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327)
327
게스트로 출연하였지만 인방에 익숙치 않아 화면 구석에 덩그러니 방치되어 있던 한지훈은 홍민준을 주제로 한 이야기에 오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분명 좋은 선수다.
실력적으로도 태도적으로나 나물랄 것 없는 훌륭한 선수.
세계 최고를 넘어 역대 최고를 노리는 홍민준의 실력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그런 실력, 그런 재능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노력하는 선수라는 것을 한지훈은 잘 알고 있었다. 대표팀에서 직접 겪어보았으니까. 더불어—
“님들 그거 알아요? 우리 민준이— 선수가 글쎄 그렇게 인간성이 좋아요. 울 아빠, 아니 여기 한지훈 코치님이랑 시드니 올림픽 때 인연이 있긴해도 그래봐야 한달 남짓이거든? 물론 당시 성적도 좋았고했으니 더 마음갈 순 있는데, 그래도 절대적인 시간으로 보면 길지 않잖아. 근데도 아직까지 꼬박꼬박 안부 메시지하고, 명절이나 기념일마다 선물도 보내고 한다니까? 쩔지?”
그래.
웬수같은 딸이 주절거리는 것처럼 얄팍한 인연임에도 은사랍시고 꾸준히 안부를 묻고, 선물을 보내주는 참된 인성의 제자라는 것도 안다.
아는데…
“남친이라고 너무 띄워준다고? 아하하, 에이~ 남친이라 그런 거 아니에요. 여러분 나 못 믿어? 내가 또 냉정한 사람이잖아. 근데 진짜라니까. 내가 없는 말 하는게 아니에요. 팩트라고, 팩트. 남친편 그만들라고? 질투난다고? 에이~ 왜 그래 얘들아.”
아는데… 시부레, 그 얄미운 바람둥이 녀석한테 곱게 키운 딸래미가 홀라당 넘어간 걸 생각하면… 왜 하필 그런 바람둥이냐. 역시 얼굴 때문일까. 하긴 얼굴만 뜯어먹고 살아도 배부르겠네.
“…어? 게스트 표정? …아, 하하.”
심란함이 표정에 묻어나오는 아빠의 얼굴을 본 한소영이 난처한 웃음을 흘렸다.
“자, 자. 빨리 분석에 들어가죠! 한지훈 코치님,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준 한국 대표팀의 전술적 움직임이 꽤 특이한데, 설명 부탁드려요.”
“크흠. 대표팀의 포메이션은 4-3-2-1, 크리스마스 트리를 연상시킨다하여 소위 크리스마스 트리 포메이션이라 부르는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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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훈의 설명에 맞춰 준비된 전술판이 화면으로 떠오른다.
“딱 보기에도 중앙에 선수들이 밀집되어 있는게 보이죠? 여기 원 부분을 보면 미드필더 진영에 선수들이 뭉쳐있는 것처럼, 이 전술의 가장 큰 특징은 중앙밀집형이에요.”
—이거 AC밀란이 쓰던거아님?
후원이 들어오든말든 신나서 전술 설명만하는 한지훈을 대신하여 한소영이 물어봤다.
“소영이뽜덜… 님 후원 감사합니다. 아 그렇네요.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AC 밀란에서 쓰던 전술과 비슷한데요? 한지훈 코치님 맞나요?”
“어… 그쵸? 이게 원래 4-2-2-2 전술에 대응하기 위해 나온 전술인데,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에서 성과를 낸 것이 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프랑스 대표팀이에요. 그때 프랑스 스쿼드만 봐도 딱 어울리기도 했고. 지네딘 지단이랑 유리 조르카에프라는 역대급 공미에 엠마누엘 프티, 크리스티앙 카랑뵈, 디디에 데샹 같은 수미가 있다보니 이런 중앙밀집형 전술이 잘 들어맞았죠. 그 이후 카를로 안첼로티가 카카와 피를로 그리고 셰도로프가 있는 AC 밀란에서 잘 써먹으며 유명해졌구요.”
한소영은 심화적으로 들어가려는 한지훈을 만류하며 간략한 역사 강의를 마무리했다.
중요한 건 전술의 역사가 아니니까.
“그렇다면 이 전술에서 핵심은 무엇일까요?”
“중앙밀집과 공수분리겠지. 다수의 선수가 중앙에 몰림으로서 미드필드 지역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고, 무게중심이 아래로 쏠려있다보니 상대적으로 지금 자주 쓰이는 포메이션에 비해 유동성이 적은지라 공수가 분담되어 있는 편이야.”
—그래서 결론이 머라는거임? 세줄요약점;;
“간략하게요? 음… 그럼 간단히 장단점을 설명해주시죠!”
“장점이라면 유연함이 적으니 전술에 적응하기 쉽고 조직력을 비교적 빠르게 갖출 수 있다는거? 그리고 1~2선에 압도적인 기량의 선수가 있다면 효율이 좋다는 것과 중원장악과 수비가 단단하다 정도.”
“그럼 단점은요?”
“아무래도 측면이지. 텅텅 비어있으니까. 현대 축구의 핵심은 공간이잖아? 즉 전술이란 상대를 최대한 분산시키고 아군은 최대한 집중시키는 방법론인데, 그렇기에 현대 축구에서 강조되는 곳이 양 측면과 하프 스페이스란 말이지. 이로 인해 부각되는 포지션이 풀백이고. 현대 축구에서 쓰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라면 역시 이런 부분이지.”
—ㅇㅎ
—귀에 쏙쏙 들어오누
—캬~ 일타강사 인정합니노~
—근데 월드컵에서 잘쓰고있는데?ㅋㅋ 개거품이네?
“아, 그건 또 이유가 있어요.”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에 익숙치 못한 한지훈이 어쩐일인지 채팅 하나를 딱 잡아냈다.
“사실 대표팀에서 쓰는 전술은 변형된거거든.”
“변형이요? 어떤 부분에서요?”
장단을 맞춰주는 딸내미의 보이지 않는 응원을 등에 업은 한지훈이 매끄럽게 전개를 이어나갔다.
“지금 대표팀 스쿼드를 보면 박기영 감독님의 고민을 알 수 있는데. 딱 봐봐.”
“대표팀에 공격수로 분류된 선수는 4명이거든요? 이 중 정통파 스트라이커라 할 수 있는 차명근 하나야. 기수도 최전방에 설 순 있지만 플레이 스타일 상 1.5선에 가깝고, 지섭이는 주전이 아니니까. 민준이도 원톱에 세울 순 있는데 아무래도 아깝지.”
“미드필더를 보면 코어가 든든해. 혁이나 준수야 말할 것도 없이 지난 월드컵 4강 맴버에다 길석이도 어리지만 토리노에서 맹활약 중이잖아. 한국이 뎁스가 풍부한 것도 아니고, 토너먼트에선 최대한 전력을 극대화해야하는데 이런 좋은 선수들을 로테이션으로 벤치에 두긴 아깝지. 반면 풍부한 허리진과는 달리 수비, 특히 측면 수비의 부실이 한국의 최대 약점이고.”
명단을 내린 한지훈은 다시금 전술판을 화면에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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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4-3-2-1이야. 예를들어 2번째 경기인 콜롬비아전을 보자. 홍민준을 뜻하는 노란색 자석 주변을 둘러싼 3명의 선수가 보이지? 압도적인 선수 하나가 얼마나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 이걸 보면 딱 알 수 있어. 혼자 3명의 선수를 묶어두고 있는거야.”
이어 화면이 재생되며 선수들의 움직임 변화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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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공격을 보면 크게 2가지 패턴이 보이는데 첫번째는 이거야. 민준이가 왼쪽 측면으로 빠질 때, 다른 선수들은 중앙과 우측으로 쏠리지. 이때 상대 센터백과 비벼주던 명근이가 우측으로 빠지며 수비수를 유인하고, 그 틈을 기수가 침투하는 그림이 나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이쪽. 이 푸른원의 공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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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훈은 좌측 터치라인부터 하프 스페이스까지 광범위한 부분을 마우스 포인터로 강조했다.
“민준이가 팀에서도 자주 맡는 역할인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Overload To Isolate를 극대화한 전술로 보여. 워낙 개인기와 돌파력, 탈압박이 좋다보니 기본적으로 2명의 선수가 따라붙는데… 이때 포인트가 상대 센터백 움직임이야.”
“여기 푸른 영역에 걸쳐있는 센터백이요?”
“맞아. 이 센터백이 끌려나오지 않고 자리를 지키거나 기수를 견제하면, 민준이가 2명의 압박 속에서 드리블을 시도하지. 그리고 높은 확률로 탈압박에 성공하며 이 푸른원, 측면과 하프 스페이스를 초토화시켜. 여기에 휘둘린 콜롬비아가 민준이에게 멀티골을 내주며 무너졌지.”
“만약 따라나오면요?”
“이럴 경우엔 기수가 침투하는 동시에 후방에 있던 혁이와 문태가 순간적으로 파고들어가는거야. 빈 자리를 메꿔야하니 상대도 따라들어 올 수 밖에 없으니 역습도 방지할 수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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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알제리전를 표현한 전술판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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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전을 본 알제리는 역습보다 수비에 중점을 두고 경기를 준비한 것 같아. 측면 공격수를 홍민준 견제에 동원하는 모습을 보여줬거든. 이 경기에서 대표팀은 보다 이원화 된 전술을 선보였는데, 민준이를 제외한 팀원들이 더욱 우측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났어. 명근이가 상대 센터백 사이에서 버티고, 기수가 윙어처럼 오른쪽 측면에 위치한거지.”
“오~ 경기에서 자주 나오던 모습이네요.”
“여기서도 민준이를 못 막으니까 자꾸 센터백이 끌려나갔지? 그러면 이제 선수들이 일제히 패널티 박스로 쇄도하고, 민준이가 측면에서 크로스를 뻥뻥 올리는거야. 단순한데 못 막아.”
“그래서 콜롬비아전에선 골이 많았고, 알제리전에선 어시스트가 많았구나.”
한참 이어지던 전술 분석이 끝나고 대표팀 선수들과의 일화를 풀어나가던 방송은 이내 마무리로 접어들었다.
“시청자님이 16강 미국전 승부 예측을 요청하셨는데요. 어떨까요?”
한소영의 질문에 한지훈은 씨익 웃었다.
“어떨 것 같아? 여러분, 어떨 것 같아요. 제가 한국이랑 미국 간단히 분석해 드렸는데.”
와글와글 떠드는 채팅창을 잠시 바라보다,
“너무 빨라서 못 읽겠네. 그냥 제 생각 말씀드릴게요. 무조건 한국이 이긴다.”
“왜요??”
“지금 우리 대표팀 전술이 너무 간단한데, 아무도 이걸 못 막으니까. 왜냐? 이건 결국 홍민준을 대표팀 선수들로부터 멀리 고립시키는건데… 고립된 홍민준을 아무도 못 막아. 2명 붙여선 안 되고 천상 3명은 붙어야하는데, 그럼 다른쪽에서 숫자가 부족해지지. 진짜 간단한 이지선다임에도 홍민준이 미쳐 날뛰니까 답이 없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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