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318)
318
길었던 37/38 시즌도 끝이 다가왔다.
잉글랜드는 물론이고 유럽 주요 리그 모두 일정이 끝난지 오래. 이제 유럽 축구계는 올 시즌 단 하나의 경기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별들의 무대, 꿈의 무대라 불리는 대회의 최종장.
바로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만을.
“전국에 계시는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지금 37/38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이 열리는 포르투갈 현지에 나와있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중계진들 사이, 세명의 한국인이 흥분으로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월드컵을 제외하면 세계 최고의 축구 대회 유럽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이 꿈의 무대에 다시 한국인이 발을 내딛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했던가.
“지난 08/09 시즌 한국인 사상 최초로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무대를 밟았던 박지성 선수 이후 18/19 시즌 토트넘에서 뛰던 손흥민 선수가 마지막이죠?”
“그렇죠. 박지성 선수가 맨유에서 뛸 때 08/09 시즌, 10/11 시즌 결승 무대를 누볐고, 토트넘의 손흥민 선수가 18/19 시즌 결승 무대를 밟았죠.”
“저는 두 선수가 결승전을 누비던 모습을 직접 봤는데요. 한국 선수가 다시 이 자리에 서기까지 이토록 오랜 시간이 걸릴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어요.”
지긋한 연배의 해설위원 하나가 씁쓰레하게 웃자 중앙의 캐스터가 가볍게 웃는다.
“하하, 이거 박춘배 해설위원의 연배가 공개되는데요? 벌써 20년도 넘었거든요.”
“심지어 박지성 선수 경기는 30년 전이에요.”
액면가에선 꽤 차이가 나지만 실제 연배는 비슷한 세 사람이 주거니받거니 농담을 하는 사이 경기장 위로 화려한 폭죽쇼가 펼쳐졌다.
커다란 소리와 함께 허공을 수놓은 불꽃의 향연.
대낮에 펼쳐지는 불꽃쇼였지만 다행히 우중충한 하늘 덕분에 사방으로 비산하는 불꽃의 아름다움이 제대로 허공을 수놓고 있었다.
“결승을 축하하는 불꽃쇼군요. 이곳은 포르투갈 포르투에 위치한 이스타디우 두 드라강입니다.”
이스타디우 두 드라강Estádio do Dragão.
“용의 경기장”이란 의미를 지닌 이 경기장은 포르투갈의 명문 FC 포르투의 홈구장으로 1952년 개장했던 기존의 홈구장 이스타디우 다스 안타스Estádio das Antas를 대신하기 위해 건설되었다.
마누엘 살가두Manuel Salgado의 설계하에 1억 유로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하여 지난 2003년 11월 완공되었으며 그 규모는 무려 포르투갈 2위.
SL 벤피카의 홈구장 이스타디우 라 루스 다음가는 규모를 자랑하는 이 경기장은 5만이 넘는 관중 모두에게 좌석을 제공하는 전원 좌석식 경기장All-seater stadium이자 UEFA 공인 카테고리 최상급인 4등급에 지정된 경기장이기도 했다.
긴 풀네임보다 보통 ‘두 드라강’이라 불리는 이 경기장이 유명한 건 비단 포르투갈의 명문 FC 포르투의 홈구장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20/21 시즌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치뤄졌던 장소도 바로 이곳.
그리고 당시 이곳에서 우승컵을 들었던 팀이 오늘 다시 한 번 방문했으니.
“곧 경기가 시작되는데요. 박춘배 해설위원. 오늘 관전 포인트가 뭘까요?”
“어흠. 오늘 경기 관전 포인트라면… 아무래도 홍민준 선수의 활약 여부 아니겠습니까? 이게, 제가 한국인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자타공인 뉴캐슬의 핵심은 홍민준 선수이다보니, 홍민준 선수를 얼마나 잘 막을 수 있느냐…가 승부의 키 포인트 아닐까 싶습니다.”
“무엇보다 오늘 상대가 상대지 않습니까? 최근엔 빛이 바래는 감이 없지않지만 뉴캐슬 킬러라 불리는 로렌초 페데리코 감독의 첼시가 상대다보니 오늘 홍민준 선수를 봉쇄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세워왔을까도 포인트거든요.”
바로 20/21 시즌, ‘두 드라강’에서 열린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맨시티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팀.
첼시가 다시 한 번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위해 이스타디우 두 드라강을 찾았다.
* * *
감독에겐 몇가지 분류가 뒤따른다.
카를로 안젤로티처럼 선수들과 인간적인 관계를 중시하는 덕장도 있고, 반대로 선수들과의 사적인 관계에 철저히 선을 긋는 라파엘 베니테스 같은 유형도 있다.
“결승전이다.”
이 중 로렌초 페데리코를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라면 단연코 ‘지장智將’이라 할 수 있을터.
그러나 결승전 시작을 앞둔 지금, 로렌초 페데리코 감독은 얼마 남지 않은 귀중한 시간을 대화에 쏟았다.
“작년에 이은 피날레를 장식할 무대지. 작년에 좀 아쉬웠어. 그렇지?”
미중년의 얼굴에 어린 유쾌한 미소에 잔뜩 굳어있던 선수들이 실소를 흘렸다.
작년에도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 진출했던 첼시는 맨시티에게 패배하며 아쉬운 준우승에 머물러야 했다. 이곳에 있는 첼시 선수단 대부분은 작년 결승전 패배를 경험한 이들.
떠올리기도 싫은, 상처 가득한 기억을 상기시키면서도 로렌초 감독은 익살스럽게 웃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를거야. 올해가 작년보다 올라오기 어려웠잖아? 안 그래? 주장, 우리가 16강에서 누굴 꺾었지?”
“바르셀로나입니다.”
“그래. 뉴캐슬 애송이에게 쳐맞고 상태가 안 좋지만 그래도 바르셀로나야. 하지만 우린 쉽게 이겼지. 부주장, 우리 8강은 누구였나?”
“돈지랄 오일 머니의 PSG죠!”
“하하, 맞아! 결과는 어땠지?”
로렌초의 유쾌한 물음에 선수단이 외쳤다.
“5—2!!”
“4강은!”
“뮌헨! 독일의 뮌헨!!”
“존, 결과는 어땠지?”
“3—2로 이겼죠.”
“독일 녀석들답게 쉽지 않았지만 우리가 이겼지. 친구들. 이제 우리의 앞에 하나의 성만이 남았다. 그 성은 높고, 단단하고, 아주 강력하지. 하지만—”
쾅!
거칠게 발을 구른 로렌초 감독은 외쳤다.
“우리는 정복자다. 파괴자다. 성벽을 허물고, 요새를 부수는 타고난 나쁜 녀석들Bad Guys들이지!”
뉴캐슬이 압도적으로 리그를 평정했던 작년에도, 그리고 연달아 조기 우승을 확정한 올해에도 뉴캐슬의 유일한 대항마로 꼽힌 건 첼시였다.
그렇게 ‘뉴캐슬의 유일한 호적수’로 불리던 첼시였지만— 이전에도 막을 수 없는 재앙같은 녀석이던 홍민준이 뭘 잘못먹었는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또다시’ 급격히 성장하며 이제는 막을 엄두조차 나지 않을 정도가 된 후 상대 전적은 처참한 지경으로 떨어졌다.
특히 최근 상대 전적은 호적수라 칭하기도 민망할 만큼 일방적이었으니.
그렇기에 로렌초 페데리코는 오늘을 위해 역발상을 준비했다.
“우리에겐 오직 전진, 전진만이 있을 뿐. 오늘, 우리의 목표는 상대보다 더 많은 골을 넣는 것이다. 오직 더 많은 득점만이 승리를 가져옴을 명심해라.”
바로 난타전을.
“나가자, 승리자들아.”
* * *
축구화 끈을 다시 묶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헤이, 노래 소리 좀 키워줄래? 이거 좋은데?”
“요, 브로. 시즌 끝나고 우리 고향에 같이 가보자고. 내가 전에 말했던데 기억나?”
떠들썩한 라커룸.
벌써부터 승리한 듯 한 붕 뜬 분위기에 인상을 찌푸리며 감독님을 보니,
“이봐, 루크! 소감말할 때 내 이름 빼놓지 말라고! 하하하.”
보트만 감독님조차 분위기에 취해있었다.
이 양반 언제부턴가 명예욕에 집착하더라니.
그나저나 이 분위기 괜찮나.
‘첼시라… 최근 상대 전적은 우리가 압도적이긴 한데….’
아마 가장 최근 3경기 모두 이겼던가?
까다로운 상대였던 첼시조차 천재적인 내 성장세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으니.
‘킹태창을 가호를 받는 나한텐 안 되지.’
로렌초 감독의 똥꼬쇼에도 불구하고 첼시는 더 이상 까다로운 상대가 아니었다.
지역방어를 하든, 대인마크를 하든, 별 희안한 계책을 들고나오더라도 내 압도적인 실력 앞에서는 뚫리기 마련.
지금 분위기가 좀 붕 떠있다한들 선수들 머리가 꽃밭인 것도 아니고, 무려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진짜 얼빠진 플레이를 보이진 않을거다.
애초에 지금 같은 분위기는 후반기 들어 계속 이어져오지 않았나.
이것이 좋은 경기력의 원동력일수도 있고, 지금 분위기 좋은게 괜히 초칠 필요도 없겠지.
‘뭐… 괜찮으려나.’
삐이익—!
휘슬과 함께 주심의 손이 중앙선을 가리키는 순간 탄식이 터져나온다.
“아오 씹— 뭔 시작하자마자 2골을 쳐먹혀.”
1:1에서 1:2로 바뀌는 전광판 스코어 위로 전반 13분을 알리는 시간.
대체 뭔놈의 결승전이 13분만에 3골이 터지냐.
시작과 동시에 느껴진 허술한 수비밀집도에 ‘이것들 정신을 못차리네’라고 생각했거늘, 정작 우리팀이 정신 못차릴 줄이야!
남의 집 불인줄 알고 신나했더니 우리집에도 불이 옳겨붙은 기분이다.
‘근데 이것들… 이정도 시간이 지나고, 2골이나 넣었는데도 수비 상태가 왜 이래?’
수비수라는 녀석들이 수비할 생각은 안 하고 왜 이렇게 튀어나가는… 응? 수비할 생각은 안 해?
‘얘들 봐라?’
감히 날 건네뛰겠다?
난타전으로 갈 속셈인가본데… 수비가 아닌 공격으로 맞불을 놓겠다면 받아주는게 인지상정.
상대가 결승전에서 득점 신기록 세우라고 도와주는데 무시할 수 없지.
‘아, 이건 못 참지.’
상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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