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330)
330
전술이란 패션과 같다.
패완얼이라고 패션의 완성이 얼굴이라면 전술의 완성은 선수 개개인의 역량.
전술이 선수 역량을 보완하고 심지어 끌어올리기도한다지만 아무리 다채롭고, 아무리 완성도 높은 전술이라도 결국 이를 완성시키는 건 선수의 역량이란거다.
물론 이건 내 관점이기에 감독 입장은 또 다르겠지.
전지적 감독 시점에서보면 선수의 역량을 끌어올리는것조차 감독의 역량이라 혹은 부족한 역량을 보완해주는 것이 전술이라고 항변할수도 있을거다.
뭐, 이렇게 싸우다 보면 닭이 먼저니 달걀이 먼저니 뫼비우스 띠와 같아지겠지만.
어쨌든, 그럼에도 전술과 패션의 부정할 수 없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유행을 탄다는 것. 소위 트렌드라하는 그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닮은점이었으니.
모두가 알다시피 패션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다.
특히 시대에 들어맞는 것은 흐름을 타고 유행이 되며, 시대가 흐르면 구닥다리 취급을 받는다.
그리고 이는 전술도 마찬가지.
시대의 흐름이든, 권위 높은 대회에서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든, 무언가 굉장한 성과를 거두든, 그도 아니면 뛰어난 천재 전략가가 증명해내든 어쨌든간에 전술이란 것도 유행을 탄다.
80년대를 호령하던 브라질을 따라 4-4-2(혹은 4-2-4라고 부르는) 포메이션이 유행했고, 천재적인 공격형 미드필더들의 전성 시대와 함께 4-2-3-1이 유행하였으며, 바르셀로나의 황금기로 말미암아 4-3-3이 유행했던 것처럼.
이처럼 패션과 전술은 유행을 탄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유행이란 돌고 돈다는 것.
구닥다리로 밀려났던 유행이 시대가 흘러 약간의 변화와 함께 다시금 돌아온다는 사실 말이다.
이를테면… 4-3-3에 밀려 구닥다리 취급받던 4-4-2 포메이션이 다시금 재조명 받으며 흐름을 타고 있는 지금의 축구판처럼.
* * *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는 그야말로 바르셀로나 강점기라 할만했다.
메시를 필두로 기라성처럼 모여든 수많은 월드클래스 선수들과 소위 ‘티키타카’로 대변되는 특유의 매력적인 플레이 스타일까지.
그렇기에 2010년대 축구계의 유행이라함은 바르셀로나 따라잡기라고 표현해도 틀리지 않을만큼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4-3-3을 기반으로 한 패스 플레이 역시 그 일환이었다.
바르셀로나 패스 플레이의 기반은 삼각대형이었고, 4-3-3은 이 ‘3’이란 숫자에 걸맞는 포메이션이니까.
3명의 공격수와 3명의 미드필더, 골키퍼와 두 센터백으로 이어진 3명의 수비진. 여기에 유동적으로 움직이며 어디서든 삼각대형을 형성해주는 양 쪽 수비수까지.
거기에 구조적인 계획내에서 일련의 공격 지침을 기반으로 하는 포지셔널 플레이Juego de Posicion에 적합하기까지 했으니, 바르셀로나를 지향하는 팀들에겐 4-3-3이야말로 최적의 포메이션으로 보였을터.
무대를 가리지 않고 4-3-3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하는 팀들이 우후죽순 쏟아졌고, 한동안 축구계의 화두는 어떻게 바르셀로나식 축구를 구현할 수 있을까로 쏠렸다.
하지만 유행이 번질수록 이에 반발하는 청개구리 같은 사람도 있는 법.
일부 감독들은 어떻게 바르셀로나식 축구를 구현할 수 있을까가 아닌 어떻게 바르셀로나식 축구를 깰 수 있을까에 대해 고찰했고, 그에 대한 대답으로 다양한 방법론이 나왔다.
가장 흔한 것은 깊게 내려앉아 역습을 노리는 것.
전력이 약한 팀들이 흔히 사용하는 특색없는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이었지만 이는 너무 단조로웠다.
몇 몇 뛰어난 감독들, 무리뉴나 시메오네 같은 이들은 이를 더욱 발전시켜 상대의 실수를 유도하는 능동적 수비 후 조직적인 역습으로 큰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가장 큰 성과를 거두고, 축구계의 새로운 조류로 떠오른 것은 이보다 한단계 나아간 전술.
바로 더욱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수비, 수비와 공격을 하나의 섹션으로 합쳐버린 위르겐 클롭의 ‘게겐프레싱’이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란 옛말처럼 조직적이고 강도 높은 압박으로 상대 진영에서 실수를 유도하여 곧장 공세로 전환하는 게겐프레싱은 바르셀로나에 대항할 새로운 조류로 떠올랐다.
그리하여 2020년대는 이 두 전술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파생 전술들이 우열을 가리는 시대라 할 수 있었고, 이제 2030년대는—
“후방에 세명이 배치된 4-3-3은 일반적으로 엄격하고 자동화된, 소위 통제된 전술에서 유용하지. 양 측면에 각각 한명씩의 와이드 플레이어를 배치하고 후방에 기본적인 세명의 선수를 놓는 것은 수평적 로테이션, 그러니까 적절한 선수 간격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는 결국 팀의 유동성을 떨어뜨리지. 무슨 말이냐. 바르셀로나식이든 게겐프레싱식이든 결국 강한 조직력을 필요로 하기에 결국 유동성이 떨어진다는거다.”
한마디로 패스 플레이를 위해 강박적으로 삼각대형을 유지하려는거나 상대의 실수를 유도하기 위해 강한 압박을 위해서나 모두 엄격한 조직력이 필요하다는거군.
끊임없이 움직여야하는 축구 경기에서 적절한 삼각대형을 유지하고, 적절한 압박 위치에 있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떠올리면 이해된다.
“특히 일본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지. 얘들은 특유의 패스 플레이에 대한 집착만큼이나 대형 유지에 엄격하거든. 한마디로 전술적 유동성이 떨어져. 엄청나게 경직되어 있는 놈들이란거다.”
감독님은 전술판을 끌고와 한국을 상징하는 붉은 자석을 붙였다.
“수비 과정에 어려움은 없을거다. 왜냐? 그간 우리가 하던대로 하면 되니까. 그래도 조금은 달라지는게 있겠지? 자, 다음 경기에 우리는 수비시 전방의 4명이 압박을 해줘야한다. 투톱을 이루는 민준이와 명근이의 역할이 중요한데, 한명은 방향을 공격 방향을 유도하고, 다른 한명은 상대의 기점, 아마 예상으로는 5번 무라카 하세바가 맡을 것이 분명해보이는데, 이 녀석을 마크할 필요가 있어.”
일본 대표팀의 주장이자 베테랑 미드필더인 무라카 하세바는 패스와 탈압박에 능한 선수로 알려져 있다.
유럽 리그 경험도 풍부해 네달란드에서 3년, 독일에서 5년, 그리고 지금은 스위스 리그에서 1년째 뛰고 있는 중이라고 하니까.
“무라카는 반응 속도가 좋아 탈압박에 능하고 왼발잡이지. 그러니까 이 녀석은 민준이가 맡는다. 할 수 있지?”
“가뿐하죠.”
“명근이는 상대의 공격 방향을 한쪽으로 몰기 위해 많이 뛰어줘야 해. 때로는 하프라인 아래까지 내려와서 수비 트랩을 형성해야하고.”
“할 수 있습니다! 맡겨주세요 감독님!”
바짝 기합이 들어간 명근이의 대답에 감독님이 흐뭇하게 웃으며 설명을 이어간다.
“양 쪽 풀백, 요한이랑 진섭이는 상대 윙어를 잘 마크하고. 더블 피보테를 이루는 혁이와 준수는 컴팩트하게 거리 유지하면서 스크린 플레이를 해줘야 해. 상대 미드필더에서 전방으로 뽈이 뻗지 못하게 길목을 틀어막으란 말야.”
그리곤 씩 웃으며,
“수비는 이정도면 됐지. 안 그래? 우리가 뭐 수비하러 나왔냐. 일본 보내버리려고 왔지.”
“맞습니다!”
“저번에 이어 이번에도 8강에서 짐싸게 만들죠!”
“좋아. 수비보다 중요한 게 공격이다. 그리고 공격의 기본은 빌드업이겠지?”
“감독님! 공격 그까이꺼 대충 민준이한테 공 밀어주면 되는거 아닙니까?”
“이 새끼가. 야! 나 감독이야! 이걸로 먹고 살아야하는데, 민준이가 다 해먹으면 난 뭐 먹고 사냐! 그러니까 잘 들어 새끼들아!”
한바탕 웃은 선수들이 집중하자 감독님의 손이 정신없이 전술판을 오간다.
“우린 기본적으로 낮은 라인을 유지할거다. 일본을 끌어들여야 여기, 뒷공간이 텅텅 빌거아냐. 아까 말했다시피 일본애들은 전술이 경직되어 있어서 2~3선 거리가 멀어지면 아주 큰일나는 줄 알아요. 그러니까 공격진이 올라오면, 미드필더진도 따라 올라오고, 그러면 수비진도 올라오게 되있어. 왜? 그래야 하니까! 그게 얘들 사고방식이야.”
우리 진영으로 바짝 말려들어간 빨간 자석을 따라 올라온 파란 자석이 배치된다.
“바로 이게 핵심이다. 일본의 라인을 끌어올리는 것. 우리가 수비 라인도, 압박 라인도 낮게 유지하는 건 모두 여기… 바로 이 뒷공간을 위해서다. 홍민준에게 고속도로를 제공하기 위함이지.”
“감독님. 만약 일본애들이 딸려오지 않으면 어쩌죠?”
“나오지 않곤 못 배기게 만들어줘야지. 선제골로. 홍민준. 우리에겐 선제골이 필요하다. 최대한 이른 시간에. 어떻게든 넣어라. 선제골만 넣어나면 일본애들은 라인을 올릴 수 밖에 없어.”
* * *
바닥에 주저앉은 일본 골키퍼가 데구르르 골망을 굴러나오는 공을 허망하게 지켜보는 것을 보니 감독님의 다음 말이 떠올랐다.
‘그러면 우리가 준비한 늪에 빠지는거야.’
늪.
딱 맞는 표현이네.
월드컵 본선은 토너먼트.
골득실 따윈 필요없다. 1골을 먹히나 10골을 먹히나 패배할 뿐이니, 일본은 이제 물러나지 않고 앞으로 나올터.
바로 그때가 준비한 빌드업을 선보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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