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314)
314
로렌초 페데리코 감독은 자타공인 명장으로 인정받는다.
커리어의 시작인 3부 리그 따리 시절부터 재능을 보이더니 당시 세리에B에 머물던 제노아에 부임해서는 순식간에 팀을 정비, 세리에A 승격은 물론 얼마지나지 않아 우승까지 안기며 일약 스타로 떠오르지 않았나.
이후 첼시로 자리를 옮겨서도 뛰어남을 발휘했다.
언제나 강팀이란 평가를 받지만 동시에 ‘우승 후보에는 넣어주지만 우승은 힘들지’라는 조롱 아닌 조롱을 받던 팀 첼시.
전력이 좋다지만 그간 EPL을 양분하던 맨시티와 리버풀에 비하면 부족하고, 위닝 멘탈리티나 응집력은 모래알이라 항상 위기의 순간에 자빠지기 일쑤.
강팀이지만 뭔가 나사 하나 빠진 강팀인 팀에 로렌초 페데리코가 부임한 후 첼시는 놀랍도록 변했다.
언제나 전력 이상을 발휘하는, 위기의 순간에도 끈덕지게 따라붙는 무서운 저력의 팀으로.
당장 작년, 뉴캐슬이 압도적으로 리그 우승을 차지할 당시에도 첼시는 무서운 뒷힘으로 끝까지 따라붙어왔다.
뉴캐슬이 워낙 역대급 시즌을 보내며 EPL 역대 승점 공동 1위란 미친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와중에 리그 내 유일하게 상대전적에서 밀리지 않은 것이 첼시였으니.
여느 시즌이었다면 우승을 차지해도 이상하지 않을 승점을 기록하고도 2위에 머물렀으니, 이는 팬들조차 인정하는 자연재해일 수 밖에.
심지어 토너먼트 성적도 좋아서 챔피언스 리그 준우승까지 이루지 않았나.
전략전술은 물론 선수단 관리까지 뛰어난 명장 로렌초 페데리코 감독이라지만 뭐니뭐니해도 그의 최대 강점은 세리에 출신답게 역시나 수비 전술.
그렇다고 안티 풋볼을 한다거나, 승리만을 위한 수비적인 경기 운영을 한다는 건 아니다.
애초에 로렌초 페데리코는 팬들이 원하는 재밌는 축구를 지향하는 인물이었으니까.
팬들이 원하는 매력적인, 한마디로 공격적인 축구를 하면서 동시에 수비적인 축구를 한다?
뭐든지 뚫는 창과 뭐든걸 막는 방패도 아니고 모순적이기 그지없는 주장 아닌가.
그라운드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11명이란 한정된 선수로 진행되는 경기에서 공격에 힘을 실으면 그만큼 수비가 부실해지고, 수비에 힘을 실으면 공격이 부실해지는 건 당연한 사실.
첼시만 선수 하나가 더 뛰는 것도 아닐진데 공,수를 모두 만족시킨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지만, 그걸 해내는 이들이 바로 명장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로렌초 페데리코는 훌륭한, 자타공인 명장이라 할 수 있었다.
허나 그런 그조차 지난 4년의 EPL 경험은 뉴캐슬을 상대로는… 아니, 정확히는 홍민준을 잡기 위해선 팬들이 원하는 매력적인 축구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는 시간이었다.
출중한 수비력의 선수를 붙이거나 엄청난 활동량의 선수를 붙이는 온갖 대인마크 시도도, 공간을 점유하여 패스줄기를 막는 견제도, 온 더 볼 플레이를 막기 위한 견제도… 심지어 거친 파울과 다수의 선수를 투입한 고립마저도 홍민준을 막을 수 없었다.
그야 이론적으로 분석해서 습관이 어떻고, 경향성이 어떻고 아무리 떠들든 결국 지시를 수행하는 건 선수일진데, 선수 개인 역량을 아득히 뛰어넘는 상대를 막으라는 건 너무 가혹한 일.
더군다나 한 경기에도 몇번씩 터지는 슈퍼 플레이를 막으라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이번만큼은 팬들이 원하는 축구도, 로렌초 본인이 지향하는 축구도 접어두고 오로지 승리만을 위해 극단적 수비조차 감안했거늘…
“단단하게 버티던 첼시가 결국 동점골을 내줍니다. 튕겨나온 코너킥 세컨볼을 그대로 발리로 연결하며 동점골을 기록한 홍민준. 이런 골은 못 막죠.”
“평소의 첼시답지 않게 라인을 낮게 내리고 두 줄 수비를 취하는 수비적 전술을 들고 나왔음에도 결국 홍민준의 발끝을 막지 못하는군요. 로렌초 페데리코 감독, 고민이 크겠어요.”
“하하, 페데리코 감독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웃음을 터뜨리는데요?”
약속된 필살의 패턴 플레이를 통해 전반 초반 선제골을 기록하고는 극단적 수비에 돌입한 첼시가 20여 분 간 잘 막아내는가 싶더니, 코너킥 상황에서 튕겨나온 세컨볼을 그대로 발리로 연결한 홍민준에게 실점하고 말았다.
이어진 경기 역시 시종일관 수비하는 첼시와 뚫기위한 뉴캐슬 구도가 이어졌다.
평소라면 맞불을 놓았을 첼시가 의외로 수비에 전념하며 승점 1점, 무승부라도 거두기 위한 극단적 수비를 펼쳤지만 후반 30분 마침내 터진 홍민준의 불꽃 같은 드리블을 막을 수 없었으니.
“이어받는 홍민준. 돌아섭니다. 1대1 상황. 주춤주춤, 들어가나요? 돌파시도하나요?”
“이건 힘들죠. 무립니다. 방금전에도 무리하게 돌파하다 첼시에게 역습 기회를 내줬거든요? 다행히 첼시가 수비에 집중하느라 제대로 역습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조심해야 합니다. 시간도 남았으니 차분히 공을 돌리며— 어? 그대로 돌파시도하는 홍민준!!”
발을 뻗으면 그대로 닿을 위치에 공을 두고 눈치싸움을 하던 중 먼저 움직인 건 홍민준이었다.
돌연 좌우로 상체 페인팅을 걸더니 백업하던 첼시 선수가 한 명 더 붙는 순간 교묘하게 그 사이를 라 크로케타로 돌파하며 급가속, 그대로 달리며 연이어 2명을 더 제치고는 패널티 박스에 발을 딛기 무섭게 슛팅으로 연결했다.
그리고 그날 경기 골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축하하네. 이걸로 우승은 확정이구만.”
“아직 모르죠. 한참 남았는데요.”
경기가 2:1 뉴캐슬의 승리로 끝난 후 로렌초 감독님이 다가와 악수를 건넸다.
음… 의외로 표정이 나빠보이지 않는걸?
이번 승리로 뉴캐슬의 리그 1위는 더욱 공고해졌으며, 열심히 따라오던 2위 첼시는 결국 1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주저앉았음에도 실망하지 않은 표정.
“정말 괴물이 됐군. 어떻게해도 막을 수가 없어.”
“제가 워낙 잘났으니까요. 아쉽게 됐네요. 저만 없었으면 첼시가 잉글랜드를 제패할 수 있었을텐데.”
으스거리는 내 발언에도 허허 여유롭게 웃는 로렌초 감독님.
이 양반 오늘다라 왜 이리 인자해?
“하하하! 오만하군, 오만해. 아주 잘 어울리는 모습이야. 그래, 그것이 대적할 수 없는 괴물에게 어울리는 모습이지. 막을 수 없다면 가질 수 밖에. 자네, 언제까지 거기있을 셈인가?”
의미심장한 말에 나도 모르게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 양반 위험한 소릴하네.
“가만있자… 계약 기간이 1년 남았나? 재계약한다는 소리도 없으니… 월드컵을 기다리는거구만? 몸값 올리고 옮기려고.”
“전 뉴캐슬에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성적이 증명해주잖아요.”
어깨를 으쓱하니 로렌초 감독이 인상을 쓴다.
“거짓말하지 말게. 그런 녀석이 잘해서 레알로 가겠다느니 그런 말을 해?”
“아, 그거야 바르샤 열받으라고 한거고요. 그거 해명한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내 투덜거림은 신경쓰지도 않은 로렌초 감독은 씨익 웃으며 어깨를 두드렸다.
“기대하지. 자네가 내 밑에서 뛰게 될 날을.”
“또 모르죠. 재계약할지도.”
“자네가? 뉴캐슬과?”
“여기가 어때서요. 몇 가지 조건만 맞으면 재계약 고려 중이거든요.”
“하하하, 농담도. 내 선수가 될때까지 몸관리 잘하라고, 친구.”
“아무리 그래도 같은 리그 내 이적은 안 합니다.”
단호한 어조에도 여유로운 표정.
뭐지 진짜?
“자네는 역시 하얀 유니폼이 어울려.”
하얀 유니폼…? 이 양반 설마?
* * *
그리고 뉴캐슬과의 재계약을 위한 몇 가지 ‘중요한 조건’ 중 하나는 홈에서 열린 레알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 리그 16강 2차전이 끝나자마자 알 수 있었다.
“축하해, 홍.”
어찌보면 포기할수도, 좌절했을수도 있었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명문다운 저력을 발휘하며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따라붙어왔다.
원정에서의 승리가 무색한 팽팽한 경기 끝에 결과는 2:2 무승부.
1골 1도움을 기록한 나와 2골을 기록한 호르헤 가르시아의 불꽃 튀는 경쟁은 무승부로 끝나는 것 같았지만, 1차전 스코어와 합쳐진 결과는 내 판전승이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뛰며 경기 막판엔 탈진으로 쓰러지기까지 한 호르헤 녀석은 의외로 덤덤한 표정으로 먼저 축하를 건네왔다.
“우리를 이기고 올라갔으니 꼭 우승하길바라.”
“고맙다. 그보다 이적한다면서?”
“정해진 건 없지.”
말은 그렇지만 표정이나 뉘앙스를 보아하니 이적 결심이 확고한 모양.
레알의 에이스 대우 받는 녀석이 왜 이적을 결심했는지는 의문이지만… 뭐, 최근 부진이 마음에 안 들었나?
“그럼 뉴캐슬은 어때? 뭐, 레알만큼 챙겨줄 순 없겠지만.”
내 너스레를 빤히 쳐다보던 호르헤가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말했다.
“홍. 물론 나는 널 무척,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네 조력자로 머물 생각은 없어. 널 좋아하는 것과 널 돋보이게 만드는 조연은 다르잖아?”
예상치 못한 대답에 벙쪄있는 사이, 호르헤는 녀석답지 않게 진중하게 말을 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뉴캐슬 이적은… 최악이지. 연봉? 낯선 무대? 나에겐 사소한 문제야. 하지만 네 중심의, 너만을 위한, 네가 왕인 팀에서 뛰는 건 큰 문제지. 만약 내가 뉴캐슬로 간다면 아무리 잘해봐야 네 들러리에 그칠뿐이겠지. 그건 내가 원하는게 아냐. 그런 건 이 호르헤의 역할이 아니지. 그리고 무엇보다… 너, 거기에서 계속 있을 생각은 아니잖아?”
거 참.
왜 만나는 사람마다 이적할거라 생각하는지 원.
뉴캐슬에서 더 할수도 있는거잖아. …물론 가능성은 낮지만.
호르헤를 영입해 내 오른팔로 만든다는 계획은 깨끗이 지웠다.
하긴.
이 녀석이 누구 밑에 있을, 누군가의 조력자에 머물 녀석은 아니지.
“그럼 갈곳은 정했어?”
“아직. 시즌도 한참 남았고, 계약 기간도 남았으니 천천히 알아봐야지.”
“그렇다면 말야.”
씨익 웃는 날 떨떠름하게 바라보는 녀석을 향해 조언을 건네주었다.
“바르셀로나는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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