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32)
32
전술판에 선수를 나타내는 자석을 붙인 뒤, 감독님은 선언했다.
“어차피 2골차로 지나 3골차로 지나 똑같은 패배다.”
골득실이 없는 지역 예선에서는 100골을 넣고 이기든 1골을 넣고 이기든 똑같은 승점 3점이다. 한 마디로 스코어 뒤쳐지는 팀은 뒤돌아볼 것 없이 공격하는게 장땡이란 뜻.
“이제부터 우리는 라인을 올린다.”
우선 감독님의 손이 가장 아래, 4명의 수비진을 뜻하는 자석을 위로 끌어올렸다.
“김영효!”
“넵 감독님!”
좌측 풀백을 맡고 있는 4학년 김영효 선배의 자석이 위로 쭉 끌어올려진다.
“좌측 측면은 영효가 맡는다. 넌 윙백… 아니, 그냥 측면 공격수처럼 수시로 침투해 들어가!”
“알겠습니다.”
본래 측면 공격수 출신인 영효 선배는 좋은 기회를 잡았다는 듯 눈을 빛냈다.
나만큼은 아니지만 빠르고 발재간이 좋은 영효 선배 입장에선 그간 억눌러왔던 공격 본능을 감독님이 직접 풀어주었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용진이는 평소처럼 수비라인 앞을 단단히 지키며 쓸어담고, 기수는 횡적 움직임을 크게 가져가.”
수비형 미드필더인 4학년 채용진 선배와 중앙 미드필더 4학년 김기수 선배가 고개를 끄덕이니, 감독님의 손가락이 3개의 미드필더 자석 중 마지막 남은 한 자리를 가리킨다.
“윤혁! 너는 종적으로 움직인다. 마음껏 위아래로 움직여. 전술에 신경쓰지 말고, 네 판단대로 움직여라.”
“알겠습니다.”
사실상의 프리롤 선언에 다들 놀란 눈으로 윤혁 선배를 바라본다.
선수 개인의 자유보단 철저히 팀적 움직임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전술관의 감독님이 프리롤을 부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그것도 그간 준주전으로 뛰어오던 3학년 윤혁 선배가 프리롤을 받을거라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홍민준이. 넌 하프 스페이스 위주로 움직인다. 좌측 측면은 영효한테 맡기고 공격시 하프 스페이스에 위치해있다가, 진호가 상대 수비수를 끌고내려오는 빈 공간으로 침투해. 측면 공격수가 아니라 중앙 공격수처럼 움직이는거야. 알겠어?”
“어… 그러니까 트레콰처럼요?”
“그래. 트레콰. 프란체스코 토티나 로베르토 바조처럼. 뭔 말인지 알지?”
트레콰르티스타Trequartista
이탈리아어로 4분의 3에 위치한 사람을 뜻하는 축구 용어로 포지션 상 공격형 미드필더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판타지스타라 불리는 선수들이 맡는 역할이었으며, 수비가담을 최소화하여 공격에 집중하는 스타일로 모든 포지션이 활발한 공수 교대를 요구하는 현대 축구에선 살아남기 힘든 스타일을 요구하는 포지션이었다.
과거 맨시티 감독을 역임하기도 했던 이탈리아의 명장 로베트로 만치니는 트레콰르티스를 맡기 위한 능력으로 탈압박을 위한 뛰어난 볼 컨트롤과 테크닉, 창의성를 꼽았는데 소위 말하는 ‘크랙’과 유사하다.
“최종적으로 공격시 우리는 이런 형태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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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이 주인공 팀이며, 노란색이 주인공입니다. 화살표가 움직임 방향, 파란원이 주인공이 주로 움직일 하프 스페이스 입니다.)
감독님이 배치한 자석을 보며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공격적이네.
“윤혁. 네가 핵심이야. 위아래로 크게 움직이면서 적 진영을 흔들고, 양질의 패스를 공급해야 돼. 할 수 있겠어?”
“…해보겠습니다.”
“할 수 있겠냐고. 못하겠으면 빨리 말해!”
“할 수 있습니다!”
가만히 윤혁 선배를 쳐다보던 감독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저 넓은 공간을 막아야 한다고?
오상태는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는 것 같았다.
안 그래도 실수 연발인 전반전이었는데, 후반에는 아예 측면 공간을 자기 혼자 담당해야 할 것 같지 않은가.
물론 수비시 수비형 미드필더인 채용진 선배가 내려와 3백 형태가 되겠지만, 역습 상황에서 어디 전술대로 움직여지나.
결국 여차하면 좌측의 넓은 공간을 자기 혼자 담당해야 한다는 생각에 오상태는 다리가 덜덜 떨렸다.
그때였다.
“상태.”
“네 감독님.”
떨리는 다리를 숨기기 위해 모두가 나간 뒤 마지막으로 꽁무니에 따라붙는 오상태에게 감독님이 다가와 어깨동무를 했다.
“새꺄. 쫄리냐?”
“…조금, 떨립니다.”
“너 아까, 전반전에 홍민준이 하는거 봤지?”
오상태는 자신도 모르게 전반전 홍민준의 플레이를 회상했다.
수비진영에 있던 자신이 보기에도 현란한 움직임으로 연신 상대를 돌파하던 압도적인 테크닉. 그러나 겹겹이 쌓인 적들의 진영에 갇혀 셀 수 없는 턴오버를 저지르지 않았나.
“그놈은 성깔이 있어서 살살 긁어주면 폭발한다.”
“…네?”
“하는 거 봤으니 잘 알거아냐. 그놈 발재간은 진짠거.”
“아, 네. 그쵸.”
홍민준의 테크닉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적어도 프로급. 그것도 국내 리그라면 최고를 다툴 정도고, 해외로 시선을 돌려도 능히 유럽 4대 리그에서도 통하지 않을까 싶은 수준이니까.
“게다가 속도도 좋아. 알겠어? 공간이 없던 전반에도 그놈 혼자 휘저으니 상대가 정신 못차리고 휘둘리잖아. 후반전엔 공간이 생길거야. 윤혁이가 오프 더 볼이 좋고, 홍민준이랑 호흡도 좋으니 곧잘 패스도 넣어줄거고. 무슨 말인지 알겠어?”
“…에?”
“아휴, 이 빙시나. 후반은 우리가 탈탈 턴다고 새꺄. 그러니까 쫄지말고 걍 맘껏 해! 골 먹히면 우리가 2골 넣는다. 알겠냐?”
“아, 네, 네.”
“가라.”
오상태의 등을 툭 때린 감독은 한숨을 내쉬며 담배를 꺼내물었다.
“쓰읍. 실내는 금연입니다, 감독님.”
“니미. 누가 본다고.”
“제가 봅니다만.”
“그래서 꼰지를거야?”
“아뇨. 저도 필건데요.”
“이 새끼 이거 아주 빠져서는.”
낄낄웃으며 맞담배를 문 수석코치가 후~ 연기를 내뱉으며 물었다.
“상태 괜찮을까요.”
“몰라 새꺄.”
“…정말임까?”
“진짜로. 내가 말 몇 마디로 애들 뒤바꿀 수 있으면 프로팀 감독하고 있지 왜 여깄겠냐.”
후우, 감독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믿어봐야지. 홍민준이 그놈 좀 긁어줬으니 지금쯤 아주 부글부글 끓고있을거아냐. 그놈 제대로 발동걸리면 아무도 못 막아. 적어도 대학 리그에선.”
* * *
“앗! 선수들이 나오네요! 이제 후반전 시작할 것 같아요!”
‘풋볼인러브’의 운영자 한소영은 활기차게 외치면 다시금 카메라를 조절했다.
—대학 리그 누가 봄? ㄵ
—아 관전 신청 누가 했냐
—누가하긴 한쏘가 하고싶어 하는거지
—ㅋㅋㄹㅃㅃ
—어디어디 경기임?
ㄴ대학 리그임
ㄴ?? 그런것도 잇음?
ㄴ나도 모름ㅋ
ㄴㅅㅂ 관중수 실화냐? 존나 행하네
ㄴㅂㅅ 행x 횅o
ㄴ이새끼들 인간 맞음?ㅋㅋㅋㅋㅋㅋㅋ 휑아니냐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임에도 아무런 관심없는 채팅창을 보며 소영은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아. 괜히 왔나.’
올해 26살.
대학을 졸업하고 빈둥거리며 백조의 삶을 살던 소영은 여캠이 그렇게 돈이 된다는 말에 자기도 해볼까 충동적으로 스트리밍을 시작했다.
문제는 컨텐츠.
뭘할까 고민하던 소영은 마침 자신의 취미를 살리기로 했다.
바로 축구.
할아버지, 아버지, 오빠까지. 대대로 축구 선수인 축구 집안의 고명딸로 어릴적부터 축덕이었던 소영은 축구 컨텐츠로 방송을 시작했고, 특유의 예쁜 외모와 좆문가 못지 않은 지식, 찐축덕력으로 순식간에 성장할 수 있었다.
물론 대기업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방송 시작 이제 겨우 1년.
소영은 나름 회사원 수준의 돈을 벌 정도로 성장했으니, 그것이 비록 좆소기업 박봉 수준이라지만 백조에서 당당한 사회인이 된 것으로도 만족이었다.
하지만 누우면 자고 싶은게 사람이라고.
예쁜 축덕 여캠으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컨텐츠 부족으로 정체되는 방송에 고민하던 소영은 우연찮게 ‘대학 리그 씹어먹는 괴물 유망주’의 소문을 듣게 되었다. 게다가 엄청 잘생겼다고!
그렇게 아빠에게 물어물어 찾아온 경기장.
처음 본 대학 리그 씹어먹는 유망주는 소영이 난생 처음 비쥬얼 쇼크를 느낄 정도로 잘생긴 남자애였다.
‘대박!’
잘생겼다, 잘생겼다 듣긴 했지만 저 정도라고? 거기에 실력까지 좋아?
방송 대박을 예감한 소영의 기대는 빠르게 무너졌으니, 바로 7연승이란 승리가도를 달리던 호진대가 예상외로 전반전부터 실수 연발을 하며 알아서 자빠지는 것이 아닌가.
‘이게 7연승 팀…? 대학 리그 돌풍의 팀 수준 실화냐.’
다행이라면 아마추어적 플레이로 2골을 먹힌 이후, 등번호 15번을 단 유망주가 굉장한 몸놀림을 보여줬지만…
“아. 너무 무리한 플레이에요.”
—ㄹㅇㅋㅋ 거의 무뇌아급 돌파
—ㅅㅂ 이거 많아보던건데 ㅋㅋ 나만 아델 타랍 생각남?
ㄴ -틀-
ㄴ방금 검색하고 옴. 박지성 시절 선수네
ㄴ틀내진동하네 ㄷㄷ
시청자들의 채팅처럼 확실히 개인 능력은 좋아보이는데… 너무 뇌없이 플레이한달까.
“아. 방금 엄청 아쉽다. 님들 방금 봤죠? 막 3명 돌파하는거.”
ㄴ하이라이트만 모으면 3부 리거도 월클급임ㅋㅋ
ㄴㄹㅇㅋㅋ
그렇게 시청자들의 조롱만 받으며 전반전이 끝나고, 소영은 고민했다.
이걸 후반전까지 관전해?
기대했던 유망주의 활약도 없고, 시청자 반응도 생각보다 저조하다.
그러나 서울에서 호진대까지 무려 4시간이나 걸려 왔는데 전반만 보기엔 들인 시간이 너무나 아깝다.
소영은 어떻게 입을 털어 시청자들을 붙잡을까 고민하며 경기를 지켜볼때였다.
“…어? 여러분, 전술이 바뀐 것 같은데요? 어, 어어? 어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