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324)
324
대한민국 대표팀은 스페인 남부의 대표적인 지역 안달루시아로 향했다.
세계적인 거장 피카소와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태어난 지방이지만 축구인들에겐 말라가CF의 연고지로 더 익숙한 안달루시아의 말라가는 스페인에서 6번째로 큰 대도시.
대표팀은 그 중 마르베야Marbella라는 한적한 곳에 짐을 풀었다.
대체로 접근성이 좋지 않은 안달루시아 지방이지만 말라가만큼은 달랐는데, 스페인에서 손꼽히는 대도시답게 코스타 델 솔 국제공항이 있었기에 한국 대표팀은 비교적 편하게 캠프를 시작할 수 있었다.
“길석이는?”
“명근이랑 같이 저녁에 합류할거라고 연락왔습니다.”
“좋아. 기수는 합류했고… 혁이랑 요한이는 내일 합류한댔고. 아, 세현이는 뭐래?”
“아까 코스타 공항 출발했다니까 곧 합류할겁니다.”
대한민국 대표팀 선장 박기영은 수석코치가 건넨 준 명단을 확인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2038 스페인 월드컵을 위해 출국할 때 국내파는 이미 소집된 상태였다. 그것도 출국 한참전에.
시즌이 끝난 유럽과는 달리 아시아 축구 리그는 아직 시즌 중.
중반이 지나 후반으로 치닫는, 한창 경쟁이 격해지는 시즌 후반기를 앞두고 팀 에이스급 선수만 쏙쏙 뽑아가는데 어느 팀이 좋아하겠는가.
그래도 FIFA에서 공인하는 A매치, 그것도 월드컵인만큼 차출이야 이해하겠지만… 조직력을 맞춘다고 일주일 앞선 조기소집까지 이해해줄까.
‘뭐… 이해하고 나발이고 국민정서상 거절할 수 없었겠지만.’
지난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재현한 이후 이번 월드컵을 향한 국민적 기대감은 무서울 정도로 끓어올랐다.
홍민준이란 걸출한 선수가 혜성처럼 데뷔한 후 대표팀은 그야말로 승승장구였으니까.
시드니 올림픽부터 시작하여 2034 이탈리아 월드컵, 두바이 올림픽 그리고 지금 2038 스페인 월드컵 직전까지.
한국 대표팀은 지난 몇 년 간 A매치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둬왔잖은가.
거기에 화룡정점으로 홍민준의 발롱도르 수상까지.
국민적 기대감이 한껏 치솟은 상태에서 조기소집을 거절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꼴 못 보겠지.
이를 이용해 국내파를 조기소집하는데 성공한 박기영이지만 그렇다고 속내까지 좋은 건 아니었다.
‘이번 월드컵 망하면 국내에서 감독질할 생각은 접어야겠구만.’
들려오는 소문만해도 에이스를 뺏긴 팀에서 자신을 잘근잘근 씹는다는데, 국민적 관심이 고조된 월드컵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둔다?
국내에서 감독은커녕 몇 년 간 한국을 떠나있어야하지 않을까.
어쨌든 K리그 팀들의 (비)자발적 협조 덕분에 일주일 먼저 조기소집한 국내파와 함께 스페인으로 날아온 대표팀이다.
현지에서 합류하기로 한 유럽파들도 속속 캠프에 도착하는 상황.
대표팀의 코어인 도르트문트 듀오 윤혁과 설요한, 토리노의 최길석과 피오렌티나의 차명근, 레알 베티스의 김기수, 마르세유의 오세현 등이 합류했거나 합류를 앞둔 상태에서—
“감독님!!”
“아아. 말하지 않아도 알겠군.”
숙소 밖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러움에 박기영은 피식 웃었다.
창밖으로도 보이는 어마어마한 인파.
이 한적한 소도시에 이렇듯 뜬금없이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려들 이유라면 뻔하지 않은가.
“거 참, 등장도 요란하구만.”
대표팀의 대체불가능한 에이스를 보기 위함이겠지.
“아주 뻑쩍지근하게 등장하시네. 네가 뭔 주인공이냐?”
“저 정도면 주인공이죠. 인정?”
“인정 새꺄.”
대표팀 주장 최문태 선배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주변을 둘러보니 초롱초롱한 시선이 집중된다.
으, 음… 좀 부담스럽네.
“형! 발롱도르 트로피 가져왔어요!?”
“그걸 왜 가져와.”
“으아~~ 나 꼭 들어보고 싶었는데!! 그럼 감촉 좀 알려주세요!!”
“그냥 트로피지 뭔 감촉이여.”
“와… 이게 발롱도르 선수의 발… 만져보고싶다….”
“넌 정신 좀 차려라. 야, 쪼그려앉지마. 진짜 만지면 차뿌린다. 진심이다. 경고했다?”
대표팀이 대폭 물갈이되며 세대교체가 일어나니 나도 어느새 어엿한 고참급이 됐다.
25살이란 나이는 고참이라기엔 좀 부족하지만, 연륜보다 실력이라고.
발롱도르를 비롯해 EPL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는 내 커리어만 해도 자격은 충분하지.
그렇다해도 역시 선배들이 있을때와 내가 선배가 됐을때의 느낌은 많이 달랐으니.
그전까진 에이스여도 ‘선배’들의 귀여움을 받으며 편하게 대표팀 생활을 했다면 이제는 에이스이자 ‘선배’로서 내가 후배들을 귀여워해줘야 하는 상황.
그래서 나름 후배들 적응을 도와주고, 조언도 좀 해주고, 귀여워해주며 고참 노릇을 톡톡히해오고 있었는데… 평소에도 존경의 눈빛을 보내던 애들이 발롱도르 수상 후로는 아예 졸졸 쫓아다닌다.
‘…부담스러워 죽겠네.’
나 좋다는데 뭐라하기도 그렇고.
지난 시드니 올림픽을 통해 충격적으로 등장한 이후 난 많은 어린 선수들의 롤모델이 되었다.
그럴수밖에 없지.
잘생겼지, 잘하지, 성실하지.
캬~ 홍민준 이새끼 진짜 못하는게 뭐냐.
농담이 아니다. 진실이다.
일단 스토리부터 그렇잖나.
난 행복했는데 이상하게 불우한 이미지가 잡힌 유년기부터 시작해서 연령별 대표팀까지 뽑히던 잘 나가던 중학생 시절, 벤치따리로 전락한 고등학생 시절과 프로 진출에 실패한 대학 리거 시절을 거쳐 세계 최고가 되기까지.
그야말로 인간승리로 포장된 스토리에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화려한 개인 플레이, 성공적인 유럽 안착, 발롱도르.
내가 롤모델이 아니면 누가 롤모델이 될 수 있으랴!
바로 그런 ‘홍민준 키즈’들이 벌써 대표팀 막내로 들어왔으니 날 어떻게 대하겠는가.
뭐… 말 잘 듣고 열정적이라 좋긴하네.
* * *
홍민준과 호르헤 가르시아의 이적 선언으로 달아올랐던 축구계 시선은 다시금 개막을 앞둔 월드컵으로 향했다.
“난 호르헤를 리스펙해. 그가 GOAT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이해한다고. 충분히 타당한 의견이고, 이해할 수 있는 주장이야.”
당연히 월드컵 특수를 맞이한 방송사들 역시 제각각 특집을 편성하였으니, 지금 BBC에서 한창 방영 중인 분석 방송 역시 그 일환이었다.
“웨인, 당신은 홍보다 호르헤의 손을 들어주는건가요?”
“오~ 제발! 와자(WAZZAㆍWayne과 잉글랜드의 전설적인 축구영웅 폴 게스코인의 별명 GAZZA를 합친 것), 감독 생활 그만뒀다고 축구보는 눈까지 잃은거야?”
맨유의 레전드 웨인 루니와 리오 퍼드난드가 출연한 월드컵 특집 방송.
이번 분석은 B조 4개국.
그 중 ‘대한민국’을 분석중이었다.
“다들 진정하고 들어봐. 난 어디까지나 의견은 존중한다고 했을뿐이야. 내가 보기에 홍은 특이한 선수거든.”
“그렇다면 어디 웨인의 분석을 들어보죠.”
“난 그의 플레이를 몇번이고 돌려봤거든. 공을 점유하고, 선수들을 제치고, 득점하고. 차이를 만드는 홍의 능력이지.”
“겨우 그것뿐이면 너무 실망스러운데요. 홍의 개인 능력은 잘 알려져있잖아요.”
“설명을 좀 해보자면 홍은 언제나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해. 홍의 발밑에 공이 있으면, 그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거야. 상대 선수들이 무엇을 할지, 상대의 플레이까지 그 모든 것을 말야!”
루니의 얼굴이 흥분에 붉게 달아오르고, 지켜보던 MC가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정리해준다.
“그러니까 웨인의 말은 홍이 상대의 플레이를 제한시킨다는거군요?”
“그 이상이지! 상대가 무엇을 하든 이겨낼 수 있는 테크닉과 신체 능력을 지니고선 상대가 무엇을 할지도 아는거야! 이제는 상대에게 플레이를 강요하기까지하잖아! 이러니 홍의 공을 뺏을 수 없지!”
열정적으로 홍민준을 극찬하는 웨인 루니를 진정시키며 MC는 리오 퍼드난드에게 시선을 돌렸다.
“리오, 수비수로서 당신의 의견은 어떤가요?”
“동의해. 홍은 정말 역겨울 정도로 상대하기 싫은 놈이야. 그러니까… 마치, 메시 같은 선수지.”
“하긴. 당신은 메시와 직접 붙어봤죠?”
“물론. 메시를 상대하는 건 정말 힘들어. 근데 말이야. 내가 보기에 홍은 메시보다 더 힘들 것 같아. 한국에서 그런 선수가 튀어나올 줄… 아, 이건 차별 같은 게 아니야. 다들 알지? 내가 지(Ji)랑 얼마나 친한데.”
홍민준 위주의 한국 분석이 끝나자 네덜란드에 대한 분석이 이어졌다.
“오라네Oranje의 전력은 탄탄하지. 밸런스가 좋아.”
“동의해. 딱히 두드러진 약점이랄게 없는 팀이야. 내 생각에 오렌지 군단은 이번 월드컵에서 주목해야 할 2팀 중 하나야. 다른 하나는 한국이고.”
“나 역시 네덜란드와 한국이 이번 월드컵 다크호스라고 생각하는데. 예언 하나 하는데, 그 두 팀을 잘 지켜보라고.”
“어허. 참 공교로운데요. 두 사람이 주목하는 팀이 하필 그룹으로 묶여있으니. B조 첫경기가 한국과 네덜란드군요.”
안달루시아 지역 세비야에 위치한 세비야 FC의 홈구장 에스타디오 라몬 산체스 피스후안Estadio Ramón Sánchez Pizjuán에서 열리는 B조 첫경기는 공교롭게도 한국과 네덜란드였다.
“그렇다면 두 분, 첫경기 결과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MC의 물음에 웨인 루니와 리오 퍼드난드는 잠시 눈을 맞추고 한 목소리로 외쳤다.
“한국!”
“홍이 이끄는 팀이 1위로 진출하겠지.”
* * *
“아… B조 첫경기 한국과 네덜란드전… 한국이 아쉬운 패배를 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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