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e genius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331)
331
시작은 예상대로였다.
일본은 차근차근 점유율을 높여가며 급하지 않게 이곳저곳을 두드렸다.
적극적인 유럽화 이후 전반적인 수준이 많이 향상된 일본 대표팀 선수들은 어지간한 축구 강국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전력을 만들어냈다. 특히 강점으로 꼽는 기술적으로는 유수의 유럽팀들마저 감탄할 정도.
후방 빌드업이야 그럴 수 있다.
한국의 압박 라인이 낮으니 골키퍼와 수비형 미드필더에게 가해지는 압박이 그만큼 느슨하니까.
하지만 마치 한국의 약점을 검사하듯 수시로 위험 지역을 넘나들면서도 안정적인 패스 플레이는 일본의 역량이 얼마나 뛰어난지 증명하는 결과다.
‘스탯이 높아지니 이제 확실히 알겠어. 저쪽 역량이 좀 더 좋아.’
일본 대표팀 1군의 전력은 상당하다.
솔직히 한국 대표팀보다 평균적으로 높다고 본다.
‘못 따라잡을 정도로 격차가 크진 않아. 그렇군. 일본이 고르게 뛰어나다면 한국은 특출난 소수가 평균을 끌어올리는 건가.’
일본의 특징이 비교적 균일한 능력이라면 한국은 보다 들쑥날쑥하다.
그래서인지 일본이 팀적으로 잘 정비되어 있다면 한국은 캐리롤을 맡은 몇 선수의 활약에 기대는 느낌이었는데… 한국에서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괴물같은 선수들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간다.
차범근부터 시작해서 이강인까지.
정말 뜬금포로 천재같은 선수들이 튀어나오곤 했으니까.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2020년대의 처참한 대 일본전 기록은 말이 안 된다.
선수 개개인이 조금 더 뛰어나다고 무조건 이기는 스포츠가 아니니까.
결정적인 차이는—
‘조직력이 엄청난데.’
비교적 균질한 능력과 수십 년 간 한결같이 추구해온 패스 플레이에 대한 집착 때문인지 일본의 팀 조직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항상 모여서 연습하는 클럽팀도 아닌 비정기적으로 모여 잠깐 발을 맞추는 국가대표에서 이정도라니.
당장 눈에 보이는 패스와 트래핑 같은 기술적 역량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동료들이 수월하게 패스할 수 있도록 움직이는 일련의 움직임. 더미런, 경로 창출, 침투, 페이크… 정말 호흡이 딱딱 맞아들어가는 조직력인 움직임이야 말로 일본의 핵심.
과연 나같은 규격외 선수 없이도 연이어 월드컵 8강에 오른 이유가 있었다.
바꿔말하면,
‘나 같은 규격외 선수가 없으니 모르지.’
나에겐 다 보인다는 것을.
일본의 패스 플레이는 단순히 뛰어난 기술을 바탕으로 패스를 주고 받는게 아니다.
동료 선수들이 패스길을 열어주고, 보호하고, 견제하고, 경로를 만들어주는 것이야 말로 그 핵심.
분명 그들의 움직임과 조직력은 뛰어나지만… 대번에 그걸 간파할 수 있는 ‘천재적’인 선수에겐 안 되지.
‘슬슬 이쪽으로 올 타이밍인데… 그렇지. 8번이 더미런치고, 10번이 스크린 펼쳐주고, 센터백이 후방으로 다가와 패스 경로를 만들어주고… 지금이니!’
축구는 생각보다 비언어적 표현이 중요한 스포츠다.
드리블만해도 어느 방향으로 치고 나갈지, 페이크일지 같은 것은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이른바 비언어적인, ‘육감’으로 밖에 파악할 수 없는 부분.
스포츠 과학자들 말로는 일련의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을 감지하여 블라블라하지만, 어쨌거나 그 짧은, 1초도 안 되는 순간에 근육의 움직임이 어떻고 분석하며 움직이겠는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체화된 ‘육감’적인 느낌을 통해 움직이지.
그런고로, 지금 녀석들에겐 내 움직임 역시 별다를바 없는 느슨한 압박으로 보였을지 모르겠다.
주변에서 보는 녀석들에겐 평범하게 보이는 이 일련의 움직임이, 정작 패스를 받는 당사자에겐 사각이라는 것은 어지간한 선수들도 모를터.
그렇기에—
“무라카!!”
뒤에서 내가 스리슬쩍 접근함에도 평온하게… 아니, 평온을 넘어 느긋하게 패스를 받는 무라카의 모습에 기겁한 동료의 외침.
늦었어.
뒤늦게 내 존재를 깨달은 무라카가 황급히 공을 처리하려고 하지만, 그때를 노려 슬쩍 상체를 흔든다.
마치 공을 처리하려는 쪽으로 뛰쳐나가려는 듯 한 움직임.
믿을 수 없는 내 순간 가속력에 대해 귀에 피나도록 경고를 들었을 무라카의 행동에 망설임이 끼어들고, 급박한 순간 그 작은 망설임이면 충분했다. 녀석이 트래핑 실수를 하기에는.
“…아!!”
어정쩡하게 받은 공이 멀리 튕겨나가자 빠르게 뛰쳐나가던 무라카가 절망적인 표정이 된다.
하필 튕겨나간 곳에 한국의 요주 인물이 달려와 있었으니까.
대한민국의 10번, 윤혁.
아마 내가 아니었다면 이번 세대 한국 에이스의 계보를 잇는 것은 저 양반이었겠지.
도르트문트에서도 핵심 취급을 받는다더니, 이번 월드컵 이후 어디로 도약할지 기대되는 활약을 선보이는 선배는 이번에도 하이라이트에 나올 장면을 놓치지 않았다. 정말 축구 지능만큼은 한국 최고라니까.
선배를 보자마자 공을 따라가려던 것을 멈추고 그대로 일본 진영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디딤발을 박차며 한발짝, 가속에 들어가고, 두발짝에 귓가에 거센 바람 소리가 인다. 그리고 세번째 발을 디딜 때, 이미 나는 한줄기 바람처럼 일본 진영을 관통하고 있었다.
‘시부레… 스탯 높였더니 체감 확 되네.’
* * *
선제골 이후 경기 양상은 감독님의 예측대로 흘러갔다.
전술가들은 축구를 크게 4단계로 나눈다.
우리가 볼을 소유했을 때, 상대가 볼을 소유했을 때,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
최근의 트랜드는 개별 단계를 명확히 구분하기보단 섞으려는 경향이지만, 어쨌든 이러한 단계가 존재할 때 핵심이 되는 부분은 ‘전환’.
특히 이번 경기 우리의 포인트는 상대의 압박을 끌어내는 것에서 시작한다.
선제골 이후 한국은 템포를 매우 느릿하게 가져갔다. 쉽게 말해 후방에서 볼질을 하며 ‘아 꼬우면 나와서 뺏어보던가’를 시전중이라는 것.
급한 건 상대다보니 시전할 수 있는 좆같… 아니, 얄미운 플레이지만 더욱 환장하는 부분은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우리 의도대로 끌려나와야 한다는거지.
그렇게 아군이 볼을 소유할 때 상대의 압박 유도하기가 성공하면… 당연지사 일본의 라인은 전반적으로 높게 형성될 수 밖에 없다.
공격, 중원, 수비 라인이 서로 멀어지면 아무것도 안 되니까.
현대 축구에서 1+1=2가 아니다.
집중과 분산을 통해 최대한의 시너지를 일으키는 것이 감독들의 목적. 따라서 우리를 압박하기 위해 일본의 라인이 올라오고, 이제 우리는 약 올리듯 숫적 우위를 이용해 최대한 압박을 버텨내는 것이다.
“골키퍼와 두 센터백이 빌드업의 기반을 형성할거야. 그 앞선의 더블 피보테, 너희 둘은 항상 간격 유지에 신경써. 양 쪽 풀백은 직선적인 움직임을 통해 상대 진영을 벌리고, 넓게 위치하여 압박에 시달릴 피보테의 패스줄을 만들어줘라.”
감독님의 지시처럼 우리는 후방에 다수의 인원을 넓게 배치하여 압박을 어렵게 만들었다.
특히 절대 안 뺏기는 나와 언제나 패스 경로를 만들어주는 윤혁 선배가 주축이 되어 끊임없이 일본 선수들의 압박을 무력화시키다보면…
“상대의 적극적인 압박이 개별적인 압박으로 이어져야 해. 그렇게 만들어야 하는거야. 답답함, 억울함, 분노, 뭐가 됐든 일본애들이 더 이상 ‘팀’이 아닌 개별적인 압박에 나서는 순간… 그때가 바로 일본의 최대 장점인 조직력이 무너지는 순간이야.”
약이 오를대로 오른 일본 선수들이 그간 보여주던 팀적으로 완성된 압박이 아닌, 분노 섞인 개별적인 압박에 들어오는 순간.
우리 팀은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공격으로 전환했다.
“간단히 말해, 공격으로 전환할 때 전방에 4명의 선수가 위치하는 것이 순간적인 전진에 있어 가장 유리하다. 특히 최근의 4-3-3 같이 전방에 3명의 상대를 상대하던 팀들에게 있어 이 한 명의 유무는 큰 차이지.”
4-4-2에서 순식간에 4-2-4로 전환되어 일본 진영으로 쏟아지는 공격진.
일본 선수들도 이를 예측했다는 듯 한국의 패스를 맡은 윤혁 선배에게 몰려들어 갔지만—
“문제는 이 4명을 누가 맡는냐다. 이건 팀마다 달라. 10번과 최전방 공격수, 그리고 두 윙어가 참가하는 것이 이상적일 수 있지만… 과거 과르디올라는 때때로 데 브라이너를 10번 자리에 놓았지. 클롭은 압박이 좋은 누네즈보다 인버티드 형태로 움직이는 살라에게 득점을 맡겼고. 우리는 홍민준… 네가 10번 역할을 맡아줘야한다.”
정작 팀의 공격 방향을 정하는 것은 바로 나.
오늘 경기 플레이 메이커를 맡은 나 홍민준이란 말씀이지.
* * *
“어엇, 곧장 공세로 전환하는 대한민국 선수들! 아, 일본 선수들이 윤혁 선수를 에워싸는군요. 정확히 분석하고 나왔네요. 한국의 후방 빌드업을 맡은 건 윤혁 선수거든— 응? 홍민준 선수 언제 여기까지 내려왔나요! 설요한에게 패스를 받은 홍민준, 곧장 방향을 전환하는 롱패스!! 김기수 슛팅! 아쉽게 골문을 벗어납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좋은 시도였거든요? 어쨌든 한골 뒤지고 있는 일본은 계속 공격적으로 나와야하는데, 우리 선수들 지금처럼만 하면 기회는 계속 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또다시 한국의 공격! 이번에도 홍민준입니다!”
누군가에겐 여느때보다 신명나는 경기였고,
“또다시 한국의 7번이 무시무시한 패스를 보여줍니다!!”
“여기서 돌파라니— 에엣—!? 혼또니!? 어째서 우리 선수들은 허수아비처럼 길을 열어주는건가요!!”
“공격할 땐 누구보다 빠르고 격렬하게, 수비할 땐 차돌처럼 단단하고 물처럼 부드러워야해요!! 풍림화산의 정신을 되돌아봐야 합니다!!”
“바카!! 한국의 7번을 막아야 합— 에… 에? 하, 한국의 골이…”
누군가에겐 가장 참혹할, 역대 최다 점수차의 한일전 무대는 월드컵 8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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