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323)
323
37/38 시즌이 뉴캐슬의 광폭 행보로 마무리되고, 축구계의 모든 시선이 얼마 남지 않은 월드컵으로 향하려던 차 터진 대형사건.
그 첫번째는 레알 마드리드와 스페인의 에이스 호르헤 가르시아였으니.
일찍이 챔피언스 리그 8강에서 홍민준이 이끄는 뉴캐슬과의 역대급 명승부 끝에 탈락한 뒤, “마드리드에서의 생활이 끝나간다”라는 발언으로 레알 마드리드를 발칵 뒤짚었던 호르헤 가르시아였다.
그러나 당시 그야말로 믿을 수 없는, 홍민준과 더불어 “신계”라 칭해야 마땅할 활약에도 불구하고 패배했으니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거라는 공감대와 부진에 빠진 팀의 모습에 실망했을거란 예측, 그리고 무엇보다 레알 수뇌부가 미치지 않은 이상 정말 이적을 허용하지 않을거란 신뢰가 있었기에 난리로 끝날 수 있었다.
호르헤 가르시아가 아무리 이적을 원한들 어쨌든 팀과의 계약 기간은 2년이나 남은고로 레알 마드리드에서 동의해주지 않으면 최소 2년은 더 팀에서 뛰어야할터.
프로 의식 투철한 호르헤가 태업을 하진 않을테고, 실망감에 일시적, 충동적으로 말을 내뱉었지만 시간이 흐르면 다시 재계약을 하지 않겠는가?
최근 좀 부진하다지만 바로 그 “레알 마드리드”인데.
역사, 근본, 커리어, 자본, 간지 뭐하나 빠지지 않는 자신들의 팀을 믿는 로스 블랑코스였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충격!! 레알 마드리드 호르헤 가르시아의 이적 허용!!』
바로 호르헤 가르시아의 이적이 공식적으로 허용된 것.
「레알 마드리드 보드진이 팀의 핵심 호르헤 가르시아의 이적을 허용했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19대 회장 후안 루이스는 “우린 선수의 의지를 존중한다. 그동안 팀에 헌신한 호르헤 가르시아의 노고를 생각했을 때, 그의 앞길을 막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히며 이것이 전적으로 선수의 의지라는 것을 강조했다.
또한 “우리에겐 팀에 대한 존중과 헌신을 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하얀 유니폼에 대한, 그리고 유니폼에 새겨진 별에 대한 존중과 열정을 지니지 않은 선수는 로스 블랑코스라 할 수 없다”고 말하며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호르헤 가르시아는 일찍이 스페인 연령별 대표팀의 에이스로 연령별 국제대회 3연패의 주역이자 스페인 황금세대의 핵심으로 활약한 선수로 불과 17살의 나이로 라 리가에 데뷔하였다.
이후 센세이셔널한 활약을 펼치며 빌바오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 4년 간 174경기 141골 98도움을 기록하며 리그 우승 3회, 챔피언스 리그 우승 2회, 국왕컵 우승 2회, 클럽월드컵 우승 2회, 슈퍼컵 우승 2회 등의 업적을 이루었다.
특히 리오넬 메시 이후 최초로 발롱도르 3연패의 위업을 달성하며 홍민준과 함께 현역 최고로 꼽히며 불꽃튀는 라이벌리를 형성하기도 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간판이자 에이스, 차기 주장으로 여겨지던 호르헤 가르시아의 이적 선언과 이를 수락한 수뇌부의 발표에 팀 내 갈등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
* * *
“쯧.”
애써 진정하고 기사를 읽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혀를 차고 만다.
여기도 호르헤, 저기도 호르헤.
뭔 호르헤 기사만 이렇게 많아.
녀석의 어그로 때문에 환영식을 장례식으로 만든 내 폭탄 발언이 묻히고 말았잖아.
‘젠장… 어그로가 부족했어.’
다음 인터뷰는 좀 더 충실하게 준비해야겠군.
어그로 확실히 끌수있게 이 분야 1인자의 인터뷰를 가져와서—
“준. 뭘 그렇고 중얼거리고 있어?”
어제 괴롭힌 여파인지 비행기가 뜨자마자 안대를 차고 쿨쿨 자고 있던 애나가 고양이마냥 기지개를 켜며 물어온다.
“스포츠 기사보는데 다 호르헤 얘기뿐이야. 여기도… 어? 내 기사떴다.”
새로고침을 했더니 그 사이 헤드라인이 바뀌어 있다.
『Goodbye, Newcastle! 환영식이 이별의 장소로』
음, 역시 잘생겼어.
대문짝만하게 걸린 내 얼굴 사진이 만족스러워 일단 클릭해봤다.
「—마지막 순서로 소감을 발표하던 그때였다. 홍민준이 이별을 고한 건.
홍민준은—
.
.
.
뉴캐슬 왕조의 주역, 뉴캐슬의 핵심, 뉴캐슬의 주인.
성주라 불리며 뉴캐슬 역대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홍민준의 작별 선언에 팬들은 처음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쿼드러플을 이룬 선수단을 환영하는 자리.
열성적인 팬들이 가득했던 뉴캐슬어폰타인이 들썩이던 그 순간이었다.
“뉴캐슬과 함께 했던 모든 순간이, 4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이 모두 찬란히 빛나는 추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마지막 선물을 남기고자 합니다. 떠나는 제가 드릴 수 있는 선물은 이적료뿐이겠죠.”
홍민준의 담담한 목소리에 뉴캐슬 팬들은 하나같이 눈물을 흘렸다.
“여러분과 함께 했던 추억을 영원히 잊지 못할겁니다. 지금까지처럼, 떠나는 순간까지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웃어주세요.”
황제의 부탁에 시민들은 모두 울면서 웃었다.
.
.
. 」
음, 음.
만족스럽게 웃고 있으려니 옆에서 화면을 들여다보던 애나가 샐쭉하게 웃는다.
“기억난다. 처음엔 폭동나는 줄 알고 얼마나 조마조마했는데.”
“폭동이라니. 나 뉴캐슬의 황제야. NO.1 레전드 홍민준이라고. 경기장 앞에 동상을 세워주지 못할 망정 폭동은 무슨 폭동.”
“폭동날만하지. 뉴캐슬 왕조가 시작되나 했더니 정작 건국자가 도망가는데. 나라도 열받겠다.”
“그래도 안 났잖아. 봐, 다들 내 말에 울면서 웃는거.”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주억거리려니 애나가 다시 태클을 걸어왔다.
“과연 그게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서일까? 이적료 때문 아니야?”
“어허. 그렇지 않아. …아마도.”
“내가 보기엔 이적료 두둑히 안겨준다해서 참은거 같은데. 레전드가 런각 잡는데 이적료라도 받아야지 그럼.”
어째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인터넷 사이트를 들락거리더니 애가 이상한 말만 배웠네.
애나와 투닥거리고 있었더니 비행기가 내려가는게 느껴진다. 이내 흘러나오는 기내 방송.
“준.”
“응?”
“너무 성급했어.”
가까워지는 대지를 바라보고 있었더니 애나가 나직하게 속삭여온다.
“뭐가?”
“알잖아. 이적은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야. 공식적으로 모든 과정이 종결될때까지 어떻게 뒤틀릴지 모르는거라고. 네 섣부른 발표 때문에 우린 불리한 상태로 협상에 나서야 돼.”
사실 발표만 지금했을 뿐이지 이적에 대한 조율은 진작부터 시작됐다.
뉴캐슬 수뇌부와 나,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 수뇌부까지.
이미 큰 틀에서의 협상은 합의를 본 상태.
그렇기에 그렇게 대뜸 내지를 수 있던거지만.
“네가 이적을 선언해버린 이상 잔류라는 선택지는 없어진거야. 협상에서 불리한—”
“애나.”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구두 합의하고도 순식간에 뒤바뀔 수 있는 것이 이적 시장이니까.
하지만.
“착각하면 안 돼. 칼자루를 쥐고 있는 건 우리야. 조건을 바꾼다 그러면 그냥 일어나. 입씨름 할 것도 없어.”
애나의 눈을 응시하며 단호하게 말했다.
“명심해. 갑은 우리야. 레알 마드리드는 나에게 간택받음을 감사히 여겨야 한다는 것을.”
“…준.”
내 박력에 놀란걸까.
애나가 주저주저 입을 연다.
“그럼 큰일날걸…? 구두 합의가 되어서 호르헤 이적을 승낙한건데… 우리가 파토내면 레알에서 가만있지 않을거야. 게다가 이렇게 선언한 이상 뉴캐슬에 잔류할수도 없을테고. 우리가 일찍부터 레알과 협상… 템퍼링했단 사실이 알려지면 뉴캐슬 팬들에게 배신자로 낙인찍힐수도 있어.”
“상관없어. 배신자는 무슨.”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당연하지. 내 이미지 따윈 신경쓰지말고 단호하게 협상해. 합의된 사안을 불리하게 변경하려고 한다거나, 이상한 조항을 삽입하려고 하면 그냥 일어나.”
진심이다.
레전드 대우 따위가 무슨 쓸모라고. 축구판에서 낭만이 사라진지가 언젠데.
철저히 자본 논리로 움직이는 현대 프로 축구계에서 더 이상 로망이나 낭만을 찾는 얼빠진 놈이 발디딜 장소는 없다.
뭐… 일부 선수들은 아직도 그런 환상이 있겠지.
원클럽맨이니, 레전드로 끝까지 함께하겠다느니.
하지만 과연 구단도 그렇게 생각할까?
어릴때부터 주구장창 축구만하며 기껏해야 30대에 불과한 선수라면 ‘낭만’을 추구하는 사람이 소수나마 있겠지.
하지만 닳고 닳은 구단 임원진들이, 재정이란 현실적 문제를 다루는 이들이 과연 낭만이니 감성이니 하는 감정으로 움직이겠는가.
선수 혼자 낭만을 찾아봐야 효용이 떨어지면 버려질뿐이다.
하물며 나는 용병.
이민이나 귀화인도 아니고, 구단의 유스 시스템에서 어린 시절부터 커온 것도 아니며, 유럽에 특별한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니다.
고작해야 아시아에서 온 검은 머리 용병.
지금이야 레전드니 황제니 떠들지만 과연 실력이 떨어져도 지금처럼 숭배해줄까? 아닐걸.
물론 업적을 생각하면 안면몰수하진 않겠다만… 그것도 또 모르는 일이지.
“레전드니 뭐니 떠들어봐야 결국 구단과 선수는 비즈니스 관계에 불과해. 그러니 레알과 계약할때 이걸 생각해. 레알 마드리드 역시 내 커리어의 하나의 과정일뿐임을.”
어느새 멈춘 비행기의 문이 열린다.
그래.
원클럽맨 같은 로망을 달성할 수 없는 이상 난 철저히 비즈니스적으로, 그리고 ‘업적’을 추구해야 한다.
이 낯선 유럽에서 검은 머리 이방인으로 불멸의 명성을 남기려면.
“그럼 대표팀에 합류하러 가볼까. 월드컵 준비하러.”
…뭐, 그래도 뉴캐슬 팬들에겐 고마운 건 사실이니까 최대한 이적료라도 많이 남겨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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