코남, 알렉스.”
뉴캐슬의 골 이후 이루어진 교체.
경기 재시작을 위해 각자의 진영에 자리를 잡으러 움직일 때, 호르헤는 동료들을 불러모았다.
“오늘만큼은 꼭 이기고 싶어. 도와줘.”
평소의 유쾌한 호르헤를 알고있는 동료들은 충혈된 눈으로 이를 악 문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살짝 어려운 상황이지만… 까짓거, 해보지 뭐.”
“우리 에이스가 부탁하는데 들어줄 수 밖에 없구만.”
“홍인지 흥인지 저새끼 까불거리는거 꼴보기 싫었는데 잘됐네. 박살내주자고.”
경기 재개를 앞두고 점점 기세가 끓어오르는 동료들을 보며 호르헤를 주먹을 꽉 쥐었다.
‘이긴다. 반드시.’
* * *
전반 41분.
전반전도 어느덧 40분이 넘게 흘러 남은 시간보다 끝날 시간에 가까워졌을 즈음.
시종일관 뉴캐슬의 주도하에 이루어지던 경기 양상에 미묘한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극명한 변화라면 역시 호르헤 가르시아의 움직임.
교체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만해도 고장난 ‘돌격대장’ 호드리구를 대신하여 전방으로 볼을 운반하는 역할을 맡았고, 고장난 ‘마에스트로’ 로버트 거너를 대신하여 볼 배급을 맡았으며, 역시나 고장난 ‘에너자이저’ 미트로비치를 대신하여 중원 경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야 했다.
심지어 시종일관 홍민준에 휘둘리느라 측면을 텅텅 비운 측면 수비수를 대신해 측면 수비까지 맡아야 했으니.
제 아무리 메시 이후 유일무이 한 발롱도르 3연패의 주인공이라는 호르헤 가르시아라지만 1선, 2선, 3선에 수비까지 하는 건 무리일 수 밖에 없었다.
실력이 얼마나 뛰어나든 사람의 체력엔 한계가 있는 법이고, 공격 진영부터 아군 진영까지 수시로 넘나들다보면 철강왕도 퍼지는 법.
하물며 치열한 중원 다툼에 참가하고 볼 배급 또한 떠맡은 호르헤 가르시아의 막중함을 고려하면 체력을 떠나 절대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이 되어버린다.
발롱도르 3연패의 선수든 상태창을 지닌 선수든 어쨌든 몸은 하나 뿐이니까.
혹여나 분신술을 익힌다면 모를까.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과연 유럽 최고를 자부하는 축구팀다운 스쿼드를 자랑했다.
아무리 영입생이 만족스럽지 못하고, 아무리 손발을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었다지만 벌써 시즌 중반도 지나 후반으로 가는 시점.
레알이 영입할 급의 선수라면 기본적인 실력은 있는 법이고, 손발이 맞지 않는 것도 시즌 후반 즈음 되면 얼추 비슷하게나마 맞춰지기 마련.
새로 투입된 2명은— 여전히 홍민준을 상대로 맥을 못추며 레알 팬의 머리를 쥐어뜯게 만들었지만 단 하나, 호르헤 가르시아가 ‘공격’에 집중할 수 있게는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고오오오올~~ 고고고고골~!! 블랑코스의 자랑, 3연속 발롱도르 수상자 호르헤 가르시아가 팀을 위기에서 구해냅니다!!”
전반전 정규 시간의 끝을 얼마 남지기 않았을 때, 드디어 ‘레알 마드리드, 그 이상은 없네Hala Madrid y nada más’의 후렴구가 흘러나왔다. 경기장이 흔들릴 정도의 어마어마한 콜네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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