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313)
313
어느 스포츠건 ‘프로’란 딱지를 달기 위해선 재능과 노력은 물론이고 승부욕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 당연하게도 프로 선수라면 승부욕이 남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승리했느냐 패배했느냐에 따라 경기 후 분위기가 극과 극을 오가기 마련이고, 승리 후의 분위기는 화창 그 자체가 당연한 노릇.
챔피언스 리그 16강이란 큰 무대에서 아무리 부진해도 그 레알 마드리드를 격파하고 돌아가는 길,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뉴캐슬 선수단은 목소리 높여 응원가를 부르고 있었다.
“I’m coming home~ Newcastle”
‘Coming home Newcastle’이란 컨트리 형식의 곡으로 따라부르기엔 썩 좋다고 할 수 없지만… 뭐, 워낙 분위기가 열광적이다보니 그럭저럭 들어줄만하다.
“헤이, 민준! 이렇게 좋은날에 왜 울상이야!”
순박한 얼굴과는 달리 갸냘픈 여자의 허벅지 두께는 될법한 흉악한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바락바락 노래인지 워크라이인지 모를 괴성을 질러대던 루크가 눈을 껌뻑인다.
“뭐… 딱히. 별 건 아냐.”
스마트폰 액정 너머 ‘호르헤 가르시아’ 기사로 가득 한 스포츠 뉴스를 넘기며 시큰둥하게 대답하니,
“뭘 보고 그래? 기사? 그러고보니 벌써 기사 떴겠네. 다 호르헤 기사네? 아하, 네 기사가 없어서 서운해서 그렇구나?”
이 곰탱이 새끼… 누굴 그런 속 좁은 놈으로 아나.
“괜찮아 민준. 호르헤 기사로 덮였다고 네 활약이 묻힌 건 아니니까. 2차전에서 더 활약해서 호르헤를 눌러주자고! 난 민준 믿어!”
아니야.
헤드라인이 죄 호르헤 가르시아로 뒤덮여서 이런 게 아니란 말이야!
결코 내 인터뷰가 묻혀서 그런 게 절대, 절대 아니라고!!
“…한국에선 내 인터뷰 밖에 없으니까 괜찮아.”
“그래그래.”
흐뭇하게 웃는 곰탱이 새끼를 외면하며 초록창으로 건너가니 대문짝하게 뜬 헤드라인이 반긴다.
『속보! 홍민준, UAE 특별귀화 심사 중!?』
역시 조국이 좋아.
* * *
유럽에서 이중국적은 전혀 신기한 일이 아니다.
이중은커녕 삼중, 사중, 심지어 5~6개 복수국적을 지닌 선수가 넘쳐나는 지역 아닌가.
왜 샌디 월시Sandy Walsh라고 8중 국적을 소유한 선수도 있지 않나.
잉글랜드에서 태어난 소말리아-남아공계 아일랜드인 가정 출신의 아버지와 스위스에서 태어난 인도네시아계 네덜란드인 어머니가 벨기에에서 출산하며 무려 인도네시아, 벨기에, 잉글랜드, 아일랜드, 스위스, 남아공, 소말리아, 네덜란드 무려 8중 국적의 소유자가 됐다.
제국주의 시절 워낙 전 세계적으로 식민지를 만들어놓고, 시대가 흘러도 아득바득 식민지를 유지한다고 버티다 기묘하게 얽히며 무슨무슨계 무슨무슨국적이 흔한 지역이 유럽이다.
2~3중 국적이 흔한 곳에서 이중국적 얻을 수 있단 인터뷰 따위가 무슨 화제가 되겠는가.
하지만 기본적으로 단일국적을 인정하는 한국에선 다른 문제였으니—
“뭐!? 홍민준이 귀화!?”
하며 대한민국이 펄쩍 뛰었다.
이중국적 취득인데 언론이 오바해서 귀화니 뭐니 하며 더 불을 지피기도 했고.
일단 법률상으론 한국도 이중국적을 인정하긴 한다.
단, “외국국적불행사 서약”을 전제로.
당연히 남자의 경우엔 병역 복무를 마친다는 선행조건이 있다.
나같은 경우 올림픽을 통해 병역특례를 받았으니 병역은 해결됐지만… 외국국적불행사 서약을 하게 되면 한국의 일부일처제에 따른 혼인신고 밖에 할 수 없다.
이를 피하기 위한 1단계가 UAE 국적을 얻는 것.
그리고 최종 단계가 한국의 법률을 바꿔 한국에서도 혼인을 인정받는건데… 사실 거의 불가능하지.
그래도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긴 했다.
밑작업으로 하린이 소유의 회사를 통해 정치인들 후원도 하고, 기자 누나가 사장으로 있는 언론사를 통해 은근히 불씨도 던지거나 문란하기 그지없는 내 여성편력을 긍정적 이미지로 바꾸고, 잡다한 A매치에도 꼬박꼬박 참가해서 ‘한국을 위해 몸을 갈아넣는’ 애국자 이미지도 만들고….
왜 한국에서 떼법으로 안 되는 건 없다지 않나.
안 좋다는 건 알지만 그렇다고 내가 한국 정치를 바로세우겠단 사명감에 불타는 사람도 아니고. 내게 이득이 되면 안 좋은 것도 써야지 뭐.
한국을 위해 몸을 갈아넣는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 “애국자”이자 불세출의 축구 천재, 여성편력마저 희화화되며 긍정적 이미지를 얻은 압도적인 인기 스타를 위해 이중국적을 허용하자! 혹은 특별법을 만들자!… 하는 여론을 만드는거지.
병역을 회피하는 목적이었다면 아무리 까방권을 얻은 나라도 여론의 몰매를 맞았겠지만 그건 아니니까.
이렇게까지 했는데 그래도 안 된다?
그럼 뭐 쿨하게 포기하면 된다.
UAE 국적을 얻는다고 귀화할 것도 아니고, 그냥 UAE에서 혼인신고하면 그만이지.
한국에서야 인정받을 수 없다지만 사실혼이 만연한 지금 세태에서 어쩌겠어.
사실혼으로 살면 그만이지.
물론 베스트는 한국에서 국적법을 적당히 손보는 것이지만, 내가 아무리 대한민국 역사상 다시 없을 불세출의 스포츠 스타라지만 마음대로 법을 바꿀 순 없는 노릇 아닌가?
그렇기에 유럽에선 내 인터뷰가 호르헤의 폭탄 발언에 묻혔지만, 한국에선 호르헤의 폭탄 발언이 내 ‘이중국적’ 인터뷰에 묻혀버렸다.
어째 이중국적 취득이 귀화까지 연결되는지는 몰라도, 언론의 호들갑 덕분에 한국이 떠들썩해지긴 했으니까… 뭐, 두고보면 답이 나오겠지.
레알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 리그 16강 1차전 이후 2차전까지 약 보름의 시간이 주어진다.
그리고 그 보름 사이에는 4개의 경기가 기다리고 있었으니, 2개의 리그 경기와 1개의 FA컵 경기 그리고 1개의 리그컵 경기였다.
가장 처음은 FA컵 16강 맨유전.
한때 잉글랜드 최고… 아니, 유럽 최고를 노리던 클럽으로 잉글랜드 최초 트레블을 달성한 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이제 ‘사스날’의 뒤를 잇고 있었다.
무슨 말이냐면 리그 우승은 언감생심,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 싸움에 허덕이는 신세란 말씀.
올해 역시 다르지 않아 언제나처럼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이 주어지는 4위권 싸움에 허덕이는 맨유에게 FA컵 16강 따위는 중요성이 떨어지는 대회였으니.
일정이라도 여유로웠다면 모를까 EPL 구단답게 가혹한 일정과 부상에 신음하는 선수단은 FA컵 16강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들었다.
덕분에 16강에서 맞붙은 뉴캐슬과 맨유는 모두 대대적인 로테이션을 통해 2군에 가까운 선수단이 출전했고, 막하막하의 가비지 경기력 끝에 뉴캐슬의 1:0 신승으로 끝나고 말았다.
휴식을 위해 아예 명단에서 제외되어 여유롭게 관전하던 내 입장에선 “어이쿠 씨발 눈썩겠네~”란 신음이 절로 나오는 암담한 경기력이었지만… 뭐, 2군에 가까운 전력이었으니 이해해야겠지.
이어진 리그 27라운드 웨스트햄전은 4골을 몰아친 내 활약을 앞세워 6:1 압승을 거뒀다.
“27라운드 4골을 넣으며 압도적인 득점 랭킹 1위를 유지하는 홍민준입니다!”
중반도 훌쩍지나 시즌의 끝을 향해 가고 있지만 그렇다곤해도 아직 리그 경기만 10경기가 넘게 남은 이 시점, 내 리그 득점은 벌써 40골을 넘겼다.
사실상 득점왕이 확정된 상황.
남은 리그 경기를 뛰지 않더라도 득점왕 확률이 99%는 될거다. 혹시 모르지. 누가 갑자기 약빨고 각성해서 한 경기 4~5골을 몰아치면 역전당할지도.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양자역학적으로 사람이 전력으로 뛰어서 벽을 통과할 확률도 0%는 아니니 시도해보란 말과 다름없다.
한마디로 개쌉소리란 말씀.
그만큼 EPL의 긴 역사를 돌이켜봐도 독보적인 득점 페이스지만 작년의 내 득점 페이스와 비교해보면 썩… 이란 말이 나오겠지만, 올해 초 올림픽으로 몇 경기 결장한걸 고려하면 꾸준히 우상향 중임을 알 수 있다.
하… 이렇게 잘났는데 아직도 발전하고 있다니.
내 실력 실화냐. 정말 가슴이 웅장해진다.
이어진 경기는 리그컵 결승전이었다.
오랜만에 결승전에 진출한 사스날… 아니, 아스날이 총력을 동원해 덤볐지만 사스가 사스날.
우승 앞에서 약해지는 작은 대포 아스날은 ‘홍민준’이란 거산을 넘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말았으니.
결승전에서도 2골 2도움을 기록하며 경기 MOM을 수상, 또다시 뉴캐슬을 리그컵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3일 뒤.
엄청난 성과라곤 할 수 없지만 나름 메이저에 속하는 대회이자 시즌 첫 우승에 기뻐할새도 없이 리그 28라운드 첼시전이 다가왔다.
“오랜만이군. 오늘도 날뛸 수 있는지 한 번 보자고.”
여전히 멋진 중년미를 뽐내며 다가온 로렌초 페드리코 감독이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청한다.
“오~ 오늘도 멋지네요. 그 목도리 어디꺼죠?”
“음? 이거? 오늘 자네가 활약하면 선물로 주지.”
“후회하실텐데.”
“훗. 후회라니. 자신만만하구만. 하긴, 그래야 자네답지. 하지만 각오하게나. 이번엔 단단히 준비했거든.”
그리고 개박살냈다.
응, 하나도 안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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