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33)
033
후반전 시작을 위해 입장통로를 지나는데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이성적으론 감독님 말씀이 옳다는 건 아는데, 그럼에도 속이 끓는다. 짜증난다.
확실히 전반전의 내 플레이는 처참했다.
무리한 드리블 돌파 실패로 인한 턴오버. 세어보진 않았지만 아마 턴오버가 10번은 되지 않을까. 그것도 전반전에만.
일반적으로 전후반 90분 경기에서 턴오버가 5개만 되도 꽤 많다고 하는데, 전반에만 10개? 이건 그냥 상대에게 공을 헌납한 수준이다. 내가 감독이라도 빡칠만하네.
오상태 선배가 워낙 화려하게 저질렀기에 가려졌을 뿐, 오상태 선배를 제외하면 필드 위의 선수 중 워스트에 꼽힐거다.
변명?
변명하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
불안한 수비진. 기동력을 잃은 중원. 부진한 공격진.
공격의 핵심답게 어떻게든 해보기 위한 발버둥이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을 뿐이다.
그리고 보다 솔직하게 말하면 동료들의 도움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동료들이 조금만 더 움직여줬으면. 조금만 공간을 만들어줬으면.
테크닉만큼은 어지간한 프로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나다.
실제로 이 경기 직전까지 대학 리그를 씹어먹는다고 할 정도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줬고.
그러나 아무리 테크닉이 좋아도 좁은 공간 안에 적이 뺵빽하게 몰려있는데 뭘 할 수 있을까.
개인기? 치달? 페인트?
옆에서 잡아당기고, 뒤에서 밀어대면 인간인 이상 방도가 없다. 그건 메시가 아니라 메시 할애비가 와도 불가능하다.
동료들이 조금만 더 움직여줬으면. 조금만 공간을 열어줬으면.
그러나 이것이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도 안다.
지금까지의 내 활약도 결국 동료들의 도움 위에서 이뤄졌으니까.
상대 선수들을 끌어내는 움직임, 시선을 뺏는 움직임, 교란하는 움직임… 소위 오프 더 볼이라 부르는 것들.
내가 드리블을 시도할 수 있게 공간을 창출해주는 이러한 모든 플레이야 말로 화려함 속에 감춰진 이면.
그리고 이런 역할은 필연적으로 화려하지 않기에 눈에 띄지 않는다.
선수라면 누구나 주목받고 싶고,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은 법인데, 누가 그런 역할을 좋아하겠는가.
‘이 정도로 도와주는데 아무것도 못하고 질 순 없어.’
공간이 없다고? 메시도 불가능하다고?
아니. 나라면 가능하다.
메시라고 상태창이 있을까.
공간이 어쩌고, 압박이 어쩌고 알 게 뭐냐.
후반전에는… 반드시 뚫는다.
* * *
후반전이 시작됐다.
상대팀 선축으로 시작된 경기. 2골이나 앞서있는 만큼 지학대는 급하지 않게 천천히 공을 돌린다.
수비와 미드필더를 오가는 공.
전반전이었다면 압박 라인이 낮은 우리팀 특성상 그대로 지켜보면서 시간을 보냈겠지.
그러나 후반전, 우리팀의 라인은 훨씬 높아졌다.
“붙어!”
“공간! 패스 경로 막아!”
훌쩍 높아진 라인만큼 올라온 압박 범위.
급격히 높아진 압박 라인에 상대팀 미드필더가 급하게 골키퍼에게 백패스를 건넸고, 우리팀 공격수 나진호 선배가 재빨리 따라붙는다.
뻥!
공격수의 압박에 상대 골키퍼가 급하게 차낸 공이 높이 뜨고, 선수들이 우글우글 밀집된 하프라인 부근에서 치열한 경합 끝에 김기수 선배 발에 안착했다.
“들어가!!”
공위에 발을 올린 기수 선배의 격렬한 손짓에 맞춰 기다렸다는 듯 쏟아져들어가는 우리팀 선수들.
좌측 풀백 김영효 선배가 전력질주로 측면을 파고들어 상대팀 측면 미드필더를 끌어들이고, 우측에 있던 측면 공격수 이규식 선배가 넓게 공간을 벌리며 상대 수비수를 끌어낸다.
그렇게 생긴 공간으로 침투해들어가는 윤혁 선배의 앞에 수비형 미드필더 채용진 선배를 거친 패스가 도달하고,
“리턴!!”
센터백을 끌고 내려온 공격수 나진호 선배와 2:1패스를 통해 마지막 남은 마크맨마저 떨쳐버린 윤혁 선배의 앞으로 등번호 15번이 마킹된 유니폼이 쏜살같이 나타난다.
하나 남은 센터백이 침투해들어오는 나와 프리로 놓인 윤혁 선배 사이에서 우왕좌왕 할 때, 윤혁 선배의 낮게 깔린 패스가 정확히 내 발밑으로 굴러왔고 퍼스트 터치를 그대로 슛팅으로 연결했다.
펑!
골문 구석을 향하는 낮게 깔린 슛팅에 상대편 골키퍼는 반응하지도 못하고 굳은 채 멀뚱히 서서 공의 궤적을 지켜볼 뿐.
티잉!
그러나 공은 골대를 맞고 밖으로 튕겨나왔다.
“아!”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잡은 좋은 기회였는데.
아쉬움에 탄식이 흘러나왔지만 경기를 하다보면 이런 일은 비일비재한 법. 빠르게 감정을 털어버리고 진영으로 복귀하며 방금의 감각을 떠올렸다.
컨디션은 나쁘지 않아.
아니, 오히려 날카롭게 섰다.
전화위복이랄까.
전반전에 있었던 무리한 돌파 시도. 비록 다 막혔지만 덕분에 발끝 감각이 예리하게 살아났으니까.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이어졌다.
애초 수비전술에 집중하던 우리팀이 갑작스레 공격적으로 변할수는 없는 법.
공격적이지만 몸에 안 맞는 옷을 입은 듯 어색한 플레이에 적들의 반격이 이어졌고, 그 주된 방향은 돌아오지 않는 좌측 풀백이 출타한 텅 빈 좌측 측면.
그러나 의외로 전반전 구멍이었던 오상태 선배가 각성이라도 한 듯 족족 적의 공격을 막아냈다.
이건 뭐 지킬 앤 하이드도 아니고.
전반의 부진이 거짓이라는 듯 MOM으로 뽑혀도 이상하지 않을 철벽 수비에 적팀은 물론 아군까지 황당했지만 어쨌든 우리팀이 잘하는데 무슨 상관이랴.
“영효! 괜찮으니까 더 올라가! 그리고 수비 라인 내리지마! 올리라고! 미드필더랑 간격 좁혀서 공간 없애버려! 우측! 더 벌려! 너네가 벌려주지 않으면 중앙에 공간이 안 나잖아! 윤혁이랑 기수는 연계에 좀 더 집중하고!”
열정적으로 외치며 지시를 내린 감독님의 시선이 날 향했다.
“임마 홍민준이! 뭐해! 쫄았어? 자신감있게 드리블쳐! 전반전 꼬라박던 놈 어디간거야!!”
알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뿌득 이를 악물었다.
젠장.
“너 1학년이래매? 새끼 좀 하나보다? 벌써 주전으로 나오고. 근데 뭐 실속이 하나도 없네.”
내 뒤에 찰싹 붙어있던 상대 선수가 주둥이를 나불거린다.
두고보자.
감각을 곤두세우며 등으로 꾸욱 상대 선수를 민다.
10cm이상 차이나는 신장만큼 체중 차이도 상당한지 돌덩이처럼 단단한 근육질 몸매. 아무래도 몸싸움으로 이기긴 힘들지만 상관없다. 내가 언제 몸빵으로 돌파했나.
그리고 애초에 몸싸움은 근육만으로 하는게 아니니까.
지금처럼.
수비형 미드필더인 채용진 선배는 탁월한 수비력에 비해 패싱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인지 평소에도 안정적인 숏패스 위주로 풀어나가는 성향인데, 이번엔 웬일인지 수비 진영에서 나와 눈이 마주치기 무섭게 낮고 빠른 패스를 보내온다.
먼거리였음에도 발목힘이 좋은지 순식간에 4명의 선수를 뚫고 다가오는 공.
예상치 못한 패스에 순간 당황했다.
‘앗!’
반사적으로 발을 뻗는데, 날아오던 공이 잔디에 한 번 바운드되며 불규칙한 회전성을 더한다.
그래도 내 트래핑 실력이라면 안정적으로 받아내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겠지.
그러나 그뿐이다.
소유권을 잃진 않겠지만 그뿐. 안전하게 백패스를 하거나 시간을 끌며 아군이 더 올라오길 기다리는 것이 전부.
모처럼 수비 진영에서 단번에 연결된 날카로운 패스. 중앙에 바글바글 몰려있는 선수 사이를 꿰뚫고 이어진 패스 기회를 그대로 놓치는 거다.
‘그럴 순 없어!’
그건 찰나의 판단이었다.
공이 바운드되는 순간.
본능적으로 뒤에 바짝 붙은 상대에게 몸을 기대며 좌측에 힘을 싣는다.
자연스레 상대의 무게중심이 좌측으로 쏠리는 것을 느끼며 강한 회전력을 머금고 날아오는 공을 오른쪽 인사이드로 받아—
공에 담긴 힘을 이용해 그대로 진행 방향만 바꿔놓았다.
오른쪽으로 튕겨나가는 공.
“엇!?”
얼굴 옆을 스쳐지나가는 공에 당황한 듯 외마디 탄성을 내뱉는 상대.
공으로 집중이 쏠린 순간, 상대의 몸을 축으로 삼아 등으로 힘껏 밀어냈다.
좌측으로 쏠렸던 무게중심을 급하게 우측으로 옮기던 중에 밀쳐진 상대가 성대하게 엉덩방아를 찧는 것을 스쳐지나니 기다렸다는 듯 내 앞으로 떨어져내리는 공.
“막아!!”
휘둥그레진 눈으로 달려나오는 상대 센터백.
돌파? 어디로? 어떻게?
느려지는 시야와는 반대로 어느때보다 빠르게 굴려가는 머리.
“리턴!”
결론은 간단했다.
습관적으로 공을 받아주기 위해 내려온 나진호 선배에게 공을 건네며 그대로 센터백을 스쳐지나간다.
“앗! 옆에!!”
평소 연습하던 패턴 플레이와 흡사한 상황답게 진호 선배의 패스가 알맞게 굴러온다.
그러나 우리팀이 자주 사용하는 패턴 플레이와 흡사한 탓일까. 예상했다는 듯 진호 선배를 마크하던 마지막 남은 상대 센터백이 미리 경로를 막아선다.
‘할 수 있어!’
가능성을 깨달은 순간 본능적으로 몸을 움직인다.
순식간에 상대를 등지며 진호 선배의 패스를 받는다.
굴러온 공이 내 발등을 맞고는 진행방향과는 반대 방향으로 부웅 떴다.
상대 수비수가 민첩하게 몸을 돌리지만 먼저 허벅지를 앞세우며 경로를 차단하고, 그대로 엉덩이, 몸을 우겨넣었다.
반사적으로 어깨를 밀치던 상대의 손에서 일순 힘이 빠진다.
패널티 박스 안. 센터백이라면 본능적으로 파울을 걱정하는 위치.
순간 힘이 빠진 상대의 손길을 뿌리치며 허공에 떠있던 공을 그대로 걷어찼다.
삑, 삑, 삐이익!!
힘차게 골망을 가르는 공에 이은 주심의 휘슬 소리.
만회골이었다.
스스로도 얼떨떨한 플레이에 놀라 반사적으로 세레머니를 펼치는데,
【기술】 【정신】 【신체】
개인기 070 |시야 046|주력 067
드리블 068 |예측력 044|가속력 068
트래핑 067 |판단력 049|밸런스 065
숏패스 048 |집중력 056|민첩성 065
롱패스 041 |오프더볼 047|반응속도 079
슛팅 045 |공간마크 038|파워 054
프리킥 042 |침착성 052|점프 046
헤더 038 |리더십 040|지구력 053
태클 032 |팀워크 039|회복력 065
【히든】
천재성 048(▲2) | 매력 095 | 지능 028
【신장 175cm|63kg】
【보유 포인트】 0P
갑작스레 스탯창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